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샌드박스로 미래차 선점 기회 잡은 광주시
무인 청소차, 저속 주행하며 혼자 청소도 '척척'
미화원 근로환경 개선 기대…안전성 검증은 과제
미래자동차 중심 산업으로 체질 개선 노력 주목
기업 유치·일자리 창출 성과…지역 경제 견인할 듯

광주에서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무인 노면청소차.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제공).
광주에서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무인 노면청소차.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제공).

국내 최초 '무인 청소차'가 광주광역시에서 달리고 있다. 이로써 쓰레기 수거, 청소 등 공공서비스 목적의 무인 특수차량에 대한 데이터를 선점할 수 있게 됐다. 기아자동차, 금호타이어 등 자동차 생산을 중심으로 명맥을 이어온 광주지역 산업계가 미래자동차 산업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변곡점을 맞이 할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역 내 무인차량 부품 기업의 혁신성장을 도모하고 자율주행 기반의 고부가가치 특장차 산업 생태계도 구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최초 '무인 특장차'는 어떻게 광주에서 달리게 됐을까. 

례무인 저속 특장차 실증을 위한 규제특례 허가 소개. (사진=국무조정실 규제 샌드박스 시행 2주년 사례집).
무인 저속 특장차 실증을 위한 규제특례 허가 소개. (사진=국무조정실 규제 샌드박스 시행 2주년 사례집).

◆ 미래 기술 실증 발목 잡던 규제들, '샌드박스'로 확 풀었다   
무인주행 청소차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광주에서 달릴 수 있었다. 규제 샌드박스는 신사업을 시작할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유예해주는 제도다. 신기술이나 서비스가 국민의 생명·안전에 저해되지 않을 경우, 기존 법령·규제에도 불구하고 ‘실증 특례’나 ‘임시 허가’를 받아 사업을 할 수 있다. 실증 특례는 제품과 서비스를 ‘시험·검증’ 해야 할 때 기존 규제를 면제해주는 것을 뜻한다. 

규제 샌드박스 도입이 확정되면서 이를 위한 법률 제·개정안이 지난 2018년 3월 발의됐다. 이듬해 규제 자유특구 분야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본격 시행됐다. 쉽게 말해 규제 샌드박스 제도는 개별 기업이 특정 기술에 대해 신청할 경우 규제특례 혜택을 제공했다면, 규제자유특구는 해당 지역 내 다수 사업자에게 규제 특례와 재정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개별 기업, 기술 중심이 아니라 지역의 산업 전반을 육성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광주광역시는 광주 규제자유특구에서 공공서비스를 위한 무인 저속 특장차 실증과 자율주행 공공정보 데이터 수집·공유 실증에 착수했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중소벤처기업부와 광주광역시는 광주 규제자유특구에서 공공서비스를 위한 무인 저속 특장차 실증과 자율주행 공공정보 데이터 수집·공유 실증에 착수했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제공).

◆ 완전 무인화 시도 '광주 무인 청소차'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무인주행 청소차 개발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다. 현행 자율주행 관련법상 각종 규제들이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운전자 없이 스스로 도로변을 청소하고 생활폐기물을 수거하는 무인 저속 특장차는 자율주행 기술 단계에서 레벨 5단계의 완전 무인화 차량이다. 

현행 자율주행 관련법들은 이상 상황을 대비해 1인 이상의 운전자가 지정돼야만 자율주행차량이 운행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그래서 높은 자율주행 단계인 레벨 4, 5단계의 차량은 실증 자체가 불가능하고,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데이터는 개인정보보호법의 비식별조치 의무화 규정에 의해 활용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웠다. 

광주규제자유특구에서 운행되는 에이엠특장의 무인노면청소차량. (사진=광주시 제공).
광주규제자유특구에서 운행되는 에이엠특장의 무인노면청소차량. (사진=광주시 제공).

하지만 지난 2019년 12월 광주 규제자유특구 지정을 통해 기존 법상 규제 5건에 대한 실증 특례가 승인됐다. 이로써 현행 자율주행 개발 단계를 넘어 레벨 5단계인 무인차량의 개발과 실증 운행이 가능해졌으며, 개발된 차량의 실도로 운행시험을 위해 책임보험 가입 및 안전관리 가이드라인, 현장 지원 등의 안전장치도 마련됐다.

◆ 광주 누비는 '무인 청소차, 쓰레기 수거 척척…도심 주행 안전성 검증 관건
광주가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면서 각종 규제를 완화받아, 무인주행 청소차가 달릴 수 있게 됐다. 광주시는 2019년 12월 광주 일대를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받아 지난해 7월부터 무인 차량 시험운행 사업에 착수했다. 이어 시는 지난 2월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광주 무인저속특장차규제자유특구사업 실증 착수식’을 열고, 쓰레기 수거 차량과 도로 청소차량의 자율주행 시험운행을 진행하고 있다. 

