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 2027년 122조에 이를 것
가정서 가사도움 서비스뿐만 아니라 가족처럼 소통하는 로봇
로봇 팔 이용해 치킨 튀기고 커피 내리고... 서빙과 배달까지
도심 주차난 해결, 코로나19 방역 지원 등 공공분야 서비스도 담당

[편집자주] 만화영화에서나 봤던 로봇이 이제 우리 곁에서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공장에서 쓰이는 로봇 팔부터 시작해 가정에서 쓰이는 심리치료 서비스 로봇, 의료 로봇, 극한 현장 로봇까지 다양한 목적을 가진 로봇이 일상 속으로 빠르게 들어오고 있다. 로봇 시장의 현황과 미래를 살펴보고 앞으로 로봇과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생각해본다.

물개 인형 로봇 '파로'(사진=그린위치우드 유튜브 영상 캡처)
물개 인형 로봇 '파로'. 파로는 '멘탈 코밋트' 로봇이다. 정신을 뜻하는 멘탈(Mental)과 헌신을 뜻하는 코밋트먼트(Commitment)가 합쳐저 만들어진 말로 정신과 연결을 돕는다는 의미다. (사진=그린위치우드 유튜브 영상 캡처)

하얀 털로 덮인 등을 쓰다듬자 물개 인형이 고개를 끄덕인다. 심리치료 서비스 로봇 ‘파로(Paro)’는 꼭 끌어안고 싶게 생겼다.

국제 과학학술지 사이언티픽리포트(Scientific Reports)는 가정 애완용 로봇 파로와 하루 1시간정도 상호작용하면 심신 긴장 완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과도하게 분비된 옥시토신 호르몬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옥시토신은 행복감을 주는 호르몬으로 알려졌지만 분비량이 지나치면 오히려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파로와 스킨십은 이런 옥시토신 수치를 낮춰준다는 것이다.

로봇은 더이상 ‘무지막지’하게 생긴 기계덩어리가 아니다. 우리 삶 곳곳에서 친근한 모습으로 효과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로봇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서비스’ 분야는 다양하다. 고용노동부가 구분하는 산업 분야 18개 중 6개가 '서비스업'으로 분류된다. ▲교육 서비스업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 ▲사업시설 관리·사업 지원 및 임대 서비스업 등. 산업 분야 셋 중 하나는 서비스업이다.

이 외에도 도매 및 소매업, 숙박 및 음식점업, 금융 및 보험업 등 직·간접적인 관련성을 고려하면 서비스업 분야는 더 늘어난다.

그만큼 서비스 로봇이 진출할 기획도 많다는 뜻이다.

◆전문 서비스 로봇 시장 급성장... 연평균 24.5% 성장 거듭

서빙 로봇 상상도. 진상 손님을 만나도 문제없이 잘 대처할 것 같은 모습이다. (사진=셔터스톡)
서빙 로봇 상상도. 진상 손님을 만나도 문제없이 잘 대처할 것 같은 모습이다. (사진=셔터스톡)

전 세계 서비스 로봇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분석 기관 코히런트 마켓 인사이츠(Coherent Market Insights)는 전문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가 2027년까지 1099억달러(약 122조)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019년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는 122억 달러(약 13조원)로 집계된다. 연평균 24.5% 성장을 거듭해 8년간 8배 이상 성장한다는 예측이다.

시장 규모가 커지는 이유는 로봇이 서비스업에 여러 특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업은 ‘감정 노동’이라 불리기도 한다. 상대방 요구와 함께 기분까지 고려해야 돼 까다로운 점들이 많기 때문이다. ‘진상 손님’이라도 만나면 서비스 제공자는 평정심을 잃기 십상이다. 하지만 로봇은 그럴 우려가 없다.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 대응 시 적절한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다. 코로나19 방역 등 위험한 작업이 요구되는 공공 서비스에 투입도 가능하다.

