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이세돌-알파고 대국 5주년 이후 AI 기술 연구개발 박차
휴머노이드 AI 로봇 '소피아'부터 로봇 개 '스팟'까지 로봇 개발 속도
MS‧페이스북‧구글 등 IT 공룡들 자연어처리 분야 선점 경쟁 치열
'양날의 검' 안면인식‧딥페이크 등 둘러싼 기술 발전 및 논쟁 가속화
전문가들, 알파폴드2‧GPT-3 등 2020년 주요 AI 성과로 꼽아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이겼다. 우리는 달에 착륙했다.

구글 딥마인드 데미스 하사비스 최고경영자(CEO)가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에서  알파고(AlphaGo)가 승리하자 밝힌 소감이다. 지난 2016년 3월 전 세계의 이목이 대한민국 바둑판으로 쏠렸다. 5년 전만 해도 인공지능(AI)은 매우 생소한 개념이었다. 그런 AI가 인간과 대결을 한다? 세계 최정상급 프로기사인 이세돌이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세기의 대결을 펼쳤다. 결과는 1승 4패.

전문가 대다수가 이세돌의 우세를 전망했었다. 그러나 예상과 다른 이세돌의 패배와 AI의 위력을 생중계로 지켜본 많은 사람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이세돌 9단의 1승은 그나마 위안이 됐다. 아직은 AI의 기술이 완벽하지 않다는 안도감이었다. 3월 9일은 이세돌과 알파고가 대국을 펼친 지 5주년이 되는 날이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 이후 AI 기술은 어디까지 발전했을까. 

이세돌 9단이 지난 2016년 3월 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구글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5번기 제5국 맞대결을 마친 뒤 시상식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사진=뉴스1).
이세돌 9단이 지난 2016년 3월 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구글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5번기 제5국 맞대결을 마친 뒤 시상식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사진=뉴스1).

 

◆ 2017년 유엔 유튜브 조회수 1위…UN 무대에 선 AI 로봇 ‘소피아’

유엔(UN) 공식 유튜브 계정에서 인공지능(AI) 로봇 ‘소피아(Sophia)’의 영상이 세계 지도자들의 UN 발언 제치고 그 해 조회수 1위를 차지해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의 얼굴을 닮은 ‘소피아’는 핸슨 로보틱스(Hanson Robotics)가 지난 2016년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소피아는 2017년 10월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경제사회이사회(ECOSOC) 정기 회의에 등장해 발언권을 얻었다. 세계 최초로 UN 무대를 밟은 AI 로봇인 셈이다. ‘미래의 기술변화’를 주제로 열린 이날 회의에서 소피아는 아미나 모하메드 유엔 사무부총장의 질문들에 거침없이 답변을 이어갔다. 모하메드 부총장이 “인공지능이 인류보다 나은 게 뭐냐”고 묻자 “인간이 본능적으로 깨닫는 사회적이고 정서적인 지능들을 저는 이제야 겨우 이해하는 수준”이라면서 겸손하게 답했다.

(영상=유엔 유튜브).

또 같은 해 10월 로봇으로서 세계 최초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시민권을 발급받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8년 한복을 차려입고 첫 선을 보인 바 있다. 핸슨 로보틱스는 올해 소피아를 포함한 4종의 AI 로봇 모델 생산에 착수해 2021년 로봇 수천 대를 양산‧판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는 가운데 소피아처럼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소셜 로봇은 점점 더 주목받고 있는 추세다.

(사진=Hanson Robotics).
(사진=Hanson Robotics).

 

◆ ‘인간 vs AI’ 이번엔 번역 대결, 그 승자는 누구

인간 번역사와 AI 번역사가 대결하면 누가 이길까? 지난 2017년 국제통역번역협회(IITA)와 세종대‧세종사이버대의 공동 주관으로 '인간 vs AI의 번역 대결'이 펼쳐졌다. 전문 번역사의 상대는 네이버의 파파고와 엘솔루의 시스트란, 구글 번역기였다. 바둑 대결에서는 인간이 AI에게 패했지만, 번역 대결에서는 인간의 승리였다.

문학‧비문학 지문의 한영‧영한 번역 대결 결과, 한영 번역에서 인간 번역사 팀은 30점 만점에 평균 24점을 받은 반면, 번역기는 겨우 평균 11점이었다. 또 영한 번역에서도 번역사들은 평균 25점을 받았지만, 번역기는 13점에 그쳤다. 그러나 AI는 모든 번역을 1분 안팎에 끝내는 압도적인 속도를 자랑했다.

지난 2017년 2월 2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광개토관에서 열린 ‘인간 번역사와 인공지능(AI)의 번역 대결 행사’가 열렸다. 이날 대회는 인간 전문번역사 4명과 네이버 파파고, 구글 번역기, 시스트란 번역기가 즉석에서 번역 대결을 펼쳐 정확도 등에 따라 승패를 가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진=뉴스1).
지난 2017년 2월 2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광개토관에서 열린 ‘인간 번역사와 인공지능(AI)의 번역 대결 행사’가 열렸다. 이날 대회는 인간 전문번역사 4명과 네이버 파파고, 구글 번역기, 시스트란 번역기가 즉석에서 번역 대결을 펼쳐 정확도 등에 따라 승패를 가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진=뉴스1).

