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팔, 무거운 물체 들고 정교한 센서도 개발 한창
로봇 다리, 사람 가기 어려운 장소에 활용
웨어러블 로봇, 육체노동 부담 덜어
창조하는 로봇, 직접 시 써서 낭송하고 발명도 해

[편집자 주] 2016년 알파고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인공지능(AI)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공포의 대상이기도 했고, 호기심 가득한 기술이기도 했지요. 하지만 지금 AI는 산업, 금융, 예술, 쇼핑, 채용 등 분야에 상관없이 우리 삶의 일부분이 됐습니다. 어느새 '위드 AI(With AI)' 시대가 된 것이지요.

<AI타임스>는 지난 1년간 우리 삶에 녹아든 AI를 취재했습니다. 그리고 연말을 맞아 [위드AI] 특집으로 일상에 녹아든 AI 분야 15개를 선정, 소개하고자 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떤 AI와 함께하고 계신가요?

인공지능(AI)의 꽃은 로봇. 더욱 정교하고 똑똑해진 로봇이 많아지고 있다. (출처=셔터스톡)
인공지능(AI)의 꽃은 로봇. 더욱 정교하고 똑똑해진 로봇이 많아지고 있다. (출처=셔터스톡)

로봇은 인공지능(AI)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분야예요. AI가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로봇 기술 성장률도 무섭게 크고 있죠.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산업용 로봇 시장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연평균 2.7% 성장한다고 예측했어요.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 마켓(Research and Markets)은 전 세계 로봇 시장 규모가 2019년부터 2027년까지 지속 성장할 전망이라고 봤고요. 2027년에는 시장 규모가 1000억 달러(한화 약 119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어요. 

최근 등장하는 로봇은 단순히 무거운 짐을 들거나 반복적인 업무를 하는 로봇만이 아니었어요. 힘보다는 정교함에 집중하고 새로운 분야에 획기적으로 사용돼 주목받았죠. 로봇은 인간에게 팔, 다리가 되어주는 것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주기도 해요.

그러면 현재 로봇이 어떤 기능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살펴볼까요? <AI타임스>가 올해 취재한 로봇 주요 내용을 [위드AI] 기획에서 소개해드릴게요.

더 정교하고 유용해진 로봇 팔

치킨을 직접 튀기는 로봇 팔. (영상=김미정 기자)
치킨을 직접 튀기는 로봇 팔. (영상=김미정 기자)

로봇이 튀겨주는 치킨 먹어보셨나요? 치킨 외식업체 '디떽(D-Deck)'이 치킨 튀기는 로봇을 개발했어요. 무거운 바스켓을 가뿐히 들어 한 번에 많은 닭을 튀긴답니다. 사실 치킨 바스켓은 사람 손목에 무리가 갈 정도로 무겁다고 해요. 로봇 팔을 이용한 제조는 인건비 절약뿐 아니라 신속한 업무가 가능한 일석이조 기능을 갖고 있어요. 해당 기술은 2018년에 만들어 2019년 대구 동성로에서 사업을 시작했다고 해요. 지금은 프랑스 파리까지 수출했다고 합니다.

리스킨 센서를 장착하지 않은 그리퍼(왼쪽)는 힘 조절을 못 해 계란이 깨졌지만, 리스킨 센서를 장착한 그리퍼(오른쪽)는 계란을 깨트리지 않고 집었다. (출처=메타 AI 블로그)
리스킨 센서를 장착하지 않은 그리퍼(왼쪽)는 힘 조절을 못 해 계란이 깨졌지만, 리스킨 센서를 장착한 그리퍼(오른쪽)는 계란을 깨트리지 않고 집었다. (출처=메타 AI 블로그)

로봇 팔에 탑재할 정교한 센서를 만들기 위해 전 세계가 노력 중이랍니다. 무조건 힘만 센 기능보다는 민감한 센서까지 갖춘 팔이 다양한 분야에 이용될 수 있거든요.

최근 ‘메타 플랫폼(전 페이스북)’이 사람 피부 조직처럼 작은 촉각에도 반응하는 센서 기술 '리스킨(Reskin)'을 내놓기도 했죠.

리스킨은 '자기 지도학습 알고리즘(Self-Supervised Learning Algorithm)'과 '자기 감지 기술(Magnetic Sensing)'을 접목했어요. 자기 지도학습이란 레이블 없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학습이에요. 자기 스스로 학습 데이터를 직접 분류해서 접두어 'Self'가 붙었죠. 기존 학습보다 능동적인 건 당연하겠죠?

메타 연구진은 미세한 힘 조절 실험을 진행했어요. 결론적으로 리스킨 센서를 착용한 로봇 팔이 미착용한 팔보다 물체 민감성이 높았어요. 즉, 물체에 따라 힘 조절이 스스로 가능했죠. 예를 들어, 리스킨을 갖춘 그리퍼(gripper)가 블루베리를 집을 경우, 크기와 촉감에 따라 힘을 얼마나 줘야 하는지 판단해 집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를 로봇 팔에 장착하면 정교함이 어마어마하겠죠?

