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론칭 이후 6년여 만에 매각설 솔솔
클라우딩 사업 주력 위해서라지만 실패 인정?
초반 의료데이터 기업과 적극적 합병 체결
가천대 등 국내 7개 병원 도입‥수익성 제로
미국도 크게 다르지 않아‥의료진 활용 꺼려
국내 의료진·기업 모여 ‘닥터앤서’ SW 개발

지난 2015년 IBM이 자사 AI 시스템 왓슨을 헬스케어와 접목시킨 '왓슨헬스'를 야심차게 론칭했지만 6년여가 흐른 현재 매각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셔터스톡). 
지난 2015년 IBM이 자사 AI 시스템 왓슨을 헬스케어와 접목시킨 '왓슨헬스'를 야심차게 론칭했지만 6년여가 흐른 현재 매각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셔터스톡). 

현대 AI의 원조라고 불리는 IBM 왓슨(Watson)이 헬스케어 사업을 접을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여러 차례 관련 보도를 이어가며 ‘IBM 왓슨 헬스케어 사업 매각’ 소식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겉으로는 주력사업을 클라우딩으로 옮기는 것이라고 하지만, 이같은 결정 이면에는 야심차게 대규모 사업으로 추진했으나 큰 성과를 내지 못해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IBM은 지난 2015년 4월 ‘왓슨헬스’를 새롭게 론칭했다. 의료진을 도와 암, 심장질환 등을 예측·진단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삼았다. 유방암 촬영술 맘모그램이나 MRI를 분석하는 머지 헬스케어(Merge Healthcare), 환자와의 상담을 담당하는 파이텔(Phytel) 시스템도 모두 왓슨에 속한다. 병원과 제약회사, 임상연구 등 의료분야의 방대한 데이터를 모아 분석하는 트루벤 헬스 애널리틱스(Truven Health Ananlytics)도 마찬가지다.

머지, 파이텔, 트루벤은 모두 2015~2016년 동안 IBM이 인수합병을 통해 사들인 기업이다. IBM은 왓슨을 의료산업에 주력시키기 위해 이 3개 헬스케어 전문업체와 M&A를 체결했다. WSJ에 따르면 당시 투입된 자금만 38억달러(약 4조2500억원) 이상이다.

이렇게 빅데이터, 분석예측 시스템,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까지 고려해 시스템을 확장한 IBM은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와 ‘왓슨 포 지노믹스(Watson for Genomics)’라는 두 가지 솔루션을 구성해 왓슨헬스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까지 메이요 클리닉을 비롯한 미국 내 약 2500여개 병원이 왓슨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2016년 12월 인천 소재 가천대 길병원이 왓슨 포 온콜로지를 도입해 첫 스타트를 끊었다. 이후 부산대병원이 2017년 1월 왓슨 포 지노믹스 도입을 시작으로 대구 가톨릭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건양대병원, 조선대병원, 화순전남대병원 등 7개 대학병원이 차례대로 왓슨을 들여왔다.

그러나 국내외 사례를 모두 살펴볼 때 그 성과는 만족스럽지 않다. 왓슨 도입 이후 6~7년이 지났지만 암과 종양 진단 정확도는 인간 의료진보다 떨어진다. 가천대 길병원은 2017년 왓슨 도입 1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한 자리에서 “왓슨의 질병 진단과 예측 정확도는 평균 56%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길병원은 왓슨을 도입한 직후부터 암 치료에 활용할 예정이었다가 한 차례 연기한 적도 있다. 왓슨에 내장된 의료정보에 기반한 데이터가 한국인 특성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왓슨에는 의학 학술지 300개 이상, 6만개 이상의 임상시험 자료에서 학습한 1500만 페이지에 달하는 병력·약물·환자정보가 담겨있다. 그러나 국가별 발병률이 높은 암이 존재하듯 포괄적 빅데이터로 한국인 환자를 진단할 때는 그 한계점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가천대 길병원은 국내에서 왓슨헬스를 2016년 처음 도입한 대학병원이다. 그러나 왓슨헬스에 내장된 의료 빅데이터가 한국인 환자 특성에 맞지 않아 그 정확도는 56%에 그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사진=뉴스1 제공).
가천대 길병원은 국내에서 왓슨헬스를 2016년 처음 도입한 대학병원이다. 그러나 왓슨헬스에 내장된 의료 빅데이터가 한국인 환자 특성에 맞지 않아 그 정확도는 56%에 그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사진=뉴스1 제공).

