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3억원 투입해 ‘세계 10위’ 슈퍼컴퓨터 구축
성능은? "240억명·1,440년 걸리는 계산, 1시간 만에"
저장 용량 107페타바이트…'1GB 영화 1억편 처리’
“광주AI 데이터센터, 국제적 AI 기업 육성에 큰 도움”
AI 경쟁력 키우려면 “슈퍼컴퓨터 정부 지원 필요”

광주 인공지능(AI) 집적단지 핵심 시설이 될 '광주AI 데이터센터'가 본격 착공을 앞두고 있다. 광주에 들어설 데이터센터(슈퍼컴퓨터) 성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셔터스톡 제공).
광주 인공지능(AI) 집적단지 핵심 시설이 될 '광주AI 데이터센터'가 본격 착공을 앞두고 있다. 광주에 들어설 데이터센터(슈퍼컴퓨터) 성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셔터스톡 제공).

광주 인공지능(AI) 집적단지 핵심 시설이 될 '광주AI 데이터센터'가 사업자 선정을 마치고 본격 착공을 앞두고 있다. 광주에 들어설 데이터센터(슈퍼컴퓨터) 실측 성능이 세계 10위권 내 성능으로 알려지면서 슈퍼컴퓨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를 통해 광주 지역 기업들과 연구기관 등 각계에 활용돼 성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 광주 AI데이터센터 성능은? "240억명·1,440년 걸리는 계산, 1시간 만에"

광주광역시는 오는 2022년까지 1000여억원을 들여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 그래픽처리장치(GPU Graphic processing unit) 실측 성능이 88.5 페타플롭스로 국내 최대 규모이자 세계 10위권 이내에 드는 슈퍼컴퓨터를 보유한다. 페타플롭스는 1초당 1000조번의 연산 처리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88.5 PF는 1조에 8경8천500조번의 부동(浮動) 소수점 연산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 최대 데이터센터와 슈퍼컴퓨팅 시스템인 한국 과학기술 정보연구원의 누리온 5호기의 25.7 페타플롭스(세계 17위)보다 뛰어난 세계 10위 수준이라고 광주시는 전했다. 총 저장 용량은 약 107Peta Byte(페타바이트)로, 1GB(기가바이트) 용량의 영화 약 1억편 규모와 맞먹는 양이다.

AI 집적단지 조감도. (사진=광주시 제공).
AI 집적단지 조감도. (사진=광주시 제공).
광주AI 데이터센터 성능.
광주AI 데이터센터 성능.

광주 AI데이터센터의 성능을 체감하기 위해선 현재 국내 최대 데이터센터인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누리온 5호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누리온의 속도는 25.7페타플롭스(PF)에 이르고 계산노드는 8437개다. 1페타플롭스(PF)는 1초에 1000조번 연산이 가능한 수준이며 25.7PF는 70억 명이 420년 걸려 마칠 계산을 1시간 만에 끝낼 수 있다.

광주 AI데이터센터 슈퍼컴퓨팅 시스템이 누리온 5호기 보다 3배 이상(3.44배) 뛰어난 점을 감안하면, 광주 AI데이터센터는 240억여명이 1,440여 년 걸리는 계산을 1시간 만에 끝내는 셈이다.

광주시는 이를 통해 최적화된 연구개발시험 환경과 AI특화 클라우드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서비스 별로 자세히 살펴보면 ▲인공지능 솔루션 서비스(AI 어플리케이션 서비스) ▲플랫폼 서비스(데이터 수집·가공·분석, 개발·운영 플랫폼 서비스) ▲인프라서비스(고성능서버, 스토리지 등 인프라 자원 서비스)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염민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슈퍼컴퓨팅응용센터장이 지난해 9월 21일 서울 세종로 HJ비즈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의 연구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산속도 25.7PF(메타플롭스)를 자랑하는 누리온은 2018년 KISTI에서 구축돼 160여개 기관 3천여 명의 연구자들과 소재·친환경에너지·바이오·기초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437만여 건의 작업을 수행해왔다. (사진=뉴스1 제공).
염민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슈퍼컴퓨팅응용센터장이 지난해 9월 21일 서울 세종로 HJ비즈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의 연구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산속도 25.7PF(메타플롭스)를 자랑하는 누리온은 2018년 KISTI에서 구축돼 160여개 기관 3천여 명의 연구자들과 소재·친환경에너지·바이오·기초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437만여 건의 작업을 수행해왔다. (사진=뉴스1 제공).