4족 보행 로봇은 어디에 쓰이나

보스턴 다이내믹스 4족 보행 로봇 '스폿(Spot)', 최근 현대자동차가 인수했다. (영상=김미정 기자)
보스턴 다이내믹스 4족 보행 로봇 '스폿(Spot)', 최근 현대자동차가 인수했다. (영상=김미정 기자)

개를 닮은 로봇, 보신 적 있나요? 이런 로봇은 어디에 쓰일까요? 애완용 장난감? 아니면 승차용? 아니에요. 재난 현장에 투입하거나 건설 현장, 사람이 들어가기 민감한 정유 시설 등에 사용한답니다.

가장 대표적인 로봇은 4족 보행 '스폿(Spot)'입니다. 친근한 개 형상을 하고 있으며 제자리를 뛰거나, 걷거나, 엎드리는 등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죠. 미국 로봇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만들었어요. 한 번에 약 90분 움직일 수 있으며 주로 재난 구역에 활용할 수 있다고 해요.

레인보우 로보틱스가 개발한 4족 보행 로봇 'RBQ-5'. (출처=유튜브)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로봇을 개발했어요. 기업 '레인보우 로보틱스'가 개발한 4족 보행 로봇 ‘RBQ-5’에요. 이재명 대선후보가 ‘2021 로보월드’에서 호기심에 뒤집는 장면을 보여서 주목받았죠.

RBQ-5는 세계 재난로봇 경진대회인 미국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DARPA Robotics Challenge)'에서 우승한 DRC-HUBO 보행 알고리즘을 착안해 만들었답니다. 또 해외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감속기, 제어기(모터 드라이버), 구동기(모터), 위치 센서(엔코더), 브레이크 시스템, 전원 관리 시스템, 운용 소프트웨어 모두 자체 개발했다고 해요. 앞으로 국내 4족 보행 로봇 발전, 기대되죠?

인간에 힘 보태주는 웨어러블 로봇

어벤져스 주인공 토니 스타크가 입은 아이언맨 슈트, 실제로 있다 생각하시나요? 네, 있습니다. 현실에서는 이를 ‘웨어러블 로봇’(Wearable Robot)이라 부르고 있어요. 해당 분야는 요즘 각광받고 있죠.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웨어러블 로봇 시장은 올해 4억 9900만 달러(약 5700억 원) 수준에서 2026년 33억 4000만 달러(약 3조 8000억 원)로 급성장을 이룰 예정이라니까, 이 정도면 말 다 했죠?

웨어러블 로봇은 사람의 특정 행동에 힘을 보태서 적은 힘으로 높은 효과를 달성하게 도와주는 역할을 해요. 주로 제조업이나 물류업, 건설업에 종사하는 육체노동자 업무 강도를 줄여주고 신체를 보호하는 도구로 사용하죠.

'에보(EVO)' 직접 체험 중인 김동원 기자. (출처=AI타임스 유튜브 채널)

미국에서는 기업 ‘엑소 바이오닉스’가 상체 착용형 외골격 웨어러블 로봇 '에보(EVO)'를 출시한 바 있어요. 이 로봇은 높은 곳에 있는 물체를 조립하거나 분해하는 작업자를 위해 개발된 슈트예요. ‘어깨 보조용 로봇’이라 불리기도 하죠. 어깨 위로 팔을 올리고 있으면 스프링이 힘을 지원해 어깨에 무리가 가지 않게 된답니다.

올해 <AI타임스> 김동원 기자가 에보를 직접 체험했어요. 실제 착용감을 여러분에게 알려드리려고요. 김 기자는 “4kg 아령을 양손에 쥐고 들어보니 착용하지 않았을 때보다 거뜬하게 들 수 있었다”며 “무게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아령을 들면 스프링이 튕겨주면서 어깨를 밑에서 들어주는 느낌도 들었다네요. “이 정도면 학창시절 수업 시간에 떠들면 뒤로 나가 의자를 들고 서 있게 했던 초등학교 선생님을 다시 만나도 무서울 게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신기해했답니다.

현대·기아가 만든 작업용 '벡스(VEX)' 슈트. (출처=현대모터그룹 홈페이지)
현대·기아가 만든 작업용 '벡스(VEX)' 슈트. (출처=현대모터그룹 홈페이지)

국내도 웨어러블 로봇 개발에 착수했어요.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출시한 ‘벡스(VEX)’슈트가 있죠. 높은 곳에서 공정 작업할 때 유용한 로봇이에요. 국내에서 처음으로 올해 안에 이 제품을 생산 현장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발표도 했어요. 우리나라 웨어러블 로봇 산업이 얼마나 발전할지 한 번 지켜보기로 해요.

로봇도 인간처럼 생각하고 창조한다

요즘 학생들은 너무 똑똑해서 이런 질문까지 하더라고요. "로봇이 인간 팔과 다리가 돼주긴 하지만, 기계가 가진 단순한 기능일 뿐이잖아요.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 아닌가요? 로봇이 인간을 진정 닮으려면 로봇도 생각하고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요?"

