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RSA 기반 암호키, 양자컴퓨터로 1초만에 해킹 가능
양자컴퓨터 이미 상용화…양자기술 대부분이 '선진국' 위주
KT, 양자암호기술 없어도 네트워크 표준화로 '양자암호 서비스' 제공해

신정환 KT 융합기술원 책임연구원이 양자암호통신 기술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미지=2021 ICT 컨버전스 코리아 영상 캡처)
신정환 KT 융합기술원 책임연구원이 양자암호통신 기술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미지=2021 ICT 컨버전스 코리아 영상 캡처)

양자컴퓨터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기존의 암호기술을 폐기할 날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양자컴퓨터는 높은 연산 속도로 기존의 암호화 방법을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IBM 등이 양자컴퓨터 기술을 일반인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상황.

신정환 KT 융합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17일 한국통신학회가 개최한 ‘2021 ICT 컨버전스 코리아’에서 이같이 설명하며 "국내 기술로 양자암호기술 시스템을 만들어 보안 이슈에서는 기술 종속에서 탈피한 망을 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신정환 박사는 양자컴퓨터를 통한 해킹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인 양자암호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정환 박사는 "기존의 보안은 RSA라는 비대칭 키를 사용한 알고리즘을 이용했다"며 "RSA 기반 비대칭 키 알고리즘은 수학적 난제, 수학적 복잡성으로 보안을 보장했다"고 설명했다.

RSA(Rivest Shamir Adleman)는 소인수분해를 이용한 알고리즘이다. 아주 큰 수의 소수를 찾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착안한 것. RSA에는 250자리의 숫자를 소인수분해 해야 문제를 풀 수 있게 만들었는데, 현재의 슈퍼컴퓨터로도 엄청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신 박사는 "고전 컴퓨터로 소인수분해를 하는데 3300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양자컴퓨터는 동일한 수준의 알고리즘 수행에 단 1초의 시간에 이를 해결한다는 것이 이론적으로 보여졌다"고 말했다.

이는 기존의 컴퓨터가 0과 1이라는 두 가지 상태를 이용해 계산했다면, 양자컴퓨터는 0과 1이 동시에 존재하는 '양자중첩'이라는 세 번째 상태를 이용해 더 빠른 연산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정환 박사는 더이상 양자컴퓨터가 이론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며 "IBM,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등 미국 대기업을 중심으로 상용 양자컴퓨터가 나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AWS는 '아마존 브라켓'으로 클라우드를 통해 양자컴퓨터를 활용할 수준까지 왔다.

양자컴퓨터의 대중화로 결국 기존 RSA 기반의 암호체계가 전부 해킹에 취약해질 위험에 온 셈이다. 다행인 것은 이를 막을 수 있는 양자암호기술 역시 상용화 중이라는 것.

신정환 박사는 "양자암호기술은 수학적 기법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원천적인 보안성을 증명하는 기법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양자의 4가지 특징 (자료= KT)
양자의 4가지 특징 (자료= KT)

양자는 에너지의 최소 단위다. 앞서 설명한 양자중첩 외에 '양자 얽힘', '비가역성', '불확정성'으로 복제가 불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나노(nm) 크기의 양자는 상태가 예민해 양자암호 키 해킹을 시도할 경우 신호가 붕괴할 수 없다. 이에 네트워크 해킹을 방지하는 물리적인 보안키로 사용할 수 있다.

양자암호기술은 전체 보안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취약한 RSA 기반 암호키만 바꾼다.

신 박사는 "기존에는 서로 수학적으로 암호를 공유했다면 이제는 QKD라는 양자키 분배장치로 암호를 생성하고 암호화를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양자암호키 분배장치를 판매하고, 상용 양자암호통신 개발을 진행했다. 이런 양자암호통신은 주로 기술 선진국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양자정보기술 자체가 기존 기술과 다른 전문인력, 대규모 예산 등을 필요로 하기 때문.

이에 KT는 양자암호통신기술보다 양자암호통신 네트워크 표준화로 대중화를 시도하고 있다.

신정환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12개의 양자암호통신 네트워크 표준화가 진행 중이며 전체 진행된 표준 중 KT가 8개를, 표준 완성된 6건 중 3건을 주도하고 있다. 

ITU 양자 국제 표준화 중 KT가 네트워크 관련 표준에 참여하고 있는 현황 (자료=KT)
ITU 양자 국제 표준화 중 KT가 네트워크 관련 표준에 참여하고 있는 현황 (자료=KT)

양자암호통신 기술은 기술적 난이도로 선진국 위주로 진행됐지만, 네트워크 기준의 표준화는 양자역학 기술이 없어도 쉽게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 박사는 "양자암호통신 네트워크 표준을 진행하면서 국내 산업체들이 양자암호통신 숙련 없이도 빠르게 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며 "아무리 친한 이웃 국가도 보안 이슈는 맡길 수 없다. 보안기술에 대한 기술 종속 탈피를 위해 국내 기술로만 된 업체들과 양자암호통신망을 구축하고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KT는 코위버, 우리넷에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이전해 해당 장비를 국내 생산할 수 있게 지원했다. 또 디지털 뉴딜 사업을 통해 병원, 조선소, 지자체 등에 각각 양자암호 통신망을 구축 운영하고 있다.

AI타임스 양대규 기자 yangdae@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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