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총괄 이강우 교수·핵심 사업 리드 김지희 교수 인터뷰
대학 자체 데이터 구축해 보안 문제 해결, 학생 교육·연구 촉진
한국사회보장정보원과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 케어 서비스 R&D
실증 인프라 구축 어려운 중소기업·스타트업 개발에 도움

​동국대 김지희 교수(왼쪽)와 이강우 교수(오른쪽)
​동국대 김지희 교수(왼쪽)와 이강우 교수(오른쪽)

“동국대 스마트캠퍼스 테스트베드(Testbed)는 민간기업·정부기관·학교 간 협업과 공생을 만드는 곳입니다.”

테스트베드란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의 성능을 시험할 수 있는 환경이나 설비를 일컫는 말이다. 실제 환경과 유사하게 시뮬레이션한 인프라로 정확하고 정밀한 예측을 돕는다.

동국대는 LINC+사업단과 융합교육원을 주축으로 스마트캠퍼스 테스트베드를 학내에 구축했다. 학교가 자체 수집한 지역의 생생한 데이터로 학생들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테스트할 수 있다. 기업, 기관과 함께 기술개발과 실증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장점이다.

동국대 스마트캠퍼스 테스트베드 사업을 총괄하는 융합교육원장 이강우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융합’을 사업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 그는 “융합이 이뤄지기 가장 좋은 곳 중 하나가 대학이다. 4차 산업혁명과 연계된 여러 학과가 있다는 것은 굉장히 큰 기회요소다. 다양한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강우 동국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겸 융합교육원장
이강우 동국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겸 융합교육원장

실제로 동국대가 거교적으로 추진하는 테스트베드 사업에는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규모 기업들은 물론, 지자체를 비롯한 정부기관까지 참여하고 있다. 특히, 학내 인공지능(AI) 사업을 총괄하는 김지희 동국대 인공지능학과장의 LINC+사업단 지능형 문화콘텐츠 ICC 생활케어 사업이 민·관·학을 엮는 대표적인 사례다.

김 교수가 이끄는 테스트베드 기반 생활케어 사업에서는 한국사회보장정보원과 센서·디바이스 관련 중소기업 10곳이 참여했다. 학교 내에서도 의대와 생명공학과를 비롯해 기타 여러 공대 교수와 학생이 한데 모였다.

김지희 교수는 보건복지부가 추진하고 한국사회보장정보원(원장 임희택)이 운영하는 사회취약계층 대상 응급안전안심서비스 기반의 생활케어 분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응급안전안심서비스는 독거노인과 같이 케어가 필요한 30만 가구에 단말 태블릿과 센서를 공급해 화재, 낙상 등 위급 상황을 감지한다.

스마트 케어로봇 ‘효돌’을 출시한 중소기업 크로스컬처와도 협력해 우울증, 치매와 같은 노인 질병에 특화된 음성대화 시나리오를 연구 중이다. 머리를 쓰다듬으면 대답해주는 식으로 대화 시나리오가 프로그램된 이 로봇은 AI 기술로 개발한 시나리오로 우울증을 비롯한 노인의 정서 연구에 계속해서 활용될 예정이다.

동국대 내에서도 의대, 생명공학과를 비롯한 다양한 학과 교수들이 모여 김지희 교수 지휘 아래 낙상 지식그래프를 만들었다. 연구팀은 약물, 신체조건 등 여러 요인에 따른 낙상 발생 가능성을 시각화했다. 레이더센서 기반 '넘어지는 모습'에 대한 다양한 행동 데이터를 통해 낙상 예방 연구도 진행 중이다.

김지희 동국대 인공지능학과장
김지희 동국대 인공지능학과장

테스트베드 구축을 통해 학교가 얻는 중요한 이점은 생활 속 생생한 데이터를 자체 수집해 연구와 교육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지희 교수는 주로 대학원생들과 핵심연구에, 이강우 교수는 학부생 중심 프로젝트 전공교육과 융합교육에 테스트베드 데이터를 활용한다.

