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다소비 국가 한국, AI로 에너지효율 최하위 오명 벗는다
에너지 소비 많은 건물과 데이터센터에 AI 적용...불필요한 소비 줄여
오염배출 방지에 사용되는 AI 기술 개발, 소각로 등에 적용
국민 참여하는 재활용 증진에도 AI 기술 쓰여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기업들이 환경보호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사용한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에너지 절감과 대기오염 방지, 재활용 등에 AI기술을 적용해 성과를 내고 있다. 기술개발로 오염되는 환경을 기술정점이라 불리는 AI가 해결하는 모양새다. 

한국은 에너지 다소비 국가다. 2017년 기준 세계에서 8번째로 높은 에너지 소비량을 기록했다. 반면 에너지효율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국가 에너지 이용 효율 수준 비교 지표로 사용되는 에너지 원단위(총에너지/GDP)에서 OECD 국가 35개국 중 33위에 머물렀다.

정부는 에너지효율을 높이기 위해 '2030년 선진국형 고효율 에너지 소비구조 실현'을 목표로 세웠다. 2030년까지 최종에너지 소비 2억 9600만toe(석유환산톤) 절감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두고 있다. 각 기업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하며 에너지효율에 적극 나서는 중이다. 에너지효율을 증대를 위해 정부와 기업, 대학이 주력한 분야 중 하나는 AI 기술개발이다. 

◆ 건물·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전력 소모, AI가 해결

삼성SDS는 '전기먹는 하마'라 불리는 데이터센터에 AI 기술을 적용해 전력 소모를 낮추는 기술을 개발했다. 데이터센터 온도조절에 AI 기술을 적용했다.

열이 많이 발생하는 데이터센터는 에어컨 등을 사용해 온도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삼성SDS는 AI가 적정온도에 맞게 에어컨을 조절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사람이 온도 조절을 했을 때는 데이터센터 내에 있는 모든 에어컨을 60% 가동했지만, AI는 두 개의 에어컨은 60%, 나머지 에어컨은 40%만 가동하게 해 전력 손실을 아꼈다.

KT는 건물 냉난방 설비를 조절하는 AI 기술을 개발했다. AI가 딥러닝으로 냉난방 설비구조와 실내 공간 현황, 기존 에너지 소비패턴 등을 학습해 건물 내부를 자동으로 관리해주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냉방을 세게 틀어달라는 요청이 출근시간에는 AI가 기존 데이터를 토대로 온도를 낮게 하고, 비가 오는 날에는 온도를 올리는 방식이다. 

KT는 해당 기술을 지난해 1월부터 KT광화문 이스트 사옥에 도입해 전기와 가스 등 에너지 소비량을 11.2% 감소시켰다고 밝혔다.

대학에서도 유사한 기술을 개발 중이다. 단국대는 AI 기술을 활용해 대형 오피스 빌딩을 비롯한 건물의 전기, 냉·난방 등의 에너지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 개발에 나선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에너지기술평가원에서 주관하는 '2021 에너지수요관리핵심기술개발사업' 선정돼 '자율운전 기반 건물 에너지·환경 통합 관리시스템 개발(iBEEMS)'을 담당한다고 발표했다. 기술개발을 위해 2026년까지 5년간 정부지원금 250억 원을 포함해 총 285여억 원이 투입된다.

해당 사업은 단국대가 주관하고 국내외 24개 연구기관과 기업이 사업단을 꾸려 참여한다. 사업단은 건물의 자율 운전을 위한 AI와 실내 공기질과 호흡기감염 저감 기술, 실시간 모니터링 기술, 외부침입 방지를 위한 보안기술 기반의 맞춤형 최적 운영 플랫폼 등을 개발할 예정이다. 개발된 기술은 단국대, 홈플러스, HDC아이파크타워, 용산아이파크몰,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등에 시범 적용된다.

◆ 오염물질 배출, 이젠 AI가 잡는다

SK에코플랜트 소각로 모습. (사진=SK에코플랜트)
SK에코플랜트 소각로 모습. (사진=SK에코플랜트)

AI는 오염 배출 방지에도 사용된다. 대표 사례가 소각로다. SK에코플랜트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친환경 소각로 AI 솔루션'을 개발한다고 8일 밝혔다.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고 폐기물 소각로의 운영 효율을 높이기 위한 AI 기술을 적용한다. CCTV, 센서, 논리제어장치(PLC) 등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AI 알고리즘이 분석하고 예측해 최적의 소각로 운영방법을 운전자에게 안내하는 기능을 탑재한다. 사람의 물리적 경험에 의존해 운용됐던 기존 방식보다 오염물질 배출관리가 수월해질 예정이다.

