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유니온 박정훈 위원장, '플랫폼 배달노동과 알고리즘 기술 통제' 포럼 연사로 나서
배달앱 AI 배차시스템 알고리즘, 라이더 수락률·평점 떨어지면 '배차 제한' 고발
배달료 프로모션, 구역 나누기 등 방법으로 '장거리 배차' 유도하기도
박 위원 "플랫폼 기업 알고리즘 정보 공개해 공공부문에 활용해야"

“매니저 대신 알고리즘이 하는 세련된 형태의 노동통제일 뿐이다”

국내 배달 애플리케이션 기업이 플랫폼노동자 배차 관리 방안으로 인공지능(AI)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또다른 ‘노동통제’ 수단이 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일 문화사회 실현운동 단체 문화연대는 ‘플랫폼 배달노동과 국내 알고리즘 기술 통제 경향’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포럼 자문위원으로 라이더유니온 박정훈 위원장이 초대됐다. 라이더유니온은 배달 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결성된 노동조합으로 400여명 조합원이 참여하고 있다.

포럼 자문위원으로 초청된 라이더유니온 박정훈 위원장(왼쪽). 포럼 진행을 맡은 문화연대 이광석 집행위원(오른쪽)(사진=문화연대는 ‘플랫폼 배달노동과 국내 알고리즘 기술 통제 경향’ 포럼 영상 캡처)
포럼 자문위원으로 초청된 라이더유니온 박정훈 위원장(왼쪽). 포럼 진행을 맡은 문화연대 이광석 집행위원(오른쪽)(사진=문화연대는 ‘플랫폼 배달노동과 국내 알고리즘 기술 통제 경향’ 포럼 영상 캡처)

이날 박 위원장은 ‘배달앱’ 기업의 AI 배차시스템이 ‘라이더’들에게 사실상 노동을 강제한다고 말했다. 배달앱 기업은 AI 알고리즘을 통해 라이더들의 업무를 관리해 '근로자성' 논란을 회피하고 '업무 책임'을 라이더에게 전가한다는 주장이다.

또 알고리즘이 라이더의 '수락률'과 배달 '평점'으로 배차를 결정해 라이더들이 배차를 거절할 수 없는 '자기통제' 구조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납득할 수 없는 AI의 업무 지시도 라이더들이 따를 수밖에 없는 부당한 상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AI 배차시스템, ‘근로자성’ 회피 위한 편법?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등 국내 배달앱 기업들은 ‘AI 배차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2월 수도권 일부 지역을 시작으로 AI 배차시스템을 도입해 7월 전 지역으로 확대했다. 요기요 역시 지난해 7월부터 AI 배차시스템인 ‘요기요 익스프레스’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배달앱 기업은 AI 시스템으로 라이더에게 효율적인 배차 관리를 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이는 플랫폼노동자의 ‘근로자성’ 논란을 비껴갈 회피처 역할도 하고 있다.

라이더에게 근무 지시하는 메신저 캡처(사진=박정훈 위워장 제공)
라이더에게 근무 지시하는 메신저 캡처(사진=박정훈 위워장 제공)

2019년 11월 노동부는 요기요의 배달대행 라이더를 근로자로 인정했다. 이는 플랫폼노동자를 근로자로 인정한 국내 첫 사례다. 플랫폼노동자는 업무 위탁계약에 따른 개인사업자지만 구체적인 출퇴근 통제 등 업무 지시가 있었다는 이유다.

이전에는 배달앱 매니저들은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통해 라이더 근태 관리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AI 배차시스템을 도입하며 라이더에게 ‘알고리즘’을 통해 간접적으로 근무 관리를 할 수 있게 됐다. 플랫폼노동자 직접 근무 통제라는 논란을 피할 수 있게 되는 지점이다.

◆‘수락률’, ‘평점’ 낮아지면 알고리즘이 배차 제한... 배차 거절할 수 없는 구조

배달 중 눈 밑이 찢어지는 사고를 당한 라이더(사진=박정훈 위원장 제공)
배달 중 눈 밑이 찢어지는 사고를 당한 라이더(사진=박정훈 위원장 제공)

AI 배차시스템은 라이더들의 ‘수락률’과 ‘평점’을 기반으로 알고리즘이 배차 할당 여부를 판단한다. 수락률과 평점이 낮으면 라이더들은 배차 제한·지연 등 패널티를 받는다. 라이더들이 함부로 배차를 거절할 수 없는 이유다.

박 위원이 소개한 사례에 따르면 배달근로 중 사고를 당한 라이더에게도 ‘배차 거부’ 패널티가 적용된다. 배달 중 차량 충돌로 눈 밑이 찢어지는 사고를 당한 요기요 라이더는 “눈 밑이 많이 찢어졌다”라며 배달을 수행 안 하면 패널티가 있는지 문의했다. 요기요 측이 내놓은 대답은 “정말 안타깝게도 배차를 제외하게 될 경우 수락률에 반영이 되는 점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였다. 이에 라이더는 “(배차) 취소하지 마세요. 갈 테니까”라고 답변했다.

고객 ‘평점’ 역시 알고리즘 배차 반영 요소다. 평점이 낮아지면 배차가 제한된다. 쿠팡이츠는 라이더의 최근 100건의 배달에서 받은 고객 점수를 색깔 등급으로 제시한다. 평점 등급 안내에 녹색은 ‘최고의 배달 파트너입니다!’라는 소개 문구가 적혀있다. 노랑에 이어 빨강 등급을 받게 되면 ‘개선할 여지가 있으며, 업무가 위탁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라고 명시돼있다. 박 위원장은 빨강 등급의 경우 사실상 ‘해고’라고 말했다.

