딥러닝(DL)과 대기학자의 만남...'알파고'가 계기
합성곱신경망(CNN) 이용해 현재와 미래 지구 상태의 관련성 찾아
인공지능(AI) 기술로 기후 변동의 복잡한 메커니즘 분석
"국내 AI 기후 예측 분야 세계 무대서 독보적 위치 기대할 만해"

 

함유근 전남대학교 해양학과 교수
함유근 전남대학교 해양학과 교수

"딥러닝(DL)을 이용한 기후 예측 모형은 충분한 샘플을 바탕으로 현재와 미래 지구 상태 간 통계적 관련성을 찾습니다. 복잡한 기후 메커니즘을 고려해 다양한 변수를 한꺼번에 판단ㆍ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DL 모형은 기후 예측 오류를 감소하는 데 충분한 기여를 할 것입니다."

함유근 전남대 해양학과 교수는 DL 기술이 기후 예측의 정확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함 교수는 '뼛 속까지' 대기학자다. 2009년 서울대 대기학과에서 엘니뇨 예측 시스템 개발을 주제로 이학 박사를 취득한 후 이듬해 나사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에서 연구원 생활을 시작했다. 이 곳에서 약 4년간 계절 예측 시스템 개발ㆍ검증 업무를 수행하다 2013년 9월부터 지금까지 전남대에서 엘니뇨를 비롯한 기후 예측 시스템 개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함 교수는 DL 기법을 활용한 기후 예측 시스템 개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그의 연구는 지난달 2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0년 국가연구개발 우수 성과 100선' 중 12개 최우수 성과 연구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가 DL 기술을 기후 예측에 적용하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을 본 후다. 바둑을 전혀 몰랐지만 알파고의 행마에 해설진이 감탄하는 것을 보며 딥러닝이 세상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 계기로 DL 기법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지난 2015년 기상청 지정 과제로 수행한 '머신러닝(ML)을 이용한 기후 예측 시스템 개발' 연구 후속으로 DL 바탕의 기후 예측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다.

◆ 합성곱신경망(CNN) 이용한 통계적 예측 모형…현재와 미래의 변수 간 관련성 찾는다

"이번에 개발한 것은 기존 샘플을 활용해 만든 통계 예측 모형입니다. 통계 예측 모형은 현재와 미래 변수 간 관련성을 찾아내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 작업에 합성곱신경망(CNN) 기술을 적용하면서 기존 기법보다 정확도를 높일 수 있었죠."

CNN은 DL 기법 중 하나로 이미지 분석에 활용하는 인공신경망이다. 특정 이미지를 입력 데이터로 설정할 경우 이미지 속 특징 추출을 자동으로 수행한다.

함유근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CNN 기벌을 이용해 현재와 미래 변수 간 관련성을 탐색할 수 있는 기후 예측 모형을 만들었다.

"전 지구 해수 온도장 그림을 입력 데이터로 주고 미래 엘니뇨 지수를 출력 데이터로 설정했습니다. 이후 DL이 그림을 보며 엘니뇨 발생 여부를 결정하는 인자가 있는지 학습시켰습니다. 이 특성을 이용해 인공지능(AI)이 기후를 예측합니다."

그는 "기존 기후 예측은 대부분 '전 지구 기후 모형'을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이 모형은 실제 지구를 흉내낸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지구를 유한한 수의 격자로 나눈 뒤 격자 안 구름, 강수, 온도, 바람 등을 모의한다.

하지만 함 교수는 전 지구 기후 모형이 '구름 발달 과정 모의의 불확실성'을 갖고 있어 기후 예측 성능이 떨어진다고 짚었다.

