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원 KISTI 오픈XR 플랫폼 융합연구단장(전 부원장, UST 교수)
조금원 KISTI 오픈XR 플랫폼 융합연구단장(전 부원장, UST 교수)

과학기술정통부는 지난달 발표한 '국가 플래그십 초고성능컴퓨팅 인프라 고도화' 사업 예산타당성이 통과됐다고 발표했다.

4차사업혁명의 기반을 확고히 할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슈퍼컴퓨터 활용을 획기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초고성능컴퓨터는 법률적 용어이고, 일반적으로는 슈퍼컴퓨터라고 한다.

국내 슈퍼컴퓨터 발전과 함께 해온 연구자 가운데 한 명으로서 산ㆍ학ㆍ연 연구현장에 계신 모든 분들과 정부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KISTI 연구자와 예타 위원들의 수고와 노력에도 감사한다.

슈퍼컴퓨터의 중요성을 알리려고 노력한 지난 20여년을 돌이켜 보면 뿌뜻함을 감출 수 없다.

국가 슈퍼컴퓨터 6호기에는 5호기보다 3.2배 많은 293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성능면에서 20배 향상된 600PF(초당 60경번의 실수연산) 규모의 인프라를 구축한다. 세계 5~10위 수준의 시스템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3년말에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고, 2028년까지 활용한다. 전체 예산은 매년 분할 납부하는 리스방식으로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예타 통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한 범부처가 산ㆍ학ㆍ연 전문가와 함께 수립한 제2차 초고성능컴퓨팅육성 기본계획과 국가초고성능컴퓨팅 혁신전략에 근거한 것이다. 국가 슈퍼컴퓨터 구축을 5년 주기로 진행해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토록 한다는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세계 슈퍼컴퓨터 '톱 500' 리스트를 보면 중국이 173개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전체의 34.6%를 차지한다. 이어 미국이 128개로 25.6%를 보유하고 있다.

성능면에서는 미국이 47.4%로 크게 앞선다. 중국은 12%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미국은 슈퍼카 유형을 선도적으로 개발해 숫자로 앞선 중국과는 차별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슈퍼컴퓨터의 가장 큰 장점은 수천~수억번의 실패를 빠르게 경험하게 해 새로운 연구개발 방향을 정확하고 정밀하게 제시한다는 것이다.

반도체를 개발할 때 슈퍼컴퓨터를 활용하면 50% 정도는 하지 말아야 할 개발방향을 알려준다. 글로벌 기업 간의 경쟁은 시간 싸움이다. 슈퍼컴퓨터는 이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엄청난 시간을 벌어준다.

세계 최고 성능의 슈퍼컴퓨터와 500위권 밖에 있는 슈퍼컴퓨터의 기여도는 다를 수 밖에 없다. 또 아무리 우수한 성능의 슈퍼컴퓨터라고 할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순위가 내려가기 마련이다. 우리가 최고 성능의 슈퍼컴퓨터를 주기적으로 구축해야 하는 이유다.

계산과학과 AI를 융합하면 기초과학과 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 널리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연구혁신을 이룰 새로운 연구방법을 발굴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AI 기반의 신소재 개발과 신약개발을 비롯해 우주기술과 기초과학 등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연구가 다방면으로 확대되고 있다.

슈퍼컴퓨터 6호기 구축은 매우 시의적절해 보인다. 최근 미국 NSF에서 계산과학과 데이터과학(AI)을 융합한 연구방법을 활용할 때 혁신적인 연구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나왔다. 슈퍼컴퓨터 6호기를 구축하면 국내에서도 이런 연구방법을 본격시도할 수 있게 된다.

1988년 슈퍼컴퓨터 1호기를 시작으로 6호기 구축까지는 총 35년이 걸렸다. 앞으로는 우리나라도 글로벌 위기와 학술적 난제를 해결하는 데 동참하는 것은 물론이고 저개발 국가에 기술을 전수하는 역할도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번 6호기 구축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국제 사회의 리더로 앞서 나가는 모습을 그려본다.

조금원 KISTI 오픈XR 플랫폼 융합연구단장 ckw@kist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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