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호정 지스트 교수팀, 심장 독성 유발 약물 예측 AI 모델 개발
심장 독성, 신약 개발 주요 난제…시행착오 획기적으로 줄일 것
개발 중인 신약 심장 독성 유발 확률 예측 정확도·신뢰도 높여
"신약 개발 초기 단계의 효율성·약물 안정성 확보에 기여할 것"

최근 신약 개발 시 해당 약물이 환자에게 심장 독성을 일으키는지 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모델이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GIST) 연구진의 손에서 개발됐다. (사진=지스트 제공).
최근 신약 개발 시 해당 약물이 환자에게 심장 독성을 일으키는지 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모델이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GIST) 연구진의 손에서 개발됐다. (사진=지스트 제공).

신약 개발 단계의 효율성과 약물 안정성 확보에 기여할 것

신약 개발 시 해당 약물이 환자에게 심장 독성을 일으키는지 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모델이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GIST) 연구진의 손에서 개발됐다. 최근 남호정 지스트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팀이 심장박동을 조정하는 유전자 'hERG' 채널 활동을 방해하는 약물을 개발 단계에서 파악할 수 있는 AI 예측 기술을 선보인 것이다. 

※ hERG(human ether-à-go-go-related gene) : 심장에서 칼륨(K+) 이온의 흐름을 조절해 심장박동을 조정하는 유전자. 심장 세포막에 존재하는 hERG 이온채널은 심장 활동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약물이 해당 채널의 활동을 억제하게 될 경우 다형성 심실빈맥(Torsades de pointes)을 야기할 수 있다. 실제 시장에 출시된 여러 약물이 의도치 않은 hERG 채널 저해에 따른 심장 독성을 보여 퇴출되기도 했다.

최근 남호정 지스트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신약 개발 시 해당 약물이 환자에게 심장 독성을 일으키는지 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모델을 선보였다. (사진=지스트 제공).
최근 남호정 지스트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신약 개발 시 해당 약물이 환자에게 심장 독성을 일으키는지 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모델을 선보였다. (사진=지스트 제공).

'심장 독성'은 항암제 등 약물을 몸에 투여했을 때 심장의 활동 조절을 방해해 정상적인 심장박동 체계를 무너뜨려 치명적인 부작용이 유발될 가능성이 있거나 유발되는 경우를 말한다. 약물에 의한 심장 독성은 신약 개발에서 주요 난제로 꼽히는 만큼 이번 연구성과는 의미가 크다. 특히 개발 중인 신약의 심장 독성 유발 확률을 더욱 정확하게 예측해 신약 개발 단계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시행착오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독성(毒性) 유발 잠재성 평가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의 세포나 조직을 이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심장의 경우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이 매우 드물고 세포 분리와 배양이 쉽지 않아 독성 평가에 활용하기가 매우 어렵다. 또 신약 개발 단계 중 전임상 단계에서 이뤄지는 생물학적·화학적인 검증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남호정 지스트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 연구팀의 BayeshERG 연구 개요. 연구에 사용된 데이터와 모델의 상세 구조, 평가 및 분석 방법을 종합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진=지스트 제공).
남호정 지스트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 연구팀의 BayeshERG 연구 개요. 연구에 사용된 데이터와 모델의 상세 구조, 평가 및 분석 방법을 종합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진=지스트 제공).

이 같은 상황에서 지스트 연구팀이 심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는 hERG 채널 저해제 예측을 위한 AI 기술을 개발한 것. 연구팀은 기존의 AI 모델과 비교해 높은 정확성·신뢰성·해석성을 확보했다. 비교 모델 대비 균형 정확도를 3~18% 가량 향상시킬 수 있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이 제안한 모델은 기존 hERG 저해제 예측 연구에서는 사용되지 않은 대용량 데이터를 AI를 통해 사전 학습시켜 다양한 화합물 구조에 익숙할 뿐만 아니라 '베이지안 심층 신경망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다른 모델들에 비해 예측 확률이 높았다. 또 '어텐션 기술'을 통해 새로 개발된 모델이 hERG 채널 저해와 관련된 부분 구조에 올바르게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함으로써 신뢰성과 해석성을 검증했다.

※ 베이지안 심층 신경망 기술 : 일반적인 심층 신경망을 베이지안 확률에 근거하여 확률 모델로 만드는 기술을 뜻하며, 대표적인 방법이자 본 연구에서 사용한 기술은 Monte-Carlo dropout 이다. 이 기술은 학습뿐 아니라 검증을 할 때에도 Dropout을 활성화하여 예측값의 분포를 추정할 수 있는 방법이다. 

※ 어텐션 기술 : 모델이 입력 데이터에서 예측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스스로 강조하여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학습 기법. 기존 심층 신경망 모델들에서 기대할 수 없었던 해석력과 학습 효율을 올려준다는 장점이 있다.

