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1985년 일본 히타치·와세다대 합작품 ‘WHL 11’
오리건 주립대 로봇공학 연구진 설립 ‘애질리티 로보틱스’
5km 거리 53분만에 완파한 ‘캐시’·노동 위한 ‘디짓’까지
현대차가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
내년에 시제품 공개 예정인 ‘테슬라봇’까지 총 망라

WHL 11의 보행 모습. (캡처=박혜섭 기자).
WHL 11의 보행 모습. (캡처=박혜섭 기자).

사람처럼 두 발로 걷는 이족보행 로봇 개발은 일본이 첫 스타트를 끊었다. 히타치그룹과 와세다대가 공동으로 개발한 ‘WHL 11’이라는 이름의 로봇은 지난 1985년 츠쿠바 국제 엑스포에서 첫선을 보였다. WHL 11은 지금보다 거대한 크기의 온보드 컴퓨터를 드러낸 채 한발씩 내딛는 데 약 6~13초 정도 소요됐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13초라니, 현재를 사는 우리에겐 너무나 느린 속도다.

36년이 지난 지금, 여러 기업에서 이족보행 로봇을 내놓고 있다. WHL 11과 비교해 훨씬 빠르며 달리기부터 장애물 뛰어넘기, 물건 옮기기 등 다양한 요구사항을 수행한다. 머지않은 미래, 물류창고·배송업체·자동차 제조 공장 등 산업군에서 인간이 지루해하는 단순 노동을 대신할 예정이다. 수많은 로봇개발 업체 가운데 주요 개발사에서 만든 것들을 소개한다.

로봇에도 진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사람처럼 두 팔과 두 발로 보행하는 이족보행 로봇 개발이 가속화를 달리고 있다. (사진=셔터스톡).
로봇에도 진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사람처럼 두 팔과 두 발로 보행하는 이족보행 로봇 개발이 가속화를 달리고 있다. (사진=셔터스톡).

캐시(Cassie), 5km 거리를 53분만에 돌파!

​캐시의 달리기 영상. (출처=Agility Robotics 공식 유튜브 채널).

사람과 비슷한 속도로 달리기를 완주하는 로봇이 등장했다. 미 오리건 주립대(OSU) 로봇학과 연구생이 모여 설립한 애질리티 로보틱스(Agility Robotics)의 캐시(Cassie) 로봇은 한 번의 배터리 충전으로 5km 거리를 53분 만에 완주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7월 OSU 캠퍼스에서 실시한 이 실험에서 캐시는 심층강화학습 훈련을 통해 효율적인 달리기 방법을 스스로 깨우쳤다. 구간에 따라 다리에 무리가 가지 않는 동작을 보였고, 처음에는 천천히 걷다가 속도를 높이며 사람처럼 페이스 조절을 했다.

디짓(Digit), 일하기 위해 개발됐다

애질리티 로보틱스가 최근 공개한 디짓의 업그레이드 영상. (출처=Agility Robotics 공식 유튜브 채널).

애질리티 로보틱스의 또 다른 이족보행 로봇 ‘디짓(Digit)’은 그야말로 노동을 위해 태어난 로봇이다. 업체는 지난 1일(현지시간) 디짓이 물류창고에서 물건을 꺼내 옮기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2019년 포드자동차 라스트마일(last mile, 제품이나 서비스가 고객에게 배송되기 마지막 단계)에서 시험용으로 쓰이기 시작한 디짓을 업그레이드 한 것.

당장 실제 노동현장에 투입해도 될 만큼 물건 위치에 따라 무릎을 굽히기도 하고, 팔을 높이 들어 올려 제자리에 두기도 한다. 최대로 들 수 있는 무게는 약 20kg. 애질리티 로보틱스는 디짓의 최근 향상된 실력(?)에 대해 “인간 노동자와 공존하며, 공장에서 인간이 건네는 물품을 알맞은 자리에 갖다 놓는 등 완벽히 임무를 수행한다”고 평가했다.

나를 빼놓으면 안 되지...! ‘끝판왕’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Atlas)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가 갖가지 장애물을 뛰어넘는 파쿠르 영상. (출처=Boston Dynamics 공식 유튜브 채널).

현재 지구상 가장 뛰어난 로봇개발회사라고 하면 단연 보스턴 다이내믹스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이후 음악에 맞춰 자사 모든 로봇이 춤추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한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최근 이족보행 로봇 아틀라스(Atlas)가 갖가지 장애물을 능숙하게 뛰어넘는 파쿠르 영상을 공개했다. 이 파쿠르 코스는 계단 오르기부터 장애물 건너뛰기, 외나무다리 오르기, 경사면 넘기 등 복잡한 것 투성이다. 두 대의 아틀라스는 약 1분간 이 모든 단계를 가볍게 완주하며, 마지막에는 백덤블링으로 마무리한다.

영상을 본 이들은 아틀라스가 거침없이 장애물을 통과하는 모습을 보며 놀라워했다. 그러나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 플랫폼으로 아틀라스를 개발한 연구진은 “완벽한 성과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틀라스 연구팀 리더를 맡은 스콧 쿤더마스는 “몇달 동안 엔지니어들의 노력으로 완성된 것 치고는 오류가 많다”며 한 예로 외나무다리를 오를 때 무릎이 구부러지는 모양이 인간의 신체와 다른 점과 백덤블링 후 팔 동작이 어색한 부분을 꼽았다.

테슬라도 가세, 일론 머스크가 그리는 ‘테슬라봇’은 어떤 것?

일론 머스크 CEO가 'AI 데이'서 공개한 '테슬라봇' 프로필. (화면 캡처=박혜섭 기자).
일론 머스크 CEO가 'AI 데이'서 공개한 '테슬라봇' 프로필. (화면 캡처=박혜섭 기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이족보행 로봇 개발에 뛰어들었다. 지난 달 19일에 열린 테슬라 데이에서 ‘휴머노이노드 로봇 테슬라봇’ 개발을 선언한 머스크는 내년부터 시제품을 공개하겠다고 깜짝 발표했다.

테슬라봇은 신장 5피트 8인치(약 172cm)에 몸무게 125파운드(약 57kg) 정도의 신체조건을 갖는다. 주로 물건을 실어나르는 작업에 활용될 예정이며, 한 번에 최대 150파운드(약 68kg)를 들어 올린다. 최고 속도 5마일(약 8km)로 달릴 수도 있다고 한다.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아틀라스와 테슬라봇을 두고 경쟁구도를 만드는 모양새다. 이를 의식한 듯 10일 개최된 미디어 간담회에서 로버트 플레이터 보스턴다이내믹스 CEO는 “새로운 기업들이 로봇 산업에 진입하는 것에 대해 고무적으로 생각한다”며 테슬라 로봇 사업 진출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AI타임스 박혜섭 기자 phs@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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