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이 있는 AI톡"

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AI타임스 공동기획

[편집자주] 인공지능(AI)이 우리 일상 생활 속으로 점점 더 가깝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좋은 점과 나쁜 점에 대해서 설왕설래합니다. 많은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무릇 결론은 ‘사람이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AI기술 중심으로 움직이는 현실에서 그 속에 있는 인간과 문화, 철학과 예술에 대한 논의를 일상의 눈높이에서 해보고자 합니다. 때로는 AI에 대한 사색을, 때로는 AI 도입으로 바뀌는 삶에 대해 생각하는 재료를 만들어 선보이겠습니다. 이번 특별기획은 중앙대 인문콘텐츠 연구소와 AI타임스가 공동으로 기획하고 진행합니다. 

[글 싣는 순서] 

토크 포인트(Talk Points)

2016년 3월 '알파고'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인공지능(AI)은 전성기를 맞이했다. AI 관련 기업이 많아졌고, 관련 기술개발도 증가했다. 이미 일부 산업군과 채용 시장, 교육 시장에는 AI가 일상이 된 곳도 많다.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콘텐츠는 AI가 소비자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소개해주고, 학생들은 AI 관련 교육 앱을 사용하며 공부를 하고 있다. AI가 부모 대신 책을 읽어주는 스탠드가 출시됐고, AI가 지원자를 평가하는 AI 면접도 등장했다.

AI가 전성기를 맞이하면서 AI를 알려주는 교육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각 대학에는 인공지능 대학원이 등장했고, AI 교육기관도 증가했다. 과기정통부 등 정부기관에서는 AI 교육을 공교육에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AI 교육을 증가해야 한다는 의견은 많은데 어떤 교육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적다. 이유미 중앙대 교수는 이 고민에 대해 '리터러시'라는 답을 꺼냈다. 학생들에게 어떤 AI 교육이 필요한지, 그리고 왜 리터러시 교육을 해야하는지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칼럼] "우리는 목적 함수가 같아" : AI 리터러시 교육의 이유
이유미 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 HK연구교수

이유미 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 교수. (사진=김동원 기자)
이유미 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 교수. (사진=김동원 기자)

언어학자 Lakoff는 인간의 언어는 은유의 방식으로 확장된다고 설명했다. 언어적 측면에서는 확장의 방법이지만 개인의 측면에서는 복잡한 현상을 인지하는 방법이며, 그것을 설명하는 방법이다.

개인이 은유를 만드는 방법은 경험을 통해서이다. 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인생을 또는 자신이 설명하고 싶은 것을 차에 비유하여 설명하며,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대부분을 음식을 활용하여 비유한다. 이처럼 은유는 자신의 경험을 활용하여 복잡한 현상을 간결하게 소통하고자 하는 언어적 방법인 것이다.

드라마 '스타트업' 드라마에서 창업자들이 넘어져도 다치지 않고 다시 일어서서 그네를 탈 수 있는 안전한 모래바닥과 같은 ‘창업기획자’가 되고자 하는 의미를 담은 극중 엑셀러레이터 회사(샌드박스)의 로고 사진.
드라마 '스타트업' 드라마에서 창업자들이 넘어져도 다치지 않고 다시 일어서서 그네를 탈 수 있는 안전한 모래바닥과 같은 ‘창업기획자’가 되고자 하는 의미를 담은 극중 엑셀러레이터 회사(샌드박스)의 로고 사진.

"우리는 목적 함수가 같아"

"이래서 우리 공돌이들이 욕을 먹는 거야, 한지평과 우리의 목적이 같아서 성과가 좋다는 말이잖아!!"

지난해 '스타트업'이라는 드라마가 방영되었다. 한국의 실리콘 밸리에서 성공을 꿈꾸는 청춘에 관한 이야기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창업과 성공에 관한 드라마이다. 위의 대화는 이 드라마에서 수학 천재로, 인공지능 기술 관련 스타트업을 창업한 주인공이 친구들을 설득하기 위해서 한 말이다. 자신의 목적을 명확히 드러내기 위해서 같은 경험과 이해를 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머신러닝 과정에 자신의 의도를 비유한 것이다. 그에 대한 친구의 반응은 일반적이지 않고 전문적인 비유는 소통의 어려움을 갖게 한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논하기 시작한 이후 AI 교육은 중요한 대상이 되었다. AI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으로 환원시켰다. AI 교육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논의를 보면 핵심은 AI에 대한 이해가 새로운 세대가 반드시 습득해야 할 “언어”가 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나라에서 같은 언어만을 이해하고도 충분한 역량을 발휘하던 시대를 지나서 세계화라는 네트워크 세상이 되면서는 타국의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제2의, 제3의 언어가 중요한 역량이 되었던 것처럼, AI는 개인 삶의 새로운 확장을 위한 또다른 '언어'가 되었다. 

