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디지털 비서가 교실 현장에서 교사 수업 지원해
영국의 한 초교, 최초의 AI교사를 정규 교사로 발령
예산 부족한 학교들, AI 유망해도 교실 적용 꺼려해

(사진=셔터스톡, 편집=임채린 기자)
(사진=셔터스톡, 편집=임채린 기자)

지난 2019년 7월 4일 청와대를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은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인공지능,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이라며, “교육, 정책, 투자 등 각 분야에서 전폭적인 AI 육성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 회장의 인공지능 예찬은 단순히 말에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5월 25일 국내 인공지능 교육기업 뤼이드(Riiid)는 손 회장이 이끄는 벤처캐피탈 ‘소프트뱅크 비전펀드2’로부터 1억 7,500만달러(한화 약 2,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꼽히는 인공지능은 과연 미래의 교육 기술(Edutech)분야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할 수 있을까?

에드테크(EdTech) 인플루언서인 케빈 호간(Kevin Hogan)은 지난 2일 마켓 스케일(MarketScale) 블로그 뉴스에 “어떻게 인공지능이 교실 경험을 개량할 수 있나?”란 제하의 칼럼을 썼다.

그는 칼럼에서 “그와 멀린 마인드(Merlyn Mind)의 동료들은 AI가 교사의 업무를 향상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뉴욕에 소재한 멀린 마인드(Merlyn Mind)는 인공지능 및 교육 기술에 중점을 둔 기업이다.

지난 2일 B2B 콘텐츠 기업 ‘마켓 스케일(MarketScale)’은 멀린 마인드가 최초의 AI 디지털 비서를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디지털 비서인 ‘멀린(Merlyn)’은 교사들이 교실에서 더 자연스럽게 기술을 사용하고, 작업을 단순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교육용 프로그램이다.

멀린은 교사들에게 교실에서 장치와 디지털 서비스를 보다 쉽게 제어할 수 있도록 해주고, 음성 및 원격 제어에 모두 응답해 교사가 교실 기술을 사용하는 방법을 단순화하도록 한다.

런 캐피탈의 설립자이자, 멀린의 관리 이사인 롭 휴터(Rob Hutter)는 “IBM 왓슨 랩(Watson Labs), HP 에듀케이션, 아마존 알렉사, 구글, 페이스북, 브로드컴 및 로쿠(Roku) 등에서 온 전문가들이 기술의 복잡성으로부터 강의실을 되찾는 매우 긴급한 임무를 위해 함께 작업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멀린 어시스턴트는 맞춤 제작된 AI 허브인 심포니 클래스룸(Symphony Classroom)을 통해 액세스할 수 있다.

교사는 이 심포니 클래스룸을 사용해 교실 전면 디스플레이, 교사용 노트북, 인터넷 브라우저와 교사가 매일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 등과 같은 교실 장치를 제어할 수 있다.

영국 초교에 부임한 최초의 AI 교사

지난 2016년 12월 26일 가디언에는 영국 북부 런던에 소재한 페이크먼(Pakeman) 초등학교에 부임한 AI 수학교사의 이야기가 실렸다.

이 AI 교사는 가상현실 속에서 학생들과 수학과 관련된 대화를 즐겁게 나누다가 “91 안에 7이 몇 개 들어있냐?”고 질문을 던졌다.

이때, 학생들이 어려워하면 이 AI 교사는 문제를 푸는 방법을 설명하면서 ‘13’이란 답을 가르쳐준다. 중요한 것은 AI 교사와의 1대1 대화에 흥미를 느낀 학생들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업에 전념했다는 사실이다.

이후, 페이크만 초등학교는 이 인공지능 교사를 정규 교과 과정에 적용하기로 했다. AI 교사는 컴퓨터를 통해 학생들과 1대1로 만나 수학 과목을 개인 지도하게 된 것이다.

이 AI 수학교육 프로그램은 ‘서드 스페이스 러닝(Third Space Learning)’이란 이름의 기업이 개발했는데 이 AI 교사는 인터넷을 통해 만나볼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 교사로 알려지고 있다.

서드 스페이스 러닝은 이 AI 교사를 개발하기 위해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대학 과학자들과 공동으로 연구하는 과정에서 약 10만 건의 튜토리얼(tutorial) 데이터를 인공지능 기계에 입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튜토리얼은 학생들에게 여러 가지 유형의 예제를 제시하고, 그 예제를 풀어가면서 기능과 방법을 이해하도록 하는 과정이다.