산업 전반에 대부분 ‘서비스’ 요소가 중요한 만큼 앞으로 서비스 로봇이 대두될 분야도 다양하다. 집안일을 대신해주는 ‘가사노동 서비스’부터 고객 대응과 물류를 전담하는 ‘기업 서비스’, 병원과 학교에서 활용되는 ‘공공 서비스’까지.

서비스로서의 로봇(RaaS, Robot as a Service)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가정 로봇, 청소·설거지 능력 ‘진화’... 가족처럼 독거노인 위로까지

스마트케어 로봇 효돌. "할아버지 다 잘될 거예요!" 등 대화 시나리오를 탑재한 인형 로봇이다. 독거노인들에게 말벗이 되어준다. (사진=이하나 기자)
스마트케어 로봇 효돌. "할아버지 다 잘될 거예요!" 등 대화 시나리오를 탑재한 인형 로봇이다. 독거노인들에게 말벗이 되어준다. (사진=이하나 기자)

“할머니! 매일 잊지 말고 하루 세 번 제 손을 잡아주세요”

귀여운 손자·손녀 모습을 한 스마트케어 로봇이 적적한 할머니에게 말을 건넨다. 독거노인에게 말동무가 되어주는 스마트케어 로봇 ‘효돌’이다.

머리를 쓰다듬거나 안아주면 대화시나리오에 따라 효돌이 대답한다. ‘아침드셨어요?’하고 먼저 묻기도 해 로봇이 가정에서 ‘가족’처럼 인간을 돌보는 모습이다.

300g 체중에 16cm 길이를 가진 털복숭이 인형 ‘모플린(Moflin)’은 애완용 AI 로봇이다. 탑재된 AI 기술은 주인과 나눈 대화, 스킨십을 매번 학습한다. 주인이 어떻게 대하는지에 따라 모플린이 고유 성격을 형성해 행동한다.

가정에서 만날 수 있는 로봇이 늘어나고 있다. 때로는 가족처럼, 때로는 반려동물처럼 인간과 소통한다. 위로를 건네고 심신을 안정시킨다.

앙증맞은 로봇들이 반갑지만 그래도 가장 반가운 가정 로봇은 역시 ‘가사’ 서비스 로봇이다. 귀찮은 빨래와 청소로부터 해방시켜주길 기대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CES2021에서 라이다(LiDAR) 센서를 탑재한 인공지능(AI) 로봇 청소기 제트봇 AI를 선보였다. 지난해 ‘볼리’라는 이름으로 출시한 로봇 청소기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그동안 로봇청소기의 단점은 사람에 비해 대상 인식력이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열린 베란다 문으로 나가지는 않을까, 화분에 부딪혀 깨트리지는 않을까 노심초사 지켜봐야 하는 수고가 잇따랐다. 가사 ‘자동화’ 서비스라고 부르기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삼성전자가 CES2021에서 선보인 로봇 청소기 '제트봇 AI' 라이다 센서를 탑자해 주변 사물을 더 면밀히 인식할 수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CES2021에서 선보인 로봇 청소기 '제트봇 AI' 라이다 센서를 탑자해 주변 사물을 더 면밀히 인식할 수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에 제트봇 AI는 라이다 센서를 탑재해 그동안 로봇 청소기가 가졌던 대상 인식 한계를 극복했다. 라이다 센서는 대상에 맞고 돌아오는 고출력 레이저로 사물을 인식한다. 오차 범위가 mm~cm에 불과하다. 탁월한 주변 인식이 가능하다.

그뿐만 아니라 100만 장 이상 이미지를 사전 AI 딥러닝을 통해 스스로 객체를 인식하는 기능도 갖췄다. 방해물을 피해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청소 경로를 알아서 탐지한다.

삼성봇 핸디’는 인간처럼 길게 뻗은 로봇 팔을 가진 미래 가정용 서비스 로봇이다. 바닥에 널브러진 옷을 집어 빨래통에 넣거나 식탁 위 접시를 식기세척기에 넣을 수 있다. 와인을 따르는 것도 가능하다.

