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지하철역 AI 체험관, VR 체험 수준 그쳐…“무늬만 AI”
개소한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냉방도 안 돼 시민들 발길 ‘뚝’
문 닫은 광주역 VR 체험관 되풀이하나…애물단지 전락 우려

시민들이 많이 오가는 지하철역 내에 AI 기반 문화예술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AI 문화 체험관이’ 문을 열었다. 하지만 AI 기술을  느낄 만한 콘텐츠 부족과 폭염 속 내방도 제대로 되지 않아 시민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다. (사진=윤영주 기자).
시민들이 많이 오가는 지하철역 내에 AI 기반 문화예술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AI 문화 체험관이’ 문을 열었다. 하지만 AI 기술을  느낄 만한 콘텐츠 부족과 폭염 속 내방도 제대로 되지 않아 시민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다. (사진=윤영주 기자).

광주 지하철역 내에 ‘AI 문화체험관’이 개소됐지만 정작 인공지능(AI) 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가 마련돼 있지 않아 ‘속 빈 강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연일 30도가 넘는 폭염 속에 냉방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시민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용자가 적어 문을 닫게 된 광주역 가상현실(VR) 체험관을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23일 조선대학교와 광주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AI 문화체험관’은 지난 9일 금남로4가역 지하 1층(3번 출구 방향)에서 문을 열었다. AI 기반 문화예술 콘텐츠 체험을 통해 시민들이 AI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는 취지다.

7월 13일 취재진은 AI 문화 콘텐츠를 체험하기 위해 금남로 4가 3번 출구에 위치한 'AI 문화 체험관'을 찾았다. (사진=윤영주 기자).
7월 13일 취재진은 AI 문화 콘텐츠를 체험하기 위해 금남로 4가 3번 출구에 위치한 'AI 문화 체험관'을 찾았다. (사진=윤영주 기자).
조선대학교 링크사업단 AI 문화체험관에서 기자기 직접 VR 콘텐츠를 체험하고 있다. 명화를 3D로 구현한 VR 미술 콘텐츠로 빈센트 반 고흐와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VR 체험이었다.  (사진=윤영주 기자).
조선대학교 링크사업단 AI 문화체험관에서 기자기 직접 VR 콘텐츠를 체험하고 있다. 명화를 3D로 구현한 VR 미술 콘텐츠로 빈센트 반 고흐와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VR 체험이었다.  (사진=윤영주 기자).

지난 13일 ‘AI 문화체험관’. 개소한 지 4일 밖에 되지 않아 체험관 내부는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체험관은 유동인구가 많은 금남로 4가역에 위치해 있지만, 이용하는 시민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AR‧VR체험에 흥미를 느낄 젊은 층 유동인구도 적어 장소 선정에 문제가 있어 보였다.

‘AI 문화체험관’에 들어 가보니 사실상 AI 기술을 체감할 수 있는 콘텐츠는 전무했다. VR 체험과 캐리커처 서비스가 전부였다. 체험관에 설치된 VR콘텐츠는 명화를 3D로 구현한 VR 미술과 가벼운 운동을 즐길 수 있는 VR게임이었다. 전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VR 체험관 수준이었다.

AI 문화체험관에서 운영하는 디지털 캐리커처.  (사진=윤영주 기자).
AI 문화체험관에서 운영하는 디지털 캐리커처.  (사진=윤영주 기자).
최근 금남로 4가역에 개소한 'AI 문화체험관'에서 디자이너가 태블릿을 통해 실시간으로 캐리커처를 제작하고 있는 모습이 대형 TV를 통해 보이고 있다.  AI 기술이 캐리커처에 도입되진 않았다. (사진=윤영주 기자).
최근 금남로 4가역에 개소한 'AI 문화체험관'에서 디자이너가 태블릿을 통해 실시간으로 캐리커처를 제작하고 있는 모습이 대형 TV를 통해 보이고 있다.  AI 기술이 캐리커처에 도입되진 않았다. (사진=윤영주 기자).

