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화 대표 분야 수술로봇...코로나19로 최근 재부상한 간호로봇
건물 외벽 청소부터 화재 진압까지...일상 속 위험 작업 담당
미지의 영역인 심해·우주 연구에 핵심, 농촌 인력 충원도

[편집자주] 만화영화에서나 봤던 로봇이 이제 우리 곁에서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공장에서 쓰이는 로봇 팔부터 시작해 가정에서 쓰이는 심리치료 서비스 로봇, 의료 로봇, 극한 현장 로봇까지 다양한 목적을 가진 로봇이 일상 속으로 빠르게 들어오고 있다. 로봇 시장의 현황과 미래를 살펴보고 앞으로 로봇과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생각해본다.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전세계 로봇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 중 하나는 대표적인 수술로봇 다빈치시스템을 개발한 인튜이티브서지컬(Intuitive Surgical)이다. 다양한 의료 분야 로봇 중 하나인 수술로봇이 전체 로봇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의미다.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수술로봇 시장 규모는 67억달러(한화 약 8조3415억원)로 전체 로봇 시장 크기인 444억달러(한화 약 49조8168억원)의 15% 정도를 차지한다. 이 중 미국 기업 인튜이트서지컬의 복강경 수술로봇 다빈치시스템이 시장을 거의 독점한 상황이다.

4년 후 2025년에는 수술로봇 시장이 118억달러(한화 약 14조6910억원), 전체 로봇 시장의 경우 1772억달러(한화 약 198조8184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렇듯 의료 현장에서 로봇은 이미 자리를 잡고 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국내외 많은 병원에서는 다빈치시스템을 도입해 각종 수술에서 절개 부위와 시간을 줄이고 정확도를 높이는 효과를 보고 있다. 다빈치시스템이 첫 출시된 때는 1999년이며 현재 전세계 의료 현장에 3600대가 넘는 로봇이 설치된 상태다.

의료 분야 로봇 중 수술로봇 다음으로 시장 규모가 큰 것은 재활로봇이다. 재활로봇은 2025년 65억달러(한화 약 7조2943억원) 규모로 확장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바이닉스사의 의족로봇을 비롯해 주로 미국과 유럽 제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국내 업체로는 큐렉소가 있으며 2019년부터 관련 국가 지원도 이뤄졌지만 수가와 같은 보상 체계 문제로 실제 현장 사용에 어려움이 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환자를 관리할 의료 인력이 크게 부족해지면서 간호 현장에 로봇을 도입하려는 사례도 상당수 전해지고 있다. 발열, 호흡기 증상 여부 등 환자 상태를 파악하는 기존 간호사 업무는 물론, 필요한 물품을 보충하는 것과 같은 단순 업무를 수행하는 조수 역할도 가능하다. 특히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개 스팟에 태블릿을 달아 환자 상태를 체크한 매사추세츠공대와 브링엄 여성병원 사례가 주목된다.

의료 분야 이외 다양한 전문 영역에서도 로봇이 활약하고 있다. 특히 위험도가 높은 일에 로봇을 도입해 인명 피해를 줄이고 부족한 인력을 보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양대 서태원 교수 연구팀은 고층 빌딩 외벽을 청소하는 로봇을 개발했다. 고층 빌딩 청소는 국내에서만 연 15명 정도 사상자가 발생하는 고위험 작업이다. 미국 LA 소방서에서는 지난해 10월 소방로봇 'RS3'를 실제 도심 대형 화재 현장에 배치했다. 인간 소방관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까지 들어가 진화 경로를 확보했다.

해저, 우주, 핵오염지역과 같이 진입 난이도가 극히 높은 환경에 로봇을 도입하는 일은 오래 전부터 고민해온 주제다. 해저로봇은 수심이 깊은 바다를 오랜 시간동안 탐사하며 영상을 녹화하고, 물고기 무리에 섞여 행동 양식을 연구하며, 해저시설을 수리하는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지구 밖 우주에서는 비행사를 대체하는 휴머노이드 로봇부터 비행선 수리 로봇, 샘플 채취 로봇 등을 활용할 수 있다. 핵에 노출되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원자폭탄 피해지역 조사, 원전 해체, 원전 사고 대처에 로봇을 적용 가능하다. 최근에는 일손이 부족한 농촌에서 과일을 수확하는데 날아다니는 AI 드론을 도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로봇 시장 대표주자 다빈치 수술로봇...코로나19로 간호로봇 주목

로봇수술은 로봇을 환자에게 장착한 후 수술자가 원격으로 로봇을 조종하면서 진행하는 수술이다. 피부를 절개하는 기존 내시경수술 대신 몇 개의 구멍만으로 진행하는 복강경수술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이와 같은 최소 침습수술방법으로 수술 후 회복 기간과 흉터를 줄인다. 3차원 영상 카메라가 높은 해상도로 최대 15배까지 수술 부위를 확대해 보여주고, 수술하는 의사의 손 움직임을 인식해 손떨림 문제를 개선할 수도 있다. 기존 복강경 기구보다 자유롭게 움직이는 로봇 팔을 사용하기 때문에 보다 정밀한 수술이 가능하다.

