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CT 영상 판독하는 AI 기술, 국가 검진시스템으로 공급
유럽과 아시아에 제품 공급 확대...미국 시장 진출 기반 마련
올해 코스닥 상장 목표, 지난해 기술성평가 모두 A등급 획득
"상장은 계획의 첫 단추, 의료기기 분야 세계적인 기업될 것"

김진국 코어라인소프트 대표. (사진=김동원 기자)
김진국 코어라인소프트 대표. (사진=김동원 기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폐암 진단 가능성을 전 세계에 입증한 기업이 있다. 카이스트(KAIST) 출신 3명이 설립한 코어라인소프트다. 회사는 폐 질환 CT 영상을 판독하는 AI 기술을 개발, 폐암검진 기술 고도화를 이루고 있다. 대표 AI 진단 제품인 '에이뷰 LCS'(aview:LCS)는 5년 연속 국가폐암검진 판독지원 및 질관리 솔루션으로 단독 공급됐다. 국립암센터, 서울대병원 등 국내 90여개 병원에서 이 제품을 사용 중이다.

코어라인소프트 기술은 해외 의료기기 시장에서도 기반을 다진 상태다. 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유럽 병원에서 해당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일본, 대만 등 아시아 국가에도 공급됐다. 미국 유명 병원들과도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해외 시장 성과는 매출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회사는 지난해 해외 시장에서 전년보다 7배가량 높은 매출 성장을 이뤘다.

폐암은 국내 암 사망률 1위 질병이다.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초기 발견이 어렵다고 평가된다. 실제로 환자 절반가량은 4기 전이성 폐암으로 진단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조기 진단이 중요하지만 검진을 할 때 노이즈가 심한 저선량 CT로 찍어 판독이 다소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코어라인소프트는 이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AI 기술을 도입, 정확하고 객관적이면서 빠른 판독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코어라인소프트는 올해 상장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에서 모두 A등급을 획득했다. 상장을 통한 투자금으로 제품 고도화를 이뤄 세계 제품들과 경쟁해 글로벌 공급망을 확보해나갈 계획이다. 김진국 코어라인소프트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진국 대표는 "폐암 검진을 비롯한 폐 질환 진단 시장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며 "코어라인소프트는 이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에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김동원 기자)
김진국 대표는 "폐암 검진을 비롯한 폐 질환 진단 시장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며 "코어라인소프트는 이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에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김동원 기자)

Q. 코어라인소프트는 카이스트 출신 3명이 뭉쳐서 만든 기업으로 알고 있다. 특별히 뭉친 이유가 있나.

코어라인소프트 초기멤버 3명은 카이스트 전자과에서 영상 처리 분야를 연구한 실험실 선후배들이다. 현재 공동대표와 연구소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당시 의료 영상을 전공하면서 '우리가 만든 제품들이 실제로 쓰이는걸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약 20년간 의료영상 분야 벤처 사업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 의료기기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해 공급했다. 이후 합병된 회사에서 근무를 하다가 2012년에 의료 영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제품을 만들자는 생각이 모아져서 다시 한 번 뭉쳐 코어라인소프트를 설립했다. 이번에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Q. 의료영상에 AI를 접목했다. 계기가 궁금하다.

2016년 알파고 영향이 컸다. 사실 대학원을 다닐 때 AI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성능이 좋지 않아 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알파고를 보면서 AI 기술이 많이 발전했다는 것을 알았고 이를 의료영상에 적용하면 기술 고도화를 이룰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우리가 개발하던 영상분석 SW는 의료영상을 분석해 질병의 조기 진단과 분류가 가능했다. 그러나 영상처리 알고리즘 한계로 자동화에 어려움이 있었고 수정을 위한 수작업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다. 이 문제를 AI 기술로 풀어냈다.

