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철거건물 붕괴 참사 안전불감증 예견된 인재(人災)
육안 의존 기존 체계 보완할 AI 기반 예측 안전장치 절실
"붕괴사고, 인명 피해 줄이는데 AI 기술 적극 도입해야"

9일 오후 4시 22분쯤 광주 동구 학동 학4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 공사 중이던 5층 건물이 도로 쪽으로 무너지며 지나가던 시내버스를 덮치고 있다. 이 사고로 시내버스에 탄 탑승객 9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었다. AI기반 센서로 철거·노후 건물붕괴 사고 예측이 가능해 기술적 차원의 대책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사진=차량 블랙박스 동영상 캡처 뉴스1 제공).
9일 오후 4시 22분쯤 광주 동구 학동 학4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 공사 중이던 5층 건물이 도로 쪽으로 무너지며 지나가던 시내버스를 덮치고 있다. 이 사고로 시내버스에 탄 탑승객 9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었다. AI기반 센서로 철거·노후 건물붕괴 사고 예측이 가능해 기술적 차원의 대책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사진=차량 블랙박스 동영상 캡처 뉴스1 제공).

광주 철거건물 매몰 사고와 관련해 전문가들 사이에서 AI기반 센서로 노후·철거 건물의 붕괴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자체 차원에서 기술적·정책적 대책 마련의 필요성도 대두된다. 안전불감증으로 예견된 인재(人災)에 대해 안전성과 객관성을 높일 수 있는 AI 기반 안전사고 예방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건물붕괴 참사는 지난 9일 오후 4시 22분쯤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재개발 사업지에서 발생했다. 철거 공사 중이던 5층 건물이 버스 정류장이 있던 도로변으로 무너져 내리면서 정류장에 정차한 시내버스 1대를 덮쳤다. 매몰된 시내버스에서 17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8명이 중상을 입고 9명이 목숨을 잃었다.

10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 건물 붕괴 현장에서 국과수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 1 제공).
10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 건물 붕괴 현장에서 국과수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 1 제공).

붕괴 참사는 관리‧감독의 부실, 안전불감증, 졸속 공사, 재하도급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예견된 인재(人災)였다. 철거업체가 해체 계획상의 고층부터 철거하는 톱다운 방식을 어기고 저층부터 해체했고, 기본적인 안전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현장에 감리자가 나가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고, 재하청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은 고질적인 다단계 하청-재하청에 참여한 10여 개 업체를 파악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13일 철거 건물 붕괴 직전 건물 앞에 쌓는 흙더미(성토체)가 무너지면서 굴삭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는 새로운 진술이 나온 가운데 경찰은 굴삭기 추락에 따른 지반 충격이 건물붕괴와 연관됐을 가능성을 두고 다각도로 조사하고 있다.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구역 철거 건물이 붕괴하기 4시간여 전인 9일 오전 11시 37분쯤 철거 공사 현장 모습. 건물 측면 상당 부분이 절단돼 나간 상태에서 굴삭기가 성토체 위에서 위태롭게 철거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 1 제공).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구역 철거 건물이 붕괴하기 4시간여 전인 9일 오전 11시 37분쯤 철거 공사 현장 모습. 건물 측면 상당 부분이 절단돼 나간 상태에서 굴삭기가 성토체 위에서 위태롭게 철거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 1 제공).

◆ 부실공사·예견된 사고 알리는 안전센서 있었더라면...

무고한 시민들의 죽음은 건설현장의 총체적 부실과 안전 불감증에서 비롯됐다. 철거에 따른 붕괴 가능성이 있음에도 별다른 안전장치가 없었다는 것이다. 붕괴 조짐을 늦게나마 알아차린 현장 작업자들은 모두 대피했지만 인접한 도로 통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조금만 빠르게 대처했더라면 참사를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안타까움이 남는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노후·철거 건물의 붕괴 위험도를 알 수 있는 기술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정호 한국광기술원 지능형IoT연구센터장은 “절차대로 공사를 안한 것도 잘못이지만 건물 붕괴에 대한 어떠한 기술적 안전장치가 없다는 것도 문제”라며 “센서, IoT, AI기반 기술로 건물 붕괴를 충분히 알아 차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철거 건물에 대해 붕괴 위험을 알리는 기술 도입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 센터장은 “기술적으로 붕괴 위험은 알 수 있지만 이를 도입해야하는 어떠한 제도가 없어 특히 철거 건물에 대한 기술적 장치 도입은 현재 없다고 보면 된다”며 “철거 건물에 대해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하면 좋겠지만 아직 제도적 기반도 없고, 철거하는 건물들은 이러한 기술 도입 시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9일 오후 4시22분쯤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 1동이 무너져 도로를 달리던 시내버스와 승용차 2대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119 구조대가 사고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처참하게 찌그러진 시내버스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뉴스 1 제공).
9일 오후 4시22분쯤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 1동이 무너져 도로를 달리던 시내버스와 승용차 2대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119 구조대가 사고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처참하게 찌그러진 시내버스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뉴스 1 제공).

◆ 시민들 불안감 높아져…AI기반 건물 붕괴 위험 알리는 솔루션 필요

재개발 사업 철거 건물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다. 이를 기술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장치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노후 건물, 고층건물, 주차 타워에 대한 건물의 붕괴 위험을 알리는 솔루션들이 개발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참사 계기로 철거 건물에 대한 실시간 관제 솔루션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의 핵심축인 ‘디지털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KT는 AI 기술로 노후화된 건물의 붕괴 위험을 실시간으로 관제하는 솔루션을 사회간접자본(SOC)에 적용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전국 60여 시설물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솔루션은 ▲시설계측 관제 ▲누수ㆍ누출 탐지 ▲지능형 분석 기능이 제공된다. 시설계측 관제는 광케이블의 무선 센싱 기술을 통해 실시간으로 시설물의 움직임을 측정하고, 임계치를 초과할 경우 즉시 관리자에게 알림을 전파한다. 붕괴 위험을 예측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누수나 천공 등의 위험을 미리 감리해 관리자에게 전달한다.

