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샌드박스, 관련 법·제도 유예…"새로운 혁신 가능케"
문재인 정부 '신산업 규제혁신' 대표 모범 사례로 부상
시행 2년간 로봇·헬스케어 등 성과…2800명 고용 창출
승인기업 협의회, 정부-승인기업 간 핫라인 역할 톡톡

자율주행 순찰로봇 골리. 골리는 공원녹지법과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공원을 순찰하고 불특정 다수에 대한 영상 촬영이 불가능했었지만,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실증 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사진=국무조정실 제공).
자율주행 순찰로봇 골리. 골리는 공원녹지법과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공원을 순찰하고 불특정 다수에 대한 영상 촬영이 불가능했었지만,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실증 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사진=국무조정실 제공).

#1 운전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주차 문제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빈 자리를 찾아 주차장을 헤매거나 좁은 공간에 주차하느라 한참을 허비하기 일쑤다. 최근 '스마트 주차로봇 서비스'가 탄생해 이같은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 기술을 토대로 만들어져 주차로봇이 운전자 대신 주차를 해주는 방식이다.

코드로 위치와 경로를 인식해 정확한 위치로 이송할 수 있어, 주차 시 발생하는 사고를 예방하고 시간도 단축시킬 수 있다. 하지만 '주차장법'에 주차로봇 시스템의 안전을 확인하는 규정이 없어 국내에서는 불법이었기 때문에 연구조차 어려웠다. 규제를 유예·면제해주는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빛을 보게 됐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라떼에 3D 프린팅 기술을 접목하게 된 사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라떼에 3D 프린팅 기술을 접목하게 된 사례. (사진=플레토 홈페이지).

#2 예쁘게 그려진 라떼 아트에 우유 거품 색깔 외에 화려한 컬러로 디자인한다면 어떨까. 예컨대 라떼에다 빨간 장미꽃이 그려져 나오는 것. 3D 프린터와 식용색소를 활용해 기존 라떼아트의 한계를 넘는 새로운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커피 산업과 ICT가 융합된 것이다.

‘라떼아트 3D 프린터’는 2016년 개발됐지만 식품위생법상 식용색소 4종이 커피 사용이 금지돼 있어 2년 동안 규제개선을 요구했으나 불발됐었다. 하지만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4개월 만에 시장 출시가 가능해졌고 이후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 대만, 베트남 등 해외 시장의 수출이 크게 늘어났다.

문재인 정부의 ‘신산업 규제혁신’ 대표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는 ‘산업융합 규제 샌드박스’ 덕분에 AI 기업들의 숨통이 트이고 있다. 기존 법과 제도에 막혀 빛을 잃을 뻔한 사업들이 규제 샌드박스로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지난 2년간 1조 4,344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와 2,800여개 일자리 창출이라는 성과도 거뒀다. 이를 놓고 정부와 승인기업 간의 소통을 담당하는 '산업융합 규제 샌드박스 승인기업 협의회'의 역할이 주요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규제 샌드박스는 신사업을 시작할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유예해주는 제도다. 신기술이나 서비스가 국민의 생명·안전에 저해되지 않을 경우, 기존 법령·규제에도 불구하고 ‘실증 특례’나 ‘임시 허가’를 받아 사업을 할 수 있다. 실증 특례는 제품과 서비스를 ‘시험·검증’ 해야 할 때 기존 규제를 면제해주는 것을 뜻하며, 임시 허가는 아예 일정 기간 동안 제품·서비스를 ‘시장에 출시’할 수 있도록 허가해주는 것을 말한다.

자료=국무조정실 제공
제도를 시행한지 2년 만에 고용·매출·투자 증대 등의 효과를 얻었다. (자료=국무조정실 제공).

제도를 시행한지 2년 만에 신기술 개발, 투자 유치, 일자리 창출 등 알찬 결실을 맺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한 가운데 놓인 국내 산업에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4일 정부와 대한상공회의소 등에 따르면 지난 2년간 ‘규제 샌드박스’로 총 410여 건의 실증특례와 임시 허가 과제가 승인됐다. 산업융합분야 102건, ICT융합분야는 90건에 달한다. 이외 규제자유특구 65건, 스마트도시 16건 등도 포함됐다. 이를 통해 1조 4,344억 원의 투자가 이뤄졌고 2,800여 명의 일자리가 생겨나는 등 경제적 파급효과가 상당한 것으로 평가된다.