Q. 폐 질환 CT 영상을 AI가 판독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AI를 도입했을 때 장점은 무엇인가.

쉽게 말해 어떤 일에 기계가 도입됐을 때의 장점과 비슷한 것 같다. 24시간 지치지 않고 사람을 도와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일관된 결과를 보여주는 것도 장점이다. 사실 영상을 판독하거나 분석할 때 사람마다 편차가 발생한다. 숙련된 의료진 사이에서도 어떤 점을 중요시하느냐에 따라 편차가 발생한다. 컨디션에 따라 한 달 전과 지금 다른 결과를 낼 수도 있다. AI는 그렇지 않다. 학습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객관적인 결과를 낼 수 있다.

CT 판독에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며 검사 목적에 따라 판독하는 중요도가 나뉘어진다. 시간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어떤 분야는 집중해서 보고 나머지는 덜 볼 수밖에 없다. AI는 알고리즘을 여러 개 돌리거나 시스템의 영상에서 여러 분야를 동시에 분석할 수 있다. 한 번의 CT 영상 분석으로 더 많은 질병과 질환 가능성을 찾아내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것이 가장 큰 장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Q. CT 판독을 지원하는 기술은 기존 영상 처리 기술로도 가능했을 것 같은데 차별점은 무엇인가.

기존에 개발한 영상 처리로 분석하는 기술도 분석은 잘 했다. 그런데 정상 환자에서는 잘 됐지만 질환이 있거나 무엇인가 변화가 있는 케이스에서는 잘 동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상적인 사람을 분석하거나 이미 많은 케이스가 있는 질병을 분석하는 것은 잘했지만 새로운 변화에 대해서는 감지하지 못했다. AI는 이런 한계를 넘어 안정적인 결과를 보여준다. 임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Q. AI가 질병을 판독하고 확인하려면 결국 데이터가 중요할 것 같다. 데이터 확보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의료 분야 데이터는 정말 확보가 어렵다. 환자 데이터는 민감한 정보다. 병원 밖으로 나오기 어렵고, 법적 문제도 생긴다. 의료 AI 개발에 주로 사용하는 학습은 지도학습이어서, 정답을 갖고 학습을 시키는 알고리즘이라고 보면 된다. 여기서 정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의사다. 하지만 이 분들은 상당히 바쁘다. 이런 어려움으로 자가지도 러닝에 한계가 있다.

데이터를 자체적으로 확보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데이터를 확보한다고 환자에게 마구 CT를 찍어서도 안 된다. 환자에게 위해가 가거나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CT 영상 케이스를 많이 갖고 있는 병원 데이터를 확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우리는 연구하는 질환에 대한 데이터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병원들과 협력하고 있고 데이터 준비와 학습 방법에 대한 도움도 받고 있다. 이러한 관계를 통해 데이터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Q. 해외에도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데, 해외 병원들과도 협력을 하고 있나.

협력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름을 다 얘기할 수 없지만 유럽에는 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국가·지역별로 협력하는 병원이 있고, 미국 시장에도 진출하기 위해 유명 병원들과 협력을 해나가고 있다. 대만에도 몇 군데 병원과 얘기를 하고 있다. 

단순히 제품을 수출하는 협력부터 함께 연구를 하는 단계까지 협력 사례는 다양하다. 어떤 병원은 제품개발까지 함께 진행하고 있고, 어떤 병원은 만들어진 제품을 검증하는데 참여하고 있다. 국가별로 의료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점을 피드백을 받고, 구매까지 이뤄지는 형태로도 협력이 이뤄진다. 이러한 다양한 협력을 해외 병원들과 진행 중이다.

