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작성 지원 ‘슈도라이트’ 이용해 속도 높여
GPT-3 기반 소설 작성에 특화된 프로그램
순수 창작 여부 논란 여지도

(사진 : 셔터스톡)
(사진 : 셔터스톡)

소설을 쓰는 작가들도 인공지능(AI)을 활용하기 시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매체 더버지는 22일 ‘AI가 쓴 소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작가들이 AI를 활용하는 사례를 소개했다.

지난 3월 중순, 제니퍼 리프는 플로리다 중부의 한 마녀 탐정에 관한 시리즈 중 가장 최근 편인 ‘해변 올빼미 소환(Bring Your Beach Owl)’을 80.41% 완성했지만 일정이 촉박했다. 일정 관련 색상으로 구분된 11열의 엑셀표를 두 번째 모니터에서 계속 열어 둔 가운데, 책을 편집, 서식 지정, 홍보, 아마존의 킨들 플랫폼에 업로드하고 9주마다 새로운 소설이 나올 것을 기대하는 열성적인 독자들에 전달하려면 3일 동안 9278개 단어를 써야했다.

리프는 회사가 규모를 줄이면서 6년 전 작가가 됐다. 지난 20년 동안 웹호스팅 회사에서 관리 업무를 하면서 프로젝트 관리 기술을 개발했다. 아마존 킨들에는 그의 경험을 소개한 책이 소설로 공개돼 있다. 다른 많은 독립 작가들과 같이 그는 아마존의 셀프 서비스 출판사인 킨들 다이렉트 퍼블리싱에서 한때 꿈꿨다 포기했던 작가 경력을 쌓았다. 

아마존에 기반을 둔 작자가 되는 것은 디지털 플랫폼으로 생계를 꾸리는 사람들처럼 스트레스가 됐다. 클릭 한 번으로 무한대의 다른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팬들을 찾아 충성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작가들은 생계유지를 위해 킨들 플랫폼에서 빠르게 글을 써야 한다. 

리안 리즈라는 필명으로 글을 쓴 리프 작가는 독자들이 책을 읽고 또 다른 작가로 넘어가기 전에 얼마나 오래 기다려줄 수 있는지를 묻는 설문 조사를 한 적이 있다. 평균은 4개월이었다. 리프 작가는 작품을 빠르게 작성하기 위한 고민을 하다 AI 도구에 대해 알게 되면서 베타 테스트에 액세스할 수 있도록 개발자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도구는 슈도라이트(Sudowrite)라고 불렸다. 공상과학 저자인 아미 굽타와 제임스 유에 의해 설계된 이 프로그램은 오픈AI(OpenAI)의 언어 모델 GPT-3를 기반으로 개발자들에게 출시된 AI 작성 프로그램 중 하나다. 이러한 도구는 회사 이메일과 마케팅 카피를 주로 작성하도록 제작됐으나 슈도라이트는 소설 작가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작가가 작성한 내용을 인터페이스에 입력하고 몇 가지 단어를 선택한 후 AI가 불길한 어조, 더 깊은 내면의 갈등 등으로 다시 쓰도록 하거나, 줄거리를 틀어 제시하거나, 은유를 더해 작성하도록 할 수 있다. 

리프 작가는 500단어 분량의 소설을 선택했다. 마녀 탐정과 요정 무리들 사이의 늪지대에서 이루어지는 클라이맥스 같은 대결 내용을 붙여 넣었다. 요정 이름 중 하나를 강조 표시하고 ‘설명’을 클릭했더니 “요정의 머리카락은 붉지만 밝은 녹색 눈은 낮보다 밤 생물들과 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내용이 생성됐다.

리프 작가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슈도라이트가 장면이 밤에 일어났다는 사실 뿐 아니라, 요정으로 머리카락이 밝은 색깔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리프 작가는 글 쓰는 속도를 높이기 위해 이 기술을 빠르게 채택했다. 그는 슈도라이트를 단지 영감을 받기 위해 쓰면서 나오는 문구를 그대로 쓰지는 않는다. 

