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AI 기술 바탕으로 과기정통부 주관 '우수 기업연구소'로 선정
산업 설비 데이터 분석해 설비 건전성 예측·관리, 공장 다운타임 방지
윤병동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술 연구...세계적인 수준으로 이끌어
글로벌 시장 진출 시동..."고객 눈높이에 맞춘 기술 경쟁력 키워가겠다"

윤병동 원프레딕트 대표. (사진=김동원 기자)
윤병동 원프레딕트 대표. (사진=김동원 기자)

공장과 발전소, 플랜트가 인공지능(AI)을 만나 똑똑해졌다. AI가 시설에 사용되는 설비 고장을 미리 감지해 다운타임(Downtime, 고장으로 인한 장비 가동 불가 시간)으로 인한 피해를 줄여준다. 미래 상황에 대한 예측 정보도 제공해 설비 고장으로 인한 사고도 예방한다.

원프레딕트가 개발한 예지보전 솔루션 '가디원(GuardiOne)'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가디원은 자체개발한 산업 AI를 적용, 다양한 설비의 고장 위험성과 잔여 수명을 예측하는 솔루션이다. 에너지·발전·석유화학·제조 등 다양한 산업 현장에 적용돼 다운타임 최소화와 설비 가동률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해당 기술을 바탕으로 원프레딕트는 올해 7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로부터 '2021년 상반기 우수 기업연구소'로 공식 지정됐다. 우수 기업연구소는 과기정통부가 매년 2회 기술혁신 역량이 우수하고, 기술사업화 성과가 탁월한 기업부설연구소를 선정하는 제도다. 기업 연구개발(R&D)의 질적 성장을 이끌 모델 육성을 위해 마련됐다.

"설비 고장으로 발전소나 공장 등 시설이 멈춰버리면 금전적으로 상당한 피해가 발생하고, 사람이 다칠 수 있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산업 AI 기술은 설비 고장을 사전에 파악하고 문제를 미리 예방해 이러한 문제를 줄여나갈 수 있습니다."

윤병동 원프레딕트 대표(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AI 바탕으로 산업 현장에서의 비용 절감과 안전 향상 등을 이룰 수 있다고 밝혔다. 원프레딕트 본사에서 그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 2000년대 초반부터 예지보전 기술 연구, 산업 현장의 '디지털 브레인' 만들다 

윤병동 대표는 예지보전 기술 관련 국내 선구자다. 2000년대 초반부터 대학에서 관련 기술을 개발해왔다. 예지보전에 대한 개념이 생소하던 시절, 그가 이 기술에 관심을 두게 된 건 소변기 때문이었다. 

"우연히 TV 프로그램에서 한 사람이 남성 소변기를 고무망치로 두드려서 소리만으로 정상인지, 불량품인지를 판단하는 것을 보게 됐어요. PD나 다른 사람은 못하더군요. 그런데 '저 사람이 아프면 저 일을 누가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일을 대신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개발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윤 대표는 가디원 솔루션을 개발한 계기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가디원은 산업 설비에서 발생하는 진동, 전류, 속도, 음향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 설비의 건전성을 예측하고 관리한다. 모터를 예로 들면, 모터에서 발생하는 소리나 진동, 전류 등을 통해 작동에 문제가 없는지, 수명은 얼마나 남았는지 등을 AI가 파악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과거에는 이러한 문제 사항을 사람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알 수 있었다. 정확도가 떨어져 모터를 일찍 교체해 비용이 낭비되거나 교체 주기를 놓쳐 공장이 멈춰서는 문제가 있었다.

윤 대표는 "가디원은 핵심 설비의 잠재적 이상에 대한 예측, 원인 추정, 처방 인사이트를 제시하는 '디지털 브레인' 역할을 수행한다"면서 "이 디지털 브레인을 설비에 적용하게 되면 기존 방식으로는 예측하지 못했던 설비 고장으로 인한 다운타임을 최소화해 불필요한 운용·유지정비 비용을 획기적으로 감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병동 대표는 "가디원 솔루션을 적용하면 기존 방식으로 예측하지 못했던 설비 고장으로 인한 다운타임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병동 대표는 "가디원 솔루션을 적용하면 기존 방식으로 예측하지 못했던 설비 고장으로 인한 다운타임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김동원 기자)

◆ 기술력 세계 상위권 수준, 다양한 고객 사례 구축

윤 대표는 가디원 솔루션의 가장 큰 장점으로 '경험'을 꼽았다. 예지보전이 생소한 시절부터 관련 연구를 진행해온 그는 참고할 자료가 적은 탓에 많은 데이터를 모아 다양한 연구를 해야 했다. 대신 연구 경쟁자가 적고, 데이터 소유권 문제가 없어 풍부한 데이터를 모을 수 있었다. 이 경험은 원프레딕트의 기술력 상승을 이끌었다.

