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개발·개발자 교육 밤새워도 모자란데…
근로시간 단축에 불 꺼진 AI 기술 개발 현장
"능력 있는 직원들의 자아실현 막아선 안 돼"

혁신에 몰두해야 하는 스타트업들이 주52시간 근무제라는 족쇄에 묶여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사진=셔터스톡).
혁신에 몰두해야 하는 스타트업들이 주52시간 근무제라는 족쇄에 묶여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사진=셔터스톡).

"퇴근시간 이후 회사 컴퓨터를 활용해 자기계발을 하고 싶다는 직원이 많았습니다. 제가 대표로서 해줄 수 있는 말은 '회사에 남는 건 안 된다' 뿐이었습니다. 정말 답답하더군요. 이제 막 입사한 초급 개발자들의 경우 직무에 대해 고민하고, 학습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열의 넘치는 직원들의 자기계발과 연구의욕을 무작정 막아서는 안 됩니다."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인공지능(AI) 스타트업 ㈜파디엠은 귀갓길 케어 시스템인 ‘아퓨’를 개발해 전국적 관심을 받는 기업이다. 강혜림 대표는 지난 2016년 파디엠을 설립한 후 세계여성발명대회 대상·서울국제발명대회 금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 등 각종 창업경진대회를 휩쓴 청년 기업인이다.

강 대표는 그동안 초기 개발인력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재능이 있는 직원들은 더욱 밀어주고, 의지가 있는 직원들은 힘차게 당겨주는 등 조직간 호흡을 다지는 데 애썼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주52시간 근로제가 적용되면서 강 대표에게는 크나큰 장벽이 생겼다. 근무시간 단축으로 인해 자발적 연구 활동을 희망하는 직원들까지도 강제로 집에 돌려보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강혜림 대표는 "저희 회사는 일찌감치 주52시간 근무제를 이행해왔기 때문에 대처를 나름대로 하고 있다"면서 "직원들의 개인 여가시간을 보장해주는 점은 매우 기쁘지만, 한편으로 자기계발이나 추가 연구 활동을 하고 싶은 열의 있는 직원들까지 강제로 퇴근을 시킬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파디엠의 개발자들이 주어진 근무 시간 내 연구 활동을 마치기 위해 서로 협업하고 있는 모습. (사진=파디엠 제공).
파디엠의 개발자들이 주어진 근무 시간 내 연구 활동을 마치기 위해 서로 협업하고 있는 모습. (사진=파디엠 제공).

애로사항은 이뿐만이 아니다. 비전공자의 경우 업무 적응 기간도 대폭 늘어났다고 한다. 주어진 업무시간 내 기술 개발과 교육까지 모두 진행해야하기 때문에 수습교육 커리큘럼만 진행하기도 벅차다는 것이다. 파디엠이 개발한 ‘아퓨’는 실시간 영상촬영을 통해 안전한 귀갓길을 지켜주는 AI 범죄예방 시스템으로, AI 안면인식과 동작인식 기술 등 AI 솔루션이 접목된다. 이 때문에 개발자 교육과 프로그램 개발에 많은 시간이 투입되는 장기 프로젝트다.

이러한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안드로이드 스튜디오, XML, 자바 등에 대한 이해가 탄탄해야 하고, 텐서플로우·케라스 등 인공지능 개발 도구 사용도 능숙해야 한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파디엠 개발자 A씨는 "전공자들을 대상으로 단순히 머신러닝 관련 교육만 하더라도 3~6개월이 소요되는데, 비전공자들의 경우 언어를 익혀서 실행하기까지 2~3배 시간이 더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I 스타트업들은 업무 시간 내 초기 개발자 교육까지 진행하고 있다. 이에 개발자들은 개인 역량 강화를 위해 집에서 자기계발을 이어가려고 한다. 그러나 개인 컴퓨터와 회사 컴퓨터의 성능 차이가 커 제대로 된 연구 활동이 되고 있지 않다. (사진=셔터스톡).
AI 스타트업들은 업무 시간 내 초기 개발자 교육까지 진행하고 있다. 이에 개발자들은 개인 역량 강화를 위해 집에서 자기계발을 이어가려고 한다. 그러나 개인 컴퓨터와 회사 컴퓨터의 성능 차이가 커 제대로 된 연구 활동이 되고 있지 않다. (사진=셔터스톡).

6개월 가량 업무를 배제하고 교육만 받는다고 해도 실무에 투입되기에 무리가 있다는 이야기다. 또 AI의 경우 GPU(그래픽카드)가 탑재된 컴퓨터를 사용해야 학습 시간이 현저히 줄어들고, 개인 컴퓨터로 학습하면 성능과 효과가 떨어진다고 한다. 개발과 학습에 몰두할 수 있는 장소는 회사 밖에 없다는 것이다.

체계적인 교육 체계가 정립되지 않은 초기 스타트업들은 더욱 힘에 부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광주 스타트업 B사 대표는 스타트업 종사자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해야 하는 이유로 '성장에 따른 보장'을 꼽았다. 스타트업의 경우 회사가 성장될 시 주식 또는 스톡옵션을 부여받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회사가 커지면 그만큼 보상도 확실히 주어질 수 있기 때문에 자발적 업무를 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강혜림 대표는 "주52시간을 무조건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주 52시간을 초과해 직원들이 회사에 머무르고 싶을 때나 회사 고급컴퓨터와 서버를 활용해 일이 아닌 자기계발을 하는 것까지 막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혹시나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으니, IT·AI 업계의 경우 노사 합의하에 회사에 남아 있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AI타임스 유형동 기자 yhd@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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