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AR 기반 스마트 글래스 등 관련 프로젝트 공개
AR 글래스‧손목밴드 연동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소개해
가상 스크린‧키보드 타이핑 기술 및 소음 저감 기술 등 설명
‘레이밴(Ray-Ban)’과 협업…올해 말 스마트 글래스 출시 준비
애플‧MS‧구글 등 IT 공룡들 VR‧AR 시장 선점 경쟁 가속화

(사진=페이스북).
(사진=페이스북).

# A씨가 동네 카페에 들어서자, 가상 어시스턴트가 묻는다. “아메리카노를 주문해 드릴까요?” A씨는 손가락을 가볍게 움직여 ‘예’를 클릭한다. 증강현실(AR) 글래스(안경)와 이에 연동된 소프트 손목밴드 덕이다. A씨가 카페에 들어가는 것을 감지하면 평상시 A씨가 늘 주문하는 커피를 자동으로 추천해준다. 커피를 사서 자리에 앉은 A씨는 업무를 보기 위해 노트북을 꺼내는 대신 촉각장갑을 낀다. AR 글래스를 통해 곧바로 A씨의 눈앞에 가상 스크린과 가상 키보드가 펼쳐진다. A씨는 가상 키보드를 이용해 문서 작업을 시작한다.

마치 내 몸처럼 편안하고 가벼운 AR 글래스가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대신하는 세상을 상상해보자.

페이스북 리얼리티 랩스(FRL) 연구진이 향후 출시될 스마트 글래스의 세부 정보와 함께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촉각장갑 및 손목밴드 등에 관한 프로젝트를 공개했다고 1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 등 외신이 전했다.

페이스북은 AR 글래스와 손목밴드에 연동되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소개했다. 손가락을 가볍게 움직이는 것만으로 사용자의 취향에 맞게 팟캐스트를 재생하거나 카페에 갔을 때 평소 주문하던 커피를 자동으로 추천받을 수 있다.

아울러 페이스북은 가상 스크린‧키보드를 이용한 타이핑 기술을 비롯해 안경에 내장된 인이어 모니터(IEM) 기반 소음 저감 기술 등을 설명했다. 또 비즈니스 미팅에서 주요 통계자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사용자를 목적지까지 안내하고 표지판을 번역하는 등 AR 글래스의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사진=페이스북).
(사진=페이스북).

페이스북은 이 같은 인터페이스를 구축하기 위해 손목 기반 근전도 검사법(EMG)을 개발하고 있다. EMG는 말초신경과 근육 상태를 알기 위해 근육의 전기적 활성 상태를 검사하는 방법이다. 근육 세포에서 발생하는 전위(전기장 내 단위전하가 갖는 위지에너지)를 감지, 이를 행동으로 바꾸는 것이다.

손목을 통한 신호가 매우 명확하기 때문에 EMG로 1밀리미터의 손가락 움직임까지 감지할 수 있다는 게 페이스북 측 설명이다. 이는 가상 버튼을 클릭하는 것처럼 힘 들이지 않고 간단히 입력 작업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다. 페이스북은 궁극적으로는 손가락을 움직이려는 의도까지 감지하는 게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페이스북은 해당 기술들의 일부를 이미 앞서 선보인 바 있다. 지난해 FRL 연구진은 ‘사용자 인터페이스 소프트웨어 테크놀로지’ 컨퍼런스에서 사용자가 물리적인 키보드 없이도 가상으로 타이핑할 수 있는 핸드 트래킹 기술 연구 성과를 공개했다. 또 지난해 마이크 슈뢰퍼 페이스북 최고기술경영자(CTO)는 페이스북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비공개 회의에서 자사의 신경 인터페이스 기술 성과를 전하기도 했다.

페이스북 리얼리티 랩스(FRL) 연구진은 지난해 AR‧VR 사용자가 물리적 키보드를 사용할 필요 없이 터치 타이핑이 가능하도록 돕는 핸드 트래킹 기술에 관한 새로운 연구 성과를 공개한 바 있다. (사진=페이스북).
페이스북 리얼리티 랩스(FRL) 연구진은 지난해 AR‧VR 사용자가 물리적 키보드를 사용할 필요 없이 터치 타이핑이 가능하도록 돕는 핸드 트래킹 기술에 관한 새로운 연구 성과를 공개한 바 있다. (사진=페이스북).