이런 방식으로 사람처럼 교수법을 익힌 인공지능은 학생들의 개인 상황에 따라 적절한 대화를 해나가면서 1대1 개인지도를 수행해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

개발자의 한 명인 UCL의 로즈 럭킨(Rose Luckin) 교수는 “사람과 인공지능이 학습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는 것”이 향후 목표라며, “그동안의 연구 결과, 인공지능 교사의 역할은 놀라울 정도”라고 평가했다.

AI 교실 참여, 전문가 사이에 이견 있어

모바일 소프트웨어 아웃소싱 전문기업 ‘클레버로드(Cleveroad)’의 카피라이터 ‘다리아 R.(Daria R)’은 지난 5월 13일 이 회사 블로그 뉴스에 ‘학교와 교사 교육에 있어서 인공지능의 장점’이란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들에게도 인공지능의 사용은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훈련 과정의 다양한 영역에서 약점을 탐지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일례로, 미국의 유명한 온라인 강좌 ‘코세라(Coursera)’는 대다수의 학생이 한 문제에 대해 틀린 답을 했을 때, 이를 교사들에게 알려주는데 그것은 학생들이 어떤 문제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AI는 최고의 선생님을 찾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한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면, 마이애드매치(MyEdMatch)와 같은 AI 시스템은 학교와 가장 적합한 지원자를 연결해주고, 이 정보를 가장 필요한 학교나 학급과 비교해준다.

경험이 부족한 교사와 교사들에게 보충 자료를 제공해주는 ‘피어슨라이트투런(Pearson WriteToLearn)' 소프트웨어 시스템은 자연어 처리 기술을 사용, 맞춤법을 향상하는 팁을 제공한다.

카네기 학습(Carnegie Learning)은 AI·증강현실(AR) 어시스턴트인 루밀로(Lumilo)와 협력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루밀로는 학생들의 근황을 AI가 포착해 각 머리 위로 투사하는 방식으로 AR 안경을 낀 교사는 학생들이 질문하지 않더라도 누가 더 어려운 과제가 필요하고 누가 힘들어하는지 정확히 지적할 수 있다.

AI가 교실 빈부격차 심화시킬 수 있어

AI의 교실 수업 참여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 중의 한 명이 MIT 테크놀러지 리뷰의 인공지능 부편집자인 잭키 스노우(Jackie Snow)다.

그는 지난 2019년 1월 16일 자, 노던버지니아 커뮤니티 칼리지(NOVA) 신문에 낸 글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전통 교실을 교란하고 있다.”며, “AI는 규모에 맞는 학습을 개인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문제는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지 확인해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녀는 씽크스터 매스의 설립자이자 CEO인 라지 발리(Large Bali)의 말을 인용해 “AI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제인 박사는 “AI는 일대일 과외를 시뮬레이션하고 학습자의 능력에 맞는 활동을 전달함으로써 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며, “하지만 다른 기술에 종사하고 있는 대부분 연구자는 AI가 인간 교사들이 하는 모든 것을 할 만큼 충분히 좋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카네기 학습의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리터 박사는 “수십 년 동안 작업했지만, AI는 아직 학교에 크게 진출하지 못했는데 이는 AI에 의해 뒤바뀌고 있는 다른 분야와 비교했을 때, 이 분야가 얼마나 보수적인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예산이 빠듯한 학교들은 아무리 AI 기술이 유망해도 위험 부담이 큰 신기술 투자를 꺼리기 때문에 한정된 자원도 문제의 한 요인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또 제인 박사는 “교실의 AI 교육 분야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형평성인데 예를 들면, 부유한 학생들은 인간 교사와 인공지능의 도움을 더 균형 있게 받을 수 있다. 따라서 AI가 이런 교육을 더욱 확대해 빈부격차를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AI로 구동되는 도구는 강의실 기반의 미니-감시 상태를 조성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례로, 중국 고등학교 중 한 곳은 30초마다 학생들을 스캔하는 안면인식 기술을 사용해 학생들이 관심을 두거나 흥미를 잃는지 살피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를 반증하듯, 국제인공지능교육학회 회장인 브루스 맥라렌(Bruce McLaren) 카네기멜론대 교수는 “최근 학회에서 AIEd에 대한 연설 후 거의 모든 질문이 교실의 기술침입에 관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AI타임스 조행만 객원 기자 chohang5@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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