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 진화, 사물을 점 아닌 이미지로 인지
AI 탑재해 사람과 사물 이상 유무 판단
자율주행·헬스케어·보안·국방·제조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
카메라와 달리 사생활 침해 걱정 없어
4D 이미지 레이더, 이미 미국과 일본 등 글로벌 기업에 수출 중

김용환 스마트레이더시스템 대표. (사진=스마트레이더시스템)
김용환 스마트레이더시스템 대표. (사진=스마트레이더시스템)

레이더(Radar)가 진화했다. 사물을 점으로밖에 인지하지 못했던 레이더가 이제 이미지로 인지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AI) 기술과 결합해 사람이 쓰러지는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분석하고 알려주기까지 한다.

레이더는 카메라, 라이다(LiDAR)와 함께 자율주행차의 눈 역할을 하는 센서다. 카메라와 라이다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장점이 있다. 비나 안개 등 외부 환경에도 영향을 덜 받는다. 차량 범퍼 안에 장착할 수 있어 차량 디자인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카메라나 라이다에 비해 정밀도가 떨어진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사람과 사물을 점으로만 인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랬던 레이더가 한단계 진화하며 단점을 보완했다.

레이더의 변화를 이끈 주인공은 스마트레이더시스템이다. 순수 국내 기술로 '4D 이미지 레이더'를 개발했다. 관련 제품과 기술은 미국, 유럽, 일본 등에 수출 중이다. 성남 판교에 있는 스마트레이더시스템 본사에서 김용환 대표를 만났다.

사람과 사물을 이미지로 인지하는 레이더, AI 기능까지 탑재

"레이더에 AI 기술이 장착되면서 무한한 가능성이 생겼습니다. 자율주행차뿐만 아니라 보안, 국방, 헬스케어, 제조 공장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될 수 있습니다."

김용환 대표가 처음 강조한 건 4D 이미지 레이더의 가능성이다. 4D 이미지 레이더는 기존에 점으로만 보였던 레이더 타깃을 4D 이미지로 구현한 기술이다. 물체의 거리와 높이, 깊이, 속도까지 감지한다. 현재 자동차에 탑재돼있는 2D 레이더의 진화 버전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2D 레이더는 거리와 속도만 점처럼 인지한다. 이를 토대로 앞차와의 거리를 분석하는 역할을 한다. 4D 레이더는 여기에 더해 앞차의 높이도 인지할 수 있다. 주변 차량이 큰 차인지 작은 차인지 등을 인지해 자율주행 완성도를 높여준다.

스마트레이더시스템에서 출시한 4D 이미지 레이더 제품들. (사진=스마트레이더시스템)
스마트레이더시스템에서 출시한 4D 이미지 레이더 제품들. (사진=스마트레이더시스템)

스마트레이더시스템은 4D 이미지 레이더에 AI 기능도 탑재했다. 학습을 통해 레이더에 찍힌 사람의 행동에 이상이 있는지 등을 알 수 있게 했다. 딥러닝 기술로 학습된 데이터를 토대로 4D 이미지 레이더는 스마트 엣지 디바이스처럼 서버까지 가지 않고도 이상 상황을 자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가격도 저렴하다. 라이다와 비교해 가격이 5분의 1 수준이다. 그만큼 다양한 산업에 접목하기도 쉽다. 보안, 국방, 헬스케어, 스마트팩토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다. 상용화 속도도 빠르다. 실제로 스마트레이더시스템은 2019년 프랑스 시장조사업체 욜 디벨롭먼트(Yole Development)로부터 상용화가 가장 빠른 기업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헬스케어, 보안, 국방 등에 사용...미국·일본 시장에서 이미 상용화

AI가 더해진 레이더 기술은 차량 감지 뿐만 아니라 사람이 쓰러지는 것을 감지하는 역할로도 사용된다. 카메라처럼 사람의 얼굴 등을 그대로 노출되지 않고, 점이 모인 이미지로만 보여주므로 사생활 침해 염려가 없다. CCTV가 닿기 어려운 화장실이나 탈의실 등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환자의 보폭이나 행동을 분석해 응급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예방하는 데도 사용할 수 있다. 낙상 방지도 가능하다. 스마트레이더시스템은 지난해 중기부 주관 AI 챔피언십에서 해당 기술을 선보여 최종 2위를 차지했다. 이를 계기로 고신대 복음병원과 스마트 헬스케어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해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이다. 

스마트레이더시스템은 레이더에 AI를 적용해 환자의 보폭과 행동을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사진=스마트레이더시스템)
스마트레이더시스템은 레이더에 AI를 적용해 환자의 보폭과 행동을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사진=스마트레이더시스템)

해당 기술은 공장에서도 비슷하게 사용될 수 있다. 직원들의 걸음이나 행동을 분석해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가능하다. 카메라처럼 직원들의 얼굴이 나오는 것도 아니므로 사생활 침해 문제도 없다.

이 기술은 외부자의 침입을 차단하는 보안 분야에도 사용된다. 레이더는 카메라나 라이더보다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폭우나 폭설이 와도 정확한 인지가 가능하다.

레이더를 천장이나 벽에 설치하면 사람의 이상 행동 등을 감지할 수 있다. (사진=이하나 기자)
레이더를 천장이나 벽에 설치하면 사람의 이상 행동 등을 감지할 수 있다. (사진=이하나 기자)

최근 사용이 많아진 드론 감지에도 유용하다. 드론을 통한 공격을 어떤 방향에서도 감지할 수 있다. 레이더와 라이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사물을 보는 방법이다. 라이다는 빛으로 레이더는 전파를 매개체로 삼는다. 따라서 라이더의 경우 드론의 위치가 역광이 되면 감지하기가 어렵다. 반면, 레이더는 전파를 통해 정확한 감지를 할 수 있다.

