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알고리즘랩스 손진호 대표 2인 공동 집필
AI 도입 결정하는 거시 전략부터 실무 프로세스에 드는 비용까지 다뤄
산업 영역이나 확보 데이터 상관 없이 AI 도입해 업무 효율 개선 가능

'AI 피보팅' 공동저자 중 한 명인 알고리즘랩스 손진호 대표(사진=박성은 기자)
'AI 피보팅' 공동저자 중 한 명인 알고리즘랩스 손진호 대표(사진=박성은 기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을 넘어 이제 인공지능(AI) 트랜스포메이션을 논하는 시대다. 산업 전 영역에서 AI를 도입했다는 소식이 연일 들려온다. AI는 이제 IT 혹은 AI 전문기업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에서 필수적인 도구로 여겨진다.

하지만 AI가 우리 기업에 왜 필요할까라고 물었을 때 충분한 대답을 할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다. AI가 우리 기업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특히 기존 프로세스를 어느 정도 개선시키느냐에 대해서는 명확히 설명하기 쉽지 않다.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과 알고리즘랩스 손진호 대표가 올해 7월 출간한 도서 'AI피보팅'에서는 AI 도입을 고민하는 기업들을 위한 노하우를 전한다.

언론이나 타 기업 등 바깥에서 AI 도입이 꼭 필요하다고는 하는데 우리 기업에는 어떨지 판단하기 어려운 기업 임원들에게 속시원한 해답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어떤 산업 영역이나 과제까지 AI를 적용할 수 있을지, 그리고 AI 도입 프로세스에 필요한 직원 교육은 얼마나 필요한지까지. 거시적인 전략부터 디테일한 고민에까지 두 저자가 각자의 경험을 녹여 노하우를 전한다.

다음은 AI 피보팅 공동저자 중 한 명인 알고리즘랩스 손진호 대표와의 일문일답.
 

Q.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과 공동 저자로서 함께 책을 출판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작년 말 12월 경에 동아비즈니스포럼 내 AI 비즈니스 세션에 연사로 같이 참석한 적이 있다. 저는 알고리즘랩스 대표로서 AI를 기업에 도입하는 프로세스에 대해 발표한 부분이 있었는데, 해당 내용을 부회장이 의미있다고 판단했다. 김경준 부회장은 이전에도 많은 책을 집필한 적 있는 사람이고. 그래서 작년 말부터 본격 준비 사업에 들어갔고 올해 7월에 책을 공개하게 됐다.

Q. 공저자인 김경준 부회장과 손진호 대표는 각자 어떤 역할을 맡았나

김경준 부회장은 딜로이트 컨설팅이라는 큰 회사에서 기업 대상 컨설팅, 교육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기업 프로세스를 잘 이해하고 있다. 기업 경영자들에게 필요한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전략과 함께 글로벌 케이스를 많이 접한 경험을 책에 녹였다.

저의 경우에는 거시적인 전략을 가진 기업이 실제적으로 어떤 작업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다뤘다. AI를 잘 돌리려면 어떤 프로세스를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해 정리하고 전술적인 디테일을 담았다. 주로 국내 기업들 대상으로 AI 도입을 위한 실질적인 프로젝트 경험이 많은 만큼, 국내 사례를 구체적으로 포함했다.

Q. 책 제목인 AI 피보팅은 어떤 의미일까

업의 본질은 유지하되 가치를 만들고 전달하는 방식에 변화를 주는 것을 피보팅이라고 한다. 사실 기존 스타트업 업계에서 많이 쓰는 말이다. 디지털 피보팅이라던지, 생존을 위해 사업 아이템을 피보팅한다고 많이 표현한다. AI 피보팅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이유는 기업에서 AI에 대한 어떤 것들을 전제하지 못한 상황에서 혁신, 변화를 줄 많은 부분이 있어서다. AI 피보팅에서도 본질이나 기업의 전문 영역, 도메인은 바뀌지 않는다. 이 도메인에서 효율성과 같은 부분을 많이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 AI를 도입해야하는 이유라 피보팅을 함께 사용했다.

Q. 책 내에서 “기업 활동 관련 모든 데이터 통합, 분석, 의사결정 지원하는 기초 체력을 기를 수 있는 게 AI”라고 표현했다. 관련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자면

기존 업무 프로세스를 보면 노하우와 경험을 통해 결정하는 부분이 많았다. 사실 담당자 개인 경험에 의존하다보니 논리적인 근거를 대기가 어려웠다. 감, 노하우, 직관도 중요하지만 AI는 보다 체계적으로 어떤 데이터가 어느 정도 의미를 가지는지 패턴을 찾아준다. 데이터에 대한 의미를 정량화해 납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의사결정 지원 툴이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AI를 필수 요소로 꼽았다.

