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광주광역시 화정동 신축아파트 현장에서 외벽 붕괴
1명 중상, 6명 연락두절…12일 안전진단 마치고 수색 재개
아파트 외벽 붕괴 원인 ‘강풍과 추위 속 무리한 공사’ 추정
전문가 "기후·환경 접목 공사 시뮬레이션 메타버스선 가능"
인명 피해 줄이려면…"센서, IoT 기술 도입해 붕괴 감지해야"
붕괴 현장, 착공 이래 민원 300여 건·과태료 처분 14건 그쳐
위험천만한 공사에도 시공사 과태료는 고작 2,200만원 수준
서구청 소극적 대응 도마 위…1년 전 의회 감사서도 '지적'

지난 11일 오후 3시46분쯤 광주 서구 화정동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외벽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가 발생한 아파트 공사현장 모습. (사진=뉴스1 제공).
지난 11일 오후 3시46분쯤 광주 서구 화정동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외벽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가 발생한 아파트 공사현장 모습. (사진=뉴스1 제공).

7개월 전 학동 참사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광주광역시에서 또 다시 신축아파트가 붕괴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작업자 1명이 다치고 6명의 소재는 현재까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사고가 벌어진 서구 화정동 ‘화정 아이파크’ 현장은 공사가 시작된 이후 각종 위법 행위가 이어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위험천만한 공사가 진행돼 주민 민원이 빗발치는 상황에서 관할 구청인 서구청(청장 서대석)은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되풀이되는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건설업체 노사, 원하청 업체, 관리·감독기관 등이 원칙에 따라 제역할을 철저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와 더불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건축물 안전과 관련, 인공지능(AI)·빅데이터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광주 화정동 신축아파트 15개층 외벽 '와르르'

12일 광주경찰·광주시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 46분께 광주 서구 화정동 화정아이파크 공사 현장에서 아파트 외벽이 무너져 내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아파트 외벽은 힘없이 무너져 내렸고, 건물 아래에서는 불꽃이 일었다. 잠시 뒤 희뿌연 연기가 건물 전체를 뒤덮었다. 사고는 39층 옥상에서 콘크리트 타설 중 23∼38층 양쪽 외벽 등이 붕괴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로 1명이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고, 6명은 연락이 끊긴 상황이다.

지난 11일 오후 3시46분쯤 광주 서구 화정동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외벽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가 발생한 아파트 공사현장 모습. (사진=뉴스1 제공).
지난 11일 오후 3시46분쯤 광주 서구 화정동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외벽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가 발생한 아파트 공사현장 모습. (사진=뉴스1 제공).
11일 오후 3시47분쯤 광주 서구 화정동 아파트 공산 현장 외벽이 무너져 있다.(사진=뉴스1 제공).

◆ 붕괴 원인은 ‘강풍과 추위 속 무리한 공사’ 추정

당국은 콘크리트 타설을 위한 거푸집(갱폼·Gangform)이 무너지고 타워크레인 지지대(월타이·Wall Tie)가 손상되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연일 강풍이 분 가운데, 타워크레인 지지대와 거푸집 등이 풍압을 견디지 못했거나 하부에 타설해놓은 콘크리트의 강도가 충분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와 더불어 현장 목격자와 각계 전문가들은 이번 붕괴 사고가 부실시공과 취약구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들은 붕괴된 건물이 레일 일체형 시스템(RCS·Rail Climbing System) 공법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레일 일체형 시스템은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틀(갱폼)을 유압으로 올리는 자동화 방식이다.

이 공법은 비용을 절감하고 공정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지만, 설비 자체가 무거운 탓에 대형사고 발생 우려가 크다는 단점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콘크리트 하중 작용, 강풍의 영향 등이 종합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같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안전 치침에 설치 전 콘크리트 강도 등을 확인하고, 바람의 영향 최소화할 것 등을 규정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해당 신축 아파트에서는 전날 오후 3시46분쯤 외벽이 붕괴돼 6명이 실종됐다.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해당 신축 아파트에서는 전날 오후 3시46분쯤 외벽이 붕괴돼 6명이 실종됐다.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 정부·광주시 "근본 원인 철저히 조사"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광주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외벽이 붕괴한 사고와 관련해 "최근 잇따른 안전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안전사고의) 사전 예방과 재발 방지를 위한 안전대책 강화 등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하라"며 이같이 주문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에서 밝혔다.

광주광역시는 신축 중인 화정동 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와 관련 현대산업개발이 광주에서 진행하고 있는 모든 건축 건설현장의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리기로 했다. 광주시 재난안전대책본부장인 이용섭 광주시장은 12일 오전 11시 40분께 브리핑을 열어 “오전 11시20분 현장 실내에 구조견 6마리와 핸들러를 투입했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오늘 오전 8시부터 국토안전관리원 등 전문가들이 드론 촬영 영상을 분석한 결과 11시 구조팀 실내 투입에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구조견이 체취를 맡는데 혼란을 겪을 수 있어 구조팀은 순차적으로 투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시장은 “다만 실외는 붕괴 우려가 크다는 전문가 의견이 있다. 실외는 드론이나 열화상 카메라를 이용해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9일 오후 4시 22분쯤 광주 동구 학동 학4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 공사 중이던 5층 건물이 도로 쪽으로 무너지며 지나가던 시내버스를 덮치고 있다. AI기반 센서로 철거·노후 건물붕괴 사고 예측이 가능해 기술적 차원의 대책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사진=차량 블랙박스 동영상 캡처 뉴스1 제공).
지난해 6월 9일 오후 4시 22분쯤 광주 동구 학동 학4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 공사 중이던 5층 건물이 도로 쪽으로 무너지며 지나가던 시내버스를 덮치고 있다. AI기반 센서로 철거·노후 건물붕괴 사고 예측이 가능해 기술적 차원의 대책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사진=차량 블랙박스 동영상 캡처 뉴스1 제공).