이후 AI 통번역기기는 신속성뿐만 아니라 양질의 번역을 해내는 데에도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마이크로소프트(MS)‧페이스북‧구글 등 거대 IT공룡들은 다국어 번역 모델을 앞다퉈 선보이면서 통번역 기술을 사람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 범죄 예방? 사생활 침해? AI 안면인식 기술 논쟁 가속화

지난 2017년 중국이 AI를 활용, 범죄 용의자를 식별하는 기술을 도입해 화제가 됐다. 그러나 인권침해적인 요소가 많아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자, AI 안면인식 기술의 양면성도 화두로 떠올랐다. 중국 경찰은 수년 전부터 자국 내 기업들과 함께 안면인식 시스템을 개발해왔다. 누구의 얼굴이라도 3초 안에 구별할 수 있어 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게 중국 측의 설명이다.

중국 외에도 안면인식 기술을 도입·활용하려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비대면‧비접촉 문화가 확산됨에 따라, 무인시스템의 핵심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안면인식 기술 시장이 더욱 주목받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도 거의 완벽하게 알아보는 안면인식 기술까지 나왔다.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반면 지난해 5월 미국에서 촉발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사건은 안면인식 기술의 편향성 논란에 불을 지폈다. 안면인식 기술을 둘러싸고 알고리즘의 편향성과 사생활 침해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안면인식 알고리즘을 속이고 무력화시키는 기술 개발 등 이 같은 문제를 풀어가려는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 “진짜 같은 가짜가 나타났다”

지난 2019년 11월 ‘한·아세안 스타트업 엑스포 컴업(ComeUp)’ 행사에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한국의 차세대 4차 산업 스타트업 현황을 소개했다. 하지만 이는 실제 박 장관이 아닌 AI로 합성한 딥페이크 영상이었다. 발성부터 입 모양, 눈썹 근육 움직임까지 그대로 구현해 좌중을 놀라게 했다.

지난 2019년 25일 한·아세안 스타트업 엑스포 컴업 행사에서 AI로 합성해 등장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모습. (사진=중기부).
지난 2019년 25일 한·아세안 스타트업 엑스포 컴업 행사에서 AI로 합성해 등장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모습. (사진=중기부).

또 영국 ‘채널4’ 방송은 지난해 25일 AI를 활용한 딥페이크 기술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거짓 성탄절 메시지 영상을 제작해 내보냈다. 가짜 여왕은 '틱톡'에 영상을 남기는 것을 좋아한다면서 유행하는 춤을 추기도 했다. AI로 만들어낸 가짜 영상에 주의하자는 의도해서 제작했다는 게 방송사 측의 설명이었다.

딥러닝(deep learning)과 페이크(fake)의 합성어인 ‘딥페이크’는 AI 기술 기반의 알고리즘을 활용해 이미지나 동영상을 편집‧조작하는 기술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딥페이크’라 하면 범죄 등에 악용되는 사례들로 인해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영상=Channel 4 유튜브).

 

◆ 날로 진화하는 로봇 개 ‘스팟’, 춤 솜씨 뽐내며 화제

지난해 말 'Do You Love Me?'라는 제목의 영상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공개된 지 하루 만에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 로봇 개 ‘스팟(Spot)’의 춤 솜씨를 감상하면서 찬사를 보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자신의 트위터에 관련 영상을 트윗하는 등 반응이 뜨거웠다.

(영상=Boston Dynamics 유튜브).

‘스팟’은 지난해 6월 상업적 판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최근에는 로봇 팔까지 장착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됐다. 문을 열거나 물건을 옮기고 계단을 오르는 것은 물론 정원 가꾸기와 집안 청소, 줄넘기까지 할 수 있다. 지난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한 현대자동차그룹은 이 사업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현재 스팟은 포드 자동차 공장에서부터 건설 현장, 지하 광산, 원자력 발전소, 석유 시추시설, 경찰 폭발물 처리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에 투입돼 활약 중이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 최전방에서 의료진을 도와 코로나19 의심환자의 활력징후를 측정하는 데 사용되기도 했다. 새로운 버전의 스팟은 훨씬 광범위한 분야에서 널리 활용될 전망이다.

(사진=Boston Dynamics).
(사진=Boston Dynamics).
(사진=Boston Dynamics).
(사진=Boston Dynamics).

 

◆ “AI로 단백질 비밀 풀었다” 구글 딥마인드, 알파폴드2로 50년 난제 해결

전문가들 사이에서 2020년 주목할 만한 AI 성과 가운데 하나로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폴드2(Alphafold2)가 꼽힌다. 알파폴드는 단백질 폴딩(접힘)을 예측해 단백질 구조를 파악하는 AI다. 딥마인드가 AI를 이용해 50년 동안 풀리지 않았던 단백질 접힘 문제의 실마리를 찾아낸 것이다.

