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간 격차에서 세대 내 격차로

청년 세대와 중장년 세대 간 갈등이 날로 고조되고 있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소통의 부재 뿐 아니라 세대 간 부의 격차는 갈등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세대 간 갈등의 문제를 해결하기도 전에 세대 내 격차가 커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부족한 인공지능 개발자를 유치하기 위해 높은 연봉을 제시하고 있어 억대 연봉의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는 반면, 취업 자체를 어려워하는 청년들도 부지기수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향후 10년뒤에는 상당한 세대 내 격차가 발생하게 되고,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게 됨은 자명하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이 일자리의 판도를 크게 변화시킨다는 것은 누구나 예상하고 있다. 많은 직업이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되고, 또한 새로운 직업군 역시 만들어질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단순한 패턴을 반복하는 직업이 먼저 인공지능으로 인해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즉, 직업을 잃게 되는 사람은 이미 충분히 낮은 임금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할 수록 가난과 부의 쏠림 현상은 점점 더 가중된다.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인공지능 교육

우리나라의 총 인구 수는 약 5000만명이며, 그 중 20%에 해당하는 약 1000만명이 서울에 거주하고 있다. 나머지 80%는 서울 외 지역에 살고 있다. 본 컬럼을 작성하고 있는 시점을 기준으로 지역별 인공지능 교육 정보를 모임 정보 사이트 온오프믹스(onoffmix.com) 에서 살펴보았다. 그 검색 결과는 매우 놀라웠다. 서울 지역에는 총 49개의 인공지능 교육과정이 있는 반면 서울 외 모든 지역에는 단지 13개의 교육과정만이 존재하였다. 총 인구의 20%가 살고 있는 서울에 전체 62개의 교육과정 중 80%에 해당하는 49개가 몰려있는 것이다. 특히, 강원, 대구/경북, 제주 지역은 모집중인 인공지능 교육과정이 하나도 없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인공지능 기술의 습득 유무는 많은 부의 편중를 야기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인공지능 교육을 제공해주는 것이지만, 대부분의 교육은 서울에 집중되어 있어 서울 외 지역의 청년들은 배울 수 있는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실정이다.

인공지능을 배우고 싶어 하는 모두에게 교육의 기회는 열려있어야 하며, 심지어 인공지능을 배워야 한다고 인지하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인공지능 기술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 알려줄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서울 외 지역에 더욱 많은 교육 과정을 제공하여 기회의 평등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지역 내 일자리와의 연계

서울 외 지역에 많은 교육 과정들이 제공된다고 하여도 이들이 취업할 일자리가 없다면 청년들은 서울과 수도권으로 일자리를 찾기 위해 이동을 하게 된다. 지역 내에 인공지능 관련 종사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이들이 다시 청년에게 고용의 기회를 제공해야 교육 과정 자체도 활발하게 운영될 수 있으며, 이는 곧 인공지능 생태계가 건전하게 조성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 지역 강소기업들은 아직 인공지능 기술을 현업에 적용하는 사례가 많지 않다.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할 인력이 없기에 도입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기업들이 인공지능 기술을 현업에 적용하지 않으니 일자리가 없어 지역의 청년들은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일자리에 대한 연계없이 교육 과정의 확산만 강조하는 것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해결책은 정부, 지자체, 지역 기업, 교육 기관의 협업

그러나, 스탠포드 대학의 앤드류 응 교수는 인공지능이 전기처럼 쓰일 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지역에 존재하는 제조, 화학, 기계, 물류 등 많은 기업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와 도메인 지식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하면 생산성을 향상시켜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사례들을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지자체는 교육 기관과 지역 기업의 연계를 돕고, 지역 기업은 인공지능 기술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교육 기관은 지역의 청년들에게 비용 효율적이면서도 효과적인 교육 방법을 제공하고, 정부는 이를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다행히도 이러한 협업 체계가 대전과 인천 그리고 광주에서 시도되고 있다. 고용노동부, 대전시/인천시,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모두의연구소는 50여개의 지역 협력기업과 함께 AI 혁신학교 <아이펠(AIFFEL) 대전>과 <아이펠(AIFFEL) 인천>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광주시,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멋쟁이 사자처럼은 <광주 인공지능 사관학교>를 개교하는 등 지역의 청년들에게도 교육의 기회가 열리고 있다. 이제 시작이다. 더 많은 지역의 청년들이 교육을 받게 된다면, 우리는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김승일 모두의연구소 대표/ AI혁신학교 아이펠(AIFFEL)설립자              si.kim@modula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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