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공과 학생 시절부터 교육 SW 개발...교육 불평등 완화가 목표
대전 명석고 영어 수행평가에 플랭 도입 “교사들이 먼저 연락”
올해 내 10개 학교에 보급 계획...KERIS 이어 교육부 지원 기대

플랭 강민규 대표(사진=박성은 기자)
플랭 강민규 대표(사진=박성은 기자)

인공지능(AI)이 사회 전 영역에 이어 학교 영어 교육에도 지각 변동을 불러왔다. 한정된 교사 인력과 입시 위주 시스템으로 사실상 불가능했던 영어 회화 교육이 우리나라 초·중·고등학교에 들어온다.

서울 내 초·중·고등학교 1300곳은 이달부터 LG CNS의 AI 기반 영어 회화 교육 서비스를 현장에 도입 중이다. 교육부와 EBS는 지난 3월 29일 인기 캐릭터 ‘펭수’를 활용한 AI 기반 영어 말하기 연습 시스템 ‘AI펭톡’을 공개했다.

한 삼성전자 소프트웨어(SW) 개발자는 소위 ‘꿀직장’을 관두고 AI 영어교육 창업을 시작했다. AI 기반 영어 스피킹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플랭의 강민규 대표 이야기다.

사실 강 대표가 플랭을 세운 때는 2019년으로 AI 기반 영어교육이 본격 주목받기 전이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찐 공대생 출신인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교육 불평등 해소에 관심이 많았다.

교육 콘텐츠 가격을 낮춰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넓히겠다는 꿈은 AI로 실현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여타 AI 기반 영어 교육 콘텐츠와 다른 플랭 서비스 특징은 시험 점수가 아닌 영어 사용 경험을 늘려 실력 자체를 올리는 것. 토익 고득점자는 많지만 외국인과의 대화는 어려워하는 한국인들의 딜레마를 반영했다.

AI를 사용하는 분야는 크게 4가지다. 일상에서 가장 빈번하게 사용하는 문장 파악, 사용자 약점 분석, 사용자 음성 텍스트화, 음성인식을 통한 발음 분석에 각기 AI를 적용했다.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한 지 이제 만 2년을 채운 시점에서 플랭은 예상보다 빠르게 공교육 현장에 서비스를 보급하기 시작했다. 대전 명석고 교사들은 직접 서비스를 사용해본 후 학생들도 사용할 수 있도록 올해 초 플랭 측에 먼저 연락했다. 현재 명석고에서는 영어 과목 수행평가에 플랭 애플리케이션을 사용 중이다.

플랭 서비스 모습 예시(사진=플랭)
플랭 서비스 모습 예시(사진=플랭)

 

◆코딩 이전에 교육에 관심 “평등한 교육 실현하려 삼성 나왔다”

AI 에듀테크 사업은 사실 AI 개발자들에게 있어 인기 주제는 아니다. AI 기술을 통한 교육 시스템 개선이 목적인 만큼 AI는 물론, 교육에 대한 관심이 필수적이다. AI도 새로운데 AI 기반 교육은 더욱 생소하다. 전세계를 둘러봐도 아직 AI 에듀테크 기업이 많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플랭 강민규 대표에게 AI 에듀테크는 낯선 도전이라기보다 숙명에 가까웠다. 플랭을 만들기 전 그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삼성전자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한 전형적인 SW 개발자였다. 하지만 코딩보다 먼저 관심을 가진 대상은 교육이었다.

대학교에서 코딩을 본격 시작했다면 교육에 대한 관심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이어졌다.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기보다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는 일에 눈길이 갔다.

강 대표는 "교육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기회 평등이다. 하지만 학생 때부터 절실하게 느낀 사실은 교육 기회는 절대 평등하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누구나 교육에 접근할 수 있어 열정과 잠재력을 실현시킬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컴퓨터공학도가 된 시점부터 그는 곧바로 에듀테크 SW 개발에 뛰어들었다. 대학시절 만든 교육 SW 서비스 2개는 플랭을 시작할 발판이 됐다.

강민규 대표는 "수학 관련 아이디어로 대회에 나가 한국 대표 1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 서비스를 출시해보니 사업 운영은 다른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다. 졸업 후 바로 창업하지 않고 삼성전자에 들어간 이유"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개발자 시절에는 모바일 사업부에서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며 여러 사업 경험을 쌓는데 집중했다. 이 시기에 전세계를 놀라게 한 딥마인드 알파고가 등장했다. 교육 SW 개발에서의 비용 문제를 줄곧 고민하던 이 때 AI에서 가능성을 찾았다.

강 대표는 “기존 교육 서비스는 콘텐츠 제작에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가격대를 형성할 수가 없다. AI에서 훨씬 저렴한, 많은 사람들이 쓸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봤다”고 전했다.

◆잘 쓰는 표현부터 배워야 영어 울렁증 없어진다

여러 교육 분야 중에서도 영어 스피킹을 선택한 것은 스스로 공부하면서 느낀 한계점 때문이다. 영어공부에 어느 나라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서 외국인과의 대화는 두려워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것.

강민규 대표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영어 학습 시 잘 쓰지 않는 것부터 배운다. 먼저 배워서 100번, 1000번 쓸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일상 속에서 1년에 한두 번 쓸까말까하는 표현들을 가장 먼저 학습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잘 쓰지 않는 표현이 재밌는 것도 물론 있다. 속어(slang)에 대한 콘텐츠도 많다. 하지만 이것들은 실생활에서 쓸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플랭은 영어 콘텐츠 데이터 중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표현을 선정한다. 다른 한 쪽에서는 사용자 학습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개개인의 약점을 찾는다. 결과적으로 사용자들은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표현부터 학습할 수 있다.