언어는 자신의 생각을 밖으로 표현하기 위한 도구일 뿐 아니라 타인의 생각을 이해하고, 이러한 경험을 통해 사고와 경험을 확장시켜 나가는 중요한 도구이다. 2020년 초 EBS에서 신년기획으로 방영된 "소프트웨어 교육, 길을 묻다"에서는 이러한 시대적 교육 환경을 보여준다. 기존의 교육 체계 속에서 흥미를 느끼지 못하던 학생들이 AI를 활용한 문제해결 교육 프로그램에서 자신감과 목표 의식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교육의 새로운 모델 속에 AI 교육의 필요성을 보여주었다.

이 프로그램에서 강조한 것은 다음 세대를 만들어갈 인재들에게 AI는 필수 언어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삶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방법에 있어서 뿐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확장하는 데 있어 AI를 알지 못하면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AI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이 있다. <AI 시대의 고등교육, Robot-Proof)라는 책을 쓴 조지프 E.아운 교수는 로봇에 밀려나지 않을 교육으로 '인간학(humanics)'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새로운 리터러시 능력으로 데이터 리터러시, 기술 리터러시, 인간 리터러시를 제시하였다. 이 가운데 새로운 개념인 인간 리터러시는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의사소통하며 아름다움과 품격을 가질 수 있는 인간적 역량을 의미한다.

여기서 다시 기본을 생각하게 한다. 인간을 읽어내기 위해서는 다양한 인간의 생각들을 읽어내기 위한 기초적 리터러시인 3Rs(Reading, wRiting, aRithmetic)의 능력이 필요하고, 이를 바탕으로 비판적 사고를 통해 새롭고 균형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는 사회적 리터러시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시대가 복잡하게 발전하여 갈수록 교육은 인문학, 과학, 예술 모두에 균형적 능력을 가지고 있던 다빈치(Leonardo da Vinci)를 양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처럼 보인다. 21세기의 다빈치였던 스티브잡스의 성공은 더욱 그러한 생각을 공고히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다빈치가 될 수는 없다. 스티브잡스의 성공 뒤에는 이상을 실현해 줄 엔지니어들이 함께 하였던 것처럼, 인문학, 과학, 예술이 융합되고 균형된 결과물이 세상을 이끌기를 원한다면 가중 중요한 교육은 그 전문가들이 서로 같은 언어를 사용하게 교육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교육이 과학, 인문학, 예술의 각자 언어를 사용함으로 인해 완성할 수 없는 바벨탑을 만들었다면, 다음 세대의 인재는 AI에 대한 이해와 인간에 대한 이해의 균형을 통해 통역이 필요없는 언어를 활용해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AI라는 새로운 기술이 삶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두려운 변화를 고민하고 있다. 두려움은 무지로부터 온다. 두려움이 아닌 새로움에 대한 설렘이 되기 위해서는 AI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주체적 인간이 될 수 있도록 AI 리터러시는 인문학과 함께 더욱 균형 있게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교육은 다음 세대 인재에게 있어 다채롭게 변화할 세상에서 수없이 이상을 위해 도전하고 실패할 때에, 넘어져도 다치지 않을 모래바닥(Sandbox)과 같은 토대가 될 것이다. 

비하인드 인터뷰
이유미 중앙대 교수는 "사람들이 AI 플랫폼을 일상에서 충분히 활용하는 만큼, 이를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진=김동원 기자)

Q. 칼럼에서 얘기한 AI가 새로운 세대가 습득해야 할 '언어'가 되었다는 말이 인상에 남는다.

한글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대화는 하지만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 많았다. 문맹률이 높았다. 지금은 인공지능(AI)을 모르면 문맹이 되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현재 학생들은 AI를 활용한 플랫폼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지만, AI에 대해 정확히 모르는 학생들이 많다. 언어를 사용하고 있어도 글을 쓸 줄 몰랐던 과거처럼 AI를 사용하고 있더라고 AI를 모르는 사람이 많을 수 있다.

리터러시는 소통을 위한 상징적인 기호를 이해하는 것을 뜻한다. 문해력과 의미가 비슷하다. 우리가 각자의 문해력을 통해 언어를 읽고 활용하는 것처럼 AI도 언어와 같이 리터러시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AI를 사용하고 있어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했는데, 꼭 알아야 할까라는 생각도 든다.

