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AI로 TPU V4 설계했다고 밝혀
사람이 수개월 걸려 하던 '평면 배치'에 AI 적용...작업 6시간 만에 끝내
자율주행차·5G·AI 개발 속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
"설계 빨라진 만큼, 생산시설 확보도 중요"

(사진편집=임채린 디자이너)
(사진편집=임채린 디자이너)

수개월이 소요됐던 반도체 설계 작업이 6시간 만에 끝났다. 반도체 설계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하면서다.

구글은 9일(현지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AI를 이용해 사람이 수개월에 걸쳐 진행하던 AI 반도체 설계 작업을 6시간 만에 끝냈다"고 밝혔다. AI가 자신에게 필요한 AI 칩의 설계 속도를 대폭 높인 것.

업계에서는 이번 성과가 수동 프로세스에 의존했던 반도체 설계 작업이 반도체 제조처럼 자동화할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한편으로는 반도체 설계 작업이 빨라진 만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투자를 늘려 AI 칩의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구글, AI에게 평면 배치 방법 학습...6시간 만에 TPU V4 설계 

구글이 반도체 설계 속도를 높이기 위해 AI를 적용한 분야는 '평면 배치(floorplanning)'다. 평면 배치는 칩 안에 수백만 개의 반도체 소자와 부품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과정이다. 칩의 성능을 위해 반도체 설계에서 부품 배치는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부품과 이를 연결하는 전선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기 위해 해당 작업은 수개월의 시간이 필요했다.

구글은 평면 배치를 사람이 아닌 AI가 대신하면 반도체 설계 소요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이를 위해 AI에게 기존 평면 배치 설계 1만 종을 학습시켰다. 이후 AI가 스스로 무작위로 칩 안의 부품을 배치하도록 했다. 그 결과를 분석해 가장 적합한 평면 배치를 선별하는 과정을 반복시켰다.

안나 골디 구글 연구원은 학술지에서 "반복 학습을 시킨 결과 AI는 칩 설계에 가장 적합한 평면 배치 방법을 스스로 터득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AI로 설계된 반도체 칩은 텐서프로세서유닛(TPU)이다. 클라우드 AI 가속기라고도 불린다. 구글은 2016년부터 데이터센터에 적용하고 있는 TPU를 개발해왔다. 가장 최근 버전은 지난해 출시한 TPU V4다. 

구글은 "이번 AI 기능으로 TPU V4 제품을 설계하는 데 성공했다"면서 "사람이 수개월씩 하던 작업을 단 6시간 안에 끝마치는 성과를 이뤘다"고 전했다.

칩 설계 빨라지면 자율주행·AI 기술 발전 속도도 빨라져...생산이 과제

반도체 업계에서는 칩 설계에 AI 기술을 적용하는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평가한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제조는 대부분 자동화되어 있지만, 설계는 수동 프로세스에 의존했던 게 사실"이라며 "AI로 칩 설계가 빨라진다면 자율주행차, 5G, AI 개발도 속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생산이다. 현재 AI 칩과 같은 마이크로칩을 설계하는 업체는 삼성전자, 인텔, 엔비디아, 퀄컴 등 다양하다. 최근에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의 기업도 반도체 설계에 직접 뛰어들고 있다. 

이 가운데 칩을 설계부터 생산까지 하는 종합반도체업체(IDM)는 삼성전자, 인텔뿐이다. 다른 설계 업체는 TSMC나 삼성전자, SMIC, 글로벌파운드리, UMC 등 파운드리에서 생산을 위탁하고 있다.

파운드리는 지금 공급 부족 상황이다. 게다가 7나노 이하 미세공정을 할 수 있는 파운드리 업체는 TSMC와 삼성전자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AI 칩은 성능이 중요해 미세공정과 3D 적층공정 등을 활용해 제작해야 하는데 이러한 기술력을 가진 파운드리 시설이 부족하다"며 "설계 속도가 빨라진 만큼 생산시설도 확보해야 추후 많은 수요가 예상되는 AI 칩의 공급 부족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타임스 김동원 기자 goodtuna@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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