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스타트업, 시어스랩...Y콤비네이터 투자도 유치
증강현실(AR)로 새로운 사용자 경험 창출
메타버스 문의 증가...아바타 등 협업 툴 제공
"3차원 공간 등 미래 신기술에 필요한 코어 기술 제공하는 기업될 것"

정진욱 시어스랩 대표. (사진=시어스랩)
정진욱 시어스랩 대표. (사진=시어스랩)

강남역 부근이 달라졌다. 건물을 보면 공실이 있는지, 언제 세워졌는지 등의 부동산 정보가 건물에 말풍선처럼 뜬다. 게임에서 아이템에 마우스 커서를 가져가면 해당 정보가 뜨듯이 현실에서도 건물을 보기만 하면 관련 정보가 나온다. 도로 위 차량을 보면 어느 브랜드의 차량인지, 비용을 얼마인지, 연식은 어떻게 되었는지 정보가 나온다. 카페를 보면 쿠폰 정보가 나오고 차를 마시는 사람 중엔 아바타도 있다.

스마트폰으로 강남역 부근을 스캔하며 걷게 되면 발생하는 일이다. 길을 걷다가 궁금한 내용이 있으면 스마트폰 카메라로 보기만 하면 된다. 국내 증강현실(AR) 기업 시어스랩은 사무실 근처인 강남역 부근 데이터를 모아 인공지능(AI)과 AR로 해당 기술을 구현했다. 이 서비스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에 시범서비스가 진행된다.

◆세계 최초 AR 카메라 개발한 스타트업, 디즈니·페이스북 파트너사로 확보

2014년 5월에 설립된 시어스랩은 세계 최초 얼굴인식 AR 카메라 앱인 '롤리캠'으로 유명한 회사다. 틱톡, 스노우보다 앞선 2015년에 롤리캠을 선보이며 AR 카메라 시장의 문을 열었다. 

시어스랩은 세계 최초 AR 카메라 앱인 '롤리캠'을 개발한 회사로 유명하다. (사진=롤리캠 유튜브 캡쳐)
시어스랩은 세계 최초 AR 카메라 앱인 '롤리캠'을 개발한 회사로 유명하다. (사진=롤리캠 유튜브 캡쳐)

지금은 강남역 인근을 스마트폰으로 스캔만 하면 정보를 제공해주는 공간AR과 사람을 아바타로 구현하는 휴먼AR,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가상으로 착용해볼 수 있는 커머스AR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파트너사와 협업 체계도 잘 구축돼있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틱톡에 AR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고, 디즈니·픽사·SM엔터테인먼트 등 100여 곳의 AR 콘텐츠 제작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시어스랩의 소프트웨어 개발 툴킷(SDK)인 'AR 기어'에는 전 세계적으로 1억 7500만 개의 애플리케이션에 탑재돼있다. 구글 AR코어, 애플 AR키트, 중국 센스타임과 어깨를 견줄 만한 수치다.

시어스랩의 SDK 'AR 기어'는 구글 AR코어, 애플 AR키트 등과 어깨를 견주고 있다. (사진=AR기어 유튜브 캡쳐)
시어스랩의 SDK 'AR 기어'는 구글 AR코어, 애플 AR키트 등과 어깨를 견주고 있다. (사진=AR기어 유튜브 캡쳐)

아직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익숙하지 않아 뚜렷한 매출이 나타나지 않는 AR 시장에서 지난해 약 5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게도 했다. 아직 시장이 제대로 자리 잡지 않은 AR 분야에서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높은 매출 수치다. 

정진욱 시어스랩 대표는 "롤리캠이라는 서비스에서 출발한 시어스랩은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AI·AR 기술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며 "고객이 필요로 하는 콘텐츠와 서비스를 시장 선두에서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메타버스 시장 여는 협업 툴 제공

시어스랩은 '천리안을 가진 사람'이라는 의미인 시어스(Seers)와 연구소란 영어 단어인 랩(lab)을 합친 말이다. 실생활에 쓰일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제품을 만들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시어스랩은 이름값하는 회사다. 롤리캠으로 AR 카메라 시장의 문을 열었던 것처럼 최근 뜨고 있는 메타버스 시장의 문을 여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메타버스 협업 툴 제공 기업으로 시어스랩을 찾는 업체가 많아졌다. 관련 투자제의도 이어지고 있다.

