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세브란스병원 IRS 담당 박진식 박사 인터뷰
작년 2월 개원부터 IRS 현장 적용...병원에 들어온 비행기 관제탑
기존 기업 제품 대신 다수 국내 기업과 협업해 시스템 자체 개발
병원 내 전체 병동 환자 상태 한 곳에서 파악, AI로 위험도 분석·알림
환자·보호자·의료진 위치 항시 수집...확진자 발생 시 빠른 대응

용인세브란스병원 IRS 모습(사진=박성은 기자)
용인세브란스병원 IRS 모습(사진=박성은 기자)

인공지능(AI) 임상 커맨드센터가 우리나라 병원 현장에 등장한지 1년을 맞이했다. 용인세브란스병원의 IRS(통합반응상황실, Integration Response Space) 이야기다. 이 병원은 자체 구축한 임상 커맨드센터인 IRS를 작년 2월 개원과 동시에 현장에 도입했다.

소위 커맨드센터로 불리는 IRS는 병원 내 임상 관련 정보를 한데 모아 지휘하는 중앙 모니터링 시스템이다. 커맨드센터(Command Center)라는 단어는 본디 비행기 관제탑을 주로 지칭했다. 즉, 임상 커맨드센터는 비행기 관제탑이 병원에 들어온 것과 같다. 수많은 비행기 경로를 조율하듯 환자 개개인의 상태 정보를 모아 응급상황에 빠르게 대처한다.

용인세브란스 IRS에서 수집하는 환자 생체 정보는 혈압, 체온, 맥박, 심전도, 혈중산소포화도 등이다. 병원 내 모든 입원 환자 상태를 IRS에서 한 번에 확인 가능하다. 보통 중환자실(ICU) 대상으로만 적용한 원격 모니터링을 일반병동까지 확대한 이례적인 사례다.

한데 수집한 데이터에는 AI를 적용해 각 환자 건강 위험도를 분석한다. 응급상황이라고 판단되면 의료진 휴대폰이나 간호사 스테이션에 즉각 알람을 울린다.

코로나19 방역에 보다 특화된 기능도 지닌다. 입원환자와 보호자, 의료진, 기타 병원직원들의 위치 데이터를 항시 수집한다. 병원 전체에 빈틈없이 깔린 무선통신망과 블루투스 스캐너가 있어 가능한 일이다.

해당 데이터는 원내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확진자 경로와 접촉자 추적에 용이하게 쓰인다. 의료진과 환자 기억에 의존해 여러 대의 CCTV 영상을 조합하던 기존 방식보다 5배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IRS의 핵심 가치는 병원 내 다양한 데이터를 통합한다는 데 있다. 향후 유전체 데이터까지 가세할 시 정밀의료 연구 발전에 본격 활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용인세브란스는 이 방대한 의료데이터 인프라를 향후 병원 밖 연구자들도 활용할 수 있도록 조성할 계획이다.

용인세브란스 IRS 구축을 담당한 박진식 박사에게 국내 유일 임상 커맨드센터의 현주소를 물었다.

용인세브란스 IRS 담당 박진식 박사(사진=박성은 기자)

 

Q. 개원 1년 전부터 IRS 구축 작업을 시작했다고 들었다. IRS를 만든 과정이 궁금하다.

디지털 병원을 기조로 삼은 만큼 개원 전부터 관련 워크숍을 많이 열었다. 첫 번째 주요 과제는 의료진 마인드 개선이었다. 디지털 솔루션들에 대한 의료진 이해를 증진하기 위한 워크숍을 먼저 진행했다. 이후 의사, 간호사, 일반부서 직원 등 병원 내 구성원이 모두 모여서 우리 병원에 어떤 디지털 솔루션이 필요한지,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를 논의했다. 충분한 토의가 디지털 병원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Q. 용인세브란스 내 디지털 기술 중 IRS가 특히 돋보인다. 국내에서 임상 커맨드센터를 현장에 도입한 최초이자 유일한 사례로 아는데 사실인지?

그렇다. 현재 병원 현장에 사용하고 있는 병원은 국내에 우리밖에 없다.
 

Q. 글로벌 기업에서도 임상 커맨드센터를 국내에 공급하고 있다. IRS는 용인세브란스병원에서 자체 개발한 것으로 아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첫 번째 이유로는 비용적인 부분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글로벌 기업이 국내 공급 중인 한 제품의 경우 ICU 모니터 디스플레이에 기능이 한정됨에도 불구하고 200억 정도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

두 번째는 대기업에서 들어오는 완성품의 경우 커스터마이즈(customize)가 힘들다는 점이다. 커맨드센터로 모은 데이터를 의료 AI와 같은 기술 개발에 활용하려면 우리가 원하는 방식대로 형태를 구성하고 저장할 수 있어야 한다. 보통 각 기업에서는 데이터 종류(type)에 대해 정해진 포맷이 있다.