이로써 연구 시간의 단축 효과도 클 것으로 보인다. AI 데이터센터를 활용해 스타트업, 중소·중견기업, 연구기관, 대학 등이 인공지능 연구개발에 몰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염민선 KISTI 슈퍼컴퓨팅응용센터장은 "인공지능 음성인식, 이미지인식, 얼굴인식 등 AI 기업들이 생각보다 지속가능한 컴퓨팅 리소싱 기회가 많지 않다"며 "광주AI 데이터센터가 유치된다면 지속가능한 연구개발, 산업화 할 수 있게 돼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이어 염 센터장은 "접근성 보장해 산학연 연구자가 모두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산업체도 기존에 해보지 못했던 규모의 연구를 함으로써 선도적인 모델이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적 경쟁력을 지닌 기업이 탄생 가능성도 커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광주AI 데이터센터는 기업들의 기술 개발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셔터스톡 제공).
광주AI 데이터센터는 기업들의 기술 개발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셔터스톡 제공).

광주AI 데이터센터 착공을 앞두고 AI 기업들도 한껏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인공지능 솔루션 기업 ㈜애자일소다 관계자는 "광주시에서는 고성능 GPU를 도입해 입주사들의 AI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자 한다"며 "기업 입장에서 GPU가 매우 필수적인데 비용문제로 어려움이 따르는 실정에서 광주시의 행보가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애자일소다는 광주광역시와 '광주형 인공지능 비즈니스' 기반 조성을 위한 32번째 업무협약을 맺은 기업이다.

◇ 슈퍼컴퓨터가 뭐길래…美·中·日 3파전 '슈퍼컴' 경쟁 치열

슈퍼컴퓨터는 대용량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분석·처리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일반 고성능컴퓨터보다 연산속도가 수천 배 가량 빠르다. 특히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특성상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해야 한다. 이에 슈퍼컴퓨터는 4차 산업혁명 분야의 핵심 인프라로 손꼽힌다.

(사진=셔터스톡 제공).
(사진=셔터스톡 제공).

슈퍼컴퓨터는 개인용 PC나 기업에서 쓰는 중대형 컴퓨터와는 규모 자체가 다르다. 특히 기상예측, 항공기 설계, 충돌 평가 등 막대한 비용과 위험이 따르는 경우나, 실증에 제약이 많은 인공지능 분야의 경우 슈퍼컴을 이용한 모의실험은 필수적이다. 제대로 된 슈퍼컴이 없으면 속도와 규모면에서 슈퍼컴을 가진 기업이나 국가를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이 때문에 슈퍼컴퓨터 성능을 놓고 국가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매년 6월과 11월 두 번 발표되는 슈퍼컴퓨터 계산능력 순위에서 일본이 지난해 2분기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블룸버그, 요미우리 신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발표된 전 세계 슈퍼컴퓨터 계산속도 순위인 '톱500'에서 일본의 슈퍼컴퓨터 후가쿠(富岳)가 1위를 기록했다. 최신 버전의 후가쿠는 1초 당 44.2경회의 계산 속도를 달성했다.

2위는 미국의 ‘서밋’이었다. 3위도 미국의 ‘시에라’였다. 4위는 중국의 ‘선웨이 타이후 라이트’, 5위는 미국의 ‘셀레나’였다. 이어 7위는 독일, 8위는 이탈리아, 9위는 미국, 10위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슈퍼컴퓨터 순이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국가슈퍼컴퓨터 5호기 개통식 및 도입 3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국가슈퍼컴퓨터 5호기를 관람하며 관계자들로부터 설명을 들고 있다. (사진=뉴스1 제공).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국가슈퍼컴퓨터 5호기 개통식 및 도입 3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국가슈퍼컴퓨터 5호기를 관람하며 관계자들로부터 설명을 들고 있다. (사진=뉴스1 제공).

