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ㆍ진단ㆍ감성교류까지...AI 기술 활용 기대
AI 정신 건강 연구, 글로벌 국가에서도 지속 증가세
관련 연구ㆍ산업 생태계 구축 필요성 제기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CASE 1. 우울증을 겪고 있는 A씨는 일요일 아침마다 일주일간 자신의 상태를 분석한 헬스케어 앱을 확인한다. 이 앱은 A씨의 스마트폰 사용 패턴을 바탕으로 그의 정신 장애 상태를 종합 분석한다. A씨는 이 결과를 자신의 의료진에게 제공한다. 잠시 후, A씨 상태에 맞춘 의료진의 소견서가 도착한다.

#CASE 2. 공황장애를 겪은 B씨는 정신과를 방문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정신 질환자를 바라보는 부정적 시선 때문이다. 이에 B씨는 병원에서 추천한 정신 분석 챗봇을 이용해 치료를 하고 있다. 챗봇을 활용해 공황발작 증상을 기록하고 이에 맞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또 발작 상황별 극복 방법과 관련 질환 탐색 등이 가능하다.

정신질환은 가벼운 스트레스부터 우울증과 치매 등 질병으로 나타난다. 질환의 원인과 과정은 다양하겠으나 경제적 어려움, 양극화, 단절감과 소외감 등에 따라 정신적 피로와 정서적 불균형 속에서 많은 정신질환을 경험할 수 있다.

이에 인공지능(AI)이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을 바탕으로 인간과 상호작용을 구현해 정신건강 회복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AI가 환자 상태를 실시간 분석하고 그 결과를 제공해 정신건강을 위한 진료ㆍ치료ㆍ예방ㆍ돌봄 서비스를 실현할 것이란 설명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ㆍ원장 김명준)은 국내ㆍ외 정신건강 관련 연구ㆍ서비스 동향을 분석하고 관련 AI 서비스를 전망ㆍ제안한 '정신 건강을 위한 인공지능 활용과 유망 서비스' 보고서를 1일 발표했다.

보고서는 현재 국내에서 우울증과 불안장애 등 정신질환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며, 정신건강 증진과 실효성 있는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어 이를 실현할 방법 중 하나로 AI 기술을 활용한 정신건강 연구ㆍ서비스를 꼽았다.

◆ 예방부터 감성 교류까지…정신 건강 위한 AI 서비스 제안

보고서는 국내ㆍ외 AI 기술 연구개발(R&D) 현황과 다양한 정신질환 특성을 고려해 일상 생활과 의료 기관에서 활용 가능한 유망 AI 정신 건강 서비스를 제안했다.

질병 예방은 개인의 평소 습관, 스트레스 수준, 대인 상호작용 빈도 등을 센서와 라이프 로그 데이터를 활용해 모니터링한다. 이후 이 데이터를 AI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본인과 주변인에게 정신건강 위험성을 알려주는 서비스다.

자살 사망자가 자살할 의도를 갖고 있을 때 이를 언어, 행동, 정서적 측면 등으로 주변에 드러낸다. 하지만 주변인은 이를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자살 징후를 파악한 AI 서비스가 관련 정보를 가족, 가까운 친지 등에게 알려 자살 시도를 막도록 도울 수 있다.

보고서 저자 송근혜 ETRI 기술정책연구본부 박사는 AI를 이용한 예방 서비스가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예방-진단-치료-사후관리 전(全) 과정에서 적합한 기술 개입이 필요"하다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 단계"라고 짚었다.

송 박사는 "대부분의 사람이 정신과 방문을 꺼리고 경쟁의 압박 속에서 살아가며 자신의 심리 상태를 온전히 자각하지 못해 심각한 증상에 이른 후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2018년 기준 국내 불안 장애 환자는 225만명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환자 증가율도 매년 4~5%를 상회하나 실제 진료를 받는 환자는 69만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4명 중 1명이 정신장애를 경험할 만큼 흔하지만, 관련 예방 조치는 많이 알려지지 않아 안타깝다"며 "AI는 개인의 일상생활, 뇌파, 신체 상태 등을 종합 분석해 정신장애 위험 수준을 정확히 알려주고 조기 치료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질환 진단에도 활용 가능하다. 이 서비스는 의료 기관을 방문한 환자의 생체 신호, 표정, 사용 언어 등을 분석해 진단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 키오스크 형태로 제작해 진료 접수 시 함께 수행하고, 분석 내용을 의사에게 전달해 실제 진료 때 활용한다.

환자와 타인 간 소통을 지원하고, 감성을 교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사후 관리 서비스도 기대할 수 있다. 정신 질환을 앓는 경우 타인과 의사소통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에 환자의 정신장애 위험군, 언어 습관, 정서 상태 등을 AI 알고리즘으로 분석한 뒤 소통의 장애물을 감별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또 환자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환자들을 공감하고 격려하며 위로할 수 있는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 환자간 감성 교류의 장을 마련한다.

미국 의료 기술 회사 마인드스트롱 헬스는 스마트폰 사용 패턴을 머신러닝(ML)으로 분석해 인지 능력 손상, 우울증, 약물 중독 등 정신장애를 진단하고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놨다.

이 서비스 앱을 실행하면 사용자의 타이핑 속도, 스크린 터치 방식, 스크롤을 내리는 방식ㆍ속도 등 45개 패턴을 수집ㆍ활용한다. 이 패턴 정보를 종합 분석해 기억력 저하를 비롯한 정신질환 상태를 판단할 수 있다. 또 분석 결과를 의료진에게 제공할 경우 의료진이 사용자 상태에 맞춘 처치법을 알려준다.

