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IT 대기업 대규모 임금 인상 봇물
연봉 대박, 광주 AI 기업에겐 '남의 일'
중기·스타트업 ‘바짓가랑이 찢어질라’
AI 취준생들 “보수 좋은 수도권으로 가자”
AI 인재 기껏 키워놓으니 다른 도시로 탈출

최근 판교발(發)’ 연봉인상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기존 대기업들과 중소기업, 지역의 스타트업들의 연봉협상에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게임, ICT 업계 기업들이 핵심 인재들을 싹쓸이 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사진=셔텨스톡).
최근 판교발(發)’ 연봉인상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기존 대기업들과 중소기업, 지역의 스타트업들의 연봉협상에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게임, ICT 업계 기업들이 핵심 인재들을 싹쓸이 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사진=셔텨스톡).

최근 대형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간 개발자 확보 경쟁으로 인해 기업들이 너도나도 연봉 인상을 선언하며 '출혈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공격적인 연봉 인상을 제시한 대형 IT 기업들의 인재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지역 간 인재 경쟁력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 때문에 지역 내 스타트업들이 꾸준히 성장하는 생태계가 조성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 판교 발(發) 개발자 '1억 연봉' 열풍…"출혈경쟁 괜찮나"

판교가 개발자 연봉 1억원 시대를 열었다. ICT 기업들과 게임업체들이 연봉을 대폭 인상키로 했다. 특히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게임 업계가 신호탄을 쐈다. 국내 최대 게임업체인 A사는 2021년 개발직군(엔지니어), 비개발직군의 연봉을 일괄 2,000만원, 1,500만원 인상했다. 신입 대졸 초임의 경우 연봉을 6,000만원, 5,000만원으로 책정됐다. 이 흐름이 게임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너도나도 연봉 인상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개발직군과 비개발직군의 연봉을 각각 1,300만원·1,000만원씩 인상했다. 사진은 엔씨소프트 사옥 전경.
엔씨소프트는 최근 개발직군과 비개발직군의 연봉을 각각 1,300만원·1,000만원씩 인상했다. 사진은 엔씨소프트 사옥 전경.

이러한 흐름이 ICT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형 ICT 기업들도 임직원 연봉을 800만 원에서 최대 2,000만 원 수준까지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카카오, 네이버 등 기업들이 평균 연봉 1억원을 기록했다. 그간 삼성전자와 SK텔레콤 등 그룹사 대기업 위주 및 은행권 등에서 책정되던 ‘1억 연봉’이 IT기업들에서 속속 실현되고 있는 모양새다.

연봉 폭등으로 인재들도 이 기업들이 싹쓸이하고 있다. 일명 ‘네카쿠배(네이버·카카오·쿠팡·배달의민족)’로 불리는 플랫폼 기업들은 높은 연봉과, 성과급을 무기로 디지털 인재 조기 확보에 나섰다. IT 기업들의 연봉 인상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소·스타트업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자금줄이 넉넉하지 않아 인재 유출에 시달릴 우려가 커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광주에 둥지를 튼 AI 기업들이 몰려 있는 '광주 인공지능창업캠프' 조감도.
광주에 둥지를 튼 AI 기업들이 몰려 있는 '광주 인공지능창업캠프' 조감도.

◆ 연봉 대박, 비수도권에선 남의 일…광주 AI 스타트업 '이러지도 저러지도'

비수도권에 위치한 AI(인공지능)·IT 스타트업들은 이 같은 연봉 폭등 현상을 넋 놓고 바라만 봐야 하는 처지다. 지나친 연봉 인상과 보너스 경쟁을 보면서 상대적인 박탈감까지 생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개발자 몸값이 '금값'이 되고 있지만, 자금이 쪼들리는 지역의 AI 스타트업들은 한마디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있는 것이다.

광주의 한 AI 스타트업 대표는 "요즘 AI 개발자들의 몸값이 폭등하고 있다는데 이는 판교의 게임업계와 대기업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면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들은 여전히 어렵고, 지역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들은 개발 인력조차 제대로 뽑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고 말했다.

지역 내 AI 기업들이 당장 걱정하는 사태는 필수 인력의 이탈이다. AI 업계에서는 대학 졸업 이후 스타트업에 취업해, 중견 기업을 거쳐 대형 ICT 관련 회사로 점차 몸값을 높여 이직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후 직접 창업에 나서거나, 외국계 기업으로 이직하는 것이 비일비재하다. 이 와중에 대형 ICT 기업들이 파격적으로 연봉을 높임에 따라 기업 간 ‘연봉 뜀뛰기’를 하는 주기도 짧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최근 실시한 'IT업계 연봉 인상 트렌드'에 대한 구직자들의 생각을 조사했다. (사진=사람인 제공).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최근 실시한 'IT업계 연봉 인상 트렌드'에 대한 구직자들의 생각을 조사했다. (사진=사람인 제공).

◆ 연봉 인상 흐름에 눈 높아진 취준생·개발자

상황이 이렇다보니 AI 개발자를 꿈꾸는 학생들의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하나같이 첫 직장으로 보수가 좋은 대기업을 원하고 있다는 것. 상대적으로 연봉이 낮은 지역 내 AI 스타트업은 소외되기 때문에 인력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현상이 심화되면 기업과 인력이 중심이 되는 '광주 AI 생태계 조성사업'도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연봉 인상을 위해 서울 인근 수도권행을 고려 중인 개발자들도 적지 않다. 광주의 한 스타트업 웹개발자 A씨는 "회사와 함께 성장한다는 마음으로 입사했는데, 판교쪽 기업과 연봉 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며 "좋은 자리가 있다면 수도권으로 자리를 옮기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광주 지역 개발자들의 연봉은 2,400만원부터 최대 5,000만원 수준이다"면서 "그런데 5,000만원 이상의 초봉을 받고 일을 시작한다는 소식을 들으면 박탈감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은 올해 시민들이 체감하는 AI 서비스 개발과 AI 고급·전문 인재 양성을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사진=광주시 제공).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은 올해 시민들이 체감하는 AI 서비스 개발과 AI 고급·전문 인재 양성을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사진=광주시 제공).

◆ 기껏 키워놓으면 '수도권행'…"인재가 순환할 수 있는 도시 조성돼야"

광주시를 필두로 각 산하기관들과 교육기관들이 적극적으로 AI 인재 양성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인재 유출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특단의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인재들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순환 도시'를 조성해야 한다는 제언을 내놓았다.

최대우 애자일소다 대표이사는 "요즘 인공지능 관련된 인재를 구하기 굉장히 어렵다. 좋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재들이 광주를 필두로 순환하는 구조가 돼야한다"며 "여러 지역의 사람들이 광주시가 가지고 있는 인프라, 교육 서비스 등의 혜택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광주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AI타임스 유형동 기자 yhd@aitimes.com

취재노트
최근 코딩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하죠. 모두 '억대 연봉' 이슈에서 비롯된 것 인데요. 낙수효과로 지역 업체들까지 연봉이 오르면 좋겠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습니다.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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