이러한 문제점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부산대병원은 2019년 왓슨을 재계약 하지 않고 철수시켰다. 당시 화순전남대병원 측도 “왓슨이 소프트웨어 속 자료를 토대로 내리는 진단보다 병원 내 실제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진단이 더욱 정확하다”며 “국내 환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는 적절한 맞춤형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현재 길병원과 건양대병원을 제외한 5개 대학병원은 왓슨을 재계약하지 않았다. 박건욱 계명대 동산병원 혈액종양내과의이자 암센터장은 “왓슨 속 데이터가 서양 환자 중심인 것도 이유였지만, 무엇보다 왓슨이 제안하는 치료법이 우리나라 의료기준에 맞지 않게 비싼 것도 재계약을 망설이게 하는 한 이유였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본보는 한국IBM에 왓슨헬스 매각에 관한 입장과 왓슨을 도입한 국내 병원의 반응과 현황, 향후 국내 왓슨에 있을 변화와 계획을 묻는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러나 24일 “어떠한 루머나 추측에는 대응하지 않는다는 회사 정책상 답변하기 어렵다”는 연락이 왔다.

미국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왓슨은 대여비 등을 포함해 연간 10억달러(1조1200억원) 매출을 기록하고 있지만 실제 2500여개 병원 내 수익성은 0에 가깝다. 이유는 의료진이 왓슨 활용을 꺼리고 있기 때문. 담당의는 왓슨이 내리는 의료진단에 대해 전반적으로 “당연한 의사 결정만을 내놓기 때문에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느낀다고 한다. 방대한 데이터에 입각해 의료진이 파악하지 못한 부분을 새롭게 짚어주는 것 등은 기대할 수 없다는 평이다.

인간보다 뛰어난 의료 AI 소프트웨어는 시기상조인 듯 하다. (사진=셔터스톡).
인간보다 뛰어난 의료 AI 소프트웨어는 시기상조인 듯 하다. (사진=셔터스톡).

또 왓슨이 다양한 변수를 잘 반영하지 못하는 것도 지적사항이다. 실제 발병원인은 환자 개개인의 인적·재정적·기술적 환경요인에 따라 다양한데, 왓슨은 그 많은 사례를 담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꾸준히 업데이트를 한다 해도, 이미 에러가 노출된 만큼 신뢰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이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국내에서는 2017년부터 서울아산병원을 중심으로 자체 AI 솔루션 ‘닥터앤서(Dr. Answer)’를 개발하고 있다. 소위 ‘한국형 왓슨’이라고 불리는 닥터앤서는 국내 26개 의료기관, 22개 ICT 기업에서 총 2000여명이 참여해 개발 중이다. 유방암·대장암·전립선암을 비롯해 심장질환·치매·희귀 소아질환 등 8대 질환을 예측하고 진찰하는 시스템이다. 지난 2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닥터앤서를 4분기 적극행정 우수사례로 선정하기도 했다.

IBM의 왓슨헬스 사업 철수는 이미 예견된 것인지도 모른다. CES2021 둘째날 열린 ‘The Power of AI’ 토론회에서 브리짓 칼린 IBM 부사장은 IBM이 현재 클라우딩에 주력하고 있음을 밝혔다. 또 AI헬스기업 ‘반조헬스(Banjo Health)’는 쉬바 쿠마(Shiva Kumar) IBM 왓슨헬스 최고 전략 및 비즈니스 전략 책임을 이사회 자문위원으로 스카웃했다. 쿠마는 왓슨헬스 시작부터 지난해까지 사업에 몸담았던 인물이다.

AI타임스 박혜섭 기자 phs@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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