◆ 승인기업 협의회, 기업들 애로사항 해결 총력…정부-승인기업 간 '핫라인' 역할

산업융합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는 기업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특히 승인기업 협의회의 도움을 적극 받았다는 것. 산업융합 규제 샌드박스 승인기업협의회는 기업이 특례를 받은 이후 사업개시 과정에서 직면하는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금융지원, 특허출원, 공공조달 등의 사업화 지원을 위한 제도까지 안내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정부가 기업에 대한 규제특례 제도인 '샌드박스' 승인 이후 '애프터 서비스'까지 책임지기 위한 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지난해 11월 서울 무역보험공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회 산업융합 규제 샌드박스 승인기업 협의회' 발족식에서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왼쪽 5번째)와 송영기 승인기업 협의회장(왼쪽 6번째)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지난해 11월 서울 무역보험공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회 산업융합 규제 샌드박스 승인기업 협의회' 발족식에서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왼쪽 5번째)와 송영기 승인기업 협의회장(왼쪽 6번째)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배달로봇이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그동안 출입이 제한됐던 보도와 횡단보도에서 운행이 가능하게 됐다.
배달로봇이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그동안 출입이 제한됐던 보도와 횡단보도에서 운행이 가능하게 됐다.

승인기업 협의회는 지난해 11월 미래차·모빌리티, 공유경제, 스마트의료, 에너지, 식품·건강, 디지털·융합의 6개 분과에, 당시까지 승인된 77개 기업을 참여시켜 발족됐다.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발족식에서 “산업융합 규제 샌드박스 승인기업이 100여개에 가까워지는 상황에서 정부와 승인기업 간 소통과 협력을 위한 채널이 만들어진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며 “향후 협의회가 사후지원을 강화하고 승인기업 간 네트워킹을 촉진해 규제 샌드박스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기능하도록 지원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승인기업 협의회는 발족된 이후 3개월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제도 홍보 활성화, 승인기업 대상 자금지원 방안 마련에 앞장섰다. 젊은 창업가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규제 샌드박스를 많은 기업인에게 알리는 것이 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기술 개발에 발목을 잡는 자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종 방안을 고안했다. 이에 승인기업들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었고, 성공사례도 늘어가고 있다.

송영기 스프링클라우드 대표가 AI타임스와 인터뷰를 통해 "규제 샌드박스는 기업들의 상상력의 한계를 풀어주는 좋은 제도이다"며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싶은 정책이다"고 밝혔다.
송영기 스프링클라우드 대표는 AI타임스와 인터뷰를 통해 "규제 샌드박스는 기업들의 상상력의 한계를 풀어주는 좋은 제도이다"며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싶은 정책이다"고 밝혔다.

◆ 미니인터뷰 - 송영기 스프링클라우드 대표·산업융합 규제 샌드박스 승인기업 협의회장

Q. 산업융합 규제 샌드박스 협의회장으로 취임했다. 소회를 듣고 싶다.

"협의회장으로서 짧은 기간 동안 활동하면서 느낀 점이 많다. 특히 기업가들이 정말 대단하다는 점을 절감했다. 어려움에 빠진 기업들이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한다. 기업들의 이야기를 듣고,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연계를 하기도 한다. 샌드박스는 정말 좋은 제도다. 기술 개발 과정에서 규제에 대한 문제를 간과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에게 적극 알리고, 도움 받을 수 있도록 홍보를 열심히 하고 있다."

Q. 샌드박스 제도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다.

"정부가 실증, 허가 등 문제로 어려움에 직면한 기업들을 돕는 제도다. 기업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는 장치라고 본다. 기존의 가치들과 현재 상황이 상충되는 규제가 더러 있다. 이러한 것들을 풀어주는 정책이다. 기존 규제가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오래 전 만들어졌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에 대한 기술이나 모델에 적용하기 적절하지 않은 규제들이 있다. 이에 대한 완충 작용을 하는 셈이다."