그는 "원프레딕트가 갖춘 산업 AI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지멘스나 미쓰비시, 히타치 등 글로벌 기업의 데이터 처리량과 우리의 데이터 처리량은 차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병원을 예로 들면, 글로벌 기업의 기술력은 의사가 청진기로 진찰하는 정도라면 우리는 CT나 MRI로 병의 원인과 위치를 정확히 찾아내고 진단한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가디원 솔루션은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산업기술학회인 PHM(Prognostics and Health Management) 소사이어티가 주관하는 '산업데이터 분석대회(Global Data Challenge)'에서 세계 최다 수준인 수상 기록인 9회 수상을 기록하며 기술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연구 시작이 빨랐던 만큼, 원프레딕트가 갖고 있는 고객사 구축 경험도 풍부하다. AI 기술을 밸류 체인(Value chain) 전 과정에 적용하며 탄탄한 고객 레퍼런스를 구축했다. 여기서 밸류 체인은 기술 개발부터 사업모델 개발, 기술 검증, 수주, 재계약, 사업모델 검증까지 이르는 일련의 사업화 과정을 의미한다.

윤 대표는 "원프레딕트가 업계 선두로서 해당 프로세스를 개척하면서 많은 고객사로부터 높은 신뢰를 쌓아왔다"면서 "이러한 신뢰도는 강력한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가디원 솔루션은 에너지, 발전, 제조, 석유화학 등 다양한 산업군에 적용됐다. 회사는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LG유플러스 등 주요 기관과 기업에 해당 기술을 공급했다.

한국중부발전은 신보령화력발전소 내 터빈설비 진단에 해당 솔루션을 도입했다. 서부발전은 화순풍력단지에 해당 기술을 적용해 메인베어링, 기어박스, 발전기 고장 등을 최대 6개월 앞서 예측하는 효과를 거뒀다. 이를 통해 풍력발전기 1호기당 매년 약 5억원 가량 비용을 절감하게 됐다.

LG유플러스는 원프레딕트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해당 기술을 주요 산업단지 내 중소기업들에 제공하고 있다. 펌프, 모터베어링 설비에 대한 예지보전 서비스를 제공하며 기업의 공장 운영 효율을 높이고 있다.

◆ 기업과 대학에서 투 트랙 연구 진행...글로벌 기업으로 도약 시작

윤 대표는 현재 기업 연구소와 서울대 연구소에서 산업 AI 기술력 상승을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기업에서는 산업 분야에 실질적으로 적용되면서 기술력을 고도화할 수 있는 '실용적인' 연구에 집중한다면, 대학에서는 해당 AI 기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원론적인' 부분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AI는 데이터만으로 이뤄지다보니 결과물에 대한 근거를 설명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면서 "이 근거를 설명할 수 있어야 많은 산업군에서 AI를 신뢰할 수 있으므로 대학 연구소에서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로도 근무 중인 윤병동 대표는 "대학 연구소에서 설명할 수 있는 AI 기술을 함께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김동원 기자)

기업 연구소에서는 기존 예지보전 기술을 뛰어넘어 진동·운전 인자를 동시에 고려해 대형 설비 상태를 정확히 진단·예측하고, 고장 원인 분석과 예측정비 조치사항까지 권고하는 '처방적 유지정비(Prescriptive maintenance)'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또 지금까지 솔루션 도입이 많았던 플랜트와 발전소 분야를 넘어 일반 제조공장에도 해당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사례도 만들어가고 있다.

윤 대표는 "앞으로 B2B 엔터프라이즈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모델에 집중해 고객 눈높이에 맞춘 제품 경쟁력을 지속 강화할 계획"이라며 "국내 동종업계 1위 기업으로서 국내에서 쌓은 경험과 데이터, 정략적 효과를 기반으로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 첫걸음으로 9월 북미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컨퍼런스인 '테크크런치 디스럽트(TechCrunch Disrupt)'에 참가해 우리 기술력과 사업화 성과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AI타임스 김동원 기자 goodtuna@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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