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하지 못한 비대면 경험을 현실적으로 잘 담아낸 CES2021
물리적인 우연성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다소 한계
특정 대기업 위주로 쏠리지 않고 스타트업에게 실질적 접근성 높아져
온라인과 오프라인 공존하는 더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게 과제

[편집자주]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2021년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가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온라인으로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로소프트, GM 등 글로벌 대기업들이 대거 참석했고, 국내 대기업과 벤처,스타트업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우리는 CES를 통해 머지않은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 때문에 사람들은 CES에 큰 관심을 보인다. 온라인 진행으로 한계가 명확했지만, 그래도 볼만했던 CES2021이 보여준 가까운 미래를 정리해봤다.

 (사진=ces 홈페이지)
 (사진=ces 홈페이지)

 

CES 2021의 주제는 소비자 가전이다. 온라인으로 펼쳐진 CES는 다시금 원론적인 주제, 우리의 일상과 가전을 담아냈다. 코로나19로 모든 활동이 멈춘 우리의 일상은 그 어느 때와 완전히 달랐고 온라인으로 자리를 옮긴 가전 박람회는 본질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으로 다녀온 해외 출장이 지난해 CES2020이었고, 농담 삼아서 이야기하던 마지막 출장이 아닌가 하는 우려는 정말로 현실이 되어 버렸다. 얼어붙은 1년이 지났고, 세상은 멈춰선 듯 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어느 한 소설 속의 미래 모습을 떠올렸고, 당연히 가전을 비롯한 IT는 세상의 변화를 반영한다. CES 2021에 흐르는 분위기는 ‘지금이 바로 미래’라는 점이었다.

CES는 오랫동안 미래를 말해 왔다. 더 크고 화질 좋은 TV, 인공지능이 결합되어 사람의 일손을 거들어주는 가전, 스스로 움직이는 자동차 등 영화나 소설 속에서 볼 것 같은 미래 기술들이 끊임없이 소개돼 왔다. 그리고 그 기술들은 단순한 기대를 넘어 오래지 않아 눈 앞의 현실로 찾아왔다. CES에 기대가 쏠리는 이유도 현실 가능한 미래가 얼마나 우리 가까이에 와 있는지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미래의 중심에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없애는 시나리오들이 담겨 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자연스럽게 커뮤니케이션이 연결되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오로지 통신 기술만이 이를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더 높은 통신 대역폭, 빠른 전송 속도는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에서 사진과 영상으로 그 분야를 넓혀 왔다. 하지만 이런 원격 커뮤니케이션은 하나의 옵션일 뿐이었다. 여전히 사람들은 직접 만나는 것을 선호하고, 비대면 접촉은 하나의 옵션으로 바라봤다.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도 더 많은 원격 커뮤니케이션을 말해 왔지만 사실 그 만큼의 비대면을 상상하지는 못했던 게 사실이다. 우리는 지난 1년간 인류 역사상 사회가 허용하는 한에서 가장 강력한 비대면 경험을 해 왔다. 어찌 보면 미래, 그 이상의 미래를 지내는 셈이다.

그 미래에는 무엇이 요구될까? CES는 그 고민을 아주 현실적으로 담아냈다. 우리에게 당장 필요한 기기는 요란한 기기가 아니라 우리에게 가장 익숙하고, 기본이 되는 PC였다. 지난 10년간 꾸준한 하락세에, 이제 저물어가는 산업으로 지목되기도 했던 PC는 순식간에 3억 대 시장 규모를 기록하며 두 자릿수 성장세를 자랑했다.

화려함보다는 가장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과 생산성을 위한 도구에 대한 선택이 이뤄진 것이다. 이에 호응하듯 인텔과 AMD, 엔비디아는 더 나은 성능의 모바일 반도체와 기업용 플랫폼을 내놓았다. 오랫동안 언급됐지만 피부로 와 닿지 않던, 하지만 지금 가장 필요한 기술이 다시 주목받는 것이다.

미래보다 현재를 돌아보는 것은 인공지능 업계도 마찬가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술 전문가 대신 최고법률책임자인 브래드 스미스가 등장해 인공지능을 비롯한 기술의 이중성, 그리고 윤리적 문제를 언급했다. 비대면 시대를 맞이하면서 우리의 더 많은 행동이 기록되고 공유된다.


브래드 스미스 CLO(최고법률책임자)는 “기술에는 양심이 없다”는 이야기를 중심에 두었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은 사람을 흉내내지만 윤리적인 의식을 갖고 있지는 않다.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용도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안면인식 기술은 안전하고 편리한 보안 수준이지만 동시에 가장 무서운 감시 수단이 되기도 한다. 합성 기술은 잃어버린 가족의 목소리를 들려주기도 하지만 보이스 피싱이나 딥페이크 등으로 악용될 수 있다. 기술과 이를 다루는 사람들의 책임이 중요하다는 것이 브래드 스미스의 메시지였다.

(사진= 올 1월 CES에서 열렸던 미국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
(사진= 올 1월 CES에서 열렸던 미국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

 

CES 2021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차분하게 흘러갔다. 사실 전시회의 가장 큰 재미는 드넓은 전시관을 헤매다가 마주치는 소소한 신제품들을 만나는 우연성에 있다. 디지털로 이뤄진 전시회는 물리적인 우연성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다소 한계를 보였다. 대신 관심 분야에 대해서는 빠르게 많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다. CES 2021에서 혁신상을 받은 한 스타트업의 대표는 “특정 대기업 위주로 쏠리던 관심이 온라인으로 옮겨지면서 실질적으로 관심을 주고받을 수 있는 미디어나 파트너들의 접근성이 훨씬 좋아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디지털 CES는 오프라인 전시회를 온라인으로 옮기는 것에 대한 부담과 함께 온라인이 담아내지 못한 부분도 많았다. 하지만 동시에 전시회 경험도 온라인에서 훨씬 풍부하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볼 수 있었던 부분은 크다. 언젠가 우리는 코로나 19를 극복할테고, 전시회도 오프라인으로 돌아오겠지만 온라인을 통한 정보 접근의 경험은 여전히 남아 있을테고, 그게 다시 오프라인 경험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공존되어야 한다. 균형이 필요했고, 우리는 지난 1년간 조금 더 온라인에 가까운 삶을 살아왔다. 그리고 그렇게 달갑지만은 않은 ‘미래’를 지나가고 있다. 누구보다 온라인을 중심에 놓고 싶어하던 기술 기업들도 이에 공감하게 됐다는 것이 2021년의 디지털 CES가 남긴 가장 큰 의미다.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는 미래를 만드는 것이 많은 기술 기업들의 궁극적인 목표였다. 그 균형을 찾아가는 모습이 흥미로웠고,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다음 CES에 대한 기대는 더 커졌다.

AI타임스 최호섭 기자 work.hs.cho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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