삼성봇 핸디는 아직 개발 단계에 있다. 하루빨리 세상에 나와 긴 팔을 휘저으며 나대신 집안일을 열심히 해주는 모습이 기대된다.

LG전자는 최근 AI 기능을 탑재해 새로운 ‘통돌이 세탁기’을 출시했다. AI가 의류 재질을 알아서 식별해 최적의 세탁 방법을 선택한다. 재질을 잘 몰라 세탁 실수를 하는 등 인간의 실수를 보완하는 세탁 서비스 로봇이 등장한 셈이다.

LG전자는 신제품 시험 결과, 기존 통돌이 세탁기에 비해 옷감 손상은 10% 낮췄으며 사용 전기량은 30% 줄였다는 결과를 함께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눈’을 담당하는 센서와 ‘뇌’를 담당하는 프로세스 장치, 작업 효율을 늘릴 로봇 ‘팔’이 거듭 발전하며 진보된 가사 서비스 로봇을 만나게 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치킨 튀기고 커피 내리는 ‘로봇 팔’ 등장... 서빙까지 척척

로봇 팔이 반죽을 만들고 치킨을 튀긴다. 경남 김해 로봇 요리사가 있는 치킨집 '디떽 내동점' (영상=푸드킹덤)

길게 뻗은 로봇 팔이 7축 관절을 자유자재로 바꿔 반죽 통에서 치킨을 꺼낸다. 5개 튀김 통에 집어넣고 적당한 시간이 되면 알아서 꺼내 기름기를 탈탈 털어낸다. 10마리 치킨이 동시 조리되는 장면이다.

가정뿐 아니라 식당 등 기업에서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이 맹활약중이다.

치킨 요리 로봇 ‘디떽킹’은 지난해 7월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스마트상점 콘테스트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기술이다. 3명분의 노동량을 로봇이 대신한다. 튀김 요리 시 화상 위험에도 든든하다. 알고리즘에 따라 ‘정량 준수’, ‘조리 시간 엄수’로 만든 치킨은 최상의 맛을 일률적으로 유지한다.

LG클로이 바리스타봇. 클로이 바리스타봇은 국내 최초로 한국커피협회로부터 '로봇 브루잉 마스터' 자격증을 취득했다. (사진=뉴스1)
LG클로이 바리스타봇. 클로이 바리스타봇은 국내 최초로 한국커피협회로부터 '로봇 브루잉 마스터' 자격증을 취득했다. (사진=뉴스1)

LG 클로이 바리스타봇은 핸드 드립 커피를 만들어준다.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 지하 식당 입구에 위치해 지난해 10월 사흘간 시음회 이벤트를 열었다. 커피를 주문하면 로봇 팔이 원두를 그라인더로 갈고 뜨거운 물을 부어 커피를 내린다.

로봇은 요리사, 바리스타 서비스에 그치지 않는다. 배달과 서빙까지 담당한다.

배달의민족 앱을 개발한 우아한형제들은 2019년 11월 서빙 로봇 ‘딜리플레이트’ 렌탈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2019년 10월 출시 이래 1년 만에 전국 186개 식당에 214대 딜리플레이트를 제공하는 성과를 냈다.

딜리플레이트는 음식을 올릴 수 있는 선반을 탑재한 서빙 로봇이다. 최대 50kg까지 음식, 음료를 적재할 수 있다.

종업원이 딜리플레이트에 음식을 올린 뒤 테이블 번호를 입력하면 스스로 최적 경로를 설정해 고객 테이블까지 배달한다. 배달 중 장애물을 만나면 스스로 피해 가는 기능도 갖췄다.

식당 내 서빙뿐 아니라 실외 배달도 가능하다. 서울시는 마곡 ‘스마트시티 리빙랩’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자율주행 로봇 기반 점심 배달 시범 서비스를 실시했다.

지난달 18일부터 약 한 달간 자율주행 배달로봇 ‘일개미’를 시범 운영했다. 20대 일개미 로봇이 마곡 지역 직장인들에게 점심 식사 배달 서비스를 제공했다.