인튜이트서지컬의 다빈치시스템(사진=인튜이트서지컬)
인튜이트서지컬의 다빈치시스템(사진=인튜이트서지컬)

전세계 로봇수술 대표주자는 단연 인튜이트서지컬의 다빈치시스템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거의 모든 대학병원에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보편화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2005년 처음 들여왔고, 현재 이대의료원을 비롯한 다수 대학병원에서 사용 중이다.

적용 분야도 산부인과, 외과, 비뇨기과, 심장, 흉부외과 등으로 다양하다. 복잡하고 어려운 수술에 특히 효과적이며 전립선, 자궁 경부, 자궁, 결장직장암, 심장질환, 유섬유종과 같은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최소침습수술에 유용하다.

[영상]다빈치시스템 작동 모습

의료 분야 로봇 중 시장점유율 2위인 재활로봇은 전세계적으로 저출산·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노화나 질병, 장애로 움직임이 힘든 대상들이 재활을 진행하는 것을 돕는다. 의족형태부터 보행재활, 식사보조, 상지·하지·손 등 각종 부위 재활로봇이 개발됐으며 최근에는 AI와 애플리케이션을 접목한 지능형 재활로봇이 등장하고 있다.

재활로봇은 미국과 유럽에서 주로 개발돼 의료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큐렉소를 비롯한 기업들이 국가 지원을 받아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수가 체계 미비로 병원 현장 도입은 여전히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 영역에서 최근 로봇 역할을 기대하기 시작한 영역은 간호다. 16년 전인 2005년 미국에서는 음성을 인식해 수술 도구를 다루며 의사를 보조하는 로봇 간호사 '페넬로페'가 개발돼 화제를 모았다. 이후 로봇공학, 음성인식, AI 등 주변 기술들이 발전하고 코로나19로 간호 인력 부족 문제가 한층 더 심화되면서 다시 간호로봇 역할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태블릿과 카메라를 부착해 환자를 모니터링하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개 스팟(사진=MIT뉴스)
태블릿과 카메라를 부착해 환자를 모니터링하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개 스팟(사진=MIT뉴스)

로봇 움직임에 대한 괄목할만한 성과로 주목받고 있는 보스턴다이내믹스 로봇 개 스팟은 병원 복도를 거닐며 각 병실을 방문하고 환자를 돌보는 간호 영역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매사추세츠공대와 브링엄 여성병원은 지난해 9월 로봇 개 스팟 위에 태블릿을 달아 간호사 대신 환자를 방문해 열을 재고 호흡기 증상을 확인하도록 했다.

이 간호로봇은 적외선 카메라와 함께 서로 다른 파장의 빛, 방출 상태를 필터링할 수 있는 3 개의 흑백 카메라를 갖췄다. 4개 카메라는 2m 거리에서 환자의 피부 온도, 호흡률, 맥박수, 혈중 산소 포화도를 측정할 수 있다.

병원은 스팟을 간호사로 도입하면서 의료진과 환자 접촉을 줄여 의료진 감염을 방지하는 동시에 인력 부족 문제를 개선할 수 있었다. 환자 방문 횟수를 늘림으로써 중증 환자도 감소했다.
 

◆고층 건물 청소부터 화재 진압까지...일상 속 위험 작업 맡은 로봇들

의료 영역 이외에도 로봇을 도입해 인간 능력을 확장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특히 인간이 진행하기에는 위험이 크거나 인력이 부족한 환경에 도입할 시 효과적이다. 고층빌딩 외벽, 화재사고 현장과 같이 일상 속 위험한 현장부터 해저, 우주와 같은 미지의 영역이 대표적인 예시다.

한양대 연구팀이 개발한 고층 빌딩 외벽 청소 로봇(사진=한양대)
한양대 연구팀이 개발한 고층 빌딩 외벽 청소 로봇(사진=한양대)

한양대 서태원 교수 연구팀은 서울대, 카이스트 등과 함께 고층 빌딩 외벽을 청소하는 로봇을 개발했다. 곤돌라에 팔과 브러쉬가 달린 로봇을 장착해 넓은 면적을 빠르고 안전하게 청소할 수 있다. 별다른 조작 없이 곤돌라가 하강함에 따라 로봇이 자동으로 청소를 수행한다. 곤돌라의 하강 속도에 맞춰 청소하므로 속도가 매우 빠르다.

