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환 교수 '제31회 수당상' 응용과학 부문 수상
한국의 AI 기술 위상 세계적으로 높인 공로 인정
현실 세계에서 최초로 인간과 대결해 이긴 AI 개발
"과분한 상을 주셔서 영광으로 생각한다" 소감 밝혀
"힘들어도 최초 연구에 도전하는 것 중요하다" 강조

이성환 고려대 인공지능학과 교수가 한국의 AI 기술 위상을 세계적으로 높인 공로를 인정 받아 삼양그룹 수당재단의 '제31회 수당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사진=셔터스톡, 편집=김동원 기자)
이성환 고려대 인공지능학과 교수가 한국의 AI 기술 위상을 세계적으로 높인 공로를 인정 받아 삼양그룹 수당재단의 '제31회 수당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사진=셔터스톡, 편집=김동원 기자)

이성환 고려대 인공지능학과 교수가 삼양그룹 수당재단의 '제31회 수당상' 응용과학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당상은 삼양그룹 창업주인 수당 김연수 선생의 인재육성 정신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 탁월한 업적을 이룬 연구자 2인을 선정해 상금 각 2억원과 상패를 수여한다. 이 교수는 한국의 인공지능(AI) 기술 위상을 세계적으로 높인 공로로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성환 교수는 AI 분야를 포함한 컴퓨터 과학 전 분야 국내 연구자 1위로 이름을 올린 연구자다. 지난 32년간 다른 학문 분야에 비해 논문 게재가 어려웠던 AI 분야에서 SCI 저널과 국제학술대회에 총 572편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주요 성과로는 세계 최초로 개발한 적응형 심층 강화학습 기술과 인간 두뇌 메커니즘을 모방한 생물학적 AI 원천기술이 있다.

이 교수는 <AI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이번 수상에 대해 "과학기술 분야에서 훌륭한 업적을 쌓으신 여러 선후배 학자분들이 많으신데 부족한 저에게 이런 과분한 상을 주셔서 개인적으로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국내 AI 발전을 위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AI 기술 개발 능력을 보유한 고급 석박사 인력 양성이 지속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개인적으로는 현재 연구책임자로 수행 중인 AI혁신허브 사업 연구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도하는 학생과 후배 연구자들을 위해 조언을 해달라는 요청에는 "기존 발표된 연구 성과를 개량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면서도 "힘들어도 남들이 시도하지 않은 연구나 최초의 연구에 도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초로 현실 세계에서 사람과 대결해 이긴 AI 개발

이성환 교수의 업적 중 대표작은 2018년 평창올림픽 때 소개된 AI 컬링 로봇 '커리(Curly)'다. 적응형 심층 강화학습 기술에 기반한 이 로봇은 실제 컬링 팀과 대결해 승리하며 현실 세계에서 인간을 이긴 최초의 AI로 기록됐다. 알파고처럼 바둑이나 스타크래프트 등 가상 세계에서 인간과 대결해 승리한 AI는 있었지만 실제 경기에서 인간을 이긴 AI는 커리가 처음이었다.

사실 컬링은 얼음의 질을 반영한 정확한 투구 동작과 상대방 돌 위치에 따른 전략이 모두 필요한 경기다. 기존 AI 기술로는 선수들의 기량을 따라잡기 어려웠다. 이 교수는 수시로 변화하는 불확실한 얼음 위의 환경에서도 재학습 없이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AI 기술을 커리에 탑재해 기존의 한계를 극복했다. 기존에 시도하지 못했던 불확실성이 높은 실제 빙판 환경에 도전해 숙련된 인간 수준의 로봇 지능 기술을 구현했다. 

이 연구 성과는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인 <Science>의 로보틱스 분야 자매지인 <Science Robotics>와 AI 분야 최우수 국제학술대회인 NeurIPS, ICML 등에 발표됐다. 또 <Nature>의 'Research Highlights'로 선정되며 시대를 대표하는 과학기술로 소개되기도 했다.

인간의 진화 방법 모방한 신경망 유닛 개발

이 교수는 또 인간 두뇌 메커니즘을 모방한 새로운 생물학적 AI 원천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해당 연구로 '진화하는 신경망 유닛(Evolvable neural units, ENU)'을 선보였다. 생식과 무작위 돌연변이, 적자생존 원칙 등 인간의 진화 과정을 통해 학습된 뉴런과 시냅스의 신경학적 메커니즘을 내포한 새로운 형태의 인공신경망이다.

기존 AI가 정보를 기억하고 학습해서 비슷한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뇌의 일부 기능을 모사한 학습방식을 개발됐다면 이 교수가 개발한 ENU는 실제 생물학적 뉴런과 시냅스의 작동원리를 모방해 개발됐다. 이를 통해 ENU를 적용한 AI는 인간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진화한 방법과 같은 자연 속 법칙을 사용해 인간 두뇌 수준의 복잡도를 가질 수 있게 됐다.

이 AI는 기존 머신러닝(ML) 기술보다 뇌를 더 정교하게 모방해낸 기술이다. 사람이 직접 설계하기 어려운 알고리즘을 스스로 구현할 수 있다. 이 연구 성과는 <Nature>의 AI 분야 자매지인 <Nature Machine Intelligence>에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이성환 교수가 수상한 수당상은?

이번에 이성환 교수가 수상한 수당상은 삼양그룹 창업주인 수당 김연수 선생의 인재육성 정신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 매년 우리나라 학문 발전에 기여한 연구자를 선정해 시상한다. 1973년 경방육영회가 수당과학상으로 시작해 2006년 수당재단에서 계승, '수당상'으로 이름을 바꾸고 자연과학, 인문사회 양대 부문으로 확대했다. 

2008년부터는 응용과학 부문을 추가해 총 3개 부문에서 수상자를 1명씩 선정해 상금 각 1억원과 상패를 수여해왔다. 지난해부터는 운영 방식을 일부 변경해 자연과학, 인문사회, 응용과학 3개 부문에서 추천서를 접수 받은 후 부문에 상관없이 탁월한 업적을 이룬 연구자 2인을 선정하고 상금 각 2억 원과 상패를 수여하고 있다.

이성환 교수는 올해 응용과학 부문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 교수는 현재 고려대 인공지능학과 교수와 인공지능대학원협의회 초대 회장,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펠로우,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인공지능학회 초대 회장과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객원교수로 근무한 이력도 있다.

AI타임스 김동원 기자 goodtuna@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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