◆공공 서비스에도 로봇 출동... 도심 주차·공항 길 안내에 코로나19 방역 지원까지

스마트 주차로봇 '나르카'. 사람이 직접 주차하는 것보다 공간 효율성이 30% 높아진다. 도심 주차난이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영상=부천시 유튜브 채널)

로봇은 도심 속 주차난도 해소한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는 AI와 로봇기술을 탑재한 '스마트 주차로봇' 실증사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마로로봇테크가 개발한 스마트 주차로봇 시스템은 팔레트에 주차시킨 차량을 로봇이 주차장 지정장소로 대신 옮겨다주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로봇이 팔레트 밑으로 들어가 차량을 들어 올려 바닥면의 QR코드를 따라 이동해 정해진 곳에 주차하는 식이다.

이에 동일 주차면적 대비 주차가능 대수가 30%이상 증가해 도심 주차 공간 부족 문제를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부천 원미경찰서 차량 대상으로 주차로봇 실증·운영 서비스를 거쳐 안전성 등이 검증되면 향후 부평 먹거리 타운 인근으로 실증구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인천국제공항 에어스타. 탑재된 카메라로 여객에게 사진을 찍어주기도 한다. 에어스타가 찍어준 사진은 SNS나 이메일을 통해 자신에게 보내면 된다. (사진=뉴스1)
인천국제공항 에어스타. 탑재된 카메라로 여객에게 사진을 찍어주기도 한다. 에어스타가 찍어준 사진은 SNS나 이메일을 통해 자신에게 보내면 된다. (사진=뉴스1)

인천국제공항은 여객 편의를 위한 20대 서비스 로봇을 운영 중이다. 시설 안내를 담당하는 ‘에어스타’ 14대와 여객 짐을 대신 날라주는 ‘에어포터’ 6대다.

2018년 9월 정식 출시한 ‘에어스타’는 시설 안내, 에스코트를 담당하는 로봇이다. 얼굴을 담당하는 동그란 스크린에는 친근한 미소를, 배처럼 보이는 전면 스크린에는 길 안내 등 추가 설명 영상이 나타난다.

‘에어포터’의 경우 여객의 캐리어 등 짐을 나르는 운반 로봇이다. 지난해 10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고객을 따라가는 ‘추종주행’ 기능과 길을 안내하며 앞서가는 ‘일반주행’ 기능을 탑재했다. 라이다 센서와 초음파 센서를 탑재해 대상을 인식하고 장애물과 충돌을 회피한다.

에어스타와 에어포터 주행속도는 1m/s다. 0.25m/s로 접근하는 장애물을 피하기 위한 보호 공간을 유지하며 주행한다.

서울시 서초구는 초·중·고 학생 등교 시 코로나19 방역 목적으로 체온 측정, 마스크 착용 안내 로봇을 활용했다. 유비테크(UB Tech)가 제작한 크루저(Cruzer)다.

적외선 카메라로 대상이 접근하는 것을 인식하고 체온 측정, 올바른 마스크 착용 안내를 진행한다.

안면인식 기술을 탑재하고 있어 접근자 얼굴만을 식별해 온도를 측정한다. 뜨거운 커피 등 온도 측정을 방해하는 요소가 있어도 문제없다.

로봇 후면에는 초음파센서가 장착돼 이동하는 사람을 인식하고 자리를 비켜주기도 한다. 주변 환경에 ‘가상 벽’을 설정해 정해진 특정 범위 내에서만 이동해 이탈 우려도 없다.

교사 인력으로는 모든 학생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서비스 로봇 덕분에 코로나19 방역을 철저히 할 수 있는 모습이다.

AI타임스 장희수 기자 heehee2157@aitimes.com

[스페셜리포트] ①넓어지는 로봇의 의미, 산업 바꿔놓을 기술적 토대 다져져

[스페셜리포트] ③로봇이 가장 많이 쓰이는 곳은? '산업용 로봇'과 '협동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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