SK에코플랜트는 이번 기술 개발로 소각과정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NOx)과 일산화탄소(CO)를 각각 연평균 2톤씩 저감 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연간 휘발유 승용차 950대가 배출하는 질소산화물과 160대가 배출하는 일산화탄소량을 저감하는 효과와 같다.

소각로의 설비 장애를 사전에 감지하는 기능도 갖춘다. 소각로의 전류와 진동 등 소각시설의 데이터를 분석해 비정상적인 동작을 미리 감지하거나, 최적의 정비계획을 구현해 소각로의 유지보수 비용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일 계획이다. 회사 측은 정비 횟수가 줄어들면서 정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4월부터 기술 개발을 시작해 테스트를 거쳐 오는 9월 자회사인 환경시설관리(옛 EMC홀딩스)에 실제 적용할 계획이다. 해당 기술은 머신러닝 모델을 신속히 구축, 훈련, 배포하도록 지원하는 아마존 세이지메이커(Amazon SageMaker) 서비스를 통해 클라우드 기반으로 구현된다.

조재연 SK에코플랜트 DT그룹장은 "이번 친환경 소각로 AI 솔루션 개발로 그동안 기술과 투자 역량이 부족해 해결하지 못했던 소각로 사업의 문제점을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며 "디지털 혁신 서비스를 통해 폐기물 처리 과정을 더욱 친환경적으로 만들고, 넷 제로(Net Zero) 달성과 ESG 경영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국민 재활용 독려에도 AI 기술 적용

AI는 일상에서 환경오염을 예방할 수 있는 재활용을 독려하는 수단으로도 사용된다. 수퍼빈이 출시한 순환자원 회수로봇 '네프론'이 대표 사례다. 네프론은 페트병과 캔을 분리해서 버리면 하나당 10원씩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AI 로봇이다.

서울시 중구 다산주민센터에 설치된 순환자원 회수로봇 '네프론'의 모습. (사진=김동원 기자)
서울시 중구 다산주민센터에 설치된 순환자원 회수로봇 '네프론'의 모습. (사진=김동원 기자)

내부에 '뉴로지니'라는 비전 AI 기술을 탑재해 페트병과 캔을 인지한다. 자원의 외형을 학습해 축적된 학습 데이터로 투입된 자원 종류를 판단한다. 사람이 눈으로 자원을 보고 기존 지식에 따라 종류를 구분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계속 투입되는 캔과 페트병의 이미지를 수집해 빅데이터로 구축했다. 그 결과 외형이나 바코드가 훼손되어도 종류를 구분할 수 있다. 페트병과 캔이 아닌 쓰레기를 버린다면 당연히 인식이 되지 않는다.

네프론 내부에는 비전 AI 기술이 탑재돼 페트병과 캔의 이미지를 구분할 수 있다. (사진=수퍼빈)
네프론 내부에는 비전 AI 기술이 탑재돼 페트병과 캔의 이미지를 구분할 수 있다. (사진=수퍼빈)

네프론의 인기는 높다. 캔과 페트병을 버리는 수가 높아 한 사람당 하루에 버릴 수 있는 재활용 수가 100개~200개 가량으로 제한돼있다. 실제로 취재를 갔던 서울시 중구 다산주민센터의 네프론은 한 사람당 하루 100개까지면 버릴 수 있었다. 취재하는 30분 동안 2명의 이용자가 있었을 만큼 인기도 높았다.

네프론을 이용한 한 시민은 "어차피 버리는 쓰레기인데 10원이라도 돈을 벌 수 있어서 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퍼빈은 오는 9월까지 플라스틱 배달 용기를 분리할 수 있는 순환자원 로봇도 출시할 방침이다. 배달 앱인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과 순환자원 생태계 구현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이를 위해 플라스틱 배달 용기를 구분할 수 있는 비전 AI 기술 학습도 진행하고 있다.

AI타임스 김동원 기자 goodtuna@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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