코어라인소프트는 AI를 활용한 CT 영상 분석 기술을 국내외 병원과 협력해 고도화하고 있다. (사진=코어라인소프트)

Q. 현재 폐 질환 관련 CT 영상 분석 기술을 주력하고 있는데. 다른 계획은 없나.

우리는 개발을 할 때 기존에 했던 분야와 기술적으로 연관이 있고 사용자도 중복될 수 있는 제품을 먼저 개발하고자 한다. 현재 폐암을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했고 만성 폐쇄성 폐질환, 간질성 폐질환, 기관지 확장증 등을 연구하고 있다. 이중 제품화해서 판매가 된 것도 있고 제품화 인증을 받고 있는 것도 있다. 이 제품 외에도 상반신에서 발생할 수 있는 주요 질환을 한 번에 찾을 수 있는 기술과 전이암 등을 판독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Q. 현재 문제되고 있는 코로나19도 폐와 관련이 있는데, 관련 연구개발도 하고 있나.

네덜란드에 있는 연구 협력 파트너와 현재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코로나19와 폐렴을 CT 영상으로 구분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코로나19에 걸리면 폐에 염증이 생기고 그 염증이 CT에 나타난다. 일반 폐렴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코로나19와 일반 폐렴을 구분하는 것이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폐 상태와 질환을 정확히 분석해 환자가 걸린 질병이 폐렴인지 코로나19인지를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아직 제품화까지 되지 않은 단계지만 좋은 결과가 나오면 상품화까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올해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을 앞둔 것으로 안다. 상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상장은 우리의 마지막 목표가 아니다. 첫 단추다. 코어라인소프트는 세계적인 기업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세계에서 경쟁하는 기업이 많고, 비슷한 제품을 많이 만들어내고 있다. 의료 분야는 연구 결과들이 상당히 빠르게 전파된다. 한 병원에서 사용하는 제품이 전 세계에 전파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초기에 시장에 들어가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시장에서 초기에 자리 잡으려면 제품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아야 한다. 또 그 지역에 가서 우리 장비를 쓸 수 있게 만들고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술개발과 영업 조직·지원 조직의 역할이 크다. 이런 분야에 투자가 필요해 상장을 추진하게 됐다.

Q. 매출 확보에 기대하는 분야가 있나.

기대할만한 점은 매출 구성에서 우리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비중이 늘었다는 점이다. 해외 매출 역시 늘고 있다는 것도 좋은 사례인 것 같다. 지금 회계적으로 결산을 하고 있는데 지난해 해외 매출이 7억원 정도로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병원에서 의료기기를 도입할 때 시험적으로 사용해보고 성능이 만족스러우면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대만에서 우리 장비를 13개 설치했는데 이중 10개 정도가 판매됐다. 70%가 넘는 판매 성공률을 보였다. 이처럼 제품 경쟁력을 인정받는 매출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앞서 얘기했듯이 의료기기는 한 곳에서 사용하면 이를 사용하는 곳이 많아진다. 이러한 사례가 아시아, 유럽에서 많아지면서 시장 확대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은 지난해 말에 법인을 설립해 시장 진출 초기 단계에 있다. 미국은 올해보다 내년에 성과가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코어라인소프트는 유럽과 아시아, 미국 등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사진=코어라인소프트)
코어라인소프트는 유럽과 아시아, 미국 등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사진=코어라인소프트)

Q. 미세먼지 등으로 폐 질환이 늘어나는 것도 매출 확대 가능성을 열어주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폐암 검진을 비롯해 폐 질환 시장은 계속 확대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최근 미국에서 검진 대상 연령을 늘린 점이 대표 사례다. 우리는 이 시장에 선도적으로 들어가고 있다. 현재 매출이 아주 크지는 않지만 유리한 위치에 있어서 매출 확대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한 번 고객을 확보하면 다른 질환제품도 공급하는 방향으로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전략으로 앞으로 매출 성장폭이 많이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Q. 올해 계획은 무엇인가.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지난해 말 기술평가를 받아서 6개월 안에 심사 청구를 해야 한다. 잘 대응해서 거래소에서 요구한 심사 조건에 만족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또 세계적으로 경쟁하기 위해 제품 고도화를 이루고 조직망 확대에도 나서겠다.

AI타임스 김동원 기자 goodtuna@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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