정 대표는 "작년 말부터 메타버스 관련 의뢰가 많아졌고, 관련 투자제의도 받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백화점에 직접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메타버스에서 쇼핑을 즐길 수 있는 방법 등에 대한 문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또 그는 "메타버스와 관련해서 우리 휴먼AR 기술을 바탕으로 한 아바타 서비스와 커머스AR 관련 기술 등을 제공하며 실생활에 쓰일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다"면서 "사실 우리는 세상에 나오지 않은 혁신적인 기술에 관심이 많고 특히 카메라 관련 새로운 서비스에 관심이 많아 기술개발을 해왔는데 메타버스가 뜨고 관련 문의가 많아져서 어안이 벙벙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사용자 중심 서비스로 높은 사용자환경(UI) 선사

시어스랩이 시장에서 경쟁력으로 내세운 건 사용자 중심 서비스다. AR을 사용하는데 있어 사용자가 불편함을 겪을 수 있는 환경을 제거해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대표 사례가 웹 기반 서비스다.

시어스랩이 제공하는 커머스AR 서비스는 사용자가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커머스AR은 가상 피팅 서비스다. 얼굴이나 손, 발 등 자신의 신체에 안경과 반지, 신발 등을 가상으로 착용해볼 수 있다. 패션 아이템을 실착하지 않아도 실제로 착용한 경험을 제공해 실감 나는 온라인 쇼핑 환경을 제공해준다.

시어스랩은 사용자가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가상 피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사진=시어스랩)
시어스랩은 사용자가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가상 피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사진=시어스랩)

사용자는 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별도의 앱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 관심 있는 제품이 있으면 인터넷 상에서 바로 입어볼 수 있다. 친구에게 추천하고 싶은 상품이 있으면 URL만 보내면 된다.

정 대표는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사용자가 일일이 앱을 다 설치하는 것은 번거로울 수 있다"며 "웹 기반 서비스로 사용자환경(UI)을 높였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의 하버드라 불리는 와이콤비네이터 졸업..."사람들이 사랑하는 제품 만들겠다"

정진욱 대표는 삼성전자와 SK텔레콤에서 근무 후 시어스랩을 창업했다. 삼성전자에서는 반도체 분야 기술 마케터로 근무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소니 등 글로벌 기업이 2~3년 후 준비중인 미래 디바이스에 탑재할 중앙처리장치(CPU)를 마케팅 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SK텔레콤으로 이직 후엔 미래 신규 사업을 준비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대기업에서 이른 나이에 관리자 역할을 하며 승승장구하던 그가 돌연 창업을 한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다. 정 대표는 "관리자보단 실무자로서 하고 싶은 사업을 하고 싶었다"며 "미래 유망적인 아이템을 찾아 개발하는 싶어 시어스랩을 창업했다"고 밝혔다.

정진욱 대표에게 대기업에 다니다 스타트업을 창업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미래 유망적인 아이템을 찾아 개발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사진=시어스랩)

시어스랩은 창업 2년 만인 2016년, 미국 실리콘밸리 엑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Y-Combinator)의 투자를 받게 된다. 와이콤비네이터는 스타트업의 하버드라 불리는 엑셀러레이터다. 국내 기업 중 와이콤비네이터를 졸업한 업체는 한 자릿수밖에 없다.

정 대표는 와이콤비네이터에 합격할 수 있었던 비결은 롤리캠 아이템 덕분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롤리캠을 개발한 계기는 세상에 있는 카메라가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 집중할 뿐 사람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카메라가 없어서였다"면서 "와이컴비네이터에서 이러한 개발 동기 등을 좋게 평가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와이콤비네이터를 이수하면서 티셔츠에 적혀있던 문구가 인상 깊었다고 설명했다. 그 문구는 '사람들이 사랑하는 제품을 만들어라'다. 정 대표는 "회사가 망하는 이유는 경쟁사 때문이 아니라 물건을 찾는 고객이 없어지기 때문"이라며 "이 말을 되새기며 사람들이 원하는 플랫폼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와 AR, 가상현실(VR) 관련 많은 스타트업이 생기고 있는데 창업자분들이 이 말을 한 번 생각해보고 함께 긍정적인 방향으로 성장해나갔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메타버스에 필요한 툴과 플랫폼 제공하는 회사 만들겠다"

정진욱 대표는 시어스랩을 2차원적인 웹 정보를 3차원의 공간 웹으로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기술개발 회사로 만들어갈 계획이다. 처음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와 어도비 등의 기업이 문서작업과 이미지 제작 등에 필요한 툴을 제공했듯, 메타버스와 같은 3차원 공간이 등장하며 이에 필요한 툴과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를 만드는 게 그가 가진 목표다.

정 대표는 "한국은 서비스 도입 속도가 빠르고 국민 관심도도 높아 메타버스 등 미래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기업이 새로운 서비스를 상용화하는데 필요한 코어 기술을 많이 개발해 경쟁력을 높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선 스타트업뿐 아니라 큰 규모 기업의 관심도 필요하다"면서 "쉽지 않겠지만 시어스랩도 코어 기술을 갖고 있는 회사로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AI타임스 김동원 기자 goodtuna@aitimes.com 

              정윤아 기자 donglee0408@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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