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와 지원 동기 등 질문은 기존 면접과 유사
면접 시간은 1시간 반에서 2시간...집중력과 인내심 필요
면접 보는 내내 지원자의 집중력과 적응력 AI가 평가
AI는 감정 없이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면접관...사람보다 까다로워
"AI는 지원자 평가하는 수단 중 하나일 뿐"

[편집자 주] 인공지능(AI), 로봇, 메타버스 등 새로운 용어들이 이제 낯설지 않다. 거의 매일 온오프라인 매체들을 통해서 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 곳곳에서 관련된 서비스나 기기를 심심찮게 보게 된다. 바야흐로 인공지능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알아듣기 어려운 기술 얘기는 살짝 옆으로 미뤄두고, 생활 속에서 마주칠 수 있는 AI 기기와 서비스를 체험을 통해 재미있게 만나보자. 모든 건 흥미로부터 시작하는 게 맞다. 스마트폰을 처음 샀을 때 두근거림과 반짝이는 눈빛은 인공지능시대에도 없어지지 않을 거니까 말이다.

(영상=김동원 기자)

코로나19가 불러온 비대면 사회는 채용 시장까지 영향을 미쳤다. 직접 만나지 않고 지원자의 역량을 파악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대표 사례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면접이다. 최근 공기업과 관공서를 비롯한 많은 기업에서는 AI 면접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AI 면접은 일반 면접과 무엇이 다를까? AI는 어떤 기준을 갖고 사람을 평가할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시 서초구청에서 진행하는 AI 면접 프로그램을 체험하기로 했다. 물론 대표님껜 보고하지 않았다. 혹시 아는가. 결과가 좋으면 더 좋은 조건으로 이직할 수 있을지.

면접관 아닌 내 얼굴 보며 자기소개하기

평가를 먼저 하자면 AI 면접에서 가장 필요한 건 '체력'이다. 면접을 보는데 1시간 30분에서 2시간이 소요된다. 면접은  '자기소개 → 기본 질문 → 성향 파악 → 상황 대처 → 보상 선호 → 전략 게임 → 심층 대화' 순으로 이뤄진다. 총 7단계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AI 면접은  '자기소개 → 기본 질문 → 성향 파악 → 상황 대처 → 보상 선호 → 전략 게임 → 심층 대화' 등 7단계로 진행된다.
AI 면접은 '자기소개 → 기본 질문 → 성향 파악 → 상황 대처 → 보상 선호 → 전략 게임 → 심층 대화' 등 7단계로 진행된다.

마이크 기능이 탑재된 이어폰을 착용하고 모니터 앞에 앉아서 '시작하기' 버튼을 누르면 면접이 시작된다. AI가 가장 먼저 요구한 건 자기소개다. 생각할 시간은 60초 준다. 답변은 90초 안에 해야 한다.

자기소개는 모니터를 보고 진행된다. 모니터에는 카메라로 찍히는 본인의 모습이 나온다. 눈이 어디를 향하는지, 표정은 어떤지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면접관을 보며 답변했던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이다. 엄격한 면접관보다 본인의 모습을 보고 답변하는 게 더 어렵다는 사실을 이번 면접에서 처음 알게 됐다.

자기소개를 마치면 2단계로 AI가 질문을 하면 답변을 하는 시간이 주어진다. AI가 구두로 물어보지는 않는다. 미리 질문지를 모니터에 보여주고 자기소개와 마찬가지로 생각할 시간을 60초 준다.

질문은 보통 면접과 평이하다. 원하는 직무와 지원 동기, 장·단점 등을 물어본다. 모니터에는 마찬가지로 답변을 하는 본인의 모습이 생중계된다. 자기소개보다 시선 처리가 더 어려웠다.

자기소개를 하거나 질문에 답을 할 때 자신의 얼굴이 실시간으로 생중계돼 더 답변하기가 어려웠다.
자기소개를 하거나 질문에 답을 할 때 자신의 얼굴이 실시간으로 생중계돼 더 답변하기가 어려웠다.

AI 면접 프로그램을 소개해준 관계자는 "AI는 답변하는 사람의 표정과 시선, 목소리 등을 평가한다"면서 "미리 거울을 보고 연습하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적성검사처럼 160개 문제도 풀어야...AI 질문에도 답해야 해

3단계에서는 성향 파악이 진행된다. 이 단계는 구두 면접이 아니다. 문제를 풀어야 한다. 문제 수는 총 160개다.