물론 자동차에도 쓰인다. 승용차 기준으로 5개의 레이더가 장착돼 360도로 주변을 인지하는 역할을 한다. 운전자의 안전한 운전과 주차를 돕는다.

레이더를 통해 사람의 행동이 이미지로 보여지는 모습. 사람의 모습이 카메라처럼 나오지 않고 이미지로만 나와 사생활 보호가 가능하다.  (사진=스마트레이더시스템)
레이더를 통해 사람의 행동이 이미지로 보여지는 모습. 사람의 모습이 카메라처럼 나오지 않고 이미지로만 나와 사생활 보호가 가능하다. (사진=스마트레이더시스템)

김 대표는 "4D 이미지 레이더는 가장 고난이도 기술력을 요구하는 자율주행차 기준으로 개발돼 다양한 산업에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다"면서 "현재 이 기술은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 국가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조합으로 이미지 레이더 기술 선두자리 위치

스마트레이더시스템이 4D 이미지 레이더를 개발하기 시작한 건 2018년 중순부터다. 자율주행차의 기술 수준을 레벨4 이상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이미지 레이더가 필요하다는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마침 로봇팔이 움직일 때 사람이 다가오는 것을 감지하는 이미지 레이더가 필요하다는 고객사 요청도 있었다.

레이더는 5G 통신에 사용되는 밀리미터파(mmwave)로 대상을 감지한다. 김 대표는 밀리미터파도 영상으로 구현할 가능성을 찾고 개발에 착수했다.

레이더에 AI 기술을 접목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기술력도 높였다. 본사와 서울대 시흥캠퍼스에 연구소를 마련했다. 나이에 상관없이 능력있는 개발자도 모집했다. 김 대표는 "우리가 가진 기술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조합"이라며 "62세부터 20~3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개발자가 모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디지털과 아날로그, 여기에 AI까지 더해져서 다른 회사에서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영역을 갖고 있다"며 "경쟁자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4D 이미지 레이더 기술과 비슷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곳은 미국 실리콘밸리와 북미지역에 있는 업체와 이스라엘 업체 등 손꼽을 정도로 적다. 시장 선두에는 스마트레이더시스템이 서 있다.

김 대표는 "국내 기업이 한 분야에 선두에 서 있는 건 긍정적인 부분"이라며 "AI나 자율주행차 등에 앞서나갈 수 있는 분야가 많아 이런 기업들을 모아서 실리콘밸리와 같은 '하이테크(High Tech)'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고 희망했다.

김용환 대표는 "하이테크(High Tech) 기업들과 함께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이하나 기자)
김용환 대표는 "하이테크(High Tech) 기업들과 함께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이하나 기자)

"갈길 바쁘다"...내년 상장과 글로벌 시장 확대 계획

스타트업이지만, 이미지 레이저 시장을 이끌고 있는 스마트레이더시스템. 김 대표는 그 원동력으로 경험을 꼽았다.

김 대표는 LG전자 임원 출신이다. 홈 사물인터넷(IoT), 빌딩 매니지먼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신사업을 만들었다. 글로벌 담당으로도 근무했다. LG전자에 입사하기 전에는 실리콘밸리에 있는 시스코시스템즈와 미국 통신사인 AT&T에서도 근무했다. 시스코시스템즈에 다니다가 창업한 경험도 있다.

김 대표는 "대기업과 실리콘밸리에서 근무한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 "미국과 일본 등 해외 시장에 접근하기 쉬웠고, CES에 참가해 좋은 성과로도 연결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용환 대표실 한 켠에는 기술혁신분야 유공자 국무총리 표창, 전파방송기술대상 국무총리상, 글로벌ICT 미래유니콘, 특허청장 직무발명보상우수기업 등 많은 상장과 표창장이 가득했다. (사진=이하나 기자)
김용환 대표실 한 켠에는 기술혁신분야 유공자 국무총리 표창, 전파방송기술대상 국무총리상, 글로벌ICT 미래유니콘, 특허청장 직무발명보상우수기업 등 상장과 표창장이 가득했다. (사진=이하나 기자)

김 대표는 아직 갈 길이 바쁘다. 그에게 4D 이미지 레이더는 시작에 불과하다. AI를 접목할 수 있는 다양한 하드웨어와 자율주행차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관련 기업을 모아 시너지를 낼 방안도 연구 중이다.

내년 상장도 준비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시장에 진출한 만큼 인프라 확장에도 심혈을 기울일 예정이다.

그는 현재 서울대에서 스마트시티를 지도하는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아프리카와 중남미 등 글로벌 학생을 중점으로 기술과 이론을 알려주고 있다. 이들이 관련 분야에서 취직과 사업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는 역할도 이어갈 계획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합친 AI 플랫폼을 기반으로 기술 선두 자리를 유지하고 싶다는 김용환 대표. 끝으로 그는 "국내에는 훌륭한 젊은 AI 개발자가 많다"며 "그들이 사회에서 충분히 역량을 발휘해 AI 강국을 만드는데 기여했으면 좋겠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AI타임스 김동원 기자 goodtuna@aitimes.com / 이하나 기자 22hnxa@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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