동국대가 스마트캠퍼스 테스트베드를 통해 자체 구축한 데이터는 다양한 산업체에서도 적극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동국대는 빅데이터 캠퍼스 사업을 통해 서울시와 협업을 시도할 계획이다.

자체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스타트업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생활케어 R&D 연구 개발사업은 독거노인 관리를 비롯해 지역사회 전반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당 사업은 향후 한부모 가족과 같은 여타 돌봄 취약계층으로 대상을 확장할 계획이다.
 

Q. 동국대에서 스마트캠퍼스 테스트베드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이강우 교수 : 4차 산업혁명이 이슈다. 특히 AI, 빅데이터, IoT, 보안 네 가지를 제일 많이 이야기한다. 여기서 빅데이터와 AI를 하려면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이 데이터를 자급하자는 차원에서 시작했다.

또 데이터 작업을 하다 보면 그 방법으로 사용되는 것이 IoT며, 데이터 수집을 하면서 자연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보안 문제다. 학내 테스트베드를 구축하면 실제 데이터 생성부터, 수집, 관리, 분석, 응용까지 데이터 관련 전체 과정을 자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김지희 교수 : 통계청, 서울시 등 빅데이터를 제공하는 기관이 많다고 하지만 실제 연구에 사용할 수 있는 꼭 맞는 데이터는 부족한 상황이다. 예를 들어, 여러 사람이 등장하는 영상에서 몇 명이 있는지 얼굴을 인식하는 기능의 정확도를 높이고 싶을 때 관련해서 자세한 세팅을 만들어야 하는데 적절한 데이터가 기존에 없을 수 있다. 테스트베드를 사용하면 AI 연구에 맞는 데이터를 자체적으로 모으고 필요시 수정할 수도 있다.
 

Q. 테스트베드를 통해 얻는 이점을 자세히 설명하자면?

이강우 교수 : 예를 들어, 다른 곳에서 생성된 공용 데이터를 사용하면 자신의 연구에 필요한 데이터와 속성이 맞지 않을 수 있다. 자급한 데이터는 직접 데이터 속성을 정하고 구분할 수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에도 동국대 테스트베드를 사용하면 자신만의 데이터를 얻는 것이 가능하다. 디바이스나 알고리즘을 만들기 위해 직접 실험하고 실증할 수 있다.

김지희 교수 : 컴퓨터비전, 자연어처리 등 센서를 기반으로 생활에서 묻어나는 데이터를 다수 수집할 수 있다. 현재 동국대 내 공대 건물에 1인가구 테스트베드 공간이 만들어진 상태다.

1인가구 테스트 실증 공간에서 학생들이 데이터를 수집, 관리하고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
 

Q. 테스트베드를 기반으로 정부 기관과 협력한 사례를 소개하자면?

이강우 교수 : 대표적인 예로 한국사회보장정보원과의 협업이 있다. 동국대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인 중구 퇴계로에 위치한 한국사회보장정보원과 2019년부터 협약을 맺고 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생활케어 분야 R&D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에서 최근 신경을 많이 쓰는 분야 중 하나가 사회취약계층 보호에 ICT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다. 독거노인이 홀로 있을 때 돌연사, 우울증으로 인한 고독사, 갑작스러운 사고 등을 겪을 수 있는데 IoT 센서를 통해 이를 관리할 수 있다. 이것이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의 응급안전알심서비스가 하는 일이다.

김지희 교수 : 한국사회보장정보원과 이전부터 관계를 이어오면서 AI를 도입하면 사회취약계층 문제를 개선하고 지역사회에 널리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응급안전알심서비스는 센서 역할을 하는 단말 태블릿을 각 가구에 공급해 화재, 낙상 등 위급 상황을 감지한다.