인터뷰 중인 플랭 강민규 대표(사진=박성은 기자)
인터뷰 중인 플랭 강민규 대표(사진=박성은 기자)


◆콘텐츠 추천, 사용자 분석, 음성 변환·분석 4가지에 AI 도입

플랭이 AI 기술을 사용하는 서비스는 크게 4가지다. ▲콘텐츠 추천을 위한 문장 패턴 분석 ▲사용자 약점 분석 ▲사용자 음성 답안에 대한 텍스트 변환 ▲발음 분석이 여기에 해당한다.

4개 서비스 구현을 위해 플랭은 딥러닝, 규칙 기반 알고리즘, 음성인식 기술을 모두 사용된다. 강민규 대표는 “어떤 패턴이 각 문장에 사용되었는지 빅데이터에서 분석하고, 분석 데이터를 가지고 어떤 콘텐츠 추천할지 설계하는 일에 딥러닝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규칙 기반 AI는 사용자 각각에 맞는 콘텐츠 추천을 담당한다. 강 대표는 “전처리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 학습용 AI를 적용한다. 우리가 만든 규칙에 의해 사용자가 어떤 것을 먼저 학습해야 하는지 선별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사용자가 말한 내용을 텍스트로 변환하는 일에는 음성인식, STT(Speech To Text)기술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자신이 어떤 내용을 말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네 번째 AI 기반 서비스는 발음분석인데, 화자가 말한 한 문장을 음소 단위로 분석해 어떤 부분 발음이 부족한지 제시한다.

발음분석 서비스에서는 현재 발음 정확도만 측정 가능하다. r발음이 l발음 같다거나, f발음을 p발음처럼 했다는 식으로 평가해준다. 유창성에 해당하는 억양은 아직 AI가 평가하지 못한다. 유창성 교육을 위해 현재 플랭은 학습 표현과 연관된 유튜브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강 대표는 “미국영어 표준발음 기준으로 음소별 정확도를 측정한다. 0부터 100까지 평가척도가 있으면 90이상이면 ‘어느 정도 비슷하다’, 80이상이면 ‘알아들을 수 있지만 개선 여지가 있다’, 그 이하면 ‘개선이 필요하다’고 평가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고심하는 AI 학습데이터 수집은 어렵지 않았다. 저작권 정책상 기업의 AI 학습에 사용 가능한 유튜브 공개 영상을 활용했기 때문.

데이터 수집 관련 어려움에 대해 강민규 대표는 “유튜브에 공개된 영상 콘텐츠만 해도 분량이 어마어마하다. 인간 직원이 하는 작업은 자막을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도 AI 전사(Transcript) 기능을 사용한다. 이후 인간 관리자가 다시 검수한다”고 밝혔다.

이어 “유튜브 내부 정책에서 외부 사용을 허가하는 만큼 저작권 문제는 없다. 유튜브에서 영상 공개 사용을 원하지 않으면 게시자가 설정할 수 있다. 우리는 공개 영상만 사용한다”고 전했다.

플랭 AI 기술 기반 서비스 과정(사진=플랭)
플랭 AI 기술 기반 서비스 과정(사진=플랭)

 

◆“플랭 사용해보고 싶다”며 연락온 교사들...학생 반응도 좋아

플랭이 AI 기반 영어 회화 서비스를 출시한 때는 2019년 6월이다. 출시한 지 이제 만 2년을 채운 상황이지만 공교육에의 보급 기회는 예상보다 빠르게 찾아왔다.

대전 명석고에서는 올해 초부터 영어 과목 수행평가에 플랭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고 있다. 앱을 사용해서 영어 말하기 연습을 한 것만으로 점수를 주는 식이다.

먼저 손을 내민 것은 플랭이 아닌 명석고였다. 강민규 대표는 “명석고 교사들이 개인적으로 플랭을 써본 후 학생들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학교 교육에 적용해보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약 반년 간 사용해본 결과 학생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개인 맞춤형 방식인 만큼 각기 다른 영어 표현을 추천해주는 서비스에 대해서도 불공정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재밌다는 평가다. 학교에서 정해진 시간에 할 필요 없이 학생 개개인이 편한 시간에 사용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라는 것.

강 대표는 “‘추천 문장이 어렵지 않고 레벨에 맞아 좋다’, ‘넷플릭스, 유튜브, 게임, 영화에서 내가 배운 영어 문장이 나올 때 재밌다’는 학생들 반응이 많아 뿌듯하다. 교육 평준화라는 비전에 진정 다가간 느낌”이라고 말했다.
 

◆공교육 현장 보급에 집중...정부기관 지원 가능성 많다

현재 명석고는 플랭 시범운영 학교로 계약을 맺은 만큼 서비스를 무료로 사용 중이다. 플랭 수익은 현재 일반 사용자에게 월 9900원 구독료를 받는데서 나온다.

다수 학생들에게 보급해 교육 기회 평등을 이루는 것이 플랭의 최종 목표인만큼 당장의 수익보다는 공교육 사용 사례를 늘리는데 힘쓸 예정이다. 올해 2학기까지 10개 학교를 시범운영 학교로 선정할 계획이다.

한편, 플랭은 카카오벤처스로부터 작년 10월 5억원 투자를 받은데 이어 올해 6월에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에듀테크 스타트업 지원 사업에도 선정됐다.

 

AI타임스 박성은 기자 sage@aitimes.com

[관련기사]서울시 초중고교 1300곳, 6월 AI 맞춤형 영어 교육 도입 완료

[관련기사]교육부, 예비교사들에게 AI교육한다... 초·중등 교원양성대학 6곳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