Q. 샌드박스 제도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예컨대 신약 연구개발 과정 등에서 혈액을 채취하는 절차가 어려웠다. 개발업체가 의료기관에서 진단·치료용으로 사용하고 남은 잔여 검체를 제공받으려면 검체 제공자의 사전 서면동의 필요하다. 그런데 폐기 시점에 서면동의를 받기란 곤란하다. 샌드박스를 통해 제도 개선으로 의료기관에서 검체 채취 전 검체 제공자에게 서면으로 고지해 거부의사가 없으면 인체유래물은행에 제공이 허용할 수 있게 됐다. 이는 혁신신약 개발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그리고 헬스케어 분야도 화제다. 우리나라 사망 원인의 1위가 암이다.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외국의 경우 소비자들이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유전자검사기관에 직접 의뢰해 검사를 받고 질병 위험도를 예측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생명윤리법에 의거해 유전자 검사기관이 분석할 수 있는 항목이 12개로 제한돼 있어, 정작 중요한 암 같은 질병은 관련 항목에 빠져있었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한 기업이 기존 항목에 허용되지 않았던 만성질환, 대장암, 위암, 폐암, 파킨슨병 등을 대거 포함시켜 연구를 수행하게 됐다."

㈜스프링클라우드가 개발한 '스프링카(Spring Car)'의 시험 운행 모습. 스프링카도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제공).
㈜스프링클라우드가 개발한 '스프링카(Spring Car)'의 시험 운행 모습. 스프링카도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제공).

Q. 산업융합 규제 샌드박스 승인기업 협의회가 발족한 지 3개월이 지났다. 어떤 일들을 했나.

"규제 샌드박스 협의회는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다. 미래차·모빌리티, 공유경제, 스마트의료, 에너지, 식품·건강, 디지털·융합의 6개 분과가 모두 열심히 뛰고 있다. 각 분과위원장 이하 회원들과 함께 활동하고 정보를 공유했다. 특히 제도 홍보 활성화에 앞장섰다. 현재는 승인기업을 대상으로 자금지원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Q.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분과는.

"바이오, 푸드테크놀로지, 에너지, 헬스케어 등 각종 분야에 규제가 많다. 특히 건강 분야에 규제가 많은데, 이와 관련된 식품·건강 분과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모든 분과의 노고가 크다. 최근 모빌리티 산업 부분도 활발하다. 각 분과별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고 하고 있다."

승인기업 협의회의 향후 계획에 대해 말하고 있는 송영기 스프링클라우드 대표.
승인기업 협의회의 향후 계획에 대해 말하고 있는 송영기 스프링클라우드 대표.

Q. 협의회의 향후 계획에 대해 듣고 싶다.

"지난 2년간의 다양한 규제 샌드박스 성과를 토대로, 3년차를 맞아 실증사업 진행을 내실화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승인 기업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기업 간 소통의 기회를 지원하고, 신규 신청기업들을 대상으로 멘토링도 제공할 것이다. 또 산업별 분과 협의회에서 규제개선 과제를 발굴·건의해 ‘옴부즈만·규제개혁위원회·규제혁파로드맵·규제샌드박스’ 등 산업부 관련 규제개선 제도와 연계를 요청할 계획이다.

현재는 샌드박스 승인기업 대상이나, 향후 규제로 난항을 겪는 기업들도 협의체에 포함해 산업부의 ‘규제개혁 소통 플랫폼’으로 적극 활용하도록 추진할 것이다. 이어 향후 협의회가 승인기업 간 협력관계 강화를 촉진해 규제 샌드박스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반으로 기능하도록 노력하겠다."

송영기 스프링클라우드 대표 약력
▲ 1998년 국립 경상대학교 제어계측공학과 석사 (인공지능 전공)
▲ 1998년 ㈜현대정보기술 바이오인식팀장(지문, 얼굴, 홍채 및 전자신분증)
▲ 2007년 연세대학교 연구교수 전자공학과, 차세대영상인식기술(BK21)
▲ 2017년 ㈜스프링클라우드 설립 및 대표이사
▲ 2020년 산업융합 규제 샌드박스 승인기업 협의회장

AI타임스 유형동 기자 yhd@aitimes.com

취재노트
기업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깨울 수 있는 좋은 제도입니다. '내 생각엔 정말 좋은 것 같은데? 개발해볼까' 고민하다, 자세히 알아보면 법과 상충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이를 유예하면서 기술 개발에 몰두할 수 있게 된 겁니다. 법 위의 '옥상옥(屋上屋)' 제도라고 우려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러나 승인기업 협의회와 심사과정 등이 있어,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기술은 개발이 어려우니 염려 놓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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