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상황‧조난 발생 시 대응 위한 AI 기술들 국‧내외서 개발 '속속'
CCTV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및 스마트 드론 개발 등에 활용 전망
美 코넬대 연구진, 접촉각 센서 없이 그림자로 소통 가능한 기술 고안
시각‧청각 AI 등 기술 응용영역 확대…사회안전망 구축 도움 기대

긴급 상황이나 조난 발생 시 사람들의 안전을 지키는 인공지능(AI) 기술들이 국내‧외에서 속속 개발되고 있다. 이미지는 기사와 무관. (사진=셔터스톡).
긴급 상황이나 조난 발생 시 사람들의 안전을 지키는 인공지능(AI) 기술들이 국내‧외에서 속속 개발되고 있다. 이미지는 기사와 무관. (사진=셔터스톡).

 

#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갑자기 울린 화재 경보에 놀란 A씨는 급하게 밖으로 뛰쳐나왔다. 연기가 자욱한 도서관 복도. 연기 때문에 비상구가 어디에 있는지 감이 오지 않는다. 그때 눈앞에서 어른거리는 형체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A씨에게 AI 로봇이 다가온다. 로봇은 A씨를 안전하게 비상구가 있는 곳으로 안내한다.

# 해수욕장에 놀러간 B씨. 수영을 잘하는 B씨는 깊은 곳까지 들어가 물놀이를 즐겼다. 해질녘이 되자 어둑어둑해진 하늘을 보고 B씨는 이제 그만 돌아갈 참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발에 쥐가 났다. B씨의 허우적대는 손짓과 구조 요청 소리를 감지한 튜브형 AI 수상안전요원 로봇이 곧바로 B씨에게 달려와 긴 튜브 팔을 내민다. B씨는 로봇 팔에 의지해 무사히 물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긴급 상황이나 조난 발생 시 사람들의 안전을 지키는 인공지능(AI) 기술들이 국내‧외에서 속속 개발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시각이나 청각 등을 기반으로 각종 사고를 감지하고 재난상황에 대응해 인명 구조에 힘을 보태겠다는 취지다. 향후 이 같은 AI 기술들이 기존의 다른 시스템이나 서비스‧제품 등에 접목된다면 어떨까.

국내에서는 사고 상황을 빠르게 인식하고 후속 조치로 연결시키는  AI 기술들의 연구‧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지난해 열린 ‘AI 그랜드 챌린지’에서는 AI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재난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유용한 아이디어와 기술들이 쏟아져 나왔다. ‘AI 그랜드 챌린지’는 참가자들이 알고리즘을 개발해 문제를 해결하면서 AI 기술 실력을 겨루는 도전‧경쟁형 연구개발(R&D) 경진 대회다.

AI 기술을 활용한 CCTV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과 저비용·고효율의 스마트 드론 개발 등은 인명 구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미지는 기사와 무관. (사진=셔터스톡).
AI 기술을 활용한 CCTV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과 저비용·고효율의 스마트 드론 개발 등은 인명 구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미지는 기사와 무관. (사진=셔터스톡).

4차 대회 행동인지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한 AI 서비스 전문기업 ‘이스트소프트’ 소속 연구팀은 갑자기 실신하는 사람을 감지해 위치를 파악하기 위한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이 알고리즘은 동영상 데이터에서 개별 이미지 프레임을 추출한 뒤 사람 위치와 사람 분류 모델을 활용해 여러 프레임에 걸쳐 등장하는 동일인을 찾고 해당 인물이 지정됐을 때 이상 행동 중 실신 행동을 분석한다. 이 기술은 CCTV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과 저비용·고효율의 스마트 드론 개발 등에 활용 가능할 전망이다.

3차 대회의 음향인지 트랙에서 최종 2위에 오른 인트플로우‧건설기술연구원의 ‘intflowkict’ 팀은 드론 소음 제거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 유넷(U-Net) 기반 음성 스펙트로그램 분리 기법을 고도화함으로써 다수 화자 음성의 분리와 발성 방향 인지, 성별 식별을 한 번에 수행하는 ‘레티나유넷(Retina-U-Net) 기반 청각 지능 모델을 개발했다. 