"정확한 기상 상태를 예측하려면 수증기가 비구름이 될 때까지 과정을 오차없이 모의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구의 모든 구름 생성 과정을 모의하기에 전 지구 기후 모형의 격자 규모가 너무 크죠. 또 실제적인 구름 발달 과정을 모의할 수 있도록 전 지구 예측 모형의 해상도를 높이는 데 현재 컴퓨팅 자원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이어 그는 "현실적 한계로 구름의 양, 높이 등을 통계적ㆍ물리적 가정 아래 적당히 모의하면서 모수화 과정의 정확성이 떨어진다"며 "그 결과 전 지구 기후 모형의 예측 오차도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DL 모형을 이용할 경우 모호한 가정을 할 필요가 없어요. 충분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현재와 미래의 지구 상태 간 통계적 관련성을 스스로 찾기 때문이죠. 물리적 법칙에 기반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으나 복잡한 관련성을 비선형 함수로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 DL 기법으로 기후 변화의 복잡한 메커니즘 확인…엘니뇨 특성 고려해 기후 예측

또 함 교수는 특정 지역의 기후를 예측할 때 지역적ㆍ세계적 기후 요소를 모두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다양한 기후 요소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복잡한 메커니즘을 거친 뒤 변화를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한반도의 여름철 강수 변동을 예측할 경우 아열대 북태평양과 유라시아에 위치한 두 가지 고기압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두 세력의 강도와 크기는 유라시아 토양 온도ㆍ습도, 북태평양의 온도 등에 영향을 받으며 유라시아 토양 온도ㆍ습도, 북태평양의 온도 등은 또다른 기후 요소에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양한 기후 요소의 영향은 기후 변동이 복잡한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하며 한 가지 요소만 가지고 특정 지역의 기후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CNN 기법은 전 지구 패턴을 입력 데이터로 하기 때문에 전 지구의 다양한 기후 변동을 모두 인식할 수 있습니다. 복잡한 기후 요소를 한꺼번에 고려할 수 있죠. 이 특성은 DL 기술이 기후 예측 오류를 감소하는 데 기여한다는 증거입니다."

함 교수는 다양한 기후 요소 중 엘니뇨에 주목했다. 엘리뇨가 전 지구적으로 가뭄ㆍ홍수ㆍ폭염을 유발하는 만큼, 기후 예측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엘니뇨는 남아메리카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 페루와 에콰도르 해안선에서 대규모 홍수를 유발하고 브라질 남부와 아르헨티나 북부 지역의 경우 평상시보다 습한 기후를 겪는다. 일부 고원 지대는 비정상적 강설 현상을 경험하고, 아마존 강 유역 중앙아메리카는 고온 현상으로 건조 기후가 발생한다.

한반도 기후도 엘니뇨의 영향을 받는다. 엘니뇨 발달 시기인 가을에 국내 강수량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며, 엘니뇨의 절정기인 겨울철은 한반도 온도가 상승하는 경향성을 띈다.

그는 "엘니뇨 발생 시 인도양과 열대 대서양의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는 한반도의 여름철 강수량 증가에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 올해 여름철 국내에서 발생한 홍수도 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선 사례처럼, 엘니뇨는 기후 변화에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DL 기술을 활용해 엘니뇨를 중점 파악한다면 기후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 AI 기후 예측, 해외는 주춤…기술 우위 기대할 만 하다

함 교수는 AI 기후 예측 분야에서도 국내 기술의 가능성을 기대했다. 해외에서도 기후 예측에 AI 기술을 적용한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선제적으로 AI 기후 예측 기술을 개발할 경우 관련 분야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 "구글의 경우 6시간 강수 예측을 위해 DL 기법을 활용한 연구가 있으며, Long Short-Term Memory(LSTM)을 이용한 초미세먼지 1일 예보 사례도 있으나 두 연구는 기후 예측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하며 "샘플 부족을 비롯한 데이터 확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예측 기간이 짧은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에 함 교수는 선도적ㆍ국제적 기술 적용을 목표로 현재 연구하고 있는 DL 기후 예측 모형의 활용도를 높일 계획이다.

그는 "엘니뇨는 전 지구적 영향을 주는 대규모 기후 현상"이라면서도 "강력한 영향을 받는 곳이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열대 지역이기 때문에 현재 DL 모델의 직접적 활용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중위도 기후 예측에 DL 기법을 적용해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 연구에도 DL 기술을 적용할 계획입니다. 변화 시점 탐지 기법을 활용할 경우 폭발적인 기후 변화 시점을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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