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특집 'AI 스타트업'
‘인공지능 스타트업’보다 인공지능 토대로 각 산업의 스타트업 붐을 이루고 있어
인공지능의 원천 기술은 당장 얻어낼 수 있는 성과는 크지 않아
핵심 데이터 바탕 적절한 모델 학습, 결과물을 클라우드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
본질은 인공지능 그 자체가 아니라 인공지능으로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 것인가

[편집자주] 인공지능(AI)기술의 발전을 담보하는 주체는 기업이다. AI기업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도 하다. 대기업부터 중견기업,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업들이 여러 기술 분야에 도전해서 성과를 내고 있다.

열정적으로 도전해서 성과를 내고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고 있는 우수 기업들을 발굴해 소개한다. 발로 뛰어 생생한 모습을 제대로 전달하고자 한다.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지난 4~5년 동안 인공지능은 단순한 가능성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성과를 보여왔던 기술이다. 실제로 많은 현장에서 인공지능 기술의 도입 전, 후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차이를 낳고 있다.

이전에는 새로운 IT 기술이라고 하면 큰 실패와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대기업의 규모 큰 프로젝트부터 조심스럽게 쓰였지만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 기술은 관련 기업들이 모두 ‘인공지능의 민주화’를 중심에 두고, 누구나 가볍게 시작할 수 있는 대중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

여기에 클라우드가 더해지면서 머신러닝에 필요한 프레임워크와 막대한 인프라에 대한 부담도 덜었다. 최근에는 각 퍼블릭 클라우드 기업들이 아예 많이 활용되는 컴퓨터 비전이나 자연어 처리 등의 다양한 분석을 API 형태로 제공하면서 머신러닝의 모델링이나 학습에 대해 고민하지 않아도 지속적으로 최신의 인공지능 기술들을 활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스타트업에 적합한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원천 기술에 대한 고민만큼이나 직접적인 현업의 활용에 대한 가치가 높게 평가받기 때문이다. 이미 갖춰진 환경을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끌어내는 쪽에 집중되는 분위기라는 이야기다. 어떻게 보면 ‘인공지능 스타트업’이라는 말보다 인공지능을 토대로 하는 각 산업의 스타트업이 붐을 이루고 있다고 보는 편이 옳다.

물론 아직도 우리나라의 환경은 ‘원천 기술’에 대한 기대가 높다. 밑바탕이 되는 기술부터 특허와 관련 기술의 주도권, 그리고 실제 판매되는 서비스나 상품까지 연결되는 모든 연결 고리를 다 자체적으로 갖추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은 편이다. 2018년 종료된 스마일(SMILE) 프로젝트는 이런 분위기가 AI에 반영된 대표적인 사례다.

스마일 프로젝트는 2014년부터 정부 주도로 이뤄진 인공지능 플랫폼이다. 알파고로 머신러닝이 들썩인 것이 2016년 3월의 일이고, 이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가 2014년 구글에 인수됐으니 국내에서 이때부터 정부 주도의 기반 기술이 마련 되었던 것은 나쁘지 않은 출발이라고 볼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결국 큰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비판의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일찌감치 나서서 세계 수준의 플랫폼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어야 한다는 것인데, 사실상 지금 인공지능의 주류인 딥러닝은 구글이 오픈소스로 개방한 텐서플로(TensorFlow)가 중심을 잡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나 아마존을 비롯해 인공지능 관련 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했던 기업들도 결국은 이 오픈소스 기반 머신러닝을 서비스 안으로 끌어안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물론 국내에서 텐서플로 못지 않은 머신러닝 프레임워크나 플랫폼이 나왔다면 가장 좋은 일이지만 이를 성공해내지 못했다고 해서 아무 것도 얻지 못했다고 폄훼할 이유도 없다. IT 업계에서 골칫거리인 ‘한국형’ 서비스를 중심으로 만들어내는 것보다 관련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오픈소스 프레임워크를 활용하는 저변을 만들어내는 것이 지금 필요한 일이다.

특히 인공지능의 원천 기술은 매우 어려운 분야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고, 그에 비해 당장 얻어낼 수 있는 성과는 크지 않다. 이 때문에 세계적인 규모의 관련 기업들도 나름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인공지능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 기술 자체에 대한 것보다 인공지능으로 만들어내는 경험이 다르다는 것 때문이다. 특히 인공지능은 원천 기술을 만들어내는 것의 의미보다 활용을 바탕으로 한 서비스 플랫폼을 만들어내기에 아주 유리한 비즈니스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스타트업의 대부분은 텐서플로와 퍼블릭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사업을 넓혀가고 있다.

자율 주행, 의료, 생체 인식을 비롯한 서비스들이 쏟아지는데 이들이 집중하는 것은 최고의 프레임워크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핵심 데이터를 바탕으로 적절한 모델을 학습해서 그 결과물을 클라우드 형태의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이다.

창업하는 입장에서도 목표로 하는 서비스에만 더 집중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기능적으로 이전에 없던 역할들을 만들어내기에 유리하다. 인공지능이라는 플랫폼 위에서 각자의 경험과 데이터, 아이디어가 결합된 서비스가 만들어지면서 이를 클라우드로 배포할 수 있는 여건이 완전히 자리를 잡은 셈이다.

2020년 코로나로 투자가 얼어붙은 상황에서도 얼굴인식 기반의 AI 스타트업인 센스타임은 올해에도 6억 달러대의 시리즈 C 투자를 받으면서 전체 30억 달러가 넘는 투자액을 유치했다. 회사 가치는 85억 달러에 달한다. 이제 스타트업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규모의 이 회사는 안면인식을 위한 컴퓨터 비전 기술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이미지 분석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미지 분석 기반의 질병 진단과 자율주행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 회사는 이렇게 준비된 머신러닝 모델을 클라우드 형태로도 제공한다. 하지만 누구도 이 회사를 ‘인공지능 관련 기술과 인프라를 얻어 쓰는 회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공지능 스타트업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다.

최근 국내의 인공지능 움직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인공지능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자동차, 헬스케어 등으로 스타트업들이 성장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은 엄청난 변화를 만들어냈지만 기술적으로 보면 이제 막 첫걸음을 떼었을 뿐이다. 적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분야는 셀 수 없이 많이 남아 있고, 관련 기술이나 컴퓨팅 파워도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다.

당장 주목받는 자율주행 뿐 아니라 10년 이상의 긴 호흡으로 봐야 하는 의료, 헬스케어 등의 분야까지 산업의 경쟁력을 넓힐 수 있는 분야가 많이 남아 있다. 앞으로 인공지능은 거의 모든 분야에 접목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그 가능성도 충분하다.

스타트업을 통해 기회를 찾아내고, 비즈니스를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한 시기다. 그리고 이 기반 기술들이 큰 기업이나 공공을 통해 세상에 뿌리내리는 생태계가 순환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인공지능은 계속 발전할 것이고, 동시에 많은 분야에서 점차 더 대중적인 기술이 될 것이다.

본질은 인공지능 그 자체가 아니라 인공지능으로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 것인가에 달려 있다. 기반 기술이 전부가 아니라 다져진 땅 위에서 토대를 다지고, 세계가 함께 이해할 수 있는 기술을 바탕으로 시장을 넓혀갈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다. 스타트업이 가장 잘 할 수 있고, 가장 적합한 분야가 바로 인공지능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일이 아닐까.

AI타임스 최호섭 객원기자 work.hs.choi@gmail.com

 

[스페셜리포트]②AI로 상장한 스타트업은?...국내 인공지능(AI) 스타트업 현황

[스페셜리포트]③R&Dㆍ인프라ㆍ투자...국내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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