◆  한국광기술원 지능형광IoT연구센터, 레이저 이용 붕괴 위험 알리는 솔루션

한국광기술원 지능형광IoT연구센터(이하 연구센터)에서는 재난안전 솔루션으로 ‘레이저 변위계’ 기획하고 있다. 김정호 센터장은 “레이저 센서를 가지고 재난 안전에 다양하게 적용하려고 하고 있다”며 “비접촉식 센서로 접촉식 센서가 아니라 철거 건물에도 적용할 수 있는 솔루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시도 철거 건물붕괴사고 이후 연구센터에서 기획하고 있는 재난안전 솔루션에 대해 검토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센터장은 “철거 건물에 바로 적용해볼 수 있는 아이템이 되는지에 대한 자료요청이 들어와 전달했다”며 “건물이 기울어지는 것을 실시간 알 수 있어 AI 기술 접목으로 붕괴 위험도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철거건물 밖에 스탠드 레이저 카메라를 설치해 레이저 센서로 건물의 앞뒤 양 옆의 기울기를 측정, 현장 작업자들이 알 수 있도록 붕괴 위험도를 예측해 알람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기존에는 철거가 아닌 운영되고 있는 고층건물, 노후 건물에 대한 기술적 요구가 많았으나 이번 붕괴 사고로 인해 철거 건물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이 13일 오후 시청 브리핑실에서 5개 구청장, 광주도시철도공사 사장, 광주도시공사 사장, 광주환경공단 이사장, 민간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안전사고예방 특별대책 추진계획 회의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 시장은 민간전문가들까지 포함한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건축물 및 구조물 해체공사 현장 등에 대한 점검에 나선다고 밝혔다. 앞줄 왼쪽부터 김병내 남구청장, 김삼호 광산구청장, 임택 동구청장, 이용섭 광주광역시장, (수어통역사), 문인 북구청장, 서대석 서구청장. (사진=광주광역시 제공).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이 13일 오후 시청 브리핑실에서 5개 구청장, 광주도시철도공사 사장, 광주도시공사 사장, 광주환경공단 이사장, 민간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안전사고예방 특별대책 추진계획 회의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 시장은 민간전문가들까지 포함한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건축물 및 구조물 해체공사 현장 등에 대한 점검에 나선다고 밝혔다. 앞줄 왼쪽부터 김병내 남구청장, 김삼호 광산구청장, 임택 동구청장, 이용섭 광주광역시장, (수어통역사), 문인 북구청장, 서대석 서구청장. (사진=광주광역시 제공).

◆ 26년 전 삼풍백화점 참사 이후 달라진 것 없어… 지자체 차원 대책 필요

문제는 이러한 붕괴 예측 솔루션이 철거 건물에는 전혀 도입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26년 전 삼풍백화점 참사 이후 붕괴사고를 막을 수 있는 기술 발전은 빠르게 진보했지만 첨단기술 기반 안전장치에 대한 도입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광주광역시와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들이 재건축 철거건물 현장점검에 잇따라 나선 가운데 철거건물 붕괴사고의 재발을 막는 지자체 차원의 기술적 안전장치 마련도 요구되고 있다.

광주시는 민간전문가들까지 포함한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건축물 및 구조물 해체공사 현장 등에 대한 점검에 나선다고 13일 밝혔다. 현재 건축물 해체가 진행 중인 현장 28곳이다. 철거가 예정된 현장 8곳과 공사현장 63곳이 점검 대상이다. 광주시는 점검 이후 문제가 있는 현장에 대해서는 즉시 공사를 중단시킨 후, 보완책을 마련한 뒤 공사를 재개하게 할 방침이다.

광주 동구에 거주하는 김모(54)씨는 “건물 붕괴에 대한 안전장치가 너무 부실한 것 같다”며 “광주 재개발이 계속되면 건물 철거 작업도 많을 텐데 천막 외에 별다른 안전장치가 없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AI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대표 A씨는 "기술적인 장치가 도입되면 앞으로의 붕괴 사고는 사람의 짐작이 아닌 수치로서 표현돼 충분히 막을 수 있다"며 "철거 건물에 대한 도입은 정부·지자체 차원의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I타임스 구아현 기자 ahyeon@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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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노트
광주 철거건물 붕괴 참사에 대한 원인규명과 책임자 처벌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이러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적·사회적·기술적 기반 마련 또한 진행돼야 한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와 광주 철거건물 붕괴 참사 사이 26년이라는 세월이 있었지만 붕괴 사고에 대한 기술적 도입은 거의 무지하다고 볼 수 있다. 안전불감증, 내부 관리자들의 절차 무시, 내부 이익에 의한 안전법 무시 등에 대한 문제도 해결돼야 하지만 붕괴 사고 예측을 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도 마련돼야 한다. 특히 철거 건물은 고층건물, 노후 건물보다 이러한 안전 장치를 도입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철거 비용을 줄이고자 절차를 무시했던 이번 사고를 보면 민간에서 안전성을 위해 이러한 예측 시스템 도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이에 대한 제도적 기반과 지자체차원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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