Q. '딥택트'란 용어를 책 내에서 사용했는데, 정확히 무슨 의미일까

기업이 딥택트를 생각해야 하는 이유는 아날로그 시대에 축적한 역량과 자산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시켜 고유한 방향을 수립하기 위해서다. 어느 영역에든 AI를 적용하면 다 좋은 것이 아니고 기술이 효과를 낼 수 있는 영역이 존재한다. 모든 곳이 아니라 특정한 영역을 잘 발굴해서 가능한 혁신을 꾀하는 것을 딥택트라고 칭한다. AI를 활용한 딥택트를 하려면 도메인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하고 기술에 대한 이해도 적절한 수준으로 필요하다.

Q. AI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해 각 기업 구성원들이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엔지니어뿐만 아니라 기업 임원, 현장 실무자들의 AI 매니지먼트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는데

김경준 부회장과 저뿐만 아니라 많은 AI 권위자들이 관련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공통적으로 말하는 방향은 실무를 하는 사람만 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업 구조 내에서 실무자들은 어떤 일을 할 때 의사결정자의 의사결정을 받아 업무를 수행한다. 의사결정권자가 AI가 잘 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알지 못하고 잘 할 수 없는 것을 하자고 조직에 제시했을 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임원은 임원에게 맞는 정도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 엔지니어는 엔지니어대로, 팀장은 팀장대로 또 필요한 별개의 교육이 있다.

Q. 구체적으로 각 멤버들에게 어느 정도 기간 동안 어떤 내용의 교육이 필요할까

정량적으로 말하자면 의사결정권자들은 하루 이틀 내외로 과정을 수행하면 AI가 잘 할 수 있는 영역과 아직 잘 못하는 영역을 알고 AI 가치를 판단할 수 있다. 현재는 AI 도입기이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도입기에 시행착오를 하게 되면 결국 기술 도입 자체를 포기하는 의사결정을 하게 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교육을 의사결정권자가 받아야 한다.

실무를 지휘하는 팀장급 직원의 경우 자신이 다루는 전문 영역에서 실제 문제를 정의, 발굴하고 데이터 관련 프로세스에 참여하면서 워크플로우 전반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5일 정도 풀타임으로 총 40시간 정도 교육이 필요하다.

엔지니어도 요즘은 팀장과 유사한 수준의 교육을 받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2, 3년 전만 하더라도 엔지니어들은 10시간 이상 총 120시간 정도의 오랜 시간 동안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다르다. 과거에는 실무적인 AI 개발을 다해야 했기에 오랫동안 배우라고 했지만 최근에는 노코드 AI 방법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런 것들을 활용하면 긴 시간 교육 없이도 실무적인 것들 학습 가능하다. 핵심은 결국 어떤 문제를 어떤 목표치로 무슨 데이터로 풀 것인가다.

Q. AI 기술 도입 필요성에 대해서는 많이 공감하는 추세지만 아직은 “아 이걸 우리가 꼭 해야 할까”하는 의문을 가진 기업도 많다. 비용 문제 이외에도 낯선 것에 대한 거부감도 있을 수 있고. 이를 개선할 방법이 있을까

수용성 이슈가 현재 굉장히 큰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AI를 도입해야 한다는 큰 흐름은 만들어진 것 같은데 실질적으로는 바로 눈앞의 업무에 AI가 적용된다고 했을 때는 본질적으로 거부감을 많이 가진다. AI를 체계적으로 검증해 결과치가 잘 나왔다고 하더라도 이를 의사결정권자들이 신뢰하지 않으면 도입 가능성이 굉장히 낮아진다. AI가 잘 할 수 있는 일인지 혹은 아닌 일인지 지식이 있는 사람이 보고 결정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실제로 의사결정권자들이 AI가 잘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케이스 스터디 등을 거쳐야 한다. 실무자들은 AI로 나오는 개선 수치에 대해 신뢰할 수 있도록 설명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설명가능 AI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하겠지만 현 상황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AI의 장점을 알고 AI가 어떤 경로를 통해 대강 10%에서 5%로 오차율을 줄였는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설명하면 충분하다.