시험운행 대상은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받은 ▶광산구 평동산단 평동역 일원 ▶광산구 수완지구 성덕 공원 ▶광산구 수완지구 고래실 공원 일원 ▶북구 우치공원 등 4곳이다. 이번 시험운행은 쓰레기 수거와 청소 등 공공서비스 목적의 특수차량이 무인 자율주행 시스템을 이용해 도심에서 달려도 안전한지를 확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차량 속도는 환경미화원이 쓰레기를 수거하면서 이동하는 시간에 맞춰 시속 5~7㎞로 설정됐다. 다만 우치공원에서는 개장 시간을 피해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진행된다.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이 지난 2월 17일 오전 시청 시민숲에서 열린 '광주 무인저속특장차 규제자유특구사업' 실증 착수식에 참석한 후 청사 광장에 전시된 특장차와 노면청소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광주시 제공).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이 지난 2월 17일 오전 시청 시민숲에서 열린 '광주 무인저속특장차 규제자유특구사업' 실증 착수식에 참석한 후 청사 광장에 전시된 특장차와 노면청소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광주시 제공).

◆ 미래자동차 산업 선점 가능성↑…지역 경제 활성화 견인할 듯
업계에서는 무인저속 특장차 실증 사업을 통해 광주가 미래자동차 산업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자율주행을 현실화하려면 실제 주행거리가 가장 중요하다. 데이터가 많아야 인공지능 시스템이 스스로 학습해 기술을 고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자율주행은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느냐의 싸움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광주지역 산업계의 체질 개선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특장차를 운전하는 환경미화원의 열악한 근로환경을 개선하고, 레이더 등 자율주행의 핵심 부품 국산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이 지난2월 17일 오전 시청 시민숲에서 열린 '광주 무인저속특장차 규제자유특구사업' 실증 착수식에 참석한 후 청사 광장에 전시된 특장차와 노면청소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광주시 제공).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이 지난2월 17일 오전 시청 시민숲에서 열린 '광주 무인저속특장차 규제자유특구사업' 실증 착수식에 참석한 후 청사 광장에 전시된 특장차와 노면청소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광주시 제공).

광주 무인 저속 특장차 규제자유특구에 참여한 ㈜에이엠특장, ㈜화인특장, ㈜아이엠알, ㈜조인트리를 비롯한 총 18개 기업·기관들은 “정부에서 추진하는 규제자유특구에 선정되어 무인 저속 특장차 사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라며 “미래 무인 자율주행 특장차 핵심기술 개발과 실증을 거쳐 상용화까지 조속하게 실현함으로써,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광주 무인 저속 특장차 규제자유특구를 통해 취업에 성공한 20대 A씨는 “코로나로 인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던 중 무인 저속 특장차 관련 기업에서 채용 공고가 있어 지원했는데, 운좋게 채용됐다"며 "규제자유특구가 활성화될수록 수도권 기업의 지방 이전이 많아지고 저와 같은 취업자도 증가함으로써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클 것으로 보인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 市, 무인 저속 특장차 인프라 구축·후속 지원 강화 방침
이에 광주시도 적극 지원에 나서고 있다. 시는 지난 15일 광주그린카진흥원에서 ‘광주 무인저속특장차 규제자유특구’ 이전 기업 대상 연계 지원사업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전 기업 8개사와 광주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광주그린카진흥원, 광주테크노파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 지역 유관기관 관계자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광주 이전 기업의 조기 안정화를 위한 연계 지원사업을 안내하고, 성공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기업의 의견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는 광주시 자동차산업 발전 로드맵, 수평적 전기차 산업생태계 조성사업, 성장단계별 기업육성사업, 정책자금 융자 사업 안내까지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도움이 될 다양한 지원방안을 소개했다. 또한, 기업의 애로사항과 광주 무인 저속 특장차 분야 육성을 위한 상호 연계 및 협력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광주광역시(시장 이용섭)는 15일 광주그린카진흥원에서 ‘광주 무인저속특장차 규제자유특구’ 이전 기업 대상 연계 지원사업 설명회를 개최했다.
광주광역시(시장 이용섭)는 15일 광주그린카진흥원에서 ‘광주 무인저속특장차 규제자유특구’ 이전 기업 대상 연계 지원사업 설명회를 개최했다.

실증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주원테크놀로지 이상무 대표는 “광주의 비전과 성장 가능성을 보고 지사를 설립한 후 구체적인 방향을 설정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는데 설명회가 도움이 됐다”며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광주테크노파크 등 기관과 협력해 사업을 추진하면서 광주에 자리매김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준열 시 자동차산업과 과장은 “무인 저속 특장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기업과 유관기관이 협력하는 소통의 자리로 설명회를 마련했다”며 “특히, 자율주행시스템 관련 기업의 성장과 발전이 지역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손경종 시 인공지능산업국장은 "광주광역시는 저속용 자율주행차 산업으로 규제자유특구를 선정해 기업인들이 자유롭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광주시는 앞으로 무인 저속 특장차 분야의 기술사업화를 통해 더 많은 기업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과 후속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더 많은 기업이 사업에 참여해 지역 경쟁력을 높이고 미래 성장 동력 발굴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견인해나간다는 계획이다. 

AI타임스 유형동 기자 yhd@aitimes.com

취재노트
국내 최초 무인 청소차가 광주에서 실증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그 것도 광주에서 말입니다. 도심 주행 안전성 확보가 관건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미래자동차 중심의 산업으로 체질 개선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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