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 없이 신원 증명 가능한 얼굴 인식 기술, 코로나19 유행으로 급부상
은행, 공항 등 신원인증 필요한 전 영역 적용...스노우 같은 엔터테인먼트도
딥러닝으로 빠르고 정교해져...GAN으로 마스크 낀 얼굴도 인식

[편집자주] 스마트폰이 없이 살았던 적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 때가 있다. 생각해보면, 세상에 나온 지 10년을 갓 넘었다. 기술이 세상을 바꿔왔듯, 인공지능으로 인한 변화는 여기저기서 많이 감지된다. 알파고나 GPT-3까지 가지 않아도 얼마든지 활용되고 있는 AI 기술들이 많다. 이번 기획에서는 사회적인 이슈로 주목받기도 하지만, 새로운 일상을 제시하는 우리 곁의 AI 기술을 함께 들여다보기로 하자.

(사진=셔터스톡, 편집=임채린 기자)
(사진=셔터스톡, 편집=임채린 기자)

 21세기 가장 성공한 기술 사례를 꼽으라면 단연 스마트폰을 빼놓을 수 없다. 세대를 막론하고 이제 생활필수품 지위에 가까워진 스마트폰에 필수 탑재된 AI 기술이 있다. 얼굴 인식이 그 주인공이다.

스마트폰에서는 보안을 위해 잠금화면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마트폰을 열어 사용하려면 이 잠금화면을 푸는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최근 촉망받는 비밀번호는 바로 우리 얼굴이다.

애플의 ‘페이스 ID’를 대표적인 예시로 들 수 있겠다. 이외 대부분 안드로이드 폰에서도 얼굴 인식 기능을 기본 탑재하고 있다.

스마트폰 보안 이외에도 신원확인이 필요한 분야는 수두룩하다. 현재 신원확인이 필요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AI 얼굴 인식을 사용 중이거나 도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굴 인식 기술이 최근 급부상한 계기는 코로나19 유행이다. 감염 우려로 신체 접촉을 최소화하는 상황에서 얼굴 인식을 통한 신원인증은 비대면 시대 대안으로 떠올랐다.

다른 생체 인식 방식에 비해 여러 경쟁력을 갖춘 것 또한 비결로 꼽을 수 있다. 얼굴 인식 AI는 홍채 인식이나 정맥 인식에 비해 고가 기기가 아닌 기본 사양 카메라만으로 사용할 수 있다.

지문 인식은 얼굴 인식에 비해 인식 오류가 현저하게 높다. 지문 인식 오차율은 5만분의 1인데 비해 얼굴 인식 오차율은 100만분의 1 수준이다. 홍채 인식 기술은 안면 인식보다 속도가 느리다.

얼굴 인식 시장은 앞으로도 계속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케츠에 따르면 글로벌 얼굴 인식 시장은 연평균 17.2% 성장해 2025년 85억7500만달러(한화 약 9조9000억원)에 달할 예정이다. 2020년 얼굴 인식 시장 규모는 38억7200만달러(약 4조5000억원)다.
 

◆은행, 공항은 물론 게임, 화장실까지...신원 인증 필요한 곳 어디든 적용

스마트폰 이외 근래 다양한 얼굴 인식 적용 사례들이 등장했다. 중국 최대 게임업체 텐센트는 지난 7월 미성년자가 야간에 게임하는 것을 막기 위한 얼굴 인식 기술을 중국 전역에 제공한다고 밝혔다.

텐센트는 2019년부터 해당 기술을 베이징과 선전에 보급했는데 지난달부터 이를 전국 범위로 확대하는 것이다.

중국에서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게임 분야에 청소년 셧다운제가 있다. 미성년자가 밤 10시부터 아침 8시까지 게임 접속을 하지 못하게 막아 게임 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다. 얼굴 인식 기술을 사용할 시 성인 신분으로 로그인한 미성년자까지 알아낼 수 있다.

비교적 최근은 아니지만 기발한 사례로 얼굴 인식 기술이 탑재된 휴지 기계를 꼽을 수 있다. 2017년 베이징 공원에서는 휴지 절도와 남용을 막기 위해 화장실에 해당 기기를 도입했다.

