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윤리 관련 외부 연구활동에 2년간 5000만달러 기금 조성
조기 선정된 서울대, 고학수 교수 중심으로 연구 코디네이터 역할
고학수 교수 “페이스북 제품 개발이 1차 목적 아냐”...공익적 장기 프로젝트

(사진=박성은 기자, 셔터스톡)

인공지능(AI) 윤리를 넘어 메타버스 윤리를 논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메타버스 사업에 주력 중인 대표적인 빅테크 기업 페이스북이 이제 메타버스 윤리에도 주목한다.

페이스북은 지난 9월 27일(현지시간) 윤리적인 메타버스 관련 외부 연구활동을 위해 5000만달러(한화 약 592억원) 규모 기금을 2년간 조성한다고 밝혔다.

약 2개월 전인 7월 페이스북은 자사 내 메타버스 전담팀을 신설한 바 있다. 기존 AI 사업에서 페이스북은 사용자 데이터 활용과 관련해 윤리 문제를 직접 겪은 바가 많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페이스북이 얼굴인식 AI 기술 개발을 위한 사용자 데이터 수집 과정에서 충분한 이용자 동의를 받지 않았다고 판단, 과징금 약 66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메타버스 제품 개발과 동시에 일찍이부터 윤리를 강조하게 된 이유는 이러한 배경에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외부 연구를 위한 기금인 만큼 페이스북 제품 개발에 활용하는 것이 1차 목적은 아니다. 자사 제품 개발보다는 보다 공익적인 목적에서 장기간 진행할 프로젝트라는 것.

서울대 고학수 교수는 "페이스북의 비즈니스를 전제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페이스북 이외 제페토, 이프랜드, 로블록스 등 다른 모든 메타버스 서비스에서 전방위적으로 발생 가능한 윤리 문제를 연구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는 페이스북의 윤리적인 메타버스 연구 기금 대상으로 조기 선정된 학교 중 하나다. 현재까지 페이스북은 서울대, 홍콩대, 미국 하워드대, 싱가포르대 등을 지원 대상 학교로 지정한 상황.

국내 대학 중 유일하게 선정된 서울대에서는 고학수 교수를 중심으로 메타버스 환경에서의 안전, 윤리, 책임있는 기술에 대한 연구를 담당한다.

윤리적인 메타버스 구축을 위한 페이스북의 계획과 서울대 역할에 대해 고학수 교수에게 물었다.
 

Q. 전세계 많은 학교 중 서울대가 선정된 계기가 궁금하다. 기존에도 페이스북과 함께 윤리 연구를 한 적이 있나?

개인적으로 페이스북 본사 자문회의에 참석한 적은 있다. 이외 정부나 빅테크 기업 회의에서 자문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Q. 페이스북 연구 기금을 통해 서울대가 하는 역할을 자세히 설명하자면?

연구 프로젝트처럼 팀을 결정해 우리가 자체 연구 보고서를 내는 것은 아니다. 서울대는 여러 국가 연구진이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조성하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한다. 연구 그룹들이 연구하는 것을 도와주고, 모여서 같이 얘기하고, 내용을 정리하는 식이다. 여기서 다루는 연구 주제가 안전, 윤리, 책임있는 기술인 것이다.

페이스북이 꼽은 4개 연구 분야

경제적 기회: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면서 경쟁을 북돋아 디지털 경제 번영을 유지하는 방법

프라이버시: 사용된 데이터 양을 최소화해 프라이버시 문제로부터 안전한 데이터 사용하고 사람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그들의 데이터를 제어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방법

안전과 무결성: 온라인상 사람들에게 안전을 보장하고 그들이 불편한 것을 접하면 바로 조치를 취하거나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 하는 방법

평등과 포용: 기술들이 포용적이면서 접근가능한 방식으로 설계됐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게 하는 방법 


Q. 서울대와 함께 조기 선정된 학교인 홍콩대가 서울대와 같은 주제를 담당한다. 혹시 협업 예정인지?

협업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페이스북 본사에서 제안을 받을 때 해당 내용은 없었다.

선발된 학교별 담당 주제

서울대: 안전, 윤리, 책임있는 기술

홍콩대: 안전, 윤리, 책임있는 기술

하워드대: 사회적 다양성이 IT 기술에 미치는 영향

싱가포르대: 개인정보보호와 데이터 사용


Q. 페이스북 기금을 어떻게 사용할 지에 대해 계획이 있는지?

관련해서 아직 논의 단계에 있다. 몇 년에 걸쳐서 진행될 규모가 큰 건이다 보니 세부 사항을 정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Q. 메타버스 윤리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은 올해 급작스럽게 늘어났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그러한데 대부분 기술 측면에서의 관심이다. 혹은 기업들이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잡아야할지에 대해 많이 얘기되고 있다. 메타버스를 통해 새로운 플랫폼, 세상이 열릴 수 있는데 여기서 어떤 규범이 필요한지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 메타버스 윤리다. 전세계 어디에서도 이러한 질문은 아직 제대로 던진 적이 없다.

Q. 메타버스 윤리, 규범이 필요한 예시를 들자면?

메타버스 공간에서 사용하는 아바타를 만들 때 어떤 플랫폼에서는 만화 캐릭터를 고르게 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또다른 플랫폼에서는 사용자 개인의 사진을 약간 변형하는 식으로 아바타를 제공하기도 한다. 신원 추정이 가능한 경우와 가능하지 않은 경우에서 사회생활을 하는 것에는 각기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필요한 규범도 다를 것이다. 메타버스 공간에서 낯선 사람이 말은 거는 것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부분이다. 오프라인 공간에서는 보통 길에서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친하게 지내자고 하는 경우가 드물다. 이러한 예시들이 수천, 수만가지라고 보면 된다.

 

AI타임스 박성은 기자 sage@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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