한국의 누리온은 2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6월 18위에서 3단계 떨어졌다. 후가쿠는 2011년 세계 1위를 차지했던 일본의 슈퍼컴퓨터 게이(京)의 후속 컴퓨터다. 지난해 6월 후가쿠를 앞세운 일본이 약 9년 반 만에 슈퍼컴퓨터 세계 1위를 탈환한 셈이다.

◇ 국가 AI 역량 키우려면…"정부 차원 AI 연구용 슈퍼컴퓨터 지원 필요"

국가 간 인공지능(AI) 경쟁구도에서 핵심 자원인 국내 컴퓨팅 인프라가 미국, 중국 등 기존 강국뿐 아니라 일본에도 크게 뒤처지고 있는 실정이다. 슈퍼컴퓨터 자원 부족이 시급히 개선해야 될 과제다. 기업인‧AI 전문가들은 국가 AI 역량을 키우기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상당수의 AI 기업은 혁신적인 AI 알고리즘이나 유용한 데이터를 확보하고도 이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 하드웨어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고가의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대용량 서버로 구성된 컴퓨팅 자원을 구축하는데 큰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 독일, 일본 등은 정부 차원에서 직접 이 같은 컴퓨팅 인프라를 확보해 지원한다. 특히 민간 기업이나 대학, 연구기관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자국의 AI 기술 저변을 넓히고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사진=셔터스톡 제공).
(사진=셔터스톡 제공).

한국 역시 뒤늦게 몇몇 나라의 사례를 참고해 민간 기업에 컴퓨팅 자원을 지원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AI 경쟁력이 뒤처지지 않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노력이 더 수반돼야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국내 공룡 IT기업으로 불리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기업들의 전문가들도 이에 힘을 보탰다.

5일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에 따르면 AI 연구용 HPC 수요예측 및 효과적인 지원방안에 대한 정책연구에 자문을 맡은 민간 전문가들이 최신 연구분야에 필요한 HPC 자원 규모와 현 지원체계 간 공백에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정우 네이버 AI LAB 연구소장은 “고성능컴퓨팅 자원을 대규모 인공지능 모델 개발에 활용하는 현재의 추세를 고려할 때 향후 필요 자원의 규모는 현재의 예측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진석 카카오페이지 기술전략이사는 “자금 여력이 충분한 민간 기업 중심으로 최신의 인공지능 연구가 활발한 추세이므로, 상대적으로 충분한 예산 확보가 어려운 학계를 대상으로 고성능컴퓨팅 자원이 지원되면, 국내 학계에서도 높은 수준의 인공지능 연구가 활성화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주재걸 KAIST 인공지능대학원 교수는 “현재 고성능컴퓨팅 자원이 충분하지 않아 최신 기술 분야의 연구 수행에 제약이 있다”며, “고성능컴퓨팅 자원의 지원은 국가 인공지능 역량을 전반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윤성로 4차위원장은 정책연구에 자문을 맡은 기업인들의 의견을 적극 검토해 고성능컴퓨팅 지원방안을 모색키로 했다. (사진=4차산업혁명위원회 제공)
윤성로 4차위원장은 정책연구에 자문을 맡은 기업인들의 의견을 적극 검토해 고성능컴퓨팅 지원방안을 모색키로 했다. (사진=4차산업혁명위원회 제공)

이에 4차위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대안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윤성로 4차위원장은 “인공지능 분야에서 고성능컴퓨팅 자원은 인프라의 성격을 가지며, 최근 연구 동향을 비추어 볼 때 인프라의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다”며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정부, 민간 기업, 학계 등과 지속적으로 소통하여 현장의 수요 대비 부족한 고성능컴퓨팅 지원방안을 모색해 우리나라가 인공지능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AI타임스 유형동 기자 yhd@aitimes.com

취재노트
광주AI 데이터센터가 착공됩니다. 성능으로는 현 기준 국내 1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국가간 과학 기술 수준의 척도를 슈퍼컴퓨터 인프라로 가늠해보는데요. 미국, 중국, 일본과 비교해 국내 경쟁력은 다소 떨어지는 게 현실입니다.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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