페이스북은 지난 2019년에 신경 인터페이스 스타트업인 컨트롤랩스(CTRL-Labs)를 인수해 AR 글래스 사업에 힘을 실었다. 컨트롤랩스는 인간 뇌의 전기신호를 컴퓨터나 기타 장치와 연결해 생각만으로 이를 원격 조종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다. 컨트롤랩스가 개발한 손목밴드는 물리적 제스처로부터 신경 활동을 측정해 이를 컴퓨터 제어장치로 변환한다. 뇌가 보내는 전기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바꿔 기기를 조종할 수 있는 것이다.

당시 페이스북의 컨트롤랩스 인수 금액은 약 10억 달러 수준으로 전해졌다. 앤드류 보스워스 페이스북 AR‧VR 부문 리얼리티 랩스(Reality Labs) 책임자는 “컨트롤랩스 인수가 우리의 연결 방식을 바꾸고 새로운 창의적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친 바 있다.

페이스북 AR 글래스 인터페이스. (사진=페이스북).
페이스북 AR 글래스 인터페이스. (사진=페이스북).
페이스북 AR 글래스 인터페이스. (사진=페이스북).
페이스북 AR 글래스 인터페이스. (사진=페이스북).

한편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AR‧VR 툴의 미래 비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오는 2030년까지 스마트 글래스를 이용해 텔레포트(순간이동)함으로써 직접 대면하지 않고도 실제 그 곳에 존재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과 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미래의 변화는 출장이나 여행 등을 감소시켜 기후변화 대응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저커버그는 "물론 자동차나 비행기는 여전히 존재하겠지만 우리가 텔레포트를 할 수 있게 되면 개인적으로는 통근시간 등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와 지구 전체에도 더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현재 ‘레이밴(Ray-Ban)’과 손을 잡고 올해 말 스마트 글래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다만 이번 스마트 글래스의 경우 완전한 AR(full AR) 글래스는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페이스북은 향후 기술 발전에 따라 좀더 진보된 고급형 AR 글래스를 출시하겠다는 구상이다.

◆ IT 공룡들, 뜨거워지는 ‘VR‧AR 시장’ 선점 경쟁

페이스북 외에도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IT 공룡들이 AR‧VR 관련 기술‧제품 개발 및 사업에 본격 뛰어들면서 시장 선점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2021년 AR‧VR‧혼합현실(MR)‧확장현실(XR) 등의 전체 시장 규모는 307억 달러(약 34조6450억 원)에 달하고, 오는 2024년에는 3000억 달러(약 338조6100억 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구글은 지난 2012년 ‘프로젝트 글래스’라는 이름 아래 스마트 글래스 개발 사업에 나서면서 구글 글래스의 프로토타입을 처음 공개,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인 ‘구글 I/O 2012’에서 구글 글래스를 선보였다. 이후 지난해 6월 말 스마트 글래스 전문업체 ‘노스(North)’를 인수했다.

애플도 스페이시스, 넥스트VR, 아코니아 홀로그래픽스, 버바나(Vrvana) 등 VR‧AR 전문업체를 적극적으로 인수해왔다. 최근 주요 외신들은 애플에 정통한 밍치 궈 TF인터내셔널증권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를 인용해 애플이 내년 중반에 VR과 AR을 혼합한 MR 헤드셋을, 2025년에는 애플 글래스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했다.

애저(Azure) 기반 혼합현실(MR) 플랫폼 ‘마이크로소프트 메시(Microsoft Mesh)’. (사진=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 기반 혼합현실(MR) 플랫폼 ‘마이크로소프트 메시(Microsoft Mesh)’. (사진=마이크로소프트).

MS는 2015년에 ‘홀로렌즈(Hololens)’를 공개한 데 이어 지난해 ‘홀로렌즈 2’를 국내 시장에 선보이면서 지금까지도 꾸준히 제품 개발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지난주에는 애저(Azure) 기반의 MR 플랫폼 ‘마이크로소프트 메시(Microsoft Mesh)’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메시는 서로 다른 장소에 있어도 마치 함께 있는 것처럼 가상공간에서 여러 사용자들이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AR‧VR 플랫폼이다. 향후 메시는 홀로렌즈 헤드셋 뿐만 아니라 PC와 스마트폰, 태블릿 등 다른 기기와도 호환‧연동돼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할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IT 팁스터(유출자) 워킹캣(WalkingCat)이 트위터를 통해 삼성전자의 AR 글래스 영상으로 추정되는 자료를 공개해, 삼성전자의 본격적인 AR 글래스 시장 진출 가능성도 커졌다. 영상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AR 글래스는 홀로그램을 이용한 문서 작업과 화상통화 등의 기능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AI타임스 윤영주 기자 yyj051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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