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마인드의 AI 모델 ‘가토’가 범용AI라는 개발자 주장
동시에 여러 과제할 수 있어 규모만 키우면 된다 단언
비판적 전문가들 “과장된 홍보, 마법 신봉”이라 반박
AI 발전에 “해로운 주장”이라는 신랄한 비판도 나와

딥마인드의 AI모델 가토(GATO) 개념도(사진=딥마인드)
딥마인드의 AI모델 가토(GATO) 개념도(사진=딥마인드)

구글의 딥마인드가 최근 발표한 AI모델인 ‘가토(GATO)’를 둘러싸고 범용인공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범용 인공지능은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해낼 수 있는, 인간 수준 내지는 인간을 초월하는 수준의 인공지능을 말한다. 

딥마인드는 지난 12일 홈페이지에 올린 논문‘(제목이 A Generalist Agent’)에서 새로운 AI모델인 가토를 소개했다. 가토는 게임, 이미지 포착, 대화, 블록쌓기 등 604개의 다른 일을 해낼 수 있다고 논문은 밝혔다.  특히 통상의 AI가 한번에 하나의 과제를 해낼 수 밖에 없었던데 비해 가토는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다면서 특별한 과제만 해내는 스페셜리스트가 아닌 제너럴리스트라고 딥마인드측은 이름을 붙였다. 

여기다 딥마인드의 최고 연구자로 이 논문을 함께 쓴 ‘난도 드 페레이타스(Nando de Freitas)’가 트위터에 “게임은 끝났다”는 글을 올리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과연 가토가 AGI로 발전할 수 있느냐는 논란이다.

페레이타스의 트윗(사진=트위터 캡처)
페레이타스의 트윗(사진=트위터 캡처)

페레이타스는 위 트윗에서 AGI를 구축하는 방법은 규모의 문제로 가토를 더 크고 잘 작동되도록 하기만 하면 된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기술매체인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24일 이 글이 “가토가 인간 혹은 인간 이상 수준의 AI를 뜻하는 모호한 개념인 AGI로 가는 분명한 길이 있다고 시사한 것”이라고 해석하면서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신랄한 비판을 전하는 기사를 실었다.

이 매체는 이번처럼 홍보가 실제보다 과장된 일은 처음이 아니며 텍스트를 생성하는 GPT3나 이미지를 생성하는 달리(DALL-E)와 같이 흥미진진한 새 AI모델들이 비슷하게 ‘웅장한’ 주장들을 촉발했었다고 지적했다. 

가토는 딥마인드의 이전 AI 모델인 알파제로와 비교해 볼 때 진전됐다고 이 매체는 평가했다. 알파제로는 한번에 한 과제만 학습할 수 있을 뿐이어서 바둑을 학습한 뒤 체스를 배우려면 바둑에 관한 모든 것을 잊어야 한다. 두 게임을 한꺼번에 하는 방법은 학습하지 못한다. 그러나 가토는 이를 해낸다. 서로 다른 다양한 작업을 동시에 배운다. 다른 기술을 잊어버려야 할 일 없이 과업들을 바꿔가며 할 수 있다.

하지만 가토는 한가지 일만 할 수 있는 AI모델 만큼 특정 과업을 잘 수행하지는 못한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이와 관련해 로봇(알고리즘)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상식적인 지식(common-sense knowledge)”을 배울 필요가 여전히 있다고 자연어처리와 인공지능 전문가인 제이콥 안드레아스 메사추세츠 공대(MIT) 조교수는 말했다고 기사는 전했다.

기사는 또 딥러닝에 비판적인  AI 연구자 개리 마커스(Gary Marcus, Robust.AI  소속 컴퓨터 과학자)가 “이건 ‘지능적인’ 것하고는 거리가 멀다”면서 “가토를 둘러싼 과장된 홍보는 AI영역이 쓸모 없는 ‘승리자 문화’에 의해 엉망이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마커스는 딥러닝 모델들이 “만일 사람이 오류를 범하면 그 사람 자체가 어떤 문제를 갖고 있다”고 하는 실수를 한다고 말한다. “자연(Nature)은 이때 우리에게 뭔가 말하려고 하는데, 이건 실제로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업계는 언론보도들을 너무도 믿어서 그걸 알지 못한다”고 그는 덧붙인다. 

초거대AI 관련 이미지(사진=셔터스톡)
초거대AI 관련 이미지(사진=셔터스톡)

프레이타스의 딥마인드 동료인 재키 케이 (Jackie Kay) 와 스캇 리드( Scott Reed)도 그의 AGI 관련 주장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케이는 “이런 예측을 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걸 피한다. 그건 마치 주식시장을 예측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리드는 “대부분의 머신러닝 전문가들은 답을 피할 것이다.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 하지만 언젠가 그런 수준에 도달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처럼 일부 연구자들은 언젠가 인간만큼 혹은 인간보다 더 잘 기능하는 AI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AGI라고 이들은 부르지만 다른 연구자들은 “마법에 대한 신봉”이라고 말한다. 

AI연구에서 4대 천황으로 불리는 연구자중 한 사람인 얀 르쿤(Yann LeCun) 페이스북 모기업 메타의 수석 과학자는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인간수준의 AI는 추구할 목표로는 유용하지만 우리는 아직 거기 도달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는 여전히 기계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배울 수 있도록 하는 학습 패러다임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 “수많은 장애물이 있고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른다”고 썼다.

딥마인드의 페레이타스가 트윗에 썼듯이 최근 AI 개발의 화두는 규모(scale)의 거대화다. GPT3나 LG의 엑사원,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 카카오의 코지피티·민달리와 같은 초거대 AI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관련 기사]초거대 AI 강수 두는 빅테크 기업들..."대체 뭐길래"

이런 거대화 경향은 알고리즘은 단순해도 매개변수를 수천억 개로 늘리고 컴퓨팅 파워를 과거에 비해 월등하게 강화하는 방식으로 AI를 구축하고 입력 데이터의 양을 대규모로 늘렸더니 예상외의 성능이 나왔다는 경험을 토대로 한 것이다. 

그러나 규모를 키운다고 해서 인간 수준의 ‘평생 학습’ 능력을 보장해 주지는 못한다는 비판이 있다. 이는 어떤 것을 가르치면 모든 함의를 이해하고 의사결정에 이를 두루 활용하는 능력을 의미한다고 안드레아스 MIT교수는 말했다.

구글의 알고리즘 편향성을 지적했다가 해고당한 팀닛 게브루 박사와 ‘블랙 인 에이아이(Black in AI)’라는 연구단체를 이끌고 있는 에마뉴엘 카헴붸는 가토에 대한 과장된 홍보는 AI의 발전에 해롭다고 지적한다. 그는 “더 관심을 쏟아야 하지만 주목받지 못하고 연구 지원을 받지 못하는 토픽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빅테크 기업과 수많은 연구자들은 관심이 없다”고 MIT테크리뷰에 말했다.

AI타임스 정병일 위원 jbi@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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