간단한 버튼을 누르는 기존 방식은 독거 노인, 장애인과 같은 취약계층에 있는 사람들이 위험에 처할 시 어려울 수 있다. 응급안전알심서비스 내 센서를 사용하면 노인이 넘어졌는지 앉아 있는지, 집안에 들어오면 누워 있는지, 서 있는지, 부엌이 있는지 등 상태를 인식·분류할 수 있다.

긴급 상황을 인식하는 '응급알리미' 디바이스

사실 집안에 카메라를 설치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 문제도 있고 편안하게 집에 있고 싶은 노인들이 싫어한다. 현재 레이더 센서, 3개 화소로만 구성된 3D 센서 등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독거노인은 2020년 기준 100만 명이 넘어가고 생활복지사들은 1,500명이다. 3만 명이 더 충원돼야 하는데 모든 국민들이 복지사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AI로 복지 인력난을 도울 수 있다.
 

Q. 기업들과의 연계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이강우 교수 : 테스트 서비스 인프라가 있으면 관련 데이터 솔루션 업체나, IoT 디바이스 업체들이 함께 온다. 대부분의 이런 업체들은 중소기업들로 테스트베드 인프라를 직접 구축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한국사회보장정보원과 함께한 응급안전알심서비스를 연구하면서, 관련 솔루션을 만드는 데이터 업체와 게이트웨이를 만드는 업체들이 함께 참여했다. 또 이를 통해 화재 감지센서, 출입 센서, 적외선(IR) 센서들을 만드는 디바이스 업체가 들어오며 서비스를 중심으로 하나의 클러스터가 형성됐다.

여기에 LINC+사업단과 융합교육원이 지속적으로 지원하면서 민·관·학 네트워크가 만들어진다. 우리가 강제로 엮는 것이 아니라 서로 자연스럽게 엮이는 것이다. 학교가 서비스 업체나 지자체, 지역사회와 접촉한 후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알음알음 같이 만들어지는 식이다.

김지희 교수 : 중소기업 크로스컬처와는 협업을 통해 인형같이 생긴 생활케어 AI 로봇인 ‘효돌’을 출시했다. 효돌은 IoT와 AI 기술로 노인 건강관리를 돕는 로봇이다. 외형은 일반 봉제인형과 비슷하지만, 머리·가슴·손·발·귀 등에 센서가 달려 있어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수집, 분석한다.

현재는 인형이 복약 정보를 알려주고 손을 잡아주거나 머리를 쓰다듬으면 반응하는 등 간단한 기능만 가지고 있는데, 향후 보안 문제가 해결되면 인형이 할 수 있는 활동을 넓힐 예정이다. 센서를 통해 들어오는 음성데이터를 분석하고 대화하는 기능을 추가할 수도 있다. 현재는 보안을 이유로 음성데이터가 들어 오지만 분석은 하지 않고 있다.

크로스컬처의 생활케어 AI 로봇 효돌 시리즈 중 하나인 '효순이'
크로스컬처의 생활케어 AI 로봇 효돌 시리즈 중 하나인 '효순이'

우울증 발병 가능성을 미리 예측하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식사 여부, 인형을 만진 횟수, ‘아침드셨어요?’라고 묻는 로봇에게 어떻게 대답하는 지에 따라 정서 상태와 인지기능을 평가할 수 있다. 질문에 대답을 했는지 여부와 대답하는 목소리 톤만으로도 알 수 있는 정보가 많다. 관련 논문을 작년 말 크로스컬처와 낸 바 있으며 현재도 연구를 진행 중이다.
 

Q. 중소기업들이 테스트베드를 통해 어떤 것을 얻어갈 수 있나?

이강우 교수 : 중소기업들만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많다. 예를 들어, 노인들과의 대화에서 말을 인식해 데이터를 모으려면 한참 시간이 걸린다. 지역사회 연계로 데이터 수집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낙상 데이터는 실제 사고가 일어나야 데이터가 생기는 만큼 모으기 어렵다. 학교 테스트베드를 통하면 학내 센서를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연구를 위해 특정 상황이나 시간에 따라 넘어지는 횟수에 대한 데이터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해당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모아 다시 학생들에게 제공하면 학생들은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AI 학습 모델과 알고리즘을 만드는데 활용한다.
 