글을 모르는 사람은 정보에서 분리가 되고, 정보에서 분리되면 권력에서 분리되고 결국은 소외계층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측면에서 새롭게 등장한 소통 도구를 알지 못하면 좋은 직업군을 갖지 못하는 문제를 비롯해 많은 문제가 생길 것이다.

AI 리터러시가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서다. 우리는 모르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가진다. AI는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해당 플랫폼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 AI를 사용하지만 설명하지 못해 갖는 두려움이 있을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누구나 AI를 알 수 있는 공평한 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AI를 누구나 전문가처럼 알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가.

우리는 공교육을 통해 누구나 언어를 배운다. 누구나 글을 읽고 쓸 줄 안다. 이 언어를 어떻게 활용하는가는 그 사람의 몫이다. 영어가 대표적인 사례일 수 있다. 글로벌 시대가 되면서 영어 활용이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인식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공교육에서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영어를 가르친다. 이 교육을 바탕으로 누군가는 영어 전문가가 되기도 하고 누군가는 일상대화 수준의 영어만 알기도 한다. 이 교육 덕분에 사람들은 미디어에 영어가 자주 노출돼도 불편함 없이 살아갈 수 있게 됐다.

AI도 마찬가지다. AI가 일상에 들어왔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AI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본다. 이 교육을 통해 누군가는 전문가처럼 될 수 있겠고, 누군가는 AI 사용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만 알 수 있을 것이다. AI 개발이 적성에 맞으면 AI를 전문으로 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AI를 일상에 사용하는 정도로만 알면 된다. 중요한 건 영어처럼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AI를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Q. 누구에게나 AI를 알게 하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건 그만큼 AI가 중요해졌다는 생각도 들게 한다.

요즘 아이들은 유튜브를 많이 본다. 유튜브가 자신에게 맞는 영상을 추천한다는 것도 알고, 알고리즘에 대한 용어를 설명하지 못하지만, 이러한 추천 시스템이 알고리즘을 통해 이뤄진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 이러한 추천 시스템이 정답은 아니다. 편향적인 사고를 키울 수 있고, 시청의 자유를 빼앗을 수 있는 문제도 있다. 학교 교과 과정에 이러한 알고리즘 추천방식이 옳은지에 대한 토론 수업이 있다면 아이들은 AI를 보다 더 이해하고 비판적인 사고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Q. 그렇다면 AI 리터러시를 위해 올바른 교육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AI 리터러시라고 나온 교육을 보면 AI가 어떤 원리로 작동하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등이 많이 나온다. 여기에 부가적으로 AI 윤리에 대한 부분이 적게 붙는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가장 이상적인 교육 형태는 AI는 기술로써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안에 AI가 존재하고 사람이 이를 활용하는 존재라고 의미를 이해하고 알려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Q. 공학적인 개념으로만 AI를 보지 말고 인문학·예술학적인 시선에서도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들린다.

맞다. 예를 들어 국어 교과에서도 AI를 가르칠 수 있다. 문장 작문에 AI가 어떻게 쓰이는지, AI가 쓴 소설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등을 토론하는 수업 등이 마련돼야 한다. 보통 AI를 공학적인 개념으로 분리하는데, AI는 개발하거나 이용을 하면서도 사고력을 키울 수 있고, 이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자기 작품을 만들어보기도 하고 예술적인 표현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융합적인 시선으로 교육이 돼야 모두가 AI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Q. AI가 문과와 이과를 연결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도 든다.

현재 문과와 이과는 없어졌지만, 아직 장벽은 있다. 융합 교육이 이뤄지면서 인문대 학생과 공대 학생이 수업을 들으면 서로 의사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게 된다. 당장 이뤄질 일은 아니라고 보지만, AI는 이 벽을 허물 수 있는 존재라는 기대감이 생긴다. AI는 결국 복합체다. 인문학적인 내용이 들어가고 공학적인 형태가 나타난다. 이를 통해 새로운 결과물이 나온다. 이런 개념으로 본다면 아이들은 AI를 통해 계속 복합적인 사고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융합 교육이 여기서 이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

 

이유미 교수는 중앙대 국어국문학과에서 국어학(화용론 및 의사소통)을 전공했다. 커뮤니케이션 관련 연구를 수행했다.

현재 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에서 HK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며, AI가 변화시킬 인간 커뮤니케이션의 환경과 소통 등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AI타임스 김동원 기자 goodtuna@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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