◆ 안일한 현장 감시·안전 장치 구축 등에 AI·빅데이터·메타버스 도입 절실

이번 붕괴 사고가 난 11일은 지난해 광주 학동 철거 건물 붕괴사고와 관련, 재발방지를 위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날이다. 이처럼 관련법 등이 마련되고 있어도, 일선 현장에서는 안전 관련 법규나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되풀이되는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원칙에 따라 각자 제 역할을 철저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와 더불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건축물 안전과 관련, 인공지능(AI)·빅데이터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 기후·환경 등 데이터를 적용한 메타버스(Metaverse) 내 가상세계에서 시공 전 시뮬레이션을 하거나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감리 시스템 적용도 고민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발생한 학동 참사의 경우 공사감리자가 현장을 이탈해 피해를 키웠다고 알려져 있다.

철거에 따른 붕괴 가능성이 있음에도 별다른 안전장치가 없었다는 것이다. 당시에도 전문가들은 기술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정호 한국광기술원 지능형IoT연구센터장은 “절차대로 공사를 안한 것도 잘못이지만 건물 붕괴에 대한 어떠한 기술적 안전장치가 없다는 것도 문제”라며 “센서, IoT, AI기반 기술로 건물 붕괴를 충분히 알아 차릴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 AI 기업 에니트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구조물 붕괴 모니터링이 가능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업은 지난 2020년 광주 상무지구 지하 공동구 4.8km 전 구간에 DAS 안전모니터링 시스템을 설치했다. 구조물 붕괴, 화재 등 이상 반응을 AI 기술로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됐다. (사진=에니트 제공).
광주 AI 기업 에니트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구조물 붕괴 모니터링이 가능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업은 지난 2020년 광주 상무지구 지하 공동구 4.8km 전 구간에 DAS 안전모니터링 시스템을 설치했다. 구조물 붕괴, 화재 등 이상 반응을 AI 기술로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됐다. (사진=에니트 제공).

국회는 이 사고 이후 해체공사감리자의 현장이탈을 금지하고, 허가받은 계획서대로 건축물을 해체하지 않을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광주 학동4구역 붕괴 참사 재발 방지법’(건축물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논의해 이날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는 처벌 강화에 중점을 둔 법이기 때문에 재발을 방지하기에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에 대해 한 빅데이터 전문가는 AI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겨울철 기온이 낮아 콘크리트가 잘 마르지 않는데, 공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무리한 작업을 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들었다"며 "최근 이와 유사한 사례를 살펴보면 메타버스 공간 내에서 기후나 환경 등 각종 요인을 고려한 실험 등이 이뤄지고 있다. 만일 건축 분야에서 이를 도입한다고 가정했을 때 매일 아침 기후, 작업장 환경, 작업 진행 속도 등을 고려한 가상 시뮬레이션을 가동한 후 작업하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고 밝혔다.

◆ 철거 때도 신축 때도 무너졌다…붕괴 현장서만 과태료 부과 14번

이번 붕괴 사고는 예견된 인재였다는 주장이 나온다. 붕괴 사고가 난 화정아이파크 현장의 시공사는 현대산업개발이다. 불과 7개월 전 광주 학동 건물 붕괴 참사 때와 같은 곳이다. 이번 화정동 신축아파트 공사 현장에서는 공사가 시작된 이후 각종 위법 행위가 이어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광주 서구청 등에 공사와 관련한 주민민원도 300건이 넘게 접수됐다. 민원 내용은 소음·비산 먼지 등이다. 이에 관할 구청인 서구청은 해당 현장에 대해 모두 27건의 행정 처분을 내렸다. 이 중 14건은 과태료 부과 처분인 것으로 밝혀졌다.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 납부한 과태료 총액은 2,200만 원 선이었다. 과태료를 부과 받고도 현대산업개발 측은 아랑곳 않고 위법 행위를 이어갔다. '소음·진동' 관리법 위반을 비롯 '특정공사 작업시간 미준수'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11일 오후 3시46분쯤 광주 서구 화정동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외벽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가 발생한 아파트 공사현장 모습.2022.1.12/뉴스1
지난 11일 오후 3시46분쯤 광주 서구 화정동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외벽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가 발생한 아파트 공사현장 모습. (사진=뉴스1 제공).

비산먼지를 방지하기 위한 살수 작업 등도 제대로 하지 않아 개선명령을 받기도 했다. 공사 현장 인근 주민들이 현대산업개발을 상대로 구청에 제기한 민원만 324건이나 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상층부 합판이 떨어지거나 주변 도매상가와 도로가 꺼지거나 균열이 생기는 등 안전사고 위험성이 꾸준히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 관할구청 대응은 적절했나…주민들 "수백여 건 민원 묵살당했다"

일각에서는 2년 넘게 만연했던 위법 행위에 대한 관할 구청의 대응이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응 만연한 공사 진행됐지만 주민 민원이 빗발치는 상황에서 서구청이 소극·안일하게 대응했다고 지적한다. 공사장 옆 도매상가 자치회장 홍 모씨는 "지난 1년 6개월 동안 서구청과 현대산업개발 측에 환경·건설·교통 관련 민원 수백 여건을 제기했으나 묵살당했다"고 주장했다.

서구의회 행정사무감사에도 이 같은 문제점이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당시 구청을 상대로 질의한 A 서구의원은 "해당 공사장을 둘러싼 환경·건설·교통 관련 민원이 빗발친다. 환경 민원은 접수 한 달여 만에 현장 점검이 이뤄졌다"며 "행정 처분도 충분치 않았다"고 꼬집었다.

AI타임스 유형동 기자 yhd@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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