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추세, 한동안 이어질 듯

이달 초 메타의 대규모 감원을 신호탄으로 해고 바람이 전 세계 빅테크 기업으로 불고 있습니다. 중국의 게임 대기업 텐센트가 비디오 스트리밍, 게임 및 클라우드 비즈니스를 겨냥한 새로운 감원을 시작했습니다.

올해 초에 이미 5500명을 해고했던 텐센트는 이번에 6개 사업부 중 비디오와 뉴스를 구성하는 플랫폼 및 콘텐츠 그룹, 게임 중심의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그룹, 클라우드 및 스마트 산업 그룹 등 3개 사업부에 대해 정리해고를 실시했습니다.  정확한 해고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구글도 투자자 측에서 직원이 너무 많고 비용이 너무 높다는 항의가 공식 제기되면서 정리해고 가능성이 관측되고 있습니다.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에 60억달러의 지분을 보유한 TCI펀드 매니지먼트가 이런 요청을 하고 나섰는데요, 수익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는데 따라 비용을 20% 이상 줄이라고 요구했습니다. 

직원 1만명에 대해 해고절차를 이미 밟고 있는 아마존은 내년에 더 많은 인력을 줄일 것이라고 앤디 재시 CEO가 지난주 직원들에게 밝혔습니다. 아마존의 직원은 팬데믹 이전 80만명에서 현재 160만명(비정규직 포함)까지 배로 늘어난 상탭니다. 그러나 주 수익원인 전자상거래와 클라우드에서 이윤율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빅테크 기업들의 이런 움직임은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다 그동안 의존해온 수익 모델들이 시장에서 예전만큼 작동하지 않는데 따라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도 한동안 해고를 통한 몸집 줄이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다만 해고가 마구잡이식으로 흘러 중요한 내부 역량을 해치면 경쟁력 유지나 향후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릅니다.

메타의 경우 AI 업계에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아는 사람은 아는 실력파 전문가들을 한꺼번에 해고하는 바람에 뒷말을 낳고 있습니다. ‘프로버빌리티’라는 팀에 속한 전문가 50명이 전원 해고통보를 받았는데요, 

이들은 AI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앞으로 5년에서 10년 내 기계학습 분야의 중추가 될 수 있는 인력들이라는 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에 메타의 해고 조치가 납득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술 대기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2억명 이상이 이용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인 트위터에서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새 주인으로 들어서면서 7500명 직원 중 절반을 해고했는데요, 이러다 보니 시스템 유지를 위한 엔지니어들이 크게 줄어서 당장 20일부터 시작된 카타르 월드컵이 본격화되면 트위터가 먹통 사태를 맞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일론 머스크는 해고 조치를 시작하면서 트위터의 내용을 공정하고 건전하게 유지하는 일을 해온 윤리팀을 통째로 해고해 논란을 불렀습니다. AI 윤리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온 루만 초우더리가 이끌어온 이 팀이 제거된 데 따라 트위터에 대한 신뢰 상실로 이용자 이탈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몸집 줄이려고 무리하게 다이어트하다간 아예 건강을 잃게 될 수도 있으니 유의해야겠지요. 이어서 지난주 기술 동향 전해드립니다.

기술 동향

인텔의 GPU 맥스 (사진=인텔)
인텔의 GPU 맥스 (사진=인텔)

◼ 인텔과 AMD, 엔비디아, IBM, 구글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이 최근 고성능 컴퓨팅(HPC)과 AI를 위한 차세대 칩을 잇달아 공개했습니다. 차세대 슈퍼컴퓨팅 반도체 시장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이 한층 뜨거워졌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CPU는 인텔과 AMD가 경쟁하고, GPU는 엔비디아가 거의 독점하는 구도였습니다. 그러나 최근 엔비디아가 데이터 센터를 겨냥해 CPU를 내놓고, 이에 질세라 인텔과 AMD가 맞불 전략으로 GPU 생산 계획을 발표하면서 경계가 허물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IBM과 구글 등이 필요한 칩을 직접 개발하겠다며 '반도체 독립'을 시도하고 나섰습니다. 이런 전방위적 경쟁 양상은 인공지능이 거의 모든 기기에 탑재되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문자 그대로 점입가경입니다.

◼ 마이크로소프트(MS)가 엔비디아와 손을 잡고 클라우드에 대규모 AI 슈퍼컴퓨터를 구축합니다. MS의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에 수만개의 엔비디아 GPU를 추가해 클라우드에서 AI 슈퍼컴퓨터를 구축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되면 애저는 엔비디아의 GPU, 네트워킹 및 AI 소프트웨어 전체 AI 스택을 통합하는 최초의 퍼블릭 클라우드가 됩니다. MS는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통해 강력한 하드웨어 인프라를 바탕으로 애저의 인프라를 강화함으로써 더 많은 기업에게 대규모 최신 모델을 포함하여 AI를 훈련, 배포 및 확장할 수 있게 됐습니다.

엔비디아는 애저의 확장 가능한 가상 머신 인스턴스를 활용해 생성 AI를 비롯한 AI 모델의 발전을 연구하고 더욱 가속화할 계획입니다. 

