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전시회를 본격 접수한 헬스케어 제품들
코로나19로 비대면 절실...원격 모니터링 기능은 기본 탑재
재활운동, 치매검사, 간병까지 원격 통합 솔루션 확대
바늘 완전 제거한 CGM, 햇빛 모방하는 AI 조명도 주목

[편집자주]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2021년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가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온라인으로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로소프트, GM 등 글로벌 대기업들이 대거 참석했고, 국내 대기업과 벤처,스타트업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우리는 CES를 통해 머지않은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 때문에 사람들은 CES에 큰 관심을 보인다. 온라인 진행으로 한계가 명확했지만, 그래도 볼만했던 CES2021이 보여준 가까운 미래를 정리해봤다.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올해 CES에서는 세계적인 가전 전시회라는 수식과 다르게 헬스케어 기업들이 대거 참여하는 이례적인 기록을 세웠다. CES 2021에 참가한 1951개 참가 기업 중 565곳은 헬스케어나 웰니스 분야다. ‘가전’과 ‘헬스케어’의 관련성이 이전과 다르게 부쩍 커졌음을 증명하는 사례다.

사실 병원 밖에서 건강을 관리하는 웨어러블 기기들이 우리 생활에 자리잡은 것은 수년전 일이다. 스마트워치 대표 격인 애플워치가 출시된 때가 2016년이다. 애플워치, 갤럭시워치와 같은 스마트워치는 이미 심전도 측정 기능을 탑재했으며, 채혈 없는 혈당 측정 기능을 올해 안에 추가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집 안에서 생활하는 비중이 크게 늘어나면서 올해부터는 ‘홈 헬스케어’가 실험실에서 나와 우리 일상에 스며들었다. 감염 우려와 의료 인프라 부족으로 병원 방문이 어려워지면서 원격 의료는 먼 미래 기술이 아닌 의료 현장의 한 도구가 됐다. 단순히 편리한 서비스를 넘어 새로운 의료와 건강관리 방법을 제안하게 된 것이다.

금년 CES에 출품된 대다수 헬스케어 제품들은 원격 모니터링 기능을 기본 탑재한 상태에서 각자만의 솔루션을 제시했다. CES 2021에서 주목할 만한 5개 홈 헬스케어 제품을 살펴보면서 가까운 미래 확장된 병원이 될 우리 집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집 안에 들어온 재활치료로봇

코로나19로 인해 큰 타격을 받은 것 중 하나는 단연 운동이다.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파킨슨병 환자, 사고로 인해 재활이 필요한 환자들에게는 특히 치명적인 상황이다.

한국 기업 에이치로보틱스의 리블레스(Rebless)는 로봇기술과 IoT 기술이 결합된 스마트 원격재활 솔루션을 제안한다. '사용자 의도파악 알고리즘'을 탑재한 재활 로봇이 환자 개개인에 맞춰 운동 보조력·저항력을 자동으로 제어해준다. 연동 앱에서는 환자 운동 기록을 모아 개선 상태를 추적하고 원격으로 치료사가 피드백을 제시할 수도 있다.

리블레스로 상체 재활 중인 모습(사진=에이치로보틱스)
리블레스로 상체 재활 중인 모습(사진=에이치로보틱스)

사실 개인 맞춤형 재활로봇은 에이치로보틱스 이외 많은 회사에서 이미 선보인 바 있다. 새로운 점은 원격 모니터링 기술과 자동 로봇 기술을 합쳐 복합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에이치로보틱스가 구축한 통합 재활 솔루션 플랫폼에서는 비대면 원격 진료로 의사와 재활 상담이 가능하다. 운동 처방을 통해 의사가 환자에게 필요한 운동값을 사전에 설정할 수도 있다.
 

◆집에서 쓰는 알츠하이머 치매 검사 헬멧

알츠하이머 치매는 조기 발견이 중요하지만 병원 검사만으로 초기 징후를 발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한국 기업 아이메디신(iMediSync)은 집에서 간편하게 뇌파 검사를 진행, 알츠하이머 징후를 알아챌 수 있게 돕는 알츠하이머 치매 감지 헬멧 아이싱크웨이브(iSyncWave)를 제안한다.

아이싱크웨이브 제품 모습(사진=아이메디신)
아이싱크웨이브 제품 모습(사진=아이메디신)

병원에 누워 끈적이는 젤을 두피에 묻혀 진행하는 뇌전도(EEG)검사와 다르게 10분 정도 헬멧을 쓰는 것만으로 집에서 간편하게 뇌파를 측정, 알츠하이머성 치매 초기 징후를 감지한다.

아이싱크웨이브 내 AI 뇌 매핑 기능이 알츠하이머 뇌파를 구분해 임상 전단계 알츠하이머 치매(AD)를 판단하는 방식이다. 뇌가 퇴화함에 따라 뇌파가 전반적으로 느려진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병원 검사를 대체할 수는 없지만 간편한 방식으로 신경 장애 예방을 위한 정기적인 검진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자사 클라우드 플랫폼인 아이싱크브레인(iSyncBrain)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인 아이싱크미(iSyncMe)와 함께 작동해 정신과 의사와 연결하는 원격 의료 플랫폼으로도 기능한다.

아이메디신은 “고급 EEG 분석 플랫폼인 아이싱크브레인 MCI 분류기는 알츠하이머 또는 비 알츠하이머 유형의 기억 소거성 경도인지 장애(MCI)를 선별, 구별해 임상 전단계에서 치매를 예방한다. 이는 다기관 임상 시험에서 90% 이상 정확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노인 전용 원격 간병앱...불면·영양실조·낙상·우울 빠르게 감지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는 일상의 작은 변화가 건강에 큰 위협이 되는 경우가 많다. 식욕이 갑자기 떨어지거나 목욕탕에서 미끄러지는 사고를 당하는 등 일상적으로 보일 수 있는 일이 목숨을 좌지우지하기도 한다.