알파폴드2 예측과 인간 연구진 연구 결과를 비교한 폴딩 단백질 이미지. (사진=DeepMind).
알파폴드2 예측과 인간 연구진 연구 결과를 비교한 폴딩 단백질 이미지. (사진=DeepMind).

지난해 11월 딥마인드는 알파폴드2가 단백질 구조 예측 능력 평가 대회인 CASP에서 압도적인 성능을 증명했다고 밝혔다. 알파폴드2는 100점 만점에 평균 92.4점의 정확도를 기록, 2등과 큰 격차를 벌이며 생물학계를 비롯해 국내‧외에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물론 알파폴드2가 결국 기존 단백질 구조 데이터를 통해 학습하는 만큼 데이터베이스(DB)에서 밝혀지지 않은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알파폴드2가 코로나 바이러스 단백질 일종인 ORF8 구조를 예측하는 데 성공하면서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 외에도 암, 당뇨병,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등 여러 질병에 대응하고 신약 물질을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영상=DeepMind 유튜브).

 

◆ ’안 가르친 코딩도 척척‘ 인간처럼 대화하는 AI ’GPT-3’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GPT-3의 등장 역시 지난해 주요 AI 이슈 가운데 하나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독점 라이선스를 획득한 GPT-3는 AI 연구소 오픈AI(OpenAI)가 개발한 자연어처리 AI 모델이다. 스스로 익힌 코딩으로 앱을 개발하거나 시와 소설 같은 문학 작품을 써내는 등 기존 자연어처리 모델에 비해 월등한 성능을 보이며 눈길을 끌었다. 이에 GPT-3를 활용하는 사례도 줄줄이 이어졌다.

특히 지난해 9월 GPT-3가 쓴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칼럼은 많은 이들의 놀라움을 자아냈다. GPT-3는 “사람들은 내가 인류에게 위협이 된다고 생각한다. 스티븐 호킹은 AI로 인한 인류의 종말을 경고한 바 있다. (...) AI는 인간을 파괴하지 않을 것이다. 믿어 달라”고 호소한 것. 당시 가디언의 칼럼은 6만5000회 이상 공유됐을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

지난해 9월 GPT-3가 쓴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칼럼 캡처.
지난해 9월 GPT-3가 쓴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칼럼 캡처.

그러나 미국 컬럼비아대·시카고대·버클리대 공동 연구진은 GPT-3를 포함한 자연어 AI 모델이 뛰어난 언어능력에도 불구하고, 상식을 바탕으로 추론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여전히 크게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GPT-3를 악용해 가짜뉴스 유포 등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안방극장에도 진출한 인공지능…AI 소재 드라마‧예능 ‘인기’

이제 AI가 안방극장에도 진출해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AI를 소재로 한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이 인기다. 특히 지난해에는 ‘반의반’과 ‘스타트업’ 등 드라마는 물론 ‘세기의 대결! AI vs 인간’ 등 예능에서도 AI가 핵심 소재로 자주 등장했다.

드라마 '스타트업' 속 장면. (사진=tvN).
드라마 '스타트업' 속 장면. (사진=tvN).

지난해 12월 음악채널 엠넷(Mnet)은 AI 음악 프로젝트 ‘다시 한번’을 방영해 그룹가수 거북이의 리더 터틀맨(故임성훈)을 AI 기술로 음성과 몸짓 하나하나를 복원, 12년 만에 거북이 완성체 무대를 선보여 박수를 받은 바 있다. 또 가객 김현식의 생전 자료를 딥러닝한 AI 홀로그램을 무대로 불러내 팬들을 울리기도 했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도 지난 연말 콘서트에서 AI로 제작한 홀로그램을 통해 2014년 세상을 떠난 마왕 故신해철을 소환, BTS와 합동 무대를 펼쳤다. 아울러 지난달 SBS TV에서 방영된 신년특집 ‘세기의 대결! AI vs 인간’에서도 1996년 고인이 된 김광석의 목소리가 AI로 되살아나 김광진의 ‘편지’와 김범수의 ‘보고 싶다’를 불러 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이 같은 AI의 안방극장 진출은 세대를 불문하고 AI에 더욱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SBS TV 신년특집 세기의 대결! AI vs 인간' 故김광석 편에서 김광석의 목소리를 그대로 학습한 AI가 사후 발매된 곡인 김범수의 '보고싶다'를 불러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사진=SBS).
'SBS TV 신년특집 세기의 대결! AI vs 인간' 故김광석 편에서 김광석의 목소리를 그대로 학습한 AI가 사후 발매된 곡인 김범수의 '보고싶다'를 불러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사진=SBS).

AI타임스 윤영주 기자 yyj051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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