Q. 학교 내에서도 테스트베드 사업을 통해 ‘융합’이 이뤄지고 있다 들었다.

김지희 교수 : 동국대 의료원, 생명공학과를 비롯해 로봇공학, 근전도를 연구하는 교수까지 함께 모여 낙상 지식그래프를 구축했다. 넘어질 당시 먹었던 약, 졸림, 혹은 다른 신체적 조건이 낙상을 유발할 수 있다.

지난해 의대 및 생명공학 교수님과 협업해 6개월 정도 작업을 했다. 잠깐 깼다가 잠결에 넘어지는 경우, 맑은 정신에서 쇼크로 넘어지는 경우가 각기 달랐다. 우울증에 걸린 상태에서 넘어지는 빈도수도 연구했다. 수집한 데이터는 AI 학습, 예측에 활용할 수 있다.

의료기관에서 수집할 수 있는 낙상 데이터에 한계가 있는 만큼 중요한 성과다. 병원에서와 집에서의 낙상은 다르다. 앞으로도 실내상황에 집중해 낙상 이외에도 지속적인 케어가 필요한 건강 분야를 다룰 예정이다. 의대 및 생명공학과 교수들과는 정기적으로 모여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약물 복용을 가이드 할 수 있는 약물 지식그래프도 구축 중이다.
 

Q. 대기업, 정부기관이 아닌 대학에서 테스트베드를 진행하는 이유는?

이강우 교수 : 우리 대학에는 대략 70개 정도 다양한 학과들이 있으며 각 전공에는 전문성을 지닌 교수들이 있다. 교수들이 기술적인 부분에는 약하지만 관련 산업에 대해서는 전문가라서 실질적인 사업을 진행할 때 꼭 필요하다. 한국사회보장정보원에서는 사회복지학과 교수, 의학 쪽은 의대 교수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만약 기업들이 대학 밖에서 같은 사업을 하려면 의사와 공대 교수를 찾는 일을 하나하나 진행해야 한다. 사회복지전문가를 찾을 생각은 애초에 하지 못할 수도 있다.
 

Q. 테스트베드 사업에 대해 학교에서는 어느 정도 투자했나?

이강우 교수 : 동국대에서는 2019년 3월부터 SW중심대학사업과 LINC+사업을 중심으로 10억이상의 인프라 구축 비용을 투입했다. SW 중심대학사업은 교육·연구를 위한 시스템과 센서 디바이스 분야를 지원한다. LINC+사업단은 관제실 인프라와 지능형 문화 ICC 생활케어 분야를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테스트베드에 대한 투자는 동국대의 4차 산학혁명 경쟁력 제고를 위한 매우 중요한 시작이다. 앞으로도 관련 투자는 지속될 예정이다.
 

Q. 향후 테스트베드 사업을 활용한 동국대의 민·관·학 합동 계획이 있다면?

김지희 교수 : 빅데이터 캠퍼스 사업에 참여하면서 서울시와 협력을 시작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서울시 데이터와 동국대 데이터를 함께 활용할 수 있게 구축할 수 있다. 서울시가 동국대를 분원으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산업계, 학교, 정부기관이 함께 엮여 AI 기술 활용을 활성화하는 프레임워크가 될 것이다.

한국사회보장정보원과는 2019년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4차 산업분야 공동연구, 인재양성과 교류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작년 공동 주관한 창업경진대회를 올해 2차로 준비하고 있다. 복지사각지대 개선을 위한 공동 연구도 계획 중이다.

AI타임스 양대규 기자 yangdae@aitimes.com, 박성은 기자 sage@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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