국내에서 강남세브란스병원(원장 송영구)이 모바일 챗봇을 활용해 정신건강 AI 서비스를 연구했다.

지난 9월 김재진ㆍ오주영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 연구팀이 2018년 개발한 AI 챗봇을 활용해 공황 장애 환자의 인지행동치료(CBT)를 실시했다. 연구팀은 4주간 41명의 환자 중 21명의 환자에게 챗봇을 이용하게 했고 다른 20명의 환자에게 공황장애 정보와 치료법이 책을 읽도록 했다.

그 결과, 챗봇을 활용한 집단의 공황장애 심각도 평가 점수가 12.9에서 12.4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통제 집단의 경우 특정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이 챗봇은 공황장애 진단ㆍ극복방법ㆍ탐색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환자 스스로 자신의 공황 증상을 확인할 수 있다.

송 박사는 "이 연구는 챗봇 이용에 따라 정신치료의 접근성을 높이고 상호 대화형 치료를 제공하며 환자의 자기 관리를 가능하게 했다는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AI+예방 서비스가 다른 서비스와 비교해 조기 상용화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기술 수혜자를 '환자'가 아닌 '일반인'에 초점을 맞춰 서비스를 개발하기 때문이다.

AI 기술을 이용한 치료의 경우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고 치료를 향한 의사와 환자의 확신이 필요하며, 임상시험과 의약품 규정 등 다양한 규제의 영향을 받는다. 또 환자가 데이터 유출을 우려해 관련 치료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다.

그는 "AI를 이용한 예방의 경우 의사의 진단 전에 자신의 심리 상태를 일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AI 학습 시 환자 데이터가 아닌 일반인의 데이터를 활용하기 때문에 AI를 학습시키는 데도 용이할 것"이라고 짚었다.

◆ 사회 안전 강화에 중요한 정신 건강…관련 연구도 지속 증가

보고서에 따르면, AI와 정신 건강 관련 키워드 바탕으로 관련 연구를 확인한 결과 지난 2000년부터 2019년까지 20년 간 총 1607건의 연구가 있었으며, 연구 수도 지속 증가 추세를 보였다.

미국이 597건으로 가장 많았고 영국이 246건으로 뒤를 이었다. 한국은 총 64건으로 10위를 기록했다.

이 같은 추세를 두고, 송 박사는 높아지는 정신 건강의 중요성과 기술의 발전이 연구 증가를 견인했다고 봤다.

송 박사는 "질병 발생에 따른 사회ㆍ경제적 비용 중 정신 질환이 차지하는 비율은 5%를 넘었다"며 "글로벌 주요 국가들이 사회 정책 최우선 과제로 정신 건강 증진을 채택하고 일련의 정신건강 의료 시스템 구축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짚었다.

또 "정신질환의 경우 발병 기전을 명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환자별로 발병 특성이 매우 다양해 치료 방법을 표준화하기 어렵다"며 "2010년대 중반부터 빅데이터와 ML을 근간으로 한 기술 진화에 따라 뇌공학, 정밀 의료, 영상 의학 등을 변화시킬 것이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AI 정신 건강 연구와 기술 개발 분야 선도국은 미국이다. 앞서 언급한 관련 연구 논문의 1/3 이상을 미국이 차지하고 있다.

송근혜 박사는 국내 연구도 충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논문 출판이 모든 연구 역량을 결정한다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글로벌 국가와 국내 연구ㆍ기술 사이에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면서도 "하지만 AI 정신 건강 연구ㆍ기술 분야는 대부분의 국가가 출발선을 조금 지난 속도인 만큼, 집중 투자로 빠른 추격이 가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연구 생태계 조성하고 정책 지원 활성화 해야

보고서는 AI 정신 건강 연구ㆍ기술ㆍ서비스 활성화할 수 있도록 연구ㆍ산업 생태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관련 분야를 주도할 수 있는 연구기관이 부족하고 글로벌 연구 협력이 미흡한 만큼, 산ㆍ학ㆍ연이 협력해 관련 연구ㆍ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송근혜 박사도 기존 산업의 이해 관계자를 연결하고 조율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봤다.

송 박사는 "현재 국내 의료기기와 신약 개발에 R&D 투자를 적극 시행하고 있는 만큼, 정신 건강에 AI 기술을 접목하기 위한 논의의 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이해 관계자를 모아 의견을 청취하고 AI 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방향 설계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AI 정신 건강 기술 개발ㆍ확산에 있어 중개자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송근혜 박사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민감 정보를 담은 정신과 데이터를 활용해 AI 정신 건강 서비스를 위한 원천 기술을 주도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고 예상하며 "이후 개발한 기술을 민간에 이전할 경우 관련 분야의 시장 경쟁력을 조기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전문 인력 양성의 중요성도 토로했다. AI 정신 건강 기술은 ICT 분야 소양과 정신 건강 지식을 모두 겸비한 융합 인재가 중요하다.

송 박사는 "양쪽 분야의 전문성을 확보한 인력 양성은 단기간에 쉽게 이뤄지기 어렵다"고 짚으며 "AI 대학원과 의과 대학원 등에서 AI를 접목한 전문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면 전문 인재 양성에 좋은 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AI타임스 김재호 기자 jhk6047@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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