GPT-3와 같은 언어 모델은 단어 예측 시스템이다. 엄청난 양의 텍스트를 학습한 이 모델은 새로운 텍스트가 제시될 때 다음에 나오는 단어를 예측하기 위해 무작위로 매개변수 수십억 개를 조정한다. GPT-3는 이전 모델보다 훨씬 많은 텍스트를 학습하고 훨씬 많은 매개 변수를 사용하면서 수학, 번역 또는 프로그래밍에 대한 명확한 학습을 받은 적이 없는데도 기본적인 산술법, 언어 번역, 작업 코드 작성, 사람이 쓴 것 같은 산문 작성 등을 부분적으로 할 수 있다. 

(사진 : 셔터스톡)
(사진 : 셔터스톡)

GPT-3는 이상하게 동작할 수도 있다. 사람들이 많이 정확하게 쓴 내용에 대해서는 제대로 답변을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금붕어와 고래 중 어느 것이 더 무거운지 물어보면 금붕어라고 한다. 나폴레온이 햄버거에 대해 뭐라고 했느냐고 물으면 “햄버거는 신들의 음식”이라고 답한다. 언어상의 통계적인 패턴을 토대로 추측할 뿐이다. 

슈도라이트를 만들기 위해 굽타와 유는 단편 소설 등을 모아 사례로 GPT-3에 제공했다. GPT-3에서 작가가 ‘설명’을 클릭하고 어떤 질문을 하는지 알 수 있도록 냄새, 소리 및 여러 감각에 대한 문장을 작성했다. 

리프 작가는 점차 AI를 조정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산출물을 편집하고 수정해야 했지만 작업 부담을 줄여줬다. 매일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끙끙대지 않아도 되고 글이 더 쉽게 써졌다. 리프 작가가 장면의 윤곽을 제안하고 ‘확장(Expand)’을 누르면 프로그램이 글을 작성한다. 그런 다음 결과물을 편집해 슈도라이트에 다시 붙여 넣고 AI에 계속 진행을 명령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방향으로 가면 다시 뒤로 돌아가 몇 개의 문장을 써 다시 느슨하게 설정했다.

첫 장을 마치고 초기 피드백을 주는 베타 독자에게 보낸 다음, 캐릭터에 맞지 않거나 이상하게 들리는 부분을 표시해달라고 보냈지만 문제는 없었다. 그는 “소름이 끼친다”며 “컴퓨터가 나를 모방할 수 있다면 내가 과연 재능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더 나쁜 것은, 독자들이 특히 좋다고 했던 문장의 일부가 기계에서 생성된 것이었다는 점이다. 

리프는 동료 작가들의 두려움도 이해한다. AI가 현재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지만 프로그램이 보다 개선되면 어떻게 될까? 작가들이 얼마나 더 일할 수 있을까? 그는 “컴퓨터의 속도를 사람이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모두가 두려워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기술이 더 발전할수록 소설 작성 자동화로 너무 일반적이고 가장 인기 있는 줄거리들의 소설은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독자들이 좋아하는, 기본 형태만 약간 다른 이야기 비틀기 또는 설정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AI가 잘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것이 진짜 위험하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그 어떤 것도 독창적인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이 다른 것의 복사본일 뿐이다”라며 “문제는 독자가 좋아한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관련 과제도 많이 남아 있다. AI 글쓰기가 어떤 변화를 가져오든 시작에 불과하고 사람들의 생각은 다양하다. 리프 작가가 독자들에게 AI를 실험하고 있다고 했더니 AI를 50% 이상 사용하면 ‘속임수’라고 하는 이메일이 오기도 했다. AI의 사용이 독자에게 ‘적절한 경우’ 공개돼야 하지만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의 결정은작가에 달려 있다. 

매체는 이유가 무엇이든 AI 글쓰기가 일반 도구와 자동 스토리텔링 기계 사이의 신비한 계곡에 진입한 가운데 이러한 모호성이 문제를 흥미롭고 불안하게 만든다고 평가했다.

AI타임스 이한선 객원 기자 griffin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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