베이징 공원에 설치된 얼굴 인식 휴지 기계 모습(사진=뉴욕타임스)
베이징 공원에 설치된 얼굴 인식 휴지 기계 모습(사진=뉴욕타임스)

사용자가 바닥에 표시된 구역에 서서 기계의 카메라를 응시하면 얼굴을 인식해 3초 내에 휴지를 제공하는 식이다. 휴지는 1인당 1회, 절취선 6칸 정도 길이인 60cm씩만 제공된다. 추가로 휴지를 사용하려면 9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코로나19 유행으로 급부상 중인 무인 매장에도 얼굴 인식 기술은 필수다. 특히 술, 담배와 같은 미성년자 판매 불가 상품 구입 시 신원 확인에 유용하다.

현금, 신용카드를 넘어 얼굴만 있어도 결제가 가능한 매장도 있다. 알리바바와 GS25의 무인 편의점 매장에서는 사전에 정보를 등록하면 상품 구매 시 얼굴 인식 결제가 가능하다. 신한카드에서도 작년 4월부터 얼굴인식 결제 서비스인 ‘신한 페이스 페이(Face Pay)’를 제공 중이다.

얼굴 인식 계산 서비스를 도입한 GS 을지스마트점 모습(사진=GS리테일)
얼굴 인식 계산 서비스를 도입한 GS 을지스마트점 모습(사진=GS리테일)

은행 업무는 디지털 전환으로 서비스 이용이 대폭 편리해진 분야다. 간단한 잔고 확인이나 송금 작업으로 은행을 방문하는 사람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반면 보다 철저한 신원 확인이 필요한 계좌 개설이나 대출 업무를 위해서는 여전히 점심시간에 번호표를 뽑고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이러한 고충도 곧 옛날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BNK부산은행은 오는 10월 얼굴 인식 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실명 확인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대구은행은 내년 4월부터 은행 창구에서 얼굴 인식을 통해 신분증 없이 신원을 확인하는 시스템을 적용할 예정이다.

교육 분야, 정확히는 시험에서도 얼굴 인식을 통한 신원 확인이 이미 이뤄지고 있다. 2020년 6월부터 토익스피킹 시험장에서는 신분 확인 시 네이버 얼굴 인식 기술을 사용 중이다.

응시생은 시험 시작 전 각 컴퓨터에 설치된 웹캠으로 얼굴을 촬영하기만 하면 된다. 생년월일, 수험번호 등 별도의 인증 정보를 입력할 필요가 없어 신속한 시험 체크인이 가능하다.

신원 확인이 중요한 장소로 공항을 빼놓을 수 없다. 일본 나리타, 하네다 공항에서는 지난 7월부터 얼굴 인식으로 보안 검색대를 통과할 수 있다. 체크인 시 사진을 찍으면 이후 보안 검색대나 탑승구, 수하물 체크 등에서 여권이나 항공권 없이 얼굴로만 신원을 증명할 수 있다. 이 때 수집한 여행객 사진은 24시간 내 삭제한다.

일본항공이 국제선에 얼굴 인증 탑승 수속 시스템을 도입했다(사진=일본항공)
일본항공이 국제선에 얼굴 인증 탑승 수속 시스템을 도입했다(사진=일본항공)

우리나라 인천공항에서는 출국 서비스에 얼굴 인식 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출국 수속 시 승객의 신분증과 여권, 항공권을 확인하는 절차를 얼굴 인식 하나로 간소화하는 내용이다.


◆셀카 필수품 스노우도 얼굴 인식 없이 안 돼...스노우 전용 아이돌 등장

신원 확인과 같이 엄격하게 진행해야 하는 업무 이외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도 얼굴 인식 기술을 사용하는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서비스는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 카메라 서비스다.

스노우에서는 AI로 눈, 코, 입 등 얼굴 구조를 인식한 후 여기에 맞춰 이미지를 덧씌우는 AR 셀카 서비스로 유명하다. 눈 크기를 키우고 얼굴형을 갸름하게 만드는 것과 같은 사진 보정 서비스까지 가능하다. 모 개그 그룹은 해당 기술로 자신들의 모습을 과도하게 보정해 웃음을 주는 콘텐츠를 만들어 인기를 끌고 있다.

스노우가 만든 아이돌 '매드몬스터'의 뮤직비디오(영상=빵송국)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쇼핑이 어려워지면서 뷰티 업계에서는 온라인에서 화장품을 테스트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마련했다.

에스티로더(Estee Lauder)는 올해 6월 가상으로 화장을 해보고 어울리는 화장품을 찾을 수 있는 AR 플랫폼 ‘버추얼 트라이 온(Virtual Try On, VTO)’을 공개했다. 제품 선택 후 라이브 카메라를 실행하거나 사용자 사진을 업로드하면 해당 제품으로 메이크업한 사용자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얼굴 인식 기술, 어떤 원리로 가능할까...마스크 낀 얼굴은 어떻게?