디지털 캐리커처도 AI 기술과 거리가 멀어 ‘구색 맞추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대형 TV를 통해 디자이너가 실시간으로 제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특별한 AI 기술은 찾아보지 못했고, 담당자들도 AI 기술과 융합된 부분은 없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3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에도 에어컨조차 가동되지 않아 시민들이 외면하는 모양새다. 이날은 체감온도 33도가 넘을 정도의 무더운 날씨였다. 폭염에 헤드셋과 마스크를 쓰고 VR을 체험하기 어려운 지경이었다.

'지역민과 함께 하는 AI 문화체험관'이 개관했지만 폭염 속에 에어컨 가동도 되지 않아 불편을 겪고 있다. (사진=구아현 기자).
'지역민과 함께 하는 AI 문화체험관'이 개관했지만 폭염 속에 에어컨 가동도 되지 않아 불편을 겪고 있다. (사진=구아현 기자).

담당자는 “에어컨 가동에 대해 광주도시철도공사 측에 요청을 했기 때문에 곧 가동이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기자는 개관 11일째를 맞는 지난 20일 오후 7시 반쯤 이 곳을 다시 찾았다. 여전히 AI 체험관을 찾는 시민들은 없었고, 에어컨 등 편의시설은 작동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AI 문화 체험관 운영 시간은 평일(월~금)의 경우 오후 3~8시이며, 주말(토~일)의 경우 오후 1~8시이지만 운영시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윤영주 기자).
AI 문화 체험관 운영 시간은 평일(월~금)의 경우 오후 3~8시이며, 주말(토~일)의 경우 오후 1~8시이지만 운영시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윤영주 기자).
20일 'AI 문화체험관' 운영시간은 오후 3시부터 8시까지였지만 오후 6시에 담당 직원은 퇴근하고 VR 화면은 꺼져 있었다. 운영시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모습이다. (사진=구아현 기자).
20일 'AI 문화체험관' 운영시간은 오후 3시부터 8시까지였지만 오후 6시에 담당 직원은 퇴근하고 VR 화면은 꺼져 있었다. 운영시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모습이다. (사진=구아현 기자).

운영 시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점도 호응을 받지 못하는 이유로 꼽힌다.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체험관 운영 시간은 평일(월~금)의 경우 오후 3~8시이며, 주말(토~일)의 경우 오후 1~8시다. 하지만 기자가 이곳을 찾았던 20일 저녁 7시 반쯤 이미 VR 체험기기는 꺼져 있었다. 한 내부 관계자는 “직원은 평일 오후 6시면 이미 퇴근을 해 시설을 이용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20일 광주 지하철 금남로 4가역 3번 출구에 위치한 'AI 문화 체험관' 모습. 7월 19일부터 20일까지 6명이 방문했다.  
20일 광주 지하철 금남로 4가역 3번 출구에 위치한 'AI 문화 체험관' 모습. 7월 19일부터 20일까지 6명이 방문했다.  

이를 놓고 광주역 가상현실 체험관 수순을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은 지난 2019년 광주광역시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정보통신산업진흥원) 지원을 받아 광주역 내 AR과 VR체험관을 열었다. 체험관은 4억 원의 예산을 들여 개소했지만 흥미를 끌만한 콘텐츠가 부족하고, 장소 선정도 미흡해 시민들에게 외면 받고 결국 문을 닫았다.

AI타임스 구아현 기자 ahyeon@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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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노트
시민들이 지하철을 오가면 AI 기술을 체감할 수 있는 시설이 생겼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AI 문화 체험관'은 AI를 접목한 문화콘텐츠를 시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목적이다. 기대감을 갖고 오는 사람들에게 기존의 VR 체험관에서 접할 수 있는 콘텐츠를 내세워서는 안 된다. 곧 AI 기술을 접목된 AR 콘텐츠를 오픈할 거라고 하지만 폭염 속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냉방조차 안되고, 이용을 안내하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은 곳이 과연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시민들을 위한 AI 체험시설이 아닌 대학의 콘텐츠 홍보관이라고 이름을 바꿔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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