반면 데이터를 활용하고자 하는 외부 사용자들이 원하는 데이터 종류는 기업이 정한 것과 다를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일일이 데이터 종류를 원하는 형식으로 바꿔야 하는데 만만치 않은 힘이 든다.

결국 커맨드센터에 필요한 각 요소들을 개발할 수 있는 업체들과 협력해 자체적으로 IRS를 개발하게 됐다.
 

Q. 어떤 기업들과 어떤 요소들을 개발했는지 각기 설명하자면?

ICU 환자 모니터의 경우 필립스가 들어가 세팅했다. 필립스는 여기서 나오는 데이터를 병원 DB에 저장하는 기술도 담당했다. 일반병동 환자 모니터에는 마인드레이 제품을 쓰고 있다.

이 모니터와 IRS 시스템을 연동하는 작업은 네오젠소프트가 들어와 진행했다. 입원환자, 보호자, 의료진 위치추적 기술은 피플앤테크놀로지가 구현했다. 이 데이터를 활용한 감염추적 솔루션 결과를 디스플레이하는 것은 네오젠소프트가 작업했다. AI 기술의 경우 루닛이 함께 진행했다. 진단검사의학과 업무 상황을 나타내는 대시보드의 경우 로슈와 합작해 만들었다.
 

Q. 국내 기업이 많아 보이는데?

그렇다. 필립스, 마인드레이를 제외하고는 모두 국내 기업이다. 환자 모니터에 주로 글로벌 기업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이유는 정확도가 높은 환자 모니터 장치가 많지 않다. 용인세브란스가 연세의료원 체계에 있는 만큼 기존에 사용하던 장비들을 바꾸기도 쉽지 않다. 이외 어플리케이션 콘텐츠들은 다 국내 기업과 협업해 만들었다.
 

Q. 루닛은 어떤 AI 기술을 공급하나?

루닛은 흉부 엑스레이와 유방 맘모그라피에 대한 AI 솔루션을 우리 병원에 공급하고 있다. 엑스레이와 맘모그라피를 촬영하면 일차적으로 루닛 소프트웨어가 자동 판독한다. EMR에서 원본이미지와 결과이미지를 함께 확인할 수 있으며, 관련 데이터는 모두 IRS에도 디스플레이 된다.
 

Q. IRS로 모으는 데이터는 어떤 것들이 있나?

크게 입원환자 병상 모니터, AI 분석 결과, 실시간 위치 데이터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우리 병원에서는 중환자실뿐만 아니라 일반 병동 환자 상태까지 IRS로 파악하고 있다. 환자 모니터에서 나온 생체 정보로는 심전도, 혈중산소포화도, 맥박(PPG), 혈압, 체온 등이 있다. 특히 심전도에 대해서는 기존 시스템은 파본 데이터만 저장할 수 있지만 IRS에서는 원(raw) 시그널 자체를 모두 보관하고 있다.

실시간 위치추적 시스템(RTLS)과 연동해 입원환자, 입원환자 보호자, 의료진, 병원직원 위치 데이터를 항시 수집하기도 한다. 해당 데이터는 감염병 유행이나 화재와 같은 재난 상황 시 빠른 대처를 위해 사용한다. 정보 수집에 대해서는 입원환자와 보호자 같은 경우 동의서를 일일이 받는다. 의료진과 기타 병원 직원들의 위치 정보도 항시 수집하고 있지만, 조회는 재난 상황에서만 가능하다.
 

Q. 국내 다른 병원에서는 주로 중환자실에 대해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안다. 일반 병동까지 확대한 이유는 무엇인지?

사실 중환자실은 간호사들이 주기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기 때문에 위험 상황이 오히려 적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반병동에 있지만 수시로 바이탈사인(생체신호)을 체크해야 하는 환자들이 있다. 이 환자들은 자유롭게 이동도 가능하기에 예기치 못한 위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Q. 다른 병원 사례가 아직 없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지?

우리 병원의 경우 새로 오픈한 병원이라서 가능했다고 본다. 기존 병원에서는 각기 나눠진 시스템을 하나로 취합하는 작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커맨드센터를 도입하려면 전체 병원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오래된 병원일수록 어려울 수밖에 없다. 우리는 개원하면서부터 업체와 컨택해 각 요소를 직접 개발했기 때문에 IRS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Q. 감염추적을 위해서는 통신망과 센서가 필요할 것 같은데?

그렇다. 원활한 신호 전송을 위해 블루투스 시그널을 받을 수 있는 스캐너와 무선 통신망이 필요하다. 용인세브란스병원은 디지털 병원을 모토로 하는 만큼 무선 네트워크 인프라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다. 현재 무선통신을 하는 AP가 음영지역이 없을 정도로 많이 깔려 있으며 여기마다 블루투스 스캐너를 달았다.

신호를 받을 수 있는 비콘 태그는 교직원 목걸이, 입원환자 팔찌, 보호자 목걸이에 들어가 있다. 태그가 스캐너와 통신을 해서 각각 스캐너에서 받는 신호 세기로 위치를 계산한다. 아이디 추적이 가능하기에 특정인이 건물 몇 층 어디에 있는지 상세하게 파악할 수 있다. 휠체어, 환자 모니터링 장치와 같은 병원 주요 자산에도 태그를 부착해 원래 자리를 이탈할 경우 알람을 울린다.
 