또 2019년과 지난해 AI 그랜드 챌린지에서 2년 연속 입상한 김홍국 지스트 교수 연구팀은 청각 AI를 이용해 사람을 구조할 수 있는 드론 AI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위험에 빠진 사람이 구조요청을 하거나 비명을 지를 때나 갑작스러운 사고 소리가 날 때 이를 감지해 자동으로 식별해 위치를 파악하고 구조를 요청할 수 있는 기술이다. 기존의 일반적인 CCTV를 이용해 구조요청 등을 인지하고 그 방향으로 CCTV 방향을 돌려 정밀 모니터링할 수 있다. 향후 드론 등에 탑재될 경우 사고 현장 조기 발견을 통해 인명 구조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AI 기술이 기존의 일반적인 CCTV에 적용되면 구조요청 등을 인지해 그 방향으로 CCTV 방향을 돌려 정밀 모니터링할 수 있다. 이미지는 기사와 무관. (사진=셔터스톡).
AI 기술이 기존의 일반적인 CCTV에 적용되면 구조요청 등을 인지해 그 방향으로 CCTV 방향을 돌려 정밀 모니터링할 수 있다. 이미지는 기사와 무관. (사진=셔터스톡).

정부도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스마트 재난안전관리’에 적극 나서고 있다. 행정안전부 재난안전본부는 화재 시 건물 구조나 화염·연기 등을 인식해 피난 경로를 자율주행 방식으로 알려주는 도움 장치와 해양사고 발생 시 조난자 위치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주는 스마트 부력밴드 등 여러 연구개발 사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최근 미국 코넬대 연구진은 접촉각 센서 없이도 손동작 그림자 움직임을 포착해 사람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섀도 센스(Shadow Sense)’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비상 상황 시 사람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는 공기 주입식 팽창형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 이 같은 기술 개발에 나섰다고 설명한다.

(영상=코넬대 유튜브).

로봇은 극한의 상황과 환경에서 인간과 의사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소음으로 시끄럽고 연기가 가득한 건물 복도에서 사람 손의 압력을 감지해 그 사람을 안전하게 탈출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손가락 끝이나 피부에 접촉한 상태를 감지하는 '접촉각 센서'를 사용할 경우 로봇의 무게가 증가하고 배선이 복잡해지는 것은 물론, 변형 가능한 로봇 피부에 삽입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연구진은 로봇에 수많은 접촉각 센서를 설치하는 대신 시각을 이용해 저비용으로 촉각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다.

'섀도 센스' 기술은 로봇 내부에 장착된 USB 카메라를 통해 로봇 피부 위에 나타난 손동작의 그림자 움직임을 포착해 이를 기계학습(ML) 소프트웨어로 분류한다. 로봇 피부 아래 장착된 카메라는 그림자 이미지만 봐도 그 사람이 로봇을 어떻게 만지고 있는지, 또 그 사람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유추해낼 수 있다. 특히 이 기술은 프라이버시 문제에서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섀도 센스 기술을 적용한 로봇은 사용자를 그림자 형태로만 볼 수 있기 때문에 사용자의 얼굴 등 고화질 이미지가 없어도 행동을 감지할 수 있다.

현재 연구개발 중인 AI 기술들이 향후 실생활의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돼 사회 안전망 구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지는 기사와 무관. (사진=셔터스톡).
현재 연구개발 중인 AI 기술들이 향후 실생활의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돼 사회 안전망 구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지는 기사와 무관. (사진=셔터스톡).

꼭 로봇 형태일 필요도 없다. 연구진은 풍선과 같은 다른 재료에 섀도 센스 기술을 접목해 터치 감지 장치로 변신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아직은 6가지 제스처밖에 구별해내지 못하지만 향후 데이터를 충분히 수집하게 되면 필요한 로봇 작업에 맞게끔 맞춤형으로 훨씬 광범위한 상호작용 어휘를 인식할 수 있도록 로봇을 훈련시킬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만약 이러한 기술들이 기존의 다른 기술과 접목돼 상용화된다면. 예를 들어 AI 방역로봇이나 CCTV, 드론, 또 최근 로봇 팔을 장착한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의 로봇 개 스팟(Spot) 등과 결합된다면, 훨씬 더 다양한 영역에서 큰 시너지 효과를 내며 사회안전망 구축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제 날로 진화를 거듭하는 AI가 연구실 밖으로 나와 실생활에서 사람을 살리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세상이 점점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AI타임스 윤영주 기자 yyj051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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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노트
일각에서는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초지능(superintelligence)’ 시대의 도래를 우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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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살리는 AI', '사회에 도움이 되는 AI'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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