하우앤하우 테크놀로지의 소방로봇 RS3(사진=하우앤하우 테크놀로지)
하우앤하우 테크놀로지의 소방로봇 RS3(사진=하우앤하우 테크놀로지)

미국 LA 소방서에서는 지난해 10월 하우앤하우 테크놀로지(Howe and Howe Technologies)의 소방로봇 'RS3'를 화재 현장에 배치했다. 이 로봇은 장갑차같은 모양새로 물대포를 갖췄으며 분당 약 9000리터 물과 거품을 뿜을 수 있다. 물대포는 벽과 지붕을 무너뜨릴 수 있는 위력을 갖췄다. 소방관은 로봇을 원격으로 조종하거나 현장에서 함께 화재를 진압할 수 있다. 인간 소방관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로봇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로봇은 최대 10시간까지 작동 가능하다.

[영상]미국 LA 소방서에서 R3를 사용하는 모습
 

◆심해에서 물고기와 헤엄치고, 우주비행사 대체하고...농촌 인력 지원도

해저로봇은 수심이 깊은 바다를 오랜 시간동안 탐사하며 영상을 녹화하고, 물고기 무리에 섞여 행동 양식을 연구하며, 해저시설을 수리하는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비영리 해양학 연구기관 슈미트 해양연구소는 작년 10월 해양로봇 세바스찬을 활용한 심해 무인 탐사에 성공했다. 호주 북동 해안에 접한 코럴해 중 탐사가 진행되지 않은 심해에 접근해 새로운 해양생물 10여종을 발견하고 약 3만5500㎢ 해역에 대한 해저지도를 촬영했다.

하버드대 연구진이 개발한 블루봇(사진=하버드대)
하버드대 연구진이 개발한 블루봇(사진=하버드대)

하버드대 연구진이 개발한 '블루봇'은 물고기와 비슷한 생김새와 움직임으로 실제 물고기 무리에 섞여 해양 생태계를 모니터링한다. 블루봇은 LED 조명 3개와 어안렌즈 카메라 2개를 탑재한 채 물고기들의 군집 행동을 모방해 움직인다. 자신과 가까운 블루봇의 LED 모형을 렌즈로 인식한 후 알고리즘으로 다른 블루봇과의 거리, 위치, 이동방향을 추론할 수도 있다.

[영상]블루봇이 물고기들 사이에서 바닷속을 관찰하는 모습

인류에게 있어 심해만큼 위험 부담이 크고 알려진 바가 적은 우주 또한 로봇을 도입하기에 적절하다. 휴머노이드 로봇부터 비행선 수리 로봇, 두더지나 거미와 같은 생김새로 우주 속 샘플을 채취하는 로봇도 개발되고 있다.

올해 ISS에 도입 예정인 기타이 S1

도쿄대 JSK랩에서 출발한 일본계 스타트업 기타이(GITAI)는 올해 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우주선 내부 작업과 제품 조립을 수행하는 로봇 매니퓰레이터 S1를 보낸다. S1은 자유도가 높은 로봇팔로 1m 범위까지 도달 가능하다. 기타이는 현재 S1과 함께 휴머노이드형 로봇 G1도 개발 중이다. G1은 몰입형 텔레프레전스 시스템을 통해 원격 제어가 가능하기에 인간 우주인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4차 산업을 논하는 시대에서 농업은 대표적인 인력 부족을 겪는 분야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국가 간 이동이 어려워지고 이민자들이 줄어들면서 전세계 과수원에서는 직원을 구하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테벨 에로보틱스 테크놀로지스의 과일 수확 로봇 FAR(사진=테벨 에로보틱스 테크놀로지스)
테벨 에로보틱스 테크놀로지스의 과일 수확 로봇 FAR(사진=테벨 에로보틱스 테크놀로지스)

이스라엘 소재 기업 테벨 에로보틱스 테크놀로지스는 과일을 수확하는 AI 비행 로봇 ‘FAR’을 개발했다. 드론에 팔이 달린 모양을 지닌 이 로봇은 컴퓨터비전 기술을 통해 열매를 찾고 열매의 크기와 숙성도를 파악한다. 최대 24시간동안 스스로 과수원을 거닐며 잘 익은 과일만 골라 수확할 수 있다.

 

AI타임스 박성은 기자 sage@aitimes.com

[스페셜리포트] ①넓어지는 로봇의 의미, 산업 바꿔놓을 기술적 토대 다져져

[스페셜리포트] ⑤우리는 어떻게 로봇과 더불어 살아야 할까

키워드 관련기사
  • [스페셜리포트] ②'로봇 서비스 받아보셨나요?' 집·기업·공공분야 서비스 로봇 맹활약
  • [스페셜리포트] ③로봇이 가장 많이 쓰이는 곳은? '산업용 로봇'과 '협동 로봇'
  • [스페셜리포트] ①넓어지는 로봇의 의미, 산업 바꿔놓을 기술적 토대 다져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