질문은 어렵지 않다. 적성검사 수준이다.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가지고 있다' 등의 답변에 그런지, 아닌지를 6개 단계로 답변하면 된다. 유사한 질문이 많다. 이 단계는 인내심만 갖고 솔직하게만 답변하면 무사통과다.

3단계 성향 파악 단계에서는 160개의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
3단계 성향 파악 단계에서는 160개의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

다음으로 진행된 상황 대처는 2단계와 비슷하게 AI가 질문을 하면 구두로 답하는 방식이다. 질문은 친구가 약속에 늦었을 때 어떻게 말할 건지 등을 물어본다.

5단계인 보상선호도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어떤 보상을 더 좋아하는지 등을 답변만 하면 된다.

순발력과 판단력 필요한 전략 게임...이후 심층 질문 이어져

문제는 6단계인 전략 게임이다. 똑같은 문양 카드 맞추기, 두더지 잡기 등의 게임이 진행된다. 게임 수가 많아 가장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관문 중 하나다. 게임이라고 해도 재밌지는 않다.

전략 게임은 AI가 내세운 게임을 하나씩 풀면 된다. AI가 제시한 게임 종류는 많다. 문제는 내가 원하는 게임만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결국 모든 게임을 다 해야 한다. 각 문제에는 풀어야 하는 시간제한이 있다. 또 해당 게임들이 처음 하는 종목이다 보니 적응하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순발력, 판단력, 집중력이 필요한 관문이다.

이 단계까지 마치면 체력이 많이 소모되게 된다. 게임을 하며 못 푼 문제가 많아 좌절감도 느낄 수 있다. 이 상황에서 AI는 심층 질문을 던진다. 어려운 상황을 주고 어떻게 해결할지를 구두로 답변하라고 한다. 이 단계가 마지막 7단계다.

7단계까지 마치니 2시간 가까운 시간이 지나있었다. 구두로 답변하고, 문제를 풀고, 게임까지 하니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갔다. 결과는 예측하기 힘들었다.

AI는 철저히 객관적인 면접관...감정 호소 답변 안 통해

면접 결과는 3일 뒤쯤 받아볼 수 있다. 결과지가 등록한 이메일로 전송됐다. 두 페이지로 나온 결과표에서는 ▲직군·직무적합도 ▲의사결정 유형 ▲정보활용 유형 ▲집중력 변화 패턴 ▲난이도 적응 패턴 등이 쓰여있다.

직군·직무적합도는 서비스, 경영지원, 생산관리, 디자인, 연구개발, 엔지니어, 영업마케팅, 생산직 중 어느 분야가 맞는지를 알려준다. 어느 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는지를 알 수 있어 지원자의 적성을 알 수 있다.

AI 면접 결과에는 직군·직무적합도 등을 평가해 알려준다. 객관적인 평가로 결과표는 무서울 정도로 잔인했다.
AI 면접 결과에는 직군·직무적합도 등을 평가해 알려준다. 객관적인 평가로 결과표는 무서울 정도로 잔인했다.

의사결정 유형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응시자의 행동 양식을 알려준다. 안전형, 모험형, 분석형, 직관형, 미래형, 현재형으로 나뉘어있다. 

정보 활용 유형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응시자가 주로 활용하는 정보 유형을 알려준다. 이익 정보, 손실 정보, 확률 정보 등으로 구분된다.

집중력 변화패턴과 난이도 적응 패턴은 그래프로 나온다. 면접 초반, 중반, 후반별로 응시자의 집중력 패턴과 문제 난이도별 적응력 변화를 보여준다.

집중력 변화패턴은 그래프로 볼 수 있게 결과표가 나온다. 초반, 중반, 후반 등 시간별 집중력도 알 수 있다.
집중력 변화패턴은 그래프로 볼 수 있게 결과표가 나온다. 초반, 중반, 후반 등 시간별 집중력도 알 수 있다.

AI 면접관은 엄격했다. 철저하게 객관적으로 평가했다. 지원 동기를 물어봤을 때 "어머니의 꿈이 기자여서 지원하게 됐다"는 감정섞인 대답은 통하지 않았다. 

서초구 관계자는 "면접이 끝날 때까지 AI는 응시자의 집중력과 적응력 등을 많은 문제를 통해 파악한다"면서 "감정섞인 답변보다는 응시자의 목소리, 시선이 더 중요하고, 문제를 풀 때도 빠르고 정확하게 답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AI 면접으로 사람을 100% 평가하긴 힘들다"면서 "대학입시에서 적성검사를 하듯 응시자를 평가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라고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I타임스 김동원 기자 goodtuna@aitimes.com / 이하나 기자 22hnxa@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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