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라벨러 1,481명 설문조사…46%는 라벨러가 전업
상위 업체, 시간당 1만원 대에서 2만 5천원까지 지급
올해 취업 수요자 107만여 명…지난해 대비 65% 증가

데이터 라벨러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올해 데이터 라벨러 수요자는 107만 여명으로 지난해보다 65%나 증가했다. (사진=크라우드웍스 보고서).
데이터 라벨러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올해 데이터 라벨러 수요자는 107만 여명으로 지난해보다 65%나 증가했다. (사진=크라우드웍스 보고서).

#1 A씨는 최근 3년째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AI 학습용 데이터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이터 라벨러 활동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다. 1년 전 우연한 기회로 시작하게 된 라벨링이 이제는 부업에서 전업이 된 것. A씨는 최근 토익 시험에서 높은 점수을 확보했다. 이에 영어 관련 라벨링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A씨는 숙련자로 인정을 받아 최저시급보다 높은 활동비를 받고 있다. A씨는 "조금만 더 노력하면 기존 직장 월급은 벌 수 있을 것 같아서, 회사를 그만두고 도전하게 됐다"고 밝혔다. 


#2 B씨는 어린시절 배드민턴 선수로 활동했다. 그러나 개인사정으로 선수생활을 중단했다. 대학을 다니던 중 운동과 관련된 슬로우모션 영상 수집 프로젝트를 접하고, 데이터 라벨링에 관심이 생겼다고 한다. 현재는 취재와 관련된 부업을 시작으로 최고 회원등급을 달성하고, 라벨링 관련 회사에 프로젝트 매니저로 근무 중이다. B씨는 "라벨링 결과를 평가하는 검수자들은 작업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수입도 크게 증가한다"며 "데이터 라벨러가 이제는 새로운 직업군으로 탄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 유치기업인 크라우드웍스는 매년 데이터 라벨링에 대한 종합 분석자료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크라우드웍스 홈페이지).
광주 유치기업인 크라우드웍스는 매년 데이터 라벨링에 대한 종합 분석자료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크라우드웍스 홈페이지).

다양한 데이터에 인공지능(AI)이 이해할 수 있는 이름을 붙이는 '데이터 라벨러'가 최근 새로운 직업군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른바 'N잡러'들이 선호하는 부업에서 이제는 데이터 라벨러를 본업으로 삼는 사람들까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N잡러란 2개 이상의 수를 뜻하는 ‘N’과 직업을 뜻하는 ‘잡(job)’이 합쳐진 신조어로 여러 직업을 가진 이를 뜻한다.

광주 유치기업인 크라우드웍스(대표 박민우)가 최근 발표한 ‘2021 데이터 라벨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활동 중인 데이터 라벨러의 46%가 라벨링을 전업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I판 인형 눈알 붙이기'라고 평가받던 데이터 라벨링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뀐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보고서는 크라우드웍스의 25만 활성 회원 데이터와 지난 7월 9일부터 15일까지 일주일간 국내에서 활동 중인 데이터 라벨러 1,48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작성됐다. 

전업 데이터 라벨러가 늘어난 조사결과를 놓고 전문가들은 '높아진 전문 라벨러의 몸값'이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데이터 라벨링이 대부분 일회성 작업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에 폭넓은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데이터 라벨러에 대한 기업들의 수요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고, 몸값도 덩달아 올라가는 추세다. 

데이터 라벨링을 주관하는 관련 상위 3개 기업 기준, 초급 데이터 가공 업무 평균시급은 1만 7,000원 수준이다. 고급 프로젝트 평균시급은 2만 5,000원 정도로 최저 시급보다 높다. 이에 전문 자격이나, 특정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이 부합한다면 업무량을 더욱 늘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작업에 익숙해진 전문 데이터라벨러는 더 많은 금액을 가져갈 수 있는 셈이다.

국내 데이터 라벨링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점도 예비 라벨러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AI 학습용데이터 구축 사업을 대폭 확대했다. 이를 통해 수 만명의 라벨러가 증가했고, 데이터 가공업체도 늘어나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사진=셔터스톡).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 라벨링 시장은 지난 5년간 연평균 21.9%씩 성장해왔으며, 향후 지속적인 성장세가 예상돼 2025년 약 4조 3,100억 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더해져 주요 사업모델로 데이터 라벨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증가하고 있다. 

시장이 커지자 데이터 라벨러를 꿈꾸는 구직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라벨러 취업 수요자가 107만 8,000명으로 2020년(65만명)보다 무려 65.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월 기준 수요자 규모가 100만명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속되는 코로나19로 인한 일상의 변화와 불안한 고용환경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크라우드웍스 측은 보고 있다. 

크라우드웍스 관계자는 "데이터 라벨러를 부업이 아닌 직업으로 인식하고 있는 비율에 대한 적지 않다는 결과이다"며 "정부의 ‘디지털 뉴딜' 정책과 함께 데이터 라벨러가 하나의 새로운 직업군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박민우 크라우드웍스 대표는 “데이터 라벨링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데이터 라벨러 직업 전문성 강화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며 “크라우드웍스는 데이터 라벨러 역량 강화와 데이터 품질 고도화를 위해 고용노동부와 함께 전문 교육을 실시하는 등 인공지능 시장의 안정적 고용 생태계 구축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크라우드웍스는 광주 AI 생태계 조성을 돕기 위해 지난해 7월 광주광역시와 광주형 인공지능 비즈니스 기반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외 크라우드웍스는 한국지능정보산업협회가 발표한 100대 AI 유망 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AI타임스 유형동 기자 yhd@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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