◼ 메타버스가 아시아 지역 경제를 변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딜로이트는 메타버스가 아시아의 국내총생산(GDP)을 2035년까지 해마다 8000억달러(약 1060조원)~1조4000억달러(약 1850조원)씩 늘어나게 할 것이라고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전망했습니다. 이는 아시아 전체 GDP의 1.3~2.4%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딜로이트가 이렇게 보는 이유는 아시아 지역 인구의 특성 때문입니다. 딜로이트 측은 “젊은이들은 오늘날 주로 메타버스에서 상호작용하고 참여하는 사람들”이라며 “전 세계 청소년의 60%가 아시아에 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에는 13억명의 모바일 게이머가 있습니다. 메타버스 기술은 아직 초기단계에 있지만 아시아에선 이미 수백만명이 포트나이트, 로블럭스와 같은 인기 있는 가상 플랫폼에 시간과 돈을 쓰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 메타가 과학논문을 생성할 수 있는 오픈소스 AI 도구를 내놨습니다. 프롬프트 입력만으로 논문을 만들어낼 수 있어 전문가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오남용 우려도 제기됩니다.

메타는 '갤럭티카(Galatica)'라는 과학논문용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선보이면서 소스코드를 공개했는데요, 간단한 텍스트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학술 문헌 요약과 수학 문제 해결, 위키용 기사 생성 등을 해줍니다. 또 인용할 만한 글을 제안하고 관련 논문의 검색도 제공합니다.

과학 논문을 쓰는데 필요한 데이터들을 찾아 연구자들을 돕는 데 주안점을 뒀지만, 이 도구로 아이디어를 계속 확장하면 참고 문헌이나 공식 등이 포함된 전체 연구 논문을 생성할 수도 있습니다. 이 도구는 최근 나온 여러 텍스트나 이미지 생성 AI도구와 본질적으로 같은 기능을 하지만, 과학 논문에 특화된 것입니다. 

이어서 업계 동향 전해드립니다.

주요 업계 동향

CES 최고 혁신상 수장작들 (사진=CES)
CES 최고 혁신상 수장작들 (사진=CES)

◼ 한국 기업들이 'CES 혁신상'을 휩쓸었습니다. 세계 최대의 전자전시회 'CES 2023'를 주최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28개 부문에 걸쳐 발표한 총 499건의 'CES 혁신상' 수상 제품과 기술 가운데 28.3%에 달하는 141건을 국내 기업이 수상했습니다.

상을 받은 제품이나 기술 3건 가운데 한 건은 국산인 셈이어서 주목됐는데요, 수상작은 내년 1월5일부터 8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CES 2023에 전시됩니다.

국내 기업 가운데는 삼성전자가 영상디스플레이 18개, 모바일 11개, 생활가전 10개, 반도체 7개 등 총 46개로 가장 많은 상을 받아서 역대 최다 수상 기록(CES 2020, 46개)과 타이를 이뤘습니다. LG전자도 역대 가장 많은 총 28개의 CES 혁신상을 받았습니다. 

지난 2019년부터 CES에 참가한 SK그룹 계열사는 이번에 처음으로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총 5개 제품이 8개의 혁신상을 받았습니다.

◼ 중국의 빅테크 기업 알리바바가 '어닝 쇼크'를 기록했습니다. 알리바바는 3분기 매출 291억달러(약 40조원)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하는 등 지난 분기 감소세에서 회복되는 조짐을 보였다고 지난주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과 블룸버그 등 외신은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가 조사한 애널리스트의 평균 예측치를 밑도는 수준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게다가 3% 매출 증가는 상장 이후 가장 낮은 수치라고 지적했습니다. 

알리바바의 부진은 중국 당국의 강력한 코로나19 방역 정책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습니다.

◼ 나이키와 애플이 독자적인 가상현실 구축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들 회사는 브랜드 자산이 커뮤니티로 이용자들을 불러 모을 수 있을 만큼 상당하기 때문에 독자적인 가상현실이나 메타버스 구축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나이키는 웹3 기반의 디지털 커뮤니티인 ‘닷 스우시’ 베타버전을 출시했습니다. 이 플랫폼에서 이용자들이 가상 창작물을 만들거나 게임과 몰입형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나이키가 후원하는 운동선수는 닷 스우시에 자신의 매장을 갖게 되며, 개인 크리에이터는 커뮤니티 챌린지를 통해 나이키와 제품을 공동 제작하고 디자인에 대한 로열티를 받을 수 있습니다. 

애플은 메타버스와 유사한 3D 혼합현실(MR) 개발을 위해 엔지니어 고용에 나섰다고 블룸버그가 지난주 보도했습니다. 애플은 또 확장현실(XR) 헤드셋을 내년 4월에 판매할 예정입니다.

◼인텔이 딥페이크 영상을 96%의 정확도로 1000분의 1초 만에 찾아내는 도구를 개발했습니다. 딥페이크 영상은 AI 기술로 만들어내는 가짜 영상입니다. 최근 실제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위장하는 대화형 딥페이크까지 등장하면서 허위 정보 확산과 신종 사기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인텔은 페이크캐처라는 도구를 출시하면서 ‘세계 최초의 실시간 딥페이크 탐지기’라고 소개했는데요, 이 도구는 사람 얼굴에서 혈류를 탐지하는 기술을 활용합니다. 심장이 수축하면서 피를 내보낼 때 정맥은 색깔이 바뀌는데요, 이런 혈류 신호를 얼굴 전체에서 수집해서 시공간 맵으로 변환합니다. 다음으로 심층학습(컨볼루션 신경망)을 이용해 동영상의 진위를 즉시 감지해 낸다고 인텔은 설명했습니다.

그동안의 딥페이크 탐지기술은 원본 데이터를 살펴 진위 여부를 찾은 반면 페이크캐처는 영상 속의 단서에 초점을 맞추는 건데요, 혈류 탐지 기술은 살아있는 조직의 혈관에 빛이 흡수되거나 반사되는 양을 측정하는 방법인 광용적맥류측정법입니다.

정병일 위원 jbi@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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