미국 소재 디지털 건강 플랫폼 기업 케어프레딕트(CarePredict)는 노인 전용 모니터링 앱인 터치포인트(TouchPoint)를 이번 CES에서 선보였다. 해당 서비스는 자사 스마트 웨어러블 장치인 템포(Tempo)와 결합돼 원격 간병 기능을 제공한다.

보통 한두가지 생체신호만을 모니터링하는 여타 제품과 달리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수면, 음식 섭취, 칫솔질 등 개인의 전방위적인 신체 활동을 감지·분석하는 것이 특징이다.

터치포인트 서비스에 사용하는 디바이스 모습(사진=케어프레딕트)
터치포인트 서비스에 사용하는 디바이스 모습(사진=케어프레딕트)

면저 팔찌 형태인 템포를 착용한 노인의 활동 정보를 모은 터치포인트에서 개인에 맞춘 정상적인 일상 패턴을 학습한다. 이후 일상 활동에 대해 항시 모니터링하면서 추세 보고서를 작성한다.

식사를 놓칠 때, 평소보다 더 많이 혹은 적게 자는 경우, 활동이 늘거나 떨어질 시 가족이나 간병인에게 즉시 경고를 보낸다. 요로감염, 우울증, 영양실조, 경미한 인지 장애, 낙상을 빠르게 감지해 적절한 대응과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노인이 손목에 찬 템포에서 연락 버튼을 누르면 간병인과 쉽게 연락할 수도 있다.
 

◆혈당 측정에서 바늘이 완전히 사라지다

차세대 혈당측정기의 핵심 기술 3가지는 항시 혈당 측정, 원격 모니터링, 그리고 바늘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다. 덱스콤, 애보트와 같은 글로벌 의료기기 회사들은 수년 전부터 연속혈당측정기(CGM)에서 해당 기능들을 구현하려 노력해왔다.

우리나라에서도 2019년부터 제1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CGM에 대한 건강보험을 제공하면서 일부 당뇨병 환자들이 실생활에서 사용하고 있다.

현재 시중에 나온 CGM들은 바늘로 손가락을 찔러 한순간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복부에 부착한 센서를 통해 항시 혈당을 잰다. 이 혈당 값은 연동 앱으로 전달돼 상황별 추세 분석에 쓰이며, 앱에 등록된 보호자나 의사는 원격으로 결과값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아직 어느 회사에서도 완전히 바늘을 없애는데 성공하지 못했다. 기존 CGM 제품들에는 센서에 바늘이 포함돼 있거나 센서를 피부 아래 삽입해야 한다.

일본 스타트업 퀀텀 오퍼레이션(Quantum Operation)은 올해 CES에서 바늘을 완전히 제거한 CGM을 제시했다. 시계 형식 제품에 내장된 소형 분광계로 혈당을 측정해 피부 손상이 전혀 없다는 설명이다. 해당 분광기 재료에 대해서는 특허를 받은 바 있다.

시계 모습 제품 내 분광계로 혈당을 측정하는 퀀텀 오퍼레이션 제품(사진=퀀텀 오퍼레이션)
시계 모습 제품 내 분광계로 혈당을 측정하는 퀀텀 오퍼레이션 제품(사진=퀀텀 오퍼레이션)

이번 CES에서 퀀텀 오퍼레이션은 자사 제품 성능을 기존 대중적인 CGM인 애보트의 프리스타일 리브레와 비교한 실험결과를 발표했다. 어느 정도 근접한 성능을 보였지만 상업화를 바로 진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상황이다.

퀀텀 오퍼레이션이 공개한 자사 제품 성능 자료. 프리스타일 리브레와 비교한 결과.(표=퀀텀 오퍼레이션)
퀀텀 오퍼레이션이 공개한 자사 제품 성능 자료. 프리스타일 리브레와 비교한 결과.(표=퀀텀 오퍼레이션)

추후 회사는 자사 디바이스를 착용한 환자가 생성한 방대한 정보를 수집·조사할 수 있는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AI 조명으로 집에서 쬐는 인공 햇빛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전염병 시대에 절실한 햇빛을 만드는 기술도 등장했다. 국내 기업 루플은 이번 CES에서 인공지능(AI) 조명 올리(Olly)를 공개했다.

햇빛을 모방하는 AI 조명 올리 모습(사진=루플)
햇빛을 모방하는 AI 조명 올리 모습(사진=루플)

올리는 햇빛을 모방해 낮 동안 집중력을 올리고 활력을 줄 수 있는 특정 파장의 빛을 내보낸다. 일반 LED 조명과 달리 멜라토닌 생산을 돕는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다. 루플에 따르면 이 조명을 20분 사용할 시 에스프레소 커피 샷 1잔을 마신 각성 효과를 볼 수 있다. 주간용 조명과 별도로 마련한 야간용 조명에서는 숙면을 돕는 빛을 비춘다.

김용덕 루플 대표는 “각종 스트레스로 불규칙해진 현대인들의 생체리듬을 되찾아주기 위한 인간중심 조명을 개발했다”고 전했다. 루플의 AI 조명은 오는 3월부터 미국에서 89달러(한화 약 10만원)에 판매될 예정이다.

 

AI타임스 박성은 기자 sage@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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