Q. 코로나19 상황에서 위치추적 시스템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나? 예를 들어 설명해달라.

실시간 대응보다는 원내 확진자 발생 이후 이동 경로와 접촉자 추적을 보다 빠르고 섬세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과거 데이터를 모두 저장하고 있기에 확진자가 발생하면 추적하고자 하는 기간 동안 어느 층, 어디를 방문했는지 경로를 계산할 수 있다. 이 경로 상에서 확진자와 반경 2m 내 접촉한 사람들 리스트를 뽑는다. 이 사람들이 확진자랑 몇 분을 같이 있었는지 시간도 계산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확진자가 많이 방문한 구역은 폐쇄하고 접촉자와 오래 접촉한 사람은 우선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하도록 조치할 수 있다.

기존에는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진과 감염자 기억에 의존해 일일이 CCTV를 확인해야 했다. 이 방식으로는 10시간 남짓 걸렸던 작업이 RTLS 사용 시 2시간 정도로 단축됐다.
 

Q. 입원환자, 보호자 이외 외래환자나 기자와 같은 수시 방문객은 대상에서 제외되나?

현재로서는 그렇지만 곧 포함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현재 RTLS 기술 고도화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블루투스 신호는 비콘뿐만 아니라 휴대폰에서도 나온다. 모든 방문객들이 휴대폰에 특정 SW를 설치하면 병원에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위치 정보가 전송된다. 현재 수행 중인 복지부 과제 ‘스마트병원 선도모델 개발 지원사업’를 통해 해당 작업을 하고 있다. 비싼 기기에만 선택적으로 적용하던 RTLS를 전체 입원환자에 사용한 것도 우리 병원이 처음이다.
 

Q.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 AI에서 자주 해결점으로 꼽는 것이 수가를 비롯한 보상체계다. 앞으로 커맨드센터에 대해 수가를 받을 수 있을까?

효율성 증명에 대해 이제까지 굉장히 많은 질문을 받았다. 효율성을 어떤 수치로 보여줄 수 있을지는 우리도 굉장히 고민하는 부분이다. 복지부 관계자도 우리 병원을 방문할 때마다 관련 얘기를 나눈다. 계속 고민하고 풀어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
 

Q. IRS 자체가 의료기기로 인정받기는 힘들까?

힘들다고 본다. IRS 내 각 요소 콘텐츠들이 각각의 기술이다. 통합적인 컨셉에 대해서는 인정받을 수 있지만 기술은 따로 나뉘는 만큼 쉽지 않을 것이다.
 

Q. 향후 IRS를 어떻게 개선해나갈 계획인지?

본래 커맨드센터의 최종 그림에서는 간호사들이 IRS 모여 모니터링하고 대응하도록 한다. 궁극적 목표는 사실 사람이 필요 없는 자동화다. 사실 완전히 자동화되면 IRS 대시보드 앞에 간호사가 상주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현재 우리 병원 IRS에는 상주하며 모니터링하는 직원이 없는 상태다. 앞으로 어떻게 운영해야할지 방향을 구상하는 단계에 있다.
 

Q. 관리해야 할 데이터량이 상당할 것 같은데 현재 병원에서 사용하는 DB는 어떤 형태인지?

현재까지 수집한 데이터량은 1년에 500TB 정도다. 연구데이터는 특히 오래 축적하는 경우가 많으니 10TB, 10PB로 금방 넘어갈 것이다. 앞으로 유전체 데이터도 모을 예정인데 이는 특히 용량이 크다. 현재는 로컬에 보관하고 있지만 비용적, 공간적 제한이 발생할 수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로컬에 있는 데이터를 연구자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포맷으로 만들어 클라우드에 올리는 것이다. 결국 클라우드 형태로 갈 수 밖에 없다.
 

Q. 유전체 데이터 이외에도 향후 추가로 수집할 데이터 후보가 있나?

각 부서에서 사용하는 근전도(EMG) 데이터나 심장내과에서 사용하는 홀터(Holter) 심전도 데이터를 들 수 있겠다. 신경과나 정신과에서 측정하는 뇌파 데이터도 굉장히 좋은 연구 데이터가 될 수 있다. 병원에서 발생하는 모든 디지털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 목표다.
 

Q. 수집한 데이터는 용인세브란스병원 내에서만 사용 가능해질까? 혹은 연세의료원 전체에 공유되는지?

세브란스 뿐만 아니라 IRB 신청을 하면 외부 연구자 누구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끔 만들 계획이다. 클라우드 머신 사용 비용만 연구자가 지불하고 허가만 받으면 연세의료원 이외 어느 단체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구축 중이다. 그래야 대한민국 디지털 의료 생태계가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AI타임스 박성은 기자 sage@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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