Q. 기업의 사업 분야별로 AI 도입이 시급한 곳이 있고 아닌 경우가 있을 것 같다. 산업군별 차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당장 AI가 직접 수익으로 이어지는 분야 예시로는 물류를 들 수 있겠다. 물류의 경우 수요 예측, 특정 물류에 대한 물동 물류 관점에서 운송에 대한 단가를 예측한다던가 하는 작업에 AI를 사용하면 사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Q. 책 내에서 아날로그 데이터를 가진 기업이 오히려 유리하다고 말했다. 관련해서 자세히 설명하자면

아날로그 기업 자체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 데이터와 데이터 노하우가 존재한다. 이런 것들을 해석해 기반을 만들었을 때 도메인이 강한 상황에서 AI가 탑재되는 것이기 때문에 더 기회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사각지대에 있다고 여겨지는 곳에 오히려 AI가 큰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기업에서의 사람 관리가 예시다. 기업에서는 직원들의 퇴사 관리에 AI를 쓸 수 있다. 콜센터 고객응대에 적용하면 콜센터 직원들의 근무 환경을 데이터 기반으로 개선 가능하다. 콜센터 직원들 각각은 한 사람당 전화로 응대하는 시간이 있고 개개인들의 성향이 있을 것이다 .이런 것들에 따라 근무 만족도에 차이가 날 수 있는데. 향후 만족도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직원들을 선제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Q. 결국 산업 영역에 관계없이 모두 AI 도입을 고려해볼 수 있다는 의미인지

어떤 산업에 속하던 간에 기업이 어느 정도 규모에 다다르면 밸류 체인(가치사슬)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기업마다 인적 자원을 관리하는 HR 부서, 연구개발 부서, 구매부서, 인프라부서, 본원적인 활동을 하는 어떤 물류, 운영, 생산, 마케팅, 서비스 등 이런 단계로 나눠 운영한다. 이 밸류 체인에서 각각 AI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존재한다. 기업 관리팀에서 어떤 영역에 방점을 찍고 집중하느냐에 따라서 그 기업에 필요한 AI의 우선순위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산업 분야에 속하든 간에 기업마다 필요한 AI가 있다고 본다.

Q. 현장에서는 충분한 데이터가 없어서 AI를 못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데이터 규모를 생각할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토대로 기존보다 나은 프로세스를 만들 수 있냐 없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데이터가 수백, 수천, 수억개인 것과 별개로 지금 있는 데이터로 무엇을 하면 기존보다 나은 어떤 프로세스를 만들 수 있느냐에 집중해야 한다. 데이터가 적을 때도 기존보다 나은 프로세스 결과물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것이다.

Q. 양질의 데이터를 우선 모으면서 나중에 AI 도입을 시도할 수도 있지 않을까

데이터를 많이 모으고 5년 후 AI 도입을 시도하겠다는 결정은 오히려 리스크가 클 수 있다. 우선 데이터 분석 시도를 해봐야 어떤 데이터가 부족한지 인지를 할 수 있어서 그 때부터 정말 필요한 데이터를 쌓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데이터 규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는 관련 분석이 용이하다. 먼저 데이터를 모으는 일부터 시작했다가 특정 데이터를 놓치고 쌓아버리면 그 빅데이터를 다시 모아야 한다. 기업들이 마냥 빅데이터라는 말에 두려움을 느끼고 우리는 아직 못한다고 막연하게 포기하지 말았으면 한다.

Q. 데이터를 이미 많이 확보했고, 정제 비용에 대해 고민하는 기업도 있을 것이다. 이들에게는 어떤 조언을 줄 수 있을까

사실 많은 기업이 이미 데이터를 많이 가지고 있다. 하지만 AI가 특정 문제를 풀 때 필요한, AI를 위한 데이터냐의 관점에서 보면 여기에 해당하는 기업이 많지 않다. 기업 규모가 아무리 크든 간에 몇 개 기업 이외에는 AI 관점에서 데이터를 쌓아오지 않았다. 기존 데이터 저장 관리 부서에서는 막연하게 필요할지 모르는 데이터를 쌓는 것이 미덕이 아니라, 실제 업무 프로세스 상에서 꼭 필요한 데이터만 효율적으로 저장해 관리 비용을 줄이는 것이 중요했다.

이런 기업들은 지금부터라도 쌓이는 몇 개 데이터를 대상으로 시도를 해보는 것이 좋겠다. AI를 위한 데이터가 있어도 이 데이터를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에 대한 경우의 수는 무한대다. 데이터에 대한 통찰력과 이해도가 있는 도메인 지식이 있는 사람들이 AI에 어떤 데이터가 필요한지 이해한 뒤 여기에 맞게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AI타임스 박성은 기자 sage@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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