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구글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주 챗봇 '바드'를 내세워 마이크로소프트(MS)의 새로운 빙 검색 발표에 대응했던 구글은 기대와 달리 검색 오류와 이에 따른 주가 폭락 사태를 맞았다. 급기야 책임자의 오류 시인과 사과가 이어졌고, 구글 내부에서는 성급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프라브하카르 라그하반 구글 수석부사장은 "이런 종류의 인공지능(AI)은 때로 우리가 환각(hallucinating)이라고 부르는 현상을 보인다"며 "이는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만 완전히 꾸며낸 답변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10일(이하 현지시간) 독일 매체 벨트 암 손타크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구글은 지난 6일 생성 AI 람다 기반 새 검색 엔진 '바드'의 출시를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이틀 뒤 프랑스 파리에서 기능을 시연했다. 이 자리에서 바드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태양계 밖 행성을 처음 찍는 데 사용됐다'고 답했으나, 미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이는 오답으로 밝혀졌다.

그 여파로 구글 주가는 이틀간 10% 이상 폭락, 1000억달러(약 127조원) 가까이가 빠져나갔다.

라그하반 부사장은 "우리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이런 현상을 최소화하는 것"이라며 바드의 오류를 시인했다.

또 바드의 대중 공개 시점에 대해서는 "분명히 긴급함을 느끼지만, 큰 책임감도 느낀다. 우리는 대중을 오도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구글은 바드 공개 당시 신뢰할 수 있는 테스터들의 피드백을 거쳐 앞으로 몇 주 안에 대중에게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프라브하카르 라그하반 구글 수석부사장이 AI 검색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구글 채널 'Google presents : Live from Paris' 캡처) 
프라브하카르 라그하반 구글 수석부사장이 AI 검색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구글 채널 'Google presents : Live from Paris' 캡처) 

이에 대한 내부 비판도 거세게 일고 있다. CNBC는 구글 직원들이 내부 게시판인 메메젠(Memegen)을 통해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고 10일 보도했다.

구글 직원들은 바드의 공개가 너무 성급했다며 특히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CEO를 비판하고 있다. 일부 직원은 나중에 언론을 통해 바드의 공개 사실을 알게 됐으며, 어떤 직원은 발표에 필요한 전화기를 까먹을 정도로 급하게 행사가 추진됐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최근 정리 해고와 연결, "바드 공개와 정리 해고의 공통점은 부실하고 근시안적이며 급조된 것"이라고 지적한 게시물은 많은 직원들로부터 지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1만2000명을 해고해서 주가 3% 올리더니, AI 프레젠테이션을 서둘러서 주가 8%를 날려 버렸다"고 비꼬는 게시물도 등장했다.
  
이에 대해 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구글이 통제력을 잃고 있다'고 11일 지적했다. 

우선 사전에 프리젠테이션 오류를 체크하지도 못할 정도로 바드의 발표가 시급하게 이뤄졌다는 점과 사용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개 일정 등이 빠져있다고 전했다. 특히 챗GPT나 바드와 같은 챗봇이 헛소리를 가끔 한다는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구글이기 때문에 실수가 더 치명적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 주가 폭락은 바드가 오류를 저질렀다는 점 때문이 아니라 구글이 이를 체크하지 못할 정도로 부실하다는 것에 투자자들이 실망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테크크런치는 전 세계 검색 점유율에서 92%대 3%로 MS를 앞서는 구글이 몰락할 가능성은 적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실체가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람다를 비공개로 하는 등 침묵했던 것은 기술에 대한 자신감과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단순한 과묵함과 자만심 때문이었다는 것. 이에 따라 구글은 우스꽝스러운(ridiculous) 기업 이미지를 남기게 됐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이번과 같이 사람들이 믿고 싶어하는 만큼 가치가 있음을 입증하지 못한 기술을 너무 빨리 과장 광고하는 것은 구글뿐 아니라 전체 기술 산업에 큰 문제를 남길 수 있다고 평했다.

임대준 기자 ydj@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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