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크라프칙 CEO, 사임 발표...자율주행 개발 부문 선구자
호출택시·택배배송 시도했지만 한정된 지역 못 벗어나
당초 “2020년 상용화하겠다”는 목표 달성 못 해
지난해 평가액 3천만달러→300억달러로 크게 감소
전 COO 마와카나·전 CTO 돌고프 공동대표 임명

존 크라프칙 전 웨이모 CEO. (사진=Waymo Blog 캡처).
존 크라프칙 전 웨이모 CEO. (사진=Waymo Blog 캡처).

구글의 자회사 웨이모가 자율주행차 상용화 시기를 연기한 가운데 존 크라프칙 CEO가 사임하는 등 최고 경영진 개편을 단행했다. 크라프칙 CEO는 최근 링크드인에 사임을 표명하는 글을 올리고 수장의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초 목표와 달리 2020년 자율주행택시 상용화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적자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한 것이 이유로 분석된다.

크라프칙은 지난 2일(현지시간) 사임했다. 곧바로 뒤이어 테케드라 마와카나 전 COO(최고운영책임자)와 드미트리 돌고프 전 CTO(기술개발총괄책임자)가 웨이모 새 CEO로 임명됐다. 크라프칙은 링크드인에서 “지금이 테케드라와 드미트리에게 바통을 넘길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이라며 현재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완전자율차량 호출택시 ‘웨이모원’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 점과 5세대 웨이모가 택배배송을 앞두고 있는 상황을 언급했다.

존 크라프칙 전 웨이모 CEO와 테케드라 마와카나·드미트리 돌고프 새 웨이모 공동CEO. (사진=Waymo Blog 캡처). 
존 크라프칙 전 웨이모 CEO와 테케드라 마와카나·드미트리 돌고프 새 웨이모 공동CEO. (사진=Waymo Blog 캡처). 

크라프칙은 지난 2015년 웨이모에 새 CEO로 영입된 이후 자율주행차 개발 분야에서 대표적인 인물로 평가받았다. 그는 MIT 국제자동차프로그램에서 생산연구원과 컨설턴트를 시작으로 포드자동차 고위직 임원, 현대자동차 아메리카 CEO를 거쳐 구글에 입사한 자동차 전문가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크라프칙은 구글 내 자율주행차량 사업부였던 웨이모를 완전히 분리시켜 독립회사로 변경했고, 이듬해 피닉스에서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 시범운행을 시작했다.

이후 웨이모는 애리조나주 피닉스를 비롯해 구글 본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네바다 등 허가를 받은 일부 지역에서 시뮬레이션과 자율주행차량 시범운행을 지속적으로 실시했다. 지금까지 웨이모 차량은 공공도로에서 2000만mi(약 3200만km) 주행했다. 시뮬레이션 과정에서는 총 2백억mi(약 320억km)을 달렸다.

크라프칙이 입사한 2015년에는 무인자동차의 핵심부품 중 하나인 컴퓨터 비전과 딥러닝에 대한 전망이 밝았다. 당시 딥러닝이 지속적으로 발전한다면 자율주행차가 상용화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크라프칙은 입사 직후부터 구글에서 2009년부터 시행하던 무인자동차 소프트웨어 쇼퍼(chauffeur)를 전면으로 내세우는 한편, 세바스찬 스런 최고 엔지니어와 AI 기반 방향 감지 센서, GPS, 라이다를 개발해 차량에 탑재했다.

그러나 웨이모는 피닉스와 마운틴뷰 외 지역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지 못했다. 2018년 말 원하는 위치와 시간에 맞춰 탑승이 가능한 라이드 헤일링(Ride Hailing) 호출 기능을 탑재해 웨이모원을 출시했지만 한정된 지역에서만 가능할 뿐이었다. 교통상황이 시시각각 변덕스럽고 붐비는 대도시에서는 웨이모 상용화에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반복하며 도입을 꺼렸다.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공공도로에서 시범운행 중인 웨이모. (사진=셔터스톡).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공공도로에서 시범운행 중인 웨이모. (사진=셔터스톡).

그 사이 웨이모 기업 평가액은 2018년 2000억달러(약 224조원)에서 지난해 300억달러(33조 6300억원)로 크게 감소했다. CNBC는 “존 크라프칙의 사임은 자율주행차 상용화가 과대광고였으며, 이에 부응하지 못한 산업계 현실을 보여준다”며 “웨이모 외에도 자율주행차 개발에 앞장서온 대부분 업체들이 여러 이유를 들어 차량 개발을 연기·중지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웨이모의 경쟁업체 중 하나는 우버는 지난해 12월 돌연 자율주행사업부를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오로라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원인은 수익이 나지 않는 것을 이유로 들어 투자자들이 사업 철수를 요구했기 때문. GM·포드·BMW 등 기업들도 자율주행차 택시 상용화를 2025년 이후로 미룬 상태다. 당초 이들이 목표한 시기는 2018년~2020년이었다.

이렇듯 웨이모를 비롯한 대부분 자동차 업체들이 자율주행차 출시를 연기하고 있지만 새 웨이모 공동대표에게 기대를 거는 이들도 많다. 테케드라 마와카나는 2017년 웨이모에 입사해 비즈니스 전략, 운영, 비즈니스 개발, 공공 정책,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부서를 총 관리감독하는 핵심인재다. 드미트리 돌고프는 구글 엔지니어 출신으로 2016년 웨이모에 입사해 맞춤형 설계, 완전 자율 기술 스택 개발을 담당해온 인물이다.

웨이모는 지난해 영업손실이 44억8000만달러(한화 약 5조500억원)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기술에 앞서 과실치사 등 윤리적 문제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재까지의 자율주행차 개발 단계다. 업계 전문가들은 과연 웨이모가 경영진 쇄신을 거쳐 어떠한 변화를 모색할지 주목하고 있다.

AI타임스 박혜섭 기자 phs@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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