얼굴 인식 기술은 크게 ▲얼굴 찾기 ▲얼굴 특징 찾기라는 2가지 과정을 거친다. 얼굴 찾기는 영상이나 이미지 내에서 어떤 영역이 얼굴에 해당하는지 판별하는 것이다.

얼굴 영역 검출을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구현하려면 영상 내 서로 다른 크기의 얼굴, 조명 등의 영향을 고려하고 연산량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한데 딥러닝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러한 한계들이 대폭 개선됐다.

먼저 카메라에 입력된 데이터를 컬러에서 흑백으로 변환한다. 사진의 명암 정보를 사용하기 위해서다. 컬러 사진의 경우 이미지는 RGB(빨강, 초록, 파랑)인 3개의 채널로 표시되지만, 흑백 이미지는 한 층의 채널로 표현 가능하다.

흑백 이미지 픽셀을 확대해보면 인접한 픽셀의 명암 차이로 층이 보인다. 밝은 픽셀에서 어두운 픽셀 방향으로 조합한 그래디언트 패턴(Gradient Pattern)을 이용하면 컴퓨터가 데이터에서 얼굴을 특정해 낼 수 있게 된다.

얼굴 찾기에 활용되는 딥러닝 기법은 MTCNN(Multi-task cascaded CNN), Mobilenet-SSD, YOLO-Face가 대표적이다.

얼굴 인식 기술 핵심은 얼굴 특징을 추출하는 과정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개개인의 고유한 얼굴 특징을 식별하기 위해 눈, 코, 입, 얼굴 선, 눈썹 등 사람의 얼굴 특징을 구분할 수 있는 기준점을 찾는다.

최근 널리 사용되는 2차원 얼굴인식은 입력된 영상에서 자동으로 얼굴 부위를 추출한 뒤 얼굴에 100여개의 점을 찍어 점들 사이의 거리, 위치, 크기 등 특징점을 분석한다.

반면 2차원 방식은 모자나 안경 등 액세서리를 착용하거나, 조명이 어둡거나, 정면이 아닌 옆모습이거나, 표정 변화가 심한 경우에는 같은 사람으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적외선과 같은 3차원 센서를 활용하는 3차원 얼굴인식은 이러한 2차원 기술 단점을 보완한다. 특징점 간의 거리를 계산하는 것을 넘어 눈구멍, 코, 턱의 윤곽 등 얼굴 표면의 독특한 특징 자체를 그대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3차원 얼굴 인식 기법은 ▲입체구조광(Structured Light, SL) 기술 ▲비행시간측정(Time of Flight, ToF) 방식 크게 2가지다.

SL 방식은 직선이나 격자무늬와 같은 특정한 패턴의 레이저를 얼굴에 쏜 뒤, 얼굴 표면의 모양에 따라 패턴이 변형된 정도를 분석한다.

SL보다 한 단계 더 발전한 기술로 평가받는 ToF 방식은 레이저가 촬영 대상 표면에 닿았다가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한 뒤, 이미지 센서가 찍은 사진과 합성해 결과를 도출해낸다. SL 방식과 달리 멀리 떨어져 있는 대상도 인식이 가능하다.

현재 애플 페이스ID가 사용 중인 기술은 SL이며, 향후 ToF을 탑재할 계획이다.

ToF 탑재 이전 최근 페이스ID는 중요한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지난 5월부터 마스크를 쓴 상태에서도 얼굴 인식이 가능해진 것.

일본 기업 NEC도 올해 초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얼굴을 식별하는 얼굴 인식 시스템을 공개했다. 마스크에 가려지지 않는 눈 부위를 집중적으로 확인해 1초만에 99.9% 정확도로 얼굴 인식이 가능하다는 것이 업체 설명이다.

마스크를 낀 얼굴 인식이 가능한 것은 얼굴 복원 기술 덕분이다. 얼굴 복원 기술은 얼굴 부분에 훼손이나 왜곡이 생겼을 때 이를 복원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술이다.

마스크 이외에도 안경이나 모자로 얼굴 일부가 가려지거나 어두운 장소, 먼 거리와 같은 환경에서 얼굴 인식을 가능하게 한다.

주로 오토인코더(Autoencoder), 변이형 오토인코더(VAE, Variational Autoencoder), 생성적 적대 신경망(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과 같은 딥러닝 기법이 여기에 사용된다.

AI타임스 박성은 기자 sage@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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