이런 탓에 라이더들은 장거리 배차가 들어와도 거절할 수 없다. 박 위원장은 배달앱 기업이 '배달료 프로모션'과 '배달구역 나누기' 방법 등으로 라이더 장거리 배차를 유도한다고 주장했다.

각 배달앱 기업은 주말 저녁 등 '피크타임'에 맞춰 '건당 최소 6000원' 등 배달 수수료 프로모션을 제공한다. 배달앱 기업은 이런 '미끼'를 통해 라이더가 애플리케이션에 대거 접속하도록 유도한다. 그다음 여러 배달구역으로 나눠진 곳 중 배달료는 낮고 거리는 먼 곳으로 배차를 진행한다는 주장이다.

강남구 저녁 피크타임 프로모션. 박 위원은 강남구 1, 3, 4 지역에 '건당 최소 6000원'을 홍보했지만 라이더들이 막상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하면 배차는 2지역만 된다고 설명했다. (사진=박정훈 위원장 제공)

예를 들면 쿠팡이츠는 기존 '강남구' 하나였던 배달구역을 강남구 1~4, 네 지역으로 나누었다. 4지역의 경우 기본 배달료가 높아 라이더들이 선호하는 곳이다. 여기에 배달료 프로모션이 추가되면 라이더들이 시간에 맞춰 4구역에서 대기한다.

하지만 4지역 배차 인원에는 한계가 있다. 프로모션 시간은 30분~60분 안팎이기 때문에 대거 유입된 라이더 중 시간 내 프로모션 혜택을 받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때 잉여인력이 된 나머지 라이더들을 알고리즘이 배달료는 낮지만 거리는 먼 1~3구역으로 배차하는 구조다.

박 위원장은 이러한 알고리즘 시스템에 라이더와 배달앱 간 ‘정보 불균형’ 문제가 있다고 제기했다. 라이더들은 몇 건이나 배차 거절을 해야 패널티를 받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쿠팡이츠의 경우 라이더에게 패널티를 주었는지조차 알리지 않는다. 라이더가 먼저 회사에 문의를 해야 안내해주는 식이다.

(사진=박정훈 위원장 제공)

박 위원은 수락률과 “평점이 어느 정도까지 용인되는지 모르는 이런 상황에 라이더들은 ‘자기통제’를 겪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는 또 다른 ‘노동통제’가 된다는 주장이다.

◆납득할 수 없는 AI 관리 시스템... 피해는 라이더에게

쿠팡이츠 조리시간 정확도 점수(사진=박정훈 위원장 제공)
쿠팡이츠 조리시간 정확도 점수(사진=박정훈 위원장 제공)

쿠팡이츠의 경우 라이더뿐 아니라 음식점에도 AI 관리 시스템을 적용했다. 음식점은 ‘예상 조리 시간’을 설정해 라이더에게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예상보다 음식이 빨리 조리돼 라이더에게 일찍 전달하면 ‘조리 시간 정확도’ 점수가 떨어지게 된다. 예를 들어 예상 조리시간을 15분이라 설정했지만, 라이더에게 10분 만에 음식을 전달하면 조리 시간 정확도는 하락한다. 이 점수에 따라 음식점은 ‘치타배달’ 상위 노출이 되지 않는 패널티를 받게 된다.

박 위원은 이런 상황으로 라이더들이 시간 손해를 겪는다고 말했다. 5분~10분을 다투며 배달하는 라이더에게 시간은 수입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박 위원은 “음식이 빨리 나와도 조리 시간 정확도를 맞추기 위해, 라이더에게 음식을 주지 않는 일도 생긴다”라며 “시간이 중요한 배달 노동자가 피해를 받게 된다”라고 말했다.

왼쪽은 AI 배차시스템이 배달경로를 직선거리로 계산, 오른쪽은 네비게이션 안내 경로(사진=박정훈 위원장 제공)
왼쪽은 AI 배차시스템이 배달경로를 직선거리로 계산, 오른쪽은 네비게이션 안내 경로(사진=박정훈 위원장 제공)

뿐만 아니라 AI 배차 시스템은 배달 동선을 잘못 설정하기도 한다. 경로를 무작정 직선거리로 계산하는 경우 등이다. 이에 고객에게 안내하는 배달 예상 시간도 직선거리 기준이다. 이럴 경우 라이더가 안내 시간보다 배달에 늦으면 고객 불만으로 평점을 낮게 주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플랫폼 기업, AI 알고리즘 정보 공개해야... ‘공공 부문’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

이날 박 위원은 플랫폼 기업의 정보 공개를 통해 이런 불평등한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달앱 기업의 경우 라이더의 근무 시간, 소득 정보 등을 근로복지공단에 제공하면 라이더의 노동 환경이나 건강권 실태를 확인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 위원은 “카카오 같은 경우 국내 대중교통의 거의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다”라며 “이 정보를 바탕으로 도시를 재구성하거나 공공 운송 부문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사기업이 이런 데이터를 모두 가지고 있는 게 적절한지도 고민해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사진=문화연대는 ‘플랫폼 배달노동과 국내 알고리즘 기술 통제 경향’ 포럼 영상 캡처)
(사진=문화연대는 ‘플랫폼 배달노동과 국내 알고리즘 기술 통제 경향’ 포럼 영상 캡처)

박 위원은 “요즘 전국민고용보험 이야기가 나오는 만큼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공공기관에 제공할 필요가 있다”라며 “데이터를 어떻게 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부분은 데이터 공공성 운동을 하는 분들이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AI타임스 장희수 기자 heehee2157@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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