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술대학원 교수 겸 미술관장...KAIST 최초 미술계 전임교수
아티스트 스콜라 네트워크 만든다...'인공지능과 예술' 포럼도 일환
AI 연구자-예술자 협업도 중요...KAIST 미술관에서 주도

이진준 KAIST 미술관장 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출처=이진준 작가)
이진준 KAIST 미술관장 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출처=이진준 작가)

국내 인공지능(AI) 연구를 리드하는 학교로 그 누구도 KAIST를 빼놓을 순 없을 것이다. 반면 '한국과학기술원'이라는 정식 이름에서 오듯 인문학과 예술보다는 기술에 큰 강점을 지닌 대학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꽤나 큰 변화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지난 2월 이광형 총장은 2023년 하반기까지 교내 미술관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미술관을 리드할 관장으로는 문화기술대학원의 이진준 교수를 지목했다. 미술 관련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예술가가 KAIST 전임교수가 된 것으로는 최초 사례다.

이진준 교수는 "전임 신성철 총장 시기 임용이 됐으나 옥스퍼드대에서 맡은 마지막 수업을 6월에 끝내고 지난 8월부터 문화기술대학원 전임교수로 부임하게 됐다. 미술 전공의 예술가가 전임교수로 임용된 것은 KAIST 역사상 처음이라고 알고 있다. 10월부터 현 이광형 총장의 지명으로 미술관장직에 임명돼 현재 활발히 준비 중"이라며 임명 의미를 강조했다.

KAIST 내 최초 미술가 전임교수가 만들어갈 미술관은 기존 것과는 다르다. 사실 KAIST와 이진준 교수 사이에는 기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진준 교수는 AI와 같은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작품과 연구 활동을 하는 뉴미디어 아티스트 겸 학자다. KAIST의 기술력은 더 설명할 것도 없다.

이진준 관장은 기존과는 다른 미래형 미술관을 KAIST 내에 만들 계획이다. 작품을 수집하고 전시, 관리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연구, 교육, 네트워크에 훨씬 중점을 둘 예정이다.

이진준 KAIST 미술관장 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출처=이진준 작가)
이진준 KAIST 미술관장 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출처=이진준 작가)

첨단 기술 활용하는 '뉴미디어 아티스트 스콜라' 네트워크 만들겠다

이진준 관장이 네트워크를 만들어 갈 1순위 대상은 전세계 '아티스트 스콜라(Artist Scholar)'들이다. 아티스트 스콜라란 예술가인 동시에 학자인 사람들을 뜻한다. 단순히 작품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지평을 여는 관점을 제시하고 탐구한다.

특히 AI와 같은 최신 기술을 활용하는 뉴미디어 아티스트 스콜라에 주목할 계획이다. 지난 20일 개최한 '인공지능과 예술(AI+ART)' 국제포럼이 대표적인 예시다. 물리적인 미술관은 아직 지어지지 않았음에도 KAIST 미술관 활동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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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포럼에서 발표한 연사들은 소위 '업계 레전드'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어도비 수석 연구원 애런 헤르츠만 박사(Aaron Hertzmann)는 컴퓨터비전과 그래픽 기술을 이용한 예술적인 이미지 비전을 만드는 영역에서 선구자라는 설명이다.

모리스 베나윤(Maurice Benayoun)은 미디어 아트 초기 시기인 90년대 중반에 해당 분야에서 영향력이 큰 골든 니카상을 수상했다. 프랑스 출신은 그는 현재 홍콩시티대 교수로 지내며 학내 미디어아트센터 설립에 크게 기여했다.

케빈 워커(Kevin Walker) 영국 코벤트리대 교수는 미술계 최고 대학인 영국왕립예술대(RCA)에 정보경험디자인(IDE)이라는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이진준 교수는 그에 대해 "RCA라는 학교는 미술이나 디자인 분야에서 누구나 알아주는 최고 위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애런 헤르츠만 박사, 이진준 KAIST 미술관장, 모리스 베나윤 홍콩시티대 교수, 케빈 워커 코벤트리대 교수(출처=KAIST)

이러한 전설적인 아티스트 스콜라들을 국내 행사에 초빙할 수 있었던 것은 이진준 교수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이 교수는 "모시기 쉽지 않은 분들인데 줌 화상 방식으로 하니 부담이 적고 개인적인 친분도 있어 도와준 것 같고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미술 전선에서 AI와 예술이 어떻게 접점을 만들고 있는지에 대해 세계적으로 일선이 있는 사람들을 모으려 한다. 단순히 물리적 공간에 전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이번 포럼과 같이 네트워킹과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진준 작가 작품 중 하나인 'Your stage'(출처=월간미술 작가정보)

AI 연구자-예술가 만남, 극악 난이도지만 필요한 일

AI를 활용한 예술은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AI로 제대로 예술을 하려면 뉴미디어 아트와 AI 기술 모두에 대해 잘 이해해야 한다. AI 연구자와 예술가가 한 프로젝트를 위해 만나는 일은 극악 난이도일 수밖에 없다.

이진준 교수는 "AI 연구자들 중에 예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해외 정상급에 있는 예술가와 AI 연구자가 만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 교수의 경우 운이 좋았다. 옥스퍼드대에서 박사과정을 지내던 시절 많은 AI 연구자들과 함께 일할 수 있었다.

그는 "제대로 AI를 하는 친구들과 업무를 진행해왔기 때문에 깊이 있게 AI와 예술을 접목시키는 연구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결국 AI를 활용하는 아티스트 스콜라가 나오려면 기술 연구자와 예술가가 만나서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KAIST 미술관이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진준 교수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거나 한창 나오고 있는 기술들이 전문가들과 만나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탐구한다. 예술가 입장에서는 활용하기 쉽지 않은 기술에 대해 도움을 받을 수 있고, AI 연구자는 개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 가치를 예술에서 찾을 수 있다"고 전했다.

KAIST 내 이진준 교수 랩 'TX lab' 소개 영상(출처=이진준 교수)

이진준 교수는 뉴미디어 아티스트 겸 디자이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새로운 기술을 이용한 경계공간경험(liminoid Experiece) 작품 연구를 하고 있다.

이 교수는 2001년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다시 미술대학 조소과에 편입해 학사와 석사과정을 마쳤다. 이후 영국의 왕립예술대학원(RCA)에서 전체 최고작품상을 받으며 석사학위를, 그리고 옥스퍼드대학의 인문학부 미술대학(Ruskin School)에서 순수미술철학박사(DPhil) 학위를 받았다. 현재 영국왕립예술원의 석학회원(FRSA)이기도 하다. 

2007년부터 현재까지 전세계 미술관에서 50회 정도의 전시와 강연을 진행하며 현대미술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세계적인 아티스트 스콜라로 인정받고 있다.

KAIST에 설립한 그의 연구실 'TX lab'에서는 데이터과학, NFT, XR, AI 등 새로운 기술을 이용한 예술과 건축, 디자인, 공연 퍼포먼스(Future Opera)에 관한 총체적 경험을 연구한다.

AI타임스 박성은 기자 sage@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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