남호정 지스트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 연구팀의 인공지능(AI) 모델 예측 결과와 해석 결과. AI 모델이 예측을 정확히 할 뿐 아니라 실제 hERG 채널 저해 정도의 차이를 만든 부분 구조들이 강조되어 예측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지스트 제공).
남호정 지스트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 연구팀의 인공지능(AI) 모델 예측 결과와 해석 결과. AI 모델이 예측을 정확히 할 뿐 아니라 실제 hERG 채널 저해 정도의 차이를 만든 부분 구조들이 강조되어 예측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지스트 제공).

지스트 연구팀의 AI 모델은 현재 공개된 여러 AI 모델과 비교해 높은 예측 정확도를 보이며 예측 점수의 신뢰도가 기본 모델 대비 30% 이상 높았다. 또 독성의 원인이 되는 화합물의 부분 구조를 제시함으로써 해석 가능하다는 차별점이 있다. 지난달 17일 생물정보학 분야 국제 학술지(Briefings in Bioinformatics)에 실린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설명가능 AI 기반 약물 후보의 독성 및 부작용 예측 시스템 개발' 사업 일환으로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남호정 지스트 교수는 "이 연구는 약물 개발 초기 단계에서 약물의 심장 독성 유발 가능성을 높은 정확도와 신뢰도로 예측함으로써 신약 개발 단계의 효율성과 약물 안정성 확보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연구"라고 강조했다.

AI 활용한 신약 개발 연구에 두각 나타내는 지스트

최근 남호정 지스트 교수 연구팀은 약물 부작용 예측부터 신약 후보물질 탐색에 이르기까지 신약 개발 연구분야에서 AI 기술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놓고 있다. 지난 3월 남호정 교수팀은 약물 처리 유전자의 발현 데이터를 기반으로 약물 간의 상호작용을 예측해 부작용을 알아낼 수 있는 AI 모델을 개발한 바 있다. 

병을 치료할 때 효과를 높이기 위해 여러 약물을 함께 처방 받아 복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두 개 이상의 약물을 동시 복용하면 약물들이 서로의 약효에 영향을 미치거나 부정적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신약 개발 단계에서는 새로운 약물과 시판 중인 약물 사이의 부작용 유무를 미리 알아내기 어려운 만큼 당시 복합약물 처방에 따른 부작용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지스트 연구팀의 성과는 주목을 받았다.  

지난 3월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의 남호정 교수 연구팀은 유전자의 발현 데이터를 기반으로 약물 간 상호작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예측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했다. (왼쪽부터) 김은영 지스트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학생(제1저자)과 남호정 교수(교신저자). (사진=지스트 제공).
지난 3월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의 남호정 교수 연구팀은 유전자의 발현 데이터를 기반으로 약물 간 상호작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예측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했다. (왼쪽부터) 김은영 지스트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학생(제1저자)과 남호정 교수(교신저자). (사진=지스트 제공).

또 앞서 남호정 교수팀은 단백질의 3차원 구조 정보 없이도 후보 물질을 발굴해 신약 개발이 가능한 AI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후보 물질 발굴은 신약 개발 초기 단계에 수만⋅수십만 개의 화합물로부터 표적 단백질에 활성을 보이는 화합물을 찾아야 하는 힘겨운 과정이다. 그동안 약물과 표적 단백질 간 상호작용을 예측하는 여러 AI 모델이 개발돼 왔으나 좋은 예측 성능에도 불구하고 예측 결과에 대한 설명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적극 도입되기는 힘든 실정이었다.   

연구팀은 AI 기술을 활용해 단백질 서열을 기반으로 약물과 표적 단백질의 결합지역·상호작용을 예측함으로써 신약 후보물질 탐색 시간을 단축했다. 약물과 표적 단백질이 결합하는 부분을 사전 학습한 후 예측하기 때문에 정확도가 높고 다른 딥러닝 모델들과 비교해 예측력도 뛰어났다. 이로써 신약 개발에 소요되는 기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다.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남호정 교수 연구팀은 최근 단백질 서열을 기반으로 약물과 표적 단백질의 결합지역 및 상호작용을 예측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왼쪽부터) 남호정 교수와 이인구 석박통합과정생. (사진=지스트 제공).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남호정 교수 연구팀은 최근 단백질 서열을 기반으로 약물과 표적 단백질의 결합지역 및 상호작용을 예측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왼쪽부터) 남호정 교수와 이인구 석박통합과정생. (사진=지스트 제공).

AI타임스 윤영주 기자 yyj0511@aitimes.com

[관련기사] 미디어아트로 빛나는 광주(光州)…지스트,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조성에 힘 보탠다

[관련기사] 과학을 일상처럼 느끼며 걷는다…"'과학자의 길'을 광주의 랜드마크로"

키워드 관련기사
  • [기획] 新한류 이끄는 AI 작곡가…AI 음악 스타트업 ‘크리에이티브마인드’ 생존기 (2)
  • [기획] “투자 없이 5년을 버텼다”…AI 음악 스타트업 ‘크리에이티브마인드’ 생존기 (1)
  • “AI로 난치성 통증 연구 길 열릴까"…과기원통증연구단-티쓰리큐 손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