그런데 최근 인간처럼 예술도 하고 발명도 하는 로봇도 등장했답니다. 인간 도움 없이 말이죠.

시 낭송하는 에이다 모습. (출처=더 가디언)
시 낭송하는 에이다 모습. (출처=더 가디언)

영국에는 초상화를 그리고, 강연하고, 시까지 짓는 초현실주의 휴머노이드 로봇 '에이다(Ai-Da)'가 있어요. 영국 시인 조지 고든 바이런(George Gordon Byron)의 딸이자 19세기 최초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알려진 '에이다 러브레이스(Ada Lovelace)' 이름을 따서 '에이다'로 부른답니다. 프로그래머, 로봇공학자, 미술 전문가, 심리학자들로 구성된 팀이 2년에 걸쳐 만들었고 2019년 세상에 나왔죠.

에이다는 옥스퍼드와 런던에 있는 디자인 박물관에서 개인전을 수차례 가졌고, 옥스퍼드 대학에서 '테드(TEDx)' 강연까지 했어요. 세인트아이브스(St Ives)에 있는 포트미어 스튜디오(the Porthmeor Studios)에서 작품 활동도 했고요.

올해 11월 영국 옥스퍼드 대학 애쉬몰리언 박물관에서 AI 알고리즘으로 쓴 시를 세계 최초로 직접 낭송해 주목받았어요. 이탈리아 시인 단테 알리기에리(Dante Alighieri) 사망 700주년을 기념해 진행한 낭송이었는데, 꽤 인기있었다고 해요.

로봇이 시를 짓고 낭송까지 한다는 사실, 믿기 어렵죠?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요? 우선 에이다는 단테가 지은 3부로 된 '신곡(the Devine Comedy)' 전체를  니콜스(JG Nicholes) 영어 번역본으로 읽었어요. 그리고 나서 단어나 음성 패턴을 자동분석하는 데이터 뱅크(Data bank) 프로그램을 사용했다고 해요. 해당 프로그램은 에이다가 시 창작하는 데 중추 역할을 하는 기술이에요. 에이다는 데이터 뱅크와 에이다 전용 알고리즘을 사용해 시를 창작하고 낭송까지 하는 셈이죠. “글솜씨가 로봇 치고는 상당했다”는 평도 받았다고 합니다. 

다부스가 발명한 (왼)음식용기와 (오)주의를 끄는 장치. (출처=EPO, Imagination Engines/편집=조희연 기자)
다부스가 발명한 (왼)음식용기와 (오)주의를 끄는 장치. (출처=EPO, Imagination Engines/편집=조희연 기자)

발명하는 로봇, 들어보셨나요? 미국에는 AI 발명 로봇 '다부스(DABUS)'가 있어요. 미국 소재 인공신경망 연구 기업 이매지네이션 엔진스(Imagination Engines) 설립자이자 컴퓨터 과학자 스테판 탈러(Stephan Thaler)박사가 만들었죠.

다부스는 인공신경 AI 시스템 두 개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 원리예요. 첫 번째 AI는 데이터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역할을 해요. 정보를 차곡차곡 모아둔 백과사전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모아둔 데이터로 여러 주제를 연결하도록 훈련하죠. 익숙해지면 스스로 여러 주제를 연결할 수 있어요. 즉, 무언가를 만들기 전 스스로 '마인드맵'을 그리는 셈이죠.

첫 번째 AI가 여러 주제를 연결하면, 두 번째 AI는 그 안에서 ‘새로운 아이디어(New Ideas) 발굴하기' 역할을 해요. 발명에 쓸만한지 평가도 한답니다. 진부한 '아이디어'는 스스로 지우고 참신한 것들만 선별해요. 모든 과정에 인간 도움은 필요 없다고 해요. 참 똑똑하죠?

이를 통해 다부스(DABUS)는 두 가지 제품을 스스로 만드는데 성공했어요. 프랙탈 디자인을 이용한 '음식용기(Food Container)'와 '주의를 끄는 깜빡이는 장치(Devices and Methods for Attracting Enhanced Attention)'죠. 음식용기는 로봇 팔이 용기를 잡기 편하다는 장점이 있고, 주의를 끄는 장치는 구조나 수색 작업에 유용하답니다.

탈러 박사와 특허법률전문가 라이언 애벗(Ryan Abbott) 박사는 2018년부터 다부스를 발명자로 표기할 특허를 출원했어요. 애벗 박사는 '인공지능 발명가 프로젝트'까지 책임지고 있을만큼 열정적이에요. 

미국특허청(UKIPO), 유럽특허청(EPO), 영국특허청(UKIPO)에 다부스가 만든 제품에 특허권을 신청했지만 남아프리카와 호주를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어요. 발명자가 자연인(natural person)이 아니라는 이유로 말이죠. 여러분 생각은 어떤가요?

AI타임스 김미정 기자 kimj752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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