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네티즌 상하이 봉쇄 조치에 대한 비판 글을 NFT로 만들어
NFT는 블록체인 이용하기 때문에 중국 검열 당국이 삭제 못해
그러나 검열 당국은 NFT 볼 수 있는 인터넷 링크를 차단해 대응

중국의 인터넷 검열 관련 이미지(사진=셔터스톡)
중국의 인터넷 검열 관련 이미지(사진=셔터스톡)

중국에서 블록체인 기술의 확산이 검열 당국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다고 영국의 경제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FT)가 최근 보도했다.

중국의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CAC)과 같은 검열 당국은 네티즌들이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적이거나 불만을 나타내는 콘텐츠를 인터넷에 올리면 이를 찾아내 삭제한다. 특히 상하이가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때문에 현재 8주째 전면 봉쇄되면서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거나 정부의 엄격한 방역 지침에 대해 비판하는 인터넷글이 많아 지고 있어 검열 당국이 더욱 바빠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상하이 통지 대학교(동제대학, 同济大学) 학생 한 명이 분노를 나타낸 글이 중국 소셜 미디어 플랫폼들에서 공유되면서 저항의 상징이 됐다. 지난달 말 상하이 통지 대학교 학생들은 썩은 돼지고기가 든 보급품을 받았다. 구더기가 득실한 이 보급품은 기본적인 식품과 의약품을 공급받지 못한 채 기약없이 봉쇄 당하고 있는 상하이 시민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이와 관련해 분노를 터뜨린 학생의 글이 중국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웨이보(Weibo)에 올라왔고 빠르게 확산됐다. 검열 당국은 이 글이 공유되지 못하도록 웨이보에서 삭제했으나 이 메시지는 블록체인에 보관되는 NFT(Non-Fungible Token, 대체불가능 토큰)로 만들어져 인터넷에 영원히 남게 됐다.이 사건 이후 검열을 피해 당국의 방역조치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는 수단으로 NFT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다른 사례로, 집안에 갇힌 상하이 주민들의 고통을 기록한 '4월의 목소리(Voice of April)'라는 6분 짜리 비디오가 중국 소셜 미디어에 올라와 검열 당국이 이를 삭제하는데 혈안이 된 일이 있었다. 이 비디오 클립이 웨이보와 중국의 다른  SNS인 위챗(WeChat)에서 삭제되자 기술에 밝은 네티즌들이 비디오의 내용을 캡처한 사진들을 NFT로 만들어 블록체인에 올렸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선 데이터가 등록되면 변경하거나 삭제할 수 없다. 이용자 개개인의 원장(ledger, 블록)들이 사슬(chain) 형식으로 무한히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 특성에 기반해 NFT 생성이 가능하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대학교 산하 정보기술관리학교의 바니 탄(Barney Tan) 교장은 “검열자들은 블록체인에서 정보를 삭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중국인 블록체인 애용자는 지난 몇년간 기술이 이용자 친화적으로 발전해 블록체인 데이터 베이스에서 글을 올리거나 읽는 것이 쉬워졌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비판적인 글을 블록체인에 올리고 있고 정부는 그걸 삭제하지 못한다. 블록체인 기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더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그는 FT에 말했다. 민감한 주제기 때문에 그는 이름을 밝히기 원하지 않았다.

블록체인과 NFT 관련 이미지(사진=셔터스톡)
블록체인과 NFT 관련 이미지(사진=셔터스톡)

그러나 중국의 검열자들은 블록체인에서 정보를 삭제할 수 없더라도 소셜미디어에 관련 링크를 올리지 못하도록 해서 해당 정보에 접근하는 것을 여전히 막을 수 있다고 바니 탄 교장은 지적했다. NFC를 바로 볼 수 있는 링크를 차단하면 일반 네티즌들로선 오픈씨(Opensea) 등 수많은 거래소에 등록된 NFT들 중에서 해당 NFC를 찾아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다 당국이 조성하는 공포 분위기도 일반인들의 '항의글' 접근을 막는다.

미국으로 이주하기 전에 중국에서 웨이보 검열 작업을 했던 류 리펭(Liu Lipen)은 검열자들이 단순히 글을 지우는데만 의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민감한 정보가 인터넷상에 노출되지 않도록 “그들이 공포도 퍼뜨린다”면서 “상하이에선 누구도 감히 공개적으로 말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상하이의 저명한 법학자인 화동정법대학(华东政法大学) 통 지웨이(Tong Zhiwei) 교수는 이달에 봉쇄정책이 위헌적이라는 글을 썼다. 그는 인터넷에 잠시 노출된 이 글에서 “코로나 방역은 국민의 권리 및 자유 보장과 균형을 이뤄야 한다”면서 코로나 환자가 발생한 아파트 블럭의 거주자를 모두 강제격리시설에 수용하는 것과 같은 상하이시의 가혹한 지침에 대해 적법성 문제를 제기했다.

이 글 역시 웨이보와 위챗에 공유된 지 몇 시간만에 삭제됐다. 그러나 이미 블록체인에 등록된 후였다. 이 글은 아직도 기술적인 노하우와 시간이 있는 중국인이라면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검열의 관점에서 보면 민감한 정보가 인터넷의 접근하기 어려운 구석으로 사라지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중국 디지털 기술에 대한 전문가인 로지어 크리머스( Rogier Creemers)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Leiden University) 교수는 “정보통제시스템은 결코 완벽하게 작동할 수 없다. 그러나 중국에선 소수의 컴퓨터 ‘너드(nerd, 지능이나 정보기술 능력은 뛰어나지만 사회성이 떨어지는 사람)’만 정보를 접하도록 제한함으로써 정보통제시스템이 충분히 잘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체제 통합과 안정성 측면에서